클라라 주미 강의 코른골트 협주곡
9월 8일 (금) 오후 8시 롯데콘서트홀
지휘 크리스토프 포펜 Christoph Poppen, conductor
바이올린 강주미 Clara Jumi Kang, violin
코른골트, 바이올린 협주곡
Korngold, Violin Concerto in D major, Op. 35
브루크너, 교향곡 제4번 ‘로맨틱’ (노바크 에디션, 1878/1880년)
Bruckner, Symphony No. 4 in E-flat major ‘Romantic’ (Nowak edition, 1878/1880)
아지랑이가 피어오르고 멀리서 호른 소리가 부드럽게 울려 퍼진다. 브루크너의 교향곡 제4번의 시작을 알리는 풍경만큼 마력적인 도입부를 가진 작품은 드물다. 브루크너가 이 작품에 ‘로맨틱’이라는 표제를 붙인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다. 브루크너는 기사들과 숲, 성을 상상하며 이 교향곡을 만들었지만 음악적인 언어로 표현하는 것 외에 애써 따로 설명하려 하지는 않았다. 독일의 거장 크리스토프 포펜이 그 전달 역할을 맡는다. 코른골트가 할리우드로 망명한 이후 작곡한 바이올린 협주곡의 풍성한 사운드는 브루크너의 작품과 거리가 먼 듯하지만, 그 내면에는 순수한 시가 울리고 있다. 2015년 차이콥스키 국제 콩쿠르 수상을 비롯하여 다수의 수상 경력을 자랑하는 바이올리니스트 클라라 주미 강이 그 순수함을 찾아낼 것이다.
“코른골트 바이올린 협주곡은 클라라 주미 강처럼 무대 위에서 강하고 자발성이 뛰어난 연주자를 만나면 더욱 불꽃을 튀기는 작품이다. 브루크너 교향곡 4번은 웅장하고 신비로운 영성의 세계로 가는 숲이다. 햇살이 쏟아지는 오스트리아 삼림이 눈앞에 펼쳐지는 이 작품은 브루크너가 건네는 자연으로의 초대장이다.”
류태형(대원문화재단 전문위원, 음악 칼럼니스트
크리스토프 포펜Christoph Poppen 지휘자
프로필
크리스토프 포펜은 그의 지휘 커리어 초기부터 획기적인 프로그래밍과 현대음악에 대한 열정으로 세계적 평판을 쌓았다. 세계 유수의 오케스트라에 주기적으로 초청받으며 활발한 지휘 활동을 펼치고 있는 포펜은 밤베르크 심포니 오케스트라, 베를린 도이치 심포니 오케스트라, 드레스덴 작센 슈타츠카펠레, 빈 심포니 오케스트라, 네덜란드 라디오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뉴 재팬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싱가포르 심포니 오케스트라, 그리고 카메라타 잘츠부르크 등 정상급 오케스트라를 지휘했다. 또한 그는 이탈리아 주요 오케스트라, 오페라 앙상블, 그리고 베니스 비엔날레 페스티벌 등 명망 높은 축제에 정기적으로 출연하며 이탈리아 내에서 주목받고 있다.
2016/17 시즌에 그는 쾰른 체임버 오케스트라 수석 지휘자이자 홍콩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수석 객원지휘자로서 활발한 활동을 펼친 바 있다. 또한 그는 이 시즌에 페루 내셔널 심포니 오케스트라, 툴롱 오페라 심포니 오케스트라, 아테네 주립 오케스트라, 그리고 토스카나 오케스트라와 무대에 선다.
오페라 지휘자로 이름이 높은 크리스토프 포펜은 쾰른 오페라에서 베버의 <오베론>의 콘서트 버전을 지휘한 바 있다. 그는 지난 시즌 슈트가르트 슈타츠오퍼에서 글루크의 오페라 <아울리데의 이피제니>를 지휘하고 모차르트의 <후궁 탈출>의 신규 프로덕션에 참여하는 등 활발한 행보를 이어나갔다. 2016년 전반기에 그는 제노아의 카를로 펠리체 극장에서 모차르트의 오페라 <돈 조반니>를 지휘했으며 인스부르크의 티롤러 국립극장과의 협약을 통해 오페라 <마적>, <디토의 자비>과 같은 오페라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이끈 바 있다.
