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그램]
모차르트 ‘피가로의 결혼’ 서곡
터니지 트럼펫 협주곡 ‘호칸’
말러 교향곡 4번
[ABOUT THE CONCERT]
세계 최대 클래식 시장 런던의 중심, 영국 음악문화를 대표하는 악단
영국 음악계가 보유한 최고의 자산 런던 심포니(LSO)가 수석 객원 지휘자 다니엘 하딩과 통산 10번째 내한공연을 개최한다. 1996년 하딩의 LSO 데뷔무대를 시작으로 20년 이상 음악적 관계를 지속하며 해온 이들 사이에는 가족이나 다름없는 음악적 유대감이 흐른다.
이번 내한공연은 한영 상호교류의 해를 기념하는 특별한 의미를 담아 기획되었다. 모차르트 ‘피가로의 결혼’ 서곡으로 시작하는 전반부에서는 영국 작곡가 터니지의 트럼펫 협주곡 ‘호칸’의 역사적인 한국초연무대가 호칸 하르덴베리에르의 협연으로 펼쳐진다. 시대를 대표하는 현대작곡가들이 앞다퉈 그에게만 트럼펫 신곡을 의뢰하는지, 그 배경을 확인할 수 있는 캐스팅이다.
메인 레퍼토리는 LSO의 2016/17시즌 정기연주회 프로그램 중 하나인 말러 교향곡 4번이다. 캐스팅역시 런던 현지와 동일하여, 바비컨센터를 서울로 옮겨놓은 듯한 최상의 하모니를 기대해도 좋다. 특히 이번 무대를 통해 처음 한국 청중을 만나는 소프라노 크리스티아네 카르크의 ?어난 독창을 눈여겨볼 만하다.
[ABOUT THE ORCHESTRA]
런던 심포니 London Symphony Orchestra
1904년 창단한 런던 심포니(LSO)는 100년 전통의 음악성과 현대적 화려함이 공존하는 정상의 교향악단이다. 2008년 그라모폰지 선정 세계 오케스트라 랭킹에서 로열 콘세르트허바우, 베를린 필, 빈 필에 이어 4위를 기록했다. LSO의 음악적 특징은 빈틈없이 충실한 사운드로 정의할 수 있으며, 지휘자의 개성을 잘 드러내주는 중용의 미덕을 갖춘 악단이라는 평가가 일반적이다.
LSO는 1982년 개관한 바비컨센터의 상주 오케스트라로 그곳에서 매 시즌 70여차례 정기연주회를 개최한다. 동시에 적극적인 해외 투어를 통해 영국 클래식을 세계에 알리는 전령사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악단은 자체 레이블인 LSO LIVE를 운영하는 등 레코딩 분야에서도 탄탄한 경력을 축적하였다.
악단은 앙드레 프레빈, 클라우디오 아바도, 마이클 틸슨 토마스 시대를 거치며 세계 특급 오케스트라의 반열에 올랐고, 2007년부터 2015년까지 수석 지휘자로 재임한 게르기예프는 말러와 러시안 레퍼토리를 통해 세계 정상의 위치를 공고히 했다. LSO는 2017/18시즌 수석 지휘자에 취임하는 사이먼 래틀과 새로운 시대를 개막한다.
[ABOUT THE CONDUCTOR]
다니엘 하딩 Daniel Harding
다니엘 하딩은 현시대의 주류 음악 질서를 리드하는 청년 지휘자의 선두다. 최연소 타이틀을 세우며 영국 음악계가 배출한 신동으로 주목 받던 그는 현재 파리 오케스트라 음악감독, 런던 심포니 수석 객원 지휘자, 스웨덴 방송교향악단 음악감독을 겸직하며 중견으로서의 입지를 다져가고 있다.
