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스테의 베토벤 교향곡 제4번
지휘 유카페카 사라스테 Jukka-Pekka Saraste, conductor
비올라 브렛 딘 Brett Dean, viola
시벨리우스, 전설
Sibelius, En Saga, Op. 9
브렛 딘, 비올라 협주곡
Brett Dean, Viola Concerto
베토벤, 교향곡 제4번
Beethoven, Symphony No. 4 in B-flat major, Op. 60
베토벤의 교향곡 4번은 그의 교향곡 중 가장 규모가 작은 작품 중 하나이지만, 이 사실만으로 이 교향곡을 판단하면 오산이다. 이 곡은 힘과 환희로 넘치며, 베토벤의 천재성 가운데 밝고 화창한 면을 드러낸다. 아이디어와 상상력으로 가득한 이 공연을 생동감 있게 마무리해줄 것이다. 쾰른 서독일 방송 교향악단 수석지휘자인 핀란드출신의 유카페카 사라스테는 모국의 작곡가 시벨리우스의 선물과도 같은 작품으로 공연의 막을 올린다. 시벨리우스의 교향시 ‘전설’이다. 이어지는 곡은 이 시대 호주 작곡가 브렛 딘의 비올라 협주곡이다. 환상적이며 빛나는 걸작이라 할 수 있다. 딘의 음악에는 질문과 모색, 불안한 평화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작곡자 자신이 솔로이스트로 협연하는 만큼 작품의 의도를 정확히 전달할 것으로 기대된다.
지휘 유카페카 사라스테 Jukka-Pekka Saraste, conductor
그가 지휘하는 작품은 베토벤, 브람스, 쇤베르크,
그리고 스트라빈스키를 막론하고 뛰어나게 표현된다.
유카페카 사라스테는 뛰어난 음악적 깊이와 진실함을 통해 동 세대 뛰어난 지휘자 중 한명으로 발돋움 해왔다. 핀란드 헤이놀라 출신인 그는 헬싱키의 시벨리우스 음악원에서 지휘자 요르마 파눌라에게 지휘를 사사하기에 앞서 바이올리니스트로 음악계에 몸 담았다.
그는 다양하고 폭 넓은 음악성을 갖춘 음악가로서 후기 낭만주의 음악의 사운드와 스타일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갖고 있다. 동시에 그는 뒤티외, 린드베르그, 살로넨, 그리고 사리아호를 포함한 현대음악 작품과 깊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그는 볼프강 림의 ‘삼중 협주곡’ 세계초연, ‘Transitus’ 독일 초연을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에서 지휘했으며, 프리드리히 체르하의 ‘세개의 관현악 소품’과 파스칼 뒤사팽의 ‘바이올린 협주곡’의 세계 초연을 쾰른 필하모닉에서 지휘했고, 필립 쉘러의 ‘Songs from Esstal I, II, et III’과 카르미네 에마누엘레 첼라의 ‘Reflets de l’Ombre‘의 세계 초연을 파리 살플레옐에서 선보인 바 있다. 또한 그는 현대음악을 전문으로 하는 아반티 체임버 오케스트라의 공동 설립자로도 잘 알려져 있다.