크리스토프 포펜은 그동안 독일에서 활동하며 다수의 오케스트라 감독직을 역임했다. 1995년부터 2006년까지 그는 뮌헨 체임버 오케스트라 예술감독으로 활동하며 악단의 인지도를 단 시간에 끌어 올렸으며, 고전과 현대음악, 그리고 다수의 위촉 작품의 환상적인 조화로 구성된 완벽한 프로그래밍으로 공연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2006년 8월에는 자르브뤼켄 방송 교향악단의 음악감독으로 임명되어 이 악단이 카이저스라우테른 방송 교향악단과 성공적인 합병을 이루어내는데 크게 공헌했다. 또한 그는 이에 힘 업어 2007년부터 2011년까지 새로 창단된 독일 라디오 필하모니(자브뤼켄 방송 교향악단과 카이저스라우테른 방송 교향악단의 합병으로 탄생한 교향악단)의 음악감독으로서 악단의 발전에 힘썼다. 그는 2014년부터 현재까지 포르투갈 마르방 국제 페스티벌의 예술감독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독일 데트몰트 음대의 바이올린과 실내악 교수로 임명되었으며, 이후 1996년부터 2000년까지 베를린 한스아이슬러 음대 총장을 역임했다. 2001년부터 2005년까지 세계적인 권위의 콩쿠르인 ARD 국제 음악 콩쿠르의 예술 감독으로 활동한 포펜은 2003년부터 지금까지 뮌헨 음대 교수로서 바이올린과 실내악을 가르치며 후학 양성에 힘쓰고 있다.
클라라 주미 강Clara Jumi Kang 바이올린
프로필
독일에서 활동하던 한국인 음악가 가정에서 태어난 클라라 주미 강은 세 살에 바이올린을 시작하여 이듬해 네 살, 최연소 나이로 만하임 국립음대 예비학교에 입학해 발레리 그라도프를 사사했고 이후 뤼베크 음대에서 자크하르 브론에게 배웠다. 일곱 살에 전액 장학금을 받고 줄리어드에 입학해 도로시 딜레이를 사사하였으며, 열여섯 살에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입학하여 김남윤 교수를 사사하며 학사와 석사과정을 마쳤다.
2010년 센다이 바이올린 콩쿠르 우승에 이어, 같은 해 인디아나 국제 바이올린 콩쿠르에서 우승과 동시에 다섯 개의 특별상을 수상하는 등 주요 국제 바이올린 콩쿠르에서 최고의 성적을 거두었으며, 그에 앞서 2009년 서울 국제 바이올린 콩쿠르 우승, 2009년 하노버 국제 바이올린 콩쿠르 2위 입상, 2007년 티보 바가 바이올린 콩쿠르 입상 등 주목할 만한 성과를 올렸다.
클라라 주미 강은 어린 나이에 이미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함부르크 교향악단, 키엘 필하모니, 니스 필하모니, 아틀란타 교향악단, 서울시향, KBS 교향악단, 코리안 쳄버 앙상블 등 국내외 유수의 오케스트라와 협연하였다. 여섯 살에는 독일 잡지 ‘디 자이트’에 ‘신동’으로 소개된 커버기사가 실렸는데, 이미 다섯 살에 함부르크 교향악단과 데뷔연주를 가진 상황이었다. 아홉 살에는 텔덱 레이블에서 베토벤 삼중협주곡과 솔로 리사이틀 프로그램을 녹음하였다.
최근 그는 독주 연주자로서 자신의 입지를 세우며, 세계 유수의 오케스트라와 정기적으로 협연해오고 있다. 드레스덴 카펠졸리스텐, 뉴저지 교향악단, 인디아나폴리스 교향악단, 산타페 교향악단, 도쿄 메트로폴리탄 오케스트라, 나고야 필하모니, 센다이 필하모니, 히로시마 교향악단, 카나자와 오케스트라, 타이페이 국립 교향악단, 모스크바 필, 서울시향, KBS 교향악단, 부천시향, 수원시향 같은 국내외 최고의 오케스트라와 협연하였다.