사이먼 래틀과 클라우디오 아바도의 가르침 아래 프로 무대에서 약진을 거듭해 온 하딩은 작품을 분석하는 비범한 어프로치로 평단을 매료하며 차세대 마에스트로 1순위에 이름을 올렸다. 그는 말러 챔버 오케스트라 음악감독, 트론헤임 심포니 수석 지휘자, 스웨덴 노르셰핑 심포니 수석 객원 지휘자, 도이치 캄머필하모닉 음악감독 등을 역임하였고, 로열 콘세르트허바우, 빈 필,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을 비롯한 주요 오케스트라를 정기적으로 객원지휘하며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런던 심포니와는 1996년 데뷔 연주를 시작으로, 2006년 수석 객원 지휘자에 취임하며 20년 넘게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ABOUT THE SOLOIST]
트럼펫 | 호칸 하르덴베리에르 Hakan Hardenberger
영국 더 타임즈가 “지상 최고의 트럼피터”라 극찬한 호칸 하르덴베리에르는 이 시대를 대표하는 솔리스트 중 한 명이다. 그는 클래식 레퍼토리를 매끈하게 소화하는 연주력과 새로운 레퍼토리를 꾸준히 탐구하는 도전정신을 두루 갖추었다.
하르덴베리에르는 베를린 필, 빈 필, 보스턴 심포니 등 세계 정상급 악단과 협연하였으며, 2016/17시즌 로열 콘세르트헤보우,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 런던 심포니의 투어에 함께한다. 리사이틀 무대에서는 퍼커셔니스트 콜린 커리, 피아니스트 롤란드 폰티넨과 주로 호흡을 맞춘다.
해리슨 버트위슬 경, 한스 베르너 헨체, 아르보 패르트, 마크 앤서니 터니지 등의 곡을 초연한 하르덴베리에르는 현대음악 해석에 있어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1999년 HK 그루버의 협주곡 `에어리얼(Aerial)`을 세계초연한 그는 2015년 안드리스 넬슨스가 이끄는 베를린 필 협연으로 이 곡의 70번째 연주를 마무리하며 현역 최고의 트럼피터임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소프라노 | 말린 크리스텐손
스웨덴 출생 소프라노 말린 크리스텐손은 왕립음악대학 출신이다.
오페라 활동으로는 LA와 리스본, 액상프로방스 페스티벌, 칠레 산티아고에서 <피가로의 결혼>의 수잔나 역을,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에서 동 오페라의 바르바리나 역을, 휴스턴 그랜드 오페라와 헬싱키 페스티벌에서 <돈 조반니>의 체를리나 역을, 바덴바덴에서 <베르테르>의 소피 역을, 바르샤바 베토벤 페스티벌에서 <피델리오>의 마르첼리네 역을, 드로트닝홀름 극장에서 <포페아의 대관>의 드루실라 역을, 글라인드본 페스티벌에서 <앨버트 헤링>의 미스 워즈워스 역을, 코벤트 가든에서 <파르지팔>의 꽃처녀 역을, 몽펠리에와 샤틀레 극장, 빈 페스티벌에서 <마술피리>의 파파게나 역을 소화한 바 있다.
최근 크리스텐손은 야니크 네제 세갱/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와 바흐의 마태 수난곡, 피노크/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와 크리스마스 오라토리오, 넬슨스/보스턴 심포니와 미사곡 B단조, 블롬슈테트/스웨덴 방송교향악단과 베토벤 교향곡 9번, 비켓/오슬로 필하모닉과 하이든의 <천지창조>, 하딩/런던 심포니와 오르프의 <카르미나 부라나>, 넬슨스/버밍엄 심포니와 모차르트의 미사곡 C단조, BBC 프롬스에서 리튼/BBC 심포니와 닐센의 <푸넨에서의 봄>, 존 윌슨/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와 <박쥐>의 아델레, 쉘리/뉘른베르크 심포니와 말러 교향곡 4번 등 여러 지휘자 및 오케스트라와 함께 폭 넓은 작품들을 연주하였다.