유카페크 사라스테는 2010년부터 쾰른 WDR 라디오 심포니의 상임지휘자로 활동해왔으며 2015년에 계약 연장이 확정되어 2018/19시즌까지 역임 할 예정이다. 그는 2006년부터 2013년까지 오슬로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음악감독과 상임지휘자를 지냈으며, 그의 임기 마지막 연도에는 오슬로 필하모닉 최초의 명예 지휘자로 임명되었다. 그는 스코티시 체임버 오케스트라(1987-1991), 핀란드 라디오 심포니 오케스트라(1987-2001), 그리고 토론토 심포니 오케스트라(1994-2001)에서 수석지휘자로 활동하고 BBC 심포니 오케스트라(2002-2005)에서는 수석 객원지휘자를 역임했으며, 핀란드 라디오 심포니 오케스트라에서는 임기 종료 후 명예 지휘자로 임명되기도 했다. 그는 최근 라티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예술고문으로 활동 중이며, 핀란드 체임버 오케스트라를 설립해 예술고문을 맡고 있다. 그는 핀란드 체임버 오케스트라의 타미사리 페스티벌을 창설해 축제의 예술 감독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의 객원 지휘 활동으로는 런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 뮌헨 필하모닉,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 바바리안 라디오 심포니, 로열 콘서트허바우 NHK 심포니 오케스트라, 파리 오케스트라, 그리고 북유럽의 여러 주요 오케스트라를 포함한 다양한 오케스트라에서의 협연이 있다. 또한 북미지역에서 그는 클리브랜드 오케스트라, 보스턴 심포니, 시카고 심포니, 샌프란시스코 심포니, LA 필하모닉, 뉴욕 필하모닉, 그리고 몬트리얼 심포니 오케스트라를 지휘 한 바 있다.
그가 참여한 여러 음반들 중에는 핀란드 라디오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녹음한 시벨리우스와 닐센 교향곡 전집이 있다. 또한 그는 토론토 심포니 오케스트라와의 연주로 녹음한 버르토크, 뒤티외, 무소륵스키, 그리고 프로코피예프 작품집을 핀란디아 레이블로 발매해 평론가들로부터 극찬을 받았다. 특히 그가 오슬로 필하모닉과 녹음한 말러 ‘교향곡 제6번’ 음반은 많은 사람들로부터 인정받았다. 게다가 그가 헨슬러 레이블로 발매한 WDR 라디오 심포니 오케스트라와의 음반들은 음악전문가들로부터 높은 호평을 받았는데 이에는 쇤베르크의 ‘펠레아스와 멜리장드’, 스트라빈스키 ‘불새’, 브람스 ‘교향곡 제1번’과 ‘교향곡 제3번’. 그리고 말러 ‘교향곡 제 5번’과 ‘교향곡 제9번’이 있다. 그의 최근 음반으로는 2016년 10월 발매된 브루크너 ‘교향곡 제8번’이 있다.
유카페카 사라스테는 핀란드 예술가들에게 주어지는 최고 훈장인 프로 핀란디아 메달과 시벨리우스 메달, 그리고 핀란드 스테이트 음악상을 수상했다. 또한 그는 토론토 요크 대학과 헬싱키 시벨리우스 음악원에서 명예박사학위를 수여한 바 있다.
비올라 브렛 딘 Brett Dean, viola
브렛 딘은 그가 14년간 베를린 필하모닉 비올리스트로 활동하며 몸담았던 독일로 이주하던 해인 1984년 이전까지 호주 브리즈번에서 수학했다. 그의 세대 세계적인 연주자 중 한 사람으로 자리매김한 그의 작품들 중에는 그의 아내인 헤더 베츠(Heather Betts)의 작품을 포함해 그가 언어적, 정치적, 환경적, 또는 시각적으로 영감을 얻어 작곡한 작품들이 대부분이다. 그의 작품은 사이몬 래틀, 안드리스 넬슨스, 마린 알솝, 데이비드 로버트슨, 그리고 시모네 영 등 세계적인 지휘자 및 오케스트라로부터 촉망받고 있다.
1988년에 작곡을 시작한 그는 초창기에 작곡가이자 즉흥연주자로서 실험영화와 라디오 프로젝트에 집중적으로 참여했다. 그는 작곡가로서 꾸준히 명성을 쌓아올렸는데, 특히 그의 클라리넷 협주곡 ‘아리엘의 음악’(1995)은 유네스코 산하의 국제 작곡가 연단(IRC)으로부터 수상헌데 이어 ‘현악과 샘플러, 테이프를 위한 카를로’(1997)를 작곡해 세계적으로 인정 받았다. 2000년에 작곡 활동에 집중하기 위해 자신의 고향인 호주로 돌아 간 그는 현재 호주 멜버른과 독일 베를린을 오가며 생활하고 있다.