2011년에는 세계 최고의 클래식 음반 레이블인 데카 (DECCA)에서 에른스트 ‘마지막 장미’, 슈베르트 ‘마왕’, 이자이 ‘무반주 바이올린 소나타’ 등을 수록한 그녀의 첫 번째 솔로 앨범 <모던 솔로 Modern Solo>가 발매되었다.
2011/12년 시즌에는 카네기 홀 (스턴 오디토리움)에서의 리사이틀을 포함하여 미국에서 다수의 오케스트라 협연과 리사이틀을 가졌고, 국내 투어와 함께 아시아 전역에서 활동하였다. 2013/14년 시즌에도 미국과 유럽, 아시아 전역에서 활발히 활동했는데 주요 연주로 서울시향 (정명훈 지휘)과의 한국 투어, 산토리 홀에서 도쿄 메트로폴리탄 오케스트라, KBS 교향악단 (요엘 레비 지휘), 타이페이 교향악단 (길버트 바르가 지휘)과의 협연이 포함된다. 특히 2014년에는 비엔나 챔버 오케스트라와의 투어를 포함해, 스위스 로망드 오케스트라, 생 페테르부르크 필하모니/유리 테미르카노프와도 협연하였다. 2015/16년 시즌에는 크레머라타 발티카/기돈 크레머, 모스크바 비르투오지/블라디미르 스피바코프, 마린스키 오케스트라/발레리 게르기에프, 뉴 재팬 필하모닉/하르트무트 핸첸, 서울시향/리오넬 브링귀에, 베를린 바로크 솔로이스츠, 마카오 필하모닉/류 지아, 쾰른 챔버 오케스트라/크리스토프 포펜과 협연할 예정이다.
실내 음악에 대한 관심 역시 매우 높아 최근 정경화, 정명화, 지안 왕, 고티에 카푸송, 초량 린, 막심 리자노프, 폴 노이바우어 같은 세계적인 연주자와 함께 연주하였고, 대관령 국제 음악제에도 정기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2012년, 한국의 유력지인 동아일보가 마련한 ‘한국을 빛낼 100’인에 선정되었고, 국제 무대에서 거둔 주목할 만한 연주 성과를 인정받아 ‘2012년 대원 음악상’과 더불어 2013년에는 4년 만에 부활한 ‘금호음악인상’을 수상하였다.
클라라 주미 강은 현재 뮌헨에 거주하며, 삼성문화재단의 후원으로 1708년산 스트라디바리우스‘ex-Moeller’를 사용하고 있다.
클라라주미강 연주 보기....
비발디 사계 '겨울'-클라라주미강&드레스덴슈타츠카펠레
Yeol Eum Son&Jumi Kang(손열음&강주미)-Carmen Fantasy(카르멘 환상곡)
TCH15 - 위너스 콘서트 I: 클라라 주미 강
#TCH15 - 바이올린 최종 라운드: 클라라 주미 강
코른콜트 바이올린 협주곡바이올린 협주곡
Hilary Hahn - Korngold - Violin Concerto in D major, Op 35
Christoph Poppen und Renaud Capuçon, Korngold, Violinkonzert D-dur,1. Satz
코른골트가 제2차 세계대전의 마지막 해에 쓴 바이올린협주곡
글 : 황장원(음악칼럼니스트)
< 연주 시간 : 약 24분>
1897년 구 오스트리아 제국령 모라비아의 브르노에서 태어난 코른골트는 어린 시절 모차르트와 멘델스존에 버금가는 ‘음악 신동’으로 명성을 떨쳤다. 불과 아홉 살 때 자작 칸타타 ‘황금’을 연주하여 당시 빈 궁정 오페라의 음악감독이었던 구스타프 말러를 놀라게 했고, 1910년에는 빈 궁정 오페라에서 황제가 배석한 가운데 발레 ‘눈사람’을 초연하여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이후 촉망받는 작곡가로 성장한 코른골트의 명성은 1920년에 발표한 오페라 ‘죽음의 도시’의 대성공으로 절정에 달했으며, 이후 그는 빈 국립 아카데미에서 교편을 잡기도 했다.