BBC 프롬스, 루체른 페스티벌, 데이토나 페스티벌 등 다양한 무대에서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크리스텐손은 최근 쇠너고르/예블레 심포니, 네스징거/오르후스 심포니, 맨즈/헬싱보리 심포니, 야콥스, 래버디 & 레온하르트/계몽시대 오케스트라, 벨로훌라베크/BBC 심포니, 티치아티/스코틀랜드 챔버 오케스트라, 볼린/샌프랜시스코 심포니, 드네브/로열 스코틀랜드 국립 오케스트라, 드 빌리/리옹 오페라 오케스트라 등과 함께 작업하였다.
크리스텐손은 비뇰스와 위그모어홀, 카도간홀, BBC 프롬스, 바스 모차르트 페스티벌 등 다수의 리사이틀 무대에 올랐으며, 이 외에도 함부르크 라이스 할레, 취리히 톤할레, 위그모어홀, 사이먼 레퍼와 시티 오브 런던 페스티벌, 그리고 말콤 마티노와 함께 옥스포드 리더 페스티벌에서 볼프의 이탈리아 가곡집을 연주하였다.
Le Nozze di Figaro - Mozart - OVERTURE (Solti) [1]
Turnage Trumpet Concert (1/3)
말러 <교향곡 제4번>
Symphony No.4 in G major
Gustav Mahler, 1860-1911
말러의 교향곡 제4번은 그가 빈 왕립 오페라의 지휘자가 되고 난 후 작수한 초기작인 교향곡 제2번, 제3번과 더불어 3부작을 이루는 작품이기도 하다. 말러는 1899년 8월 ‘아우스제로’ 피서를 가서 ‘마이어니히’에 땅을 구입하여 별장을 짓고, 다음해부터 여름 휴가기간에 이 별장에서 본격적으로 작곡에 착수했다. 하지만 그의 의도대로 작곡은 순탄하게 진행되지 않았다. 그 이유는 건강염려증이 있던 그에게 날씨는 중요한 변수였는데, 당시 그곳의 일기가 좋지 않아 작곡이 어렵다고 친구들에게 불평을 토로했다고 한다. 그래서인가, 말러는 이곳에서 <어린이의 이상한 뿔피리> 중 한 곡인 '기상나팔'을 겨우 완성했을 뿐이다. 그러나 그에게 주어진 여름휴가 기간은 속절없이 흘러가고 남은 시간은 겨우 10일 밖에 없었다. 여름 휴가철이 아니면 작곡을 할 시간이 없었던 말러로서는 남은 10일 동안 작곡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고 다행스럽게도 교향곡의 절반 이상을 불과 10일 만에 완성했다. 그리고 최종적으로는 다음해인 1900년 8월 5일 완성하였고, 이듬해인 1901년 최종판의 수정작업을 완료했다.
교향곡 제4번은 그의 작품 중 가장 짧지만, 모차르트의 교향곡을 연상케 할 정도로 밝고 쾌활하다. 원래 이 곡은 전작인 교향곡 3번만큼이나 규모가 큰 6악장의 복잡한 구성을 계획했었는데, 최종적으로 4악장으로 축소하여 완성하였다. 그리고 마지막 제4악장은 이미 1892년에 작곡했던 소프라노를 위한 가곡 <천상의 삶>을 활용하였는데, 이 가곡은 천국을 바라보는 아이의 시선을 노래한 것이다. 원래 이 노래는 교향곡 제3번의 7악장에 넣으려고 했던 <아이가 나에게 말한 것>인데, 이 노래가 제4악장에 사용된 것이다. 이렇게 볼 때, 아마도 말러는 3번 교향곡에서 원래 피날레로 쓰려고 했던, '천국의 삶'을 기반으로 교향곡 제3번과 쌍을 이루는 작품을 만들려고 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교향곡 제4번은 규모가 장대한 교향곡 1,2,3번과는 달리 길이도 짧고 곡의 분위기도 그렇게 심각하지 않은 곡이어서 말러는 비로소 청중들에게 호평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다고 한다. 악기도 무거운 느낌을 주는 트롬본과 튜바는 사용하지 않았고, 팀파니도 이전 곡들과는 달리 절반으로 축소했다. 또한 악기편성도 4관에서 3관 편성으로 줄였다.