그는 2009년에 그의 바이올린 협주곡 ‘The Lost Art of Letter Writing’으로 그로마이어 상(작곡상)을 수상했으며, 2016년에는 호주 의회에서 수여하는 돈 뱅크스 음악상(Don Banks Music Award)를 수상하며 호주 음악계에 대한 그의 지속적이고 막중한 기여를 인정받기도 했다. 2010년 호주오페라단에 의해 초연 된 그의 첫 오페라 곡 ‘Bliss’는 이후 함부르크 오페라단과 에딘버러 국제 페스티벌을 통해 연주되기도 했다. 그의 최근 위촉작으로는 대형 관현악 합창곡 ‘The Last Days of Socrates’이 있으며 이는 2013년 사이먼 베를린 필하모닉, 베를린 방송교향악단에서 사이먼 래틀의 지휘로 초연되었고, 멜버른 심포니와 LA 필하모닉에 의해 공동 위촉되었다. 2013 그라페네크 페스티벌에서는 그의 트럼펫 협주곡 신작인 Dramatis Personae가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 덴마크 국립 심포니, 버밍엄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트럼페터 호칸 하르덴베리에르의 협연으로 초연되었다.
브렛 딘은 비올리스트 겸 지휘자로 활약하며 다수의 연주활동을 펼치고 있으며, 2005년 이후로는 세계 여러 주요 오케스트라들과 함께 비올라 콘체르토를 연주해오고 있다. 그는 타고난 실내악주자로, 다른 여러 협연자 및 앙상블들과 함께 그가 작곡한 실내악 작품, 그리고 기존 작곡가들의 레퍼토리를 연주하고 있다. 그의 최근 주요활동으로는 도릭 현악사중주단, 샤론 앙상블, 그리고 알반 게르하르트와 함께 한 프로젝트들이 있다. 그는 작곡가, 연주자 뿐만 아니라 지휘자로서도 널리 인정받고 있으며, 그의 창의적인 프로그래밍은 주로 본인의 작품과 다른 작곡가들의 작품의 조합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그의 최근 주요 지휘활동에는 시드니 심포니, LA 필하모닉, 콘서트허바우 오케스트라, 멜버른 심포니 오케스트라, BBC 필하모닉, 예테보리 심포니 오케스트라, 토론토 심포니 오케스트라, 톤퀸스틀러 오케스트라, 로열 노던 신포니아와의 협연과, 스웨덴 체임버 오케스트라 상임 음악가로서의 활동이 있다.
그는 2016/17 시즌에 글라인드본 오페라 페스티벌에서 닐 암필드 감독, 블라디미르 유로프스키의 지휘로 연주되는 그의 오페라 신작 ‘햄릿’(리브레토: 매튜 조슬린)의 세계 초연을 앞두고 있다. 앨런 클레이튼이 타이틀롤을 맡게 되는 이 공연에는 바바라 해니건, 사라 코널리, 그리고 존 톰린슨이 출연한다.
그는 시드니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빼어난 상주 음악가로, 2016년부터 시작된 그의 3년간의 여정은 지휘, 연주, 그리고 데이비드 로버트슨과 함께하는 공연 프로그램 기획과 같은 다양한 활동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현재 BBC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상주 음악가이기도 한 그는 조슈아 바일러슈타인의 지휘로 ‘From Melodious Lay’의 세계초연을, 러셀 브론과 함께 ‘Knocking at the Hellgate’의 영국초연을 선보인 바 있다.
작곡가로서 브렛 딘의 활동은 2016/17 시즌에 빛을 발한다. 우선 슈투트가르트 체임버 오케스트라의 연주로 그의 작품 ‘Music of Memory’가 세계 초연되었으며, 그 외에도 그의 주요작품들이 연주 될 예정이다. 또한 그는 2016/17 시즌 타이완 필하모닉의 상주 음악가로, 2017년 홍콩 국제 실내악 축제의 상주 작곡가로 활동한다. 이번 시즌에 그는 서울시향, 마인츠 국립극장 오케스트라와 그의 ‘비올라 협주곡’을 연주하고 미국의회도서관에서 ‘Rooms of Elsinore’의 세계 초연을 선보이며, 독일 메클렌부르크-포어포메른 페스티벌에 출연할 예정이다.