1934년에 코른골트는 막스 라인하르트의 제안으로 할리우드의 영화음악 작업에 참여하기 시작했는데, 1938년에 미국에 머무르던 중 히틀러가 독일과 오스트리아를 합병하자 유태인이었던 그는 유럽으로 돌아가기를 포기하게 된다. 할리우드에서 코른골트는 주로 워너 브러더스사와 손잡고 다수의 영화 음악을 담당했는데, 1945년에 작곡된 바이올린 협주곡 D장조는 그 결산이자 축도의 성격을 띠고 있다.
화려하고 열정적인 환상여행
이 판타지적인 협주곡을 구성하는 세 악장은 공히 코른골트가 1930년대에 쓴 영화음악들에서 비롯되었다. 우선 제1악장이 시작되면 흘러나오는 동경에 찬 D장조의 제1주제는 ‘또 다른 새벽(Another Dawn, 1937)’에서, 잔잔한 제2주제는 ‘후아레스(Juarez, 1939)’에서 가져온 선율이다. 첫 악장은 이 두 주제를 바탕으로 발전해 나가는데, 전체적으로 부드러우면서 화려한 흐름과 탐미적인 분위기가 두드러진다.
몽환적인 로망스인 제2악장에서 클라리넷이 제시하는 G장조의 주요주제는 1936년에 오스카상을 수상한 ‘앤소니 애드버스(Anthony Adverse, 1936)’에서 인용한 것이며, 신비스러운 중간부에흐르는 선율은 새로 작곡된 것으로 보인다. 마치 꿈결과도 같이 유려하고 감미로운 악장으로 시종 지속되는 바이올린 솔로의 선율미가 일품이며, 비브라폰, 하프, 첼레스타 등 다양한 타악기들이 동원된 반주부가 환상적인 색채를 더한다.
독주자에게 가장 민첩하고 화려한 연주력을 요구하는 제3악장은 힘차고 쾌활한 지그(jig, 영국에서 유래한 3박자 계열의 빠른 춤곡)로 출발하며, 감미로운 제2주제는 ‘왕자와 거지(The Prince and the Pauper, 1937)’의 주요 모티브에 기초한 선율이다. 민속무곡 풍의 활기차고 재기 넘치는 음률이 돋보이지만, 동시에 시적이고 서정적인 미감도 깃들인 피날레 악장이다.
작곡가가 초연자인 야샤 하이페츠의 연주에 보낸 찬사를 빌리자면, 이 곡을 이상적으로 연주하기 위해서는 독주자 안에 ‘카루소와 파가니니가 공존’해야 한다. 스코어는 과거 코른골트의 멘토였던 구스타프 말러의 미망인 알마 말러-베르펠에게 헌정되었다.
교향곡 제4번 E♭장조 ‘로맨틱’
Bruckner, Symphony No. 4 in E-flat major ‘Romantic’
Jacek Kaspszyk conducts Anton Bruckner's "Romantic" Symphony No. 4 in E-flat major (WAB 104)
글 : 황장원(음악 칼럼니스트)
< 연주시간 : 65분>
흔히 브루크너의 작품활동을 가리켜 ‘음악을 통한 신앙고백’으로 규정한다. 브루크너는 평생을 독실한 가톨릭 신자로 살았고, 교회에 봉사하면서 오르간을 늘 가까이 했으며, 신에게 음악을 바치는 것을 필생의 사명으로 여겼다. 그는 교향곡에 몰두하기 이전에 주로 오르간곡과 합창곡을 작곡했는데, 그 모든 작품들 역시 신에게 바쳐진 것이었다. 그 중에서도 특히 미사곡 제3번 F단조와 ‘테 데움 C장조’는 19세기 종교음악 장르의 기념비적 걸작으로 꼽힌다.