초연은 1901년 11월 25일 뮌헨에서 있었는데, 초연의 반응은 말러의 예상을 완전히 빗나가 버렸다. 청중들은 이미 말러 교향곡의 학습효과로 작품의 성향을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었는데, 교향곡 제4번은 이전 교향곡처럼 다이내믹하고 열화와 같은 음향이 없었던 것이다. 곡은 너무 부드럽고 서정적이기까지 하자, 실망한 청중들은 나머지 4악장에서는 약간의 야유도 있었다고 한다.
1st Bedächtig, nicht eilen
제1악장은 ‘아주 천천히’라고 지시되어 있다. 곡은 아이들이 행복한 천국의 세계를 나타내듯, 방울소리와 플루트에 의한 사랑스러운 서주가 있다. 이어 제1바이올린이 감상적이고 격조높은 제1주제를 연주한다. 제2주제는 첼로로 이어지고 이 주제를 다른 악기들이 이어받는다. 발전부도 서주처럼 방울과 플루트로 시작한다. 이어 호른과 오보로 제1주제가 변형되어 나오고, 다시 바이올린으로 제2주제의 전개풍이 아름답게 이어진다. 계속 제1주제를 사용하여 바이올린이 유연하게 연주되면서 점점 속도를 높여 빠르고 화려하게 악장을 마친다.
2nd In gemächlicher Bewegung, ohne Hast
제2악장은 ‘유쾌한 움직임으로’라고 지시되어 있다. 트리오를 두 번 연주하는 스케르초다. 말러는 이 악장에서 “친구 하인은 연주한다.”라고 쓴 적이 있는데, 여기서 하인은 '죽음의 신'을 일컫는 별칭이며, 이는 독주 바이올린으로 연주한다. 이것은 ‘죽음의 무도’인 셈이다. 이어 호른과 목관의 울림이 더해지면 독주 바이올린이 렌틀러 풍의 선율을 연주한다. 곡은 밝아지다가, 서주의 음형이 관으로 이어지고 제1트리오로 들어간다. 여기서는 목관이 한가롭게 연주하면 독주 바이올린이 이것을 전개풍으로 다룬 다음 제2트리오가 오는데, 이것은 제1트리오의 재료로 이루어지고, 조용히 악장을 마친다.
3rd Ruhevoll, poco adagio
제3악장은 ‘평온하게’라고 지시되어 있다. 아주 순수하게 정화된 악장이다. 먼제 첼로가 제1주제를 노래한다. 거기에 바이올린이 대위선율을 덧붙인다. 제2주제는 오보로 시작되고 이것을 바이올린이 이어 받아 절망적인 탄식의 노래를 들려준다. 이어 제1변주가 시작되는데, 이 변주는 속도감이 있는 빠른 형식으로 클라리넷과 첼로가 연주한다. 제2변주는 첼로가 춤곡풍을 연주하면, 거기에 제2주제의 변주가 이어진다. 제3변주는 포코 아다지오로 느려지고, 제4변주에서는 장대한 클라이맥스가 구축된다. 이어 부드럽고 친밀한 느낌으로 저음현과 하프의 움직임 속에 곡은 신비적인 조용한 분위기를 빗어내면서 사라지듯 악장을 마친다.