브렛 딘은 BIS, Chandos, Warner Classics, ECM Records, 그리고 ABC Classics 레이블을 통해 음반을 발매해왔으며, 2016년에는 BIS 레이블을 통해 자신의 작품 ‘Shadow Music’, ‘Testament’, ‘Short Stories’, 그리고 ‘Etudenfest’을 스웨덴 체임버 오케스트라와 함께 직접 지휘하여 녹음·발매했다. 그의 ‘비올라 협주곡’ 또한 시드니 심포니와 함께 작업해 BIS 레이블로 발매해 가디언으로부터 “뛰어나고 음악적인 연주자이자, 인상 깊은 작곡가다. 작곡가로서의 브렛 딘의 역량을 확인할 수 있는 훌륭한 쇼케이스”라는 평을 받았다. 그는 최근 호주오페라단, 엘가 호와트와 ‘Bliss’를 녹음해 호평을 얻었으며, 그리고 앨리슨 벨, 도릭 현악사중주단과 함께 ‘Epitaphs‘, ‘Eclipse’, ‘String Quartet No.2 (“And once I played Ophelia”)’을 녹음했다. 그가 호칸 하르덴베리에르, 예테보리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함께 녹음 한 그의 작품 ‘Dramatis Personae’은 BIS 레이블을 통해 발매 될 예정이다.
Sibelius: En saga, Op. 9 - Okko Kamu, Lahti Symphony Orchestra
Brett Dean: Viola Concerto / RSPO / Oramo
Brett Dean: Dramatis personae, for trumpet & orchestra (Hardenberger, Boston SO)
Beethoven, Symphony No.4, Op.60
베토벤 교향곡 4번
Ludwig van Beethoven
1770-1827
베토벤의 교향곡들 중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작품들은 대개 홀수번호의 교향곡들이다. <교향곡 3번> ‘영웅’과 <교향곡 5번> ‘운명’, 리듬이 강조된 <교향곡 7번>과 성악이 들어간 <교향곡 9번> ‘합창’은 오늘날 베토벤 교향곡들 중 가장 자주 연주되고 있으며 강하고 투쟁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어 가장 베토벤다운 음악으로 여겨진다. 반면 베토벤의 짝수번호 교향곡들 중에서 <교향곡 제6번> ‘전원’을 제외한 나머지 작품들은 우아함과 유머 감각을 갖추고 있음에도 그다지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 아마도 베토벤의 짝수 교향곡들이 베토벤 음악에 대한 일반적인 이미지와는 달리 여성적이고 서정적이며 유머러스한 점이 많기 때문인지 모른다. 그러나 짝수번호 교향곡들은 베토벤 음악의 색다른 모습을 담고 있기에 더욱 흥미롭다.
여성적, 서정적 특성을 가진 베토벤의 짝수 교향곡
베토벤의 짝수번호 교향곡들 중에서도 <교향곡 4번>은 그 뛰어난 작품성에 비해 그다지 널리 연주되지 않고 있어 아쉬움을 남긴다. 이 곡은 베토벤이 남긴 교향곡 중에서도 영웅적이고 남성적인 힘으로 가득한 <교향곡 3번> ‘영웅’과 <교향곡 5번> ‘운명’ 사이에 낀 작품이기에 작곡가 슈만은 이 교향곡을 가리켜서 “두 명의 북구 거인 사이에 끼인 그리스의 미인”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슈만이 이 작품을 그리스 미인이 비유했듯이 4번 교향곡은 고전적 명랑함과 아름다움이 조화를 이룬 걸작이다.