물론 교향곡에서도 브루크너의 종교적 자세는 기본적으로 유지된다. 그가 작곡한 교향곡들은 대개 신을 향한 믿음과 정열의 소산으로 간주되며, 그만의 숭엄·장대한 교향악 세계는 이른바 ‘삶의 고뇌를 통한 종교적 귀의의 엄숙한 표현’으로서 듣는 이에게 심오한 묵상의 순간과 경건한 감동의 울림을 선사한다.
그런데 이런 관점에서 보자면, 그의 교향곡들 가운데 가장 대중적인 제4번 E♭장조는 얼마간 이질적인 존재처럼 보인다. 일단 브루크너 자신이 붙인 ‘로맨틱’이라는 표제가 풍기는 뉘앙스가 그렇고, 도처에 산재한 감미로운 선율들과 회화적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는 묘사적ㆍ암시적 장면들 또한 그러하다. 특히 처음 세 악장에서 브루크너는 마치 오스트리아의 숲과 들에서 마주치게 되는 자연의 신비와 교감하고 있는 듯하며, 그가 존경해마지 않았던 바그너처럼 중세 전설 속의 그윽한 정경들을 호출하고 있는 듯하다.
브루크너의 첫 번째 장조 교향곡인 교향곡 4번은 독일에서 비교적 일찍부터 인기를 끌었다. 그 이유로 먼저 ‘로맨틱’이라는 표제와 특유의 암시적 기법들이 효과를 발휘한 점을 들 수 있겠고, 나아가 ‘독일적 기법’의 표상과도 같은 대위법이 이전 작품들에 비해 한층 정교해진 점, 그리고 장조의 밝은 음률로 오스트리아-독일의 자연을 환기시킨 면이 19세기 후반이라는 미묘한 시기에 민족주의적 정서를 자극한 점 등을 꼽을 수 있겠다.
브루크너가 이 교향곡에 착수한 것은 1874년으로, 그 무렵 그는 빈 음악원의 교수로 재직하면서 오스트리아를 대표하는 오르가니스트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여자 사범학교의 음악교수직을 겸하다가 스캔들에 휘말리기도 했고, 바그너에게 '교향곡 3번'을 헌정하고 빈의 바그너 협회에 가입함으로써 빈 음악계의 권력자이자 브람스파의 수장인 에두아르트 한슬릭의 눈 밖에 나서 곤란을 겪기도 했다. 어쩌면 그가 이 교향곡을 쓰면서 이전과는 사뭇 다른 자세와 시야를 견지했던 것이 그런 상황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는 아니었을까?
여하튼 브루크너는 1874년 1월 2일에 작곡에 착수하여 11월 22일에 일단 작품을 완성했다(제1고). 그러나 늘 그랬듯이 이번에도 자신감이 부족했던 그는 주위의 반응이 신통치 않자 작품의 악보를 출판하지도 초연을 추진하지도 않았다. 그리고 4년이 지난 1878년에 이르러 전면적인 개정 작업에 들어갔다. 그 결과 작품은 대폭 변경되었고, 특히 제3악장은 제1고에서와는 완전히 다른 형태로 교체되었다(제2고). 하지만 브루크너는 거기서 그치지 않고 2년 후인 1880년에 제4악장을 대폭 수정하여 새로운 피날레를 마련했다(제3고). 작품의 초연은 1881년 빈에서 한스 리히터가 지휘한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에 의해서 이루어졌는데, 그 과정에서 제2고와 제3고를 혼합한 형태에 다시금 손질이 가해졌으며, 이후에도 몇 차례 소폭의 개정이 추가되었다. 오늘날 이 교향곡은 로베르트 하스, 레오폴트 노바크 등 후대의 학자들이 그 모든 개정을 반영하여 정리한 악보(1878/80년판)로 연주되는 것이 일반적이며, 간혹 최초의 악보(1874년판)도 연주되고 있다. 물론 여기서는 일반적인 1878/80년판을 기준으로 살펴본다.