4th Sehr behaglich
제4악장은 ‘지극히 화기애애하게’라고 지시되어 있다. 제1부는 클라리넷과 목관악기가 하늘나라와 같은 평화로움을 들려준다. 이어 소프라노 독창으로 “우리들은 천상의 기쁨을 즐긴다. 때문에 세속적인 것은 모른다. 속세의 시끄러움은 천상에서는 들리지 않는다. 모든 것은 최고의 온화한 안식 속에서 생활하고 있다.....”라고 노래한다. 이 가사는 <소년의 마술 뿔피리>에서 취한 것이다. 이어 <성 베드로는 천상에서 지켜본다>가 이어진 후 제1부가 조용히 끝난다. 이 멋진 선율은 이 악장에서 여러 번 나타난다. 제2부는 제1악장의 도입부에 나왔던 방울소리의 동기로 시작되는데, 여러 가지의 타악기와 목관이 가볍게 연주된 뒤 “요한은 어린 양을 마굿간에서 끌어내 오고 도살자 헤롯은 기다린다. 우리들은 관용으로 순결한 귀여운 한 마리의 어린 양을 희생시킨다.....”라고 노래한다. 제3부는 독창으로 “모든 종류의 좋은 야채가 천국의 농원에 있다. 좋은 아스파라가스, 완두콩 그 외 모든 것이 있다.”라고 노래한다. 제4부는 플루트와 바이올린이 신비하게 천국의 분위기를 제시한다. 이어 독창으로 “지상에는 이 천상의 음악과 비교할 수 있는 것은 없다.”라고 천국의 훌륭함을 강조한다. 그리고 조용하게 노래가 끝나면 하프와 잉글리쉬 호른에 이어 마지막으로 콘트라베이스만이 남아 조용하게 마무리 한다.
<가져온곳/까페;영원에서 영원으로/글쓴이;석랑>
Mahler - Symphony No 4 in G major - Haitink
Mahler Symphony No 4 G major, Leonard Bernstein Wiener Philharmoniker
‘펑~’ 갑자기 조명 꺼진 암흑 무대, 흔들림 없던 런던심포니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는 그동안 9번 한국에 왔다. 이달 열리는 공연이 꼭 10번째다. 콜린 데이비스, 세르주 첼리비다케, 베르나르트 하이팅크 등 쟁쟁한 지휘자들과 함께 한 공연 중 애호가들이 기억하는 무대는 무엇일까. 한 무대에 섰던 연주자, 음악 칼럼니스트 등 4인이 꼽은 런던심포니의 베스트 내한공연을 글을 받고 구술을 정리해 소개한다. 10번째 내한공연은 이달 20일 오후 8시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진취적인 지휘자 다니엘 하딩(42)의 지휘로 열린다.
정확하고 싱싱한 소리 귀에 선해
1964년 서울시민회관에서 열린 런던심포니의 첫 내한. [사진 빈체로]
이상만(음악평론가)
1964년 런던심포니가 한국에서 첫 연주한 날을 생생히 기억하는 이유는 공연이 한 시간쯤 늦춰졌기 때문이다. 비행기 연착과 같은 문제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러나 더 선명히 기억하는 것은 부드러운 음색이다. 영국 악단 특유의 신사적인 소리로 연주한 드보르자크 교향곡 7번이 기억난다.
런던심포니는 단원이 악단의 주인인 주식회사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그 때문인지 단원들은 성심성의껏 음을 다듬어 연주했다. 대거 영입된 우수한 연주자들의 개인기가 특히 훌륭했다. 호른 수석 배리 터크웰의 정확하고 싱싱한 소리는 아직도 떠오를 정도다. 또 2013년 작고한 지휘자 콜린 데이비스가 불과 37세였으니 얼마나 젊고 살아있는 연주였겠는가. 그 후로도 런던심포니 내한 공연을 여러번 봤지만 이 무대가 유독 기억나는 건 비단 지연된 시작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이렇게 순발력 있는 악단이 있을까
80년 세르주 첼리비다케가 지휘한 내한 공연. [사진 빈체로]
김영욱(바이올리니스트)
1975년 서울에서 재주가 엄청난 지휘자 앙드레 프레빈과 모차르트 협주곡 5번을 연주했다. 그와의 공연은 아마 수십 번째였을 거다. 그 이전에 뉴욕·LA·피츠버그 등에서 그 도시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는 프레빈과 협연했다. 서울에서 런던심포니와 이 곡을 연주할 땐 무엇보다 오케스트라의 순발력이 인상적이었다. 미국 악단들은 적어도 세 번 리허설을 했는데 런던심포니는 한 번에 끝냈다. 그만큼 새로운 곡을 빨리 익히고 수준급으로 연주해내는 악단이었다. 리허설은 한 번이어도 무대 위 호흡엔 아쉬울 것이 없었다.
런던엔 오케스트라가 많다. 런던필, BBC심포니, 필하모니아 모두 좋은 오케스트라지만 런던심포니가 단연 돋보인다. 클라우디오 아바도, 마이클 틸슨 토머스, 발레리 게르기예프 등 화려한 이름들이 상임 지휘자로 거쳐간 역사가 그 증거다. 내년 부임하는 사이먼 래틀로 그 정점을 찍을 듯하다.
지휘자 특성 최대한 살리는 저력도
한정호(음악칼럼니스트)
1996년 11월 10일 서울 예술의전당. 피아니스트와 지휘자·악단의 탐색전이 한창일 즈음, 무대 조명이 갑자기 펑 소리와 함께 꺼졌다. 건반이 제대로 보일까 우려될 만큼 무대는 갑자기 어두워졌다. 하지만 연주자와 오케스트라는 흔들리지 않았다. 오케스트라는 런던심포니, 지휘자 정명훈, 피아니스트는 백혜선이었다.
런던심포니는 수많은 정기 연주회와 녹음, 투어 덕에 갑자기 맞닥뜨린 사건에 적응하는 순발력이 대단하다. 노장이 투어에 함께 할 땐, 보통 조수 지휘자를 붙여 비상 상황에 대비한다. 2013년 하이팅크 내한 때도 데이비드 아프캄(당시 30세)이 곁을 지켰다.
지휘자와 호흡도 짧은 시간에 잘 맞춘다. 한 음악감독을 오래 두는 서유럽 악단과 달리, 런던심포니는 객원 지휘자군을 넓히고 각 지휘자의 특성을 단시간에 최대한 살리는 형태로 단체의 저력을 강화했다.
포근한 구름처럼 표현해내다니!
2013년 내한한 베르나르트 하이팅크(왼쪽)와 악장 카르미네 라우리. [사진 빈체로]
2014년 다니엘 하딩과 피아니스트 김선욱. [사진 빈체로]
2017년의 런던심포니 [사진 빈체로]
류태형(음악칼럼니스트)
2013년 3월 1일 현악기로 솜사탕처럼 쌓은 음색을 실연에서 오랜만에 만났다. 런던심포니와 지휘자 베르나르트 하이팅크의 무대. 그들이 연주한 브루크너 교향곡 9번은 힘찬 아드레날린 대신 포근한 구름을 그려냈다.
런던심포니의 큰 특징은 지휘자의 스타일을 잘 반영한다는 점이다. 빈 필하모닉의 경우 어떤 지휘자가 와도 악단 고유의 소리가 난다. 그러나 런던심포니는 지휘자에 따라 천양지차다. 지휘자의 의도를 이해하고 그 색채·개성을 그대로 표현하는 런던심포니의 사운드는 앰프에 따라 다채롭게 변하는 영국제 모니터 스피커를 떠올리게 한다. 또한 최신 기술을 받아들인 음반 녹음, 다양한 미디어 활용으로 21세기 악단이라는 이미지를 확고하게 부여받고 있다. 독일·오스트리아에 비해 이렇다할 클래식 전통이 없었던 영국에 런던 심포니가 음악 제국을 이루는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김호정 기자 wiseh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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