제1악장
첫 악장은 브루크너 특유의 세 개의 주제를 가진 소나타 형식으로 되어 있다. 곡이 시작되면 안개 자욱한 새벽녘을 연상시키는 현의 트레몰로 위로 호른이 제1주제를 아련하게 떠올리는데, 여기서 5도 음형으로 이루어진 소박한 동기가 장차 전곡을 통일하는 핵심 모티브로 기능하게 된다. 이 주제는 목관의 반복과 호른의 응답으로 펼쳐지고, 계속해서 ‘브루크너 리듬(2+3)’으로 일컬어지는 특징적인 음형이 가세하면서 점진적으로 고조된다. 음악은 심한 전조가 이루어지는 경과부에서 한 차례 힘차게 고조되고, 다시 분위기가 가라앉으면 제2주제가 등장하는데, 이번에 주제선율은 비올라에서 흐르지만 그보다 인상적인 것은 주제를 장식하는 바이올린의 오블리가토이다. 마치 안개가 걷히고 시야가 밝아진 가운데 햇살에 나뭇잎이 반짝이고 시냇물이 찰랑거리는 듯하다. 이것이 발전하여 템포가 빨라지면 앞서의 경과부에서 나타났던 하행 동기를 발전시킨 제3주제가 금관에서 강력하게 울려 퍼지고 음악은 세차게 돌진한다. 그리고 그 격렬한 흐름이 잠시 진정되는가 싶을 즈음 금관의 팡파르로 당당한 코랄 악구가 울려 퍼져 깊은 인상을 남기고, 음악은 조용한 경과부를 거쳐 발전부로 넘어간다. 이후 음악은 소나타 형식에 의거 철저한 발전부와 충실한 재현부를 거친 다음 긴 종결부에 이르러 마무리된다.
제2악장
꿈결처럼 감미롭고 그윽한 흐름에 우수와 비감을 가득 머금은 느린 악장이며, 브루크너 특유의 게네랄파우제(모두쉼표)가 사뭇 의미심장한 효과를 빚어내는 악장이기도 하다. 처음에 첼로가 꺼내놓는 제1주제는 유려하면서도 고뇌가 서려 있으며, 다른 현악기들의 피치카토를 수반한 채 비올라가 노래하는 제2주제는 더욱 깊은 정감을 자아낸다. 여기에 중간 중간 나타나는 교회 성가 풍의 울림과 흐름이 종교적 색채를 더하며, 발전부에서는 거장다운 대위법이 펼쳐진다.
제3악장
‘사냥의 스케르초’라 불리는 악장으로 전곡 가운데 가장 단순명쾌하고 흥미진진하다. 주부는 사냥에 나선 기사들의 뿔피리를 연상시키는 호른의 팡파르가 경쾌하면서도 힘차게 울리면 거기에 트럼펫이 메아리처럼 응답하는 식으로 진행된다. 또 ‘사냥 향연의 무곡’으로 불리는 중간부에서는 한결 온화한 분위기 속에서 랜틀러(오스트리아의 민속무곡) 풍의 음악이 흐른다.
제4악장
소나타 형식과 순환형식이 결합된 브루크너 특유의 장대하고 복잡다단한 피날레이다. 먼저 저현의 오르겔풍크트(페달음) 위에서 출발하는 42마디의 도입부가 나오는데, 이 도입부는 이 악장의 제1주제를 암시함과 동시에 제3악장의 스케르초 주부를 회상하는 2중의 기능을 지니고 있다. 이것이 최초의 클라이맥스에 도달하면 제1주제가 제시되고, 이어서 바이올린에서 6잇단음 모티브가 출현하여 제1악장의 제1주제와 융합한다. 이후 악상이 가라앉으면 얼마 후 제2주제가 목관에서 나타나 현악으로 이어지는데, 이 주제는 ‘브루크너 리듬(2+3)’을 지니고 있다. 이 주제들이 화려한 대위법적 발전을 보이고 나서 발전부로 넘어가는데, 그 진입부는 악장 첫머리의 도입부와 유사한 수법으로 처리되어 있다. 이와 비슷한 수법은 종결부에서도 나타나며, 결국 이 피날레는 최종적으로 제1악장 첫머리의 호른 주제가 서서히 떠올라 마침내 드높이 울려퍼지며 궁극적인 클라이맥스에 도달한 후 힘차게 마무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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