여기서 ‘그리스’라는 말은 이 작품의 고전적인 특성을 가리키고 ‘미인’이라고 한 것은 <교향곡 4번>이 <교향곡 3번>과 <교향곡 5번>에 비해서 여성적인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만일 베토벤 <교향곡 4번>을 ‘그리스의 미인’에 비유한다면 그 미인은 아주 활동적이고 발랄하고, 또 변덕스럽기도 한 미인일 것이다. 왜냐하면 이 그리스 미녀는 1악장에서부터 종잡을 수 없는 모습으로 변덕스럽게 등장하기 때문이다.
베토벤의 <교향곡 4번>에는 베토벤의 <합창 교향곡> 1악장에나 나타나는 혼란스럽고 신비로운 서주가 나오는가 하면, 하이든 풍의 활기찬 음악도 들을 수 있으며, 아다지오 악장의 숭고한 아름다움과 베토벤의 장난기와 유머도 나타나고 있어 무척 변화무쌍하다. 이는 하이든의 고전주의 교향곡의 명랑한 활기와 유머 감각을 많이 닮았다. 그러나 베토벤이 이 곡에서 보여준 것은 하이든의 고전주의보다 한 발자국 더 나아간 세련된 고전주의라 할 수 있다.
이미 <교향곡 3번> ‘영웅’에서 낭만주의적인 음악을 선보였던 베토벤이 그 다음 교향곡을 이렇게 생기발랄한 고전적으로 작곡한 것은 다소 의외다. 아마도 베토벤은 <교향곡 4번>의 작곡을 의뢰한 프란츠 폰 오퍼스도르프 공작의 취향을 배려하여 고전주의적인 음악양식으로 되돌아간 듯하다. 베토벤은 1806년에 오퍼스도르프 공작의 영지인 북부 슐레지엔 지방을 방문한 적이 있는데 당시 그곳에서 베토벤은 자신의 <교향곡 제2번>을 선보였다. 하이든도 마음에 들어 했던 이 교향곡은 고전적인 정신과 우아한 서정성을 지니고 있었으며 아마도 오퍼스도르프 공작의 마음에도 들었을 것이다. 베토벤은 작품 의뢰인인 오퍼스도르프 공작을 위해 공작이 이미 들어본 적이 있는 자신의 <교향곡 제2번>의 고전적인 스타일에 준하여 새로운 교향곡 작곡에 착수했고, 그 결과 베토벤의 가장 낭만적인 <교향곡 제3번>에 이어지는 <교향곡 제4번>은 고전적인 명랑함을 지니게 되었다.
반전과 활력, 유머와 위트.. 베토벤의 색다른 매력
1803년경의 베토벤의 모습. 1806년에 완성한 <교향곡 4번>에는 유머, 고전적 미와 같은 베토벤의 색다른 모습이 나타나 있다.
1807년 3월, 베토벤의 <교향곡 4번>이 그의 <코리올란 서곡>과 <피아노 협주곡 4번>과 함께 프란츠 조세프 폰 로브코비츠 공작의 저택에서 초연되었을 때 대부분의 청중들을 1악장 도입부의 느린 템포와 떠도는 화성에 어리둥절했을 것이다. 악보에 표시된 조성 기호에 따른다면 분명 이 도입부는 B플랫 장조가 되어야 하지만 들리는 음악은 B플랫 단조이며 매우 신비롭고 어두운 색채로 가득하다. 1악장의 느린 서주가 현악기의 피치카토(현을 퉁기는 주법)가 가미된 관악기의 화음으로 시작되면 현악기들이 심각한 분위기 속에서 3도 하행 선율을 연달아 연주한다. 베토벤은 이 신비로운 서주 부분에서 매우 과감한 전조를 감행해 B플랫 단조에서 갑작스럽게 B단조로 건너뛰기도 하는데, 이 부분은 마치 전혀 다른 시공간의 차원으로 이동하는 듯 기묘한 느낌을 전해준다. 또다시 C장조와 d단조로 정처 없이 흐르는 조바꿈이 계속되다가 팀파니와 화려한 트럼펫이 가세하면서 드디어 1악장의 악상은 확실한 윤곽을 잡기 시작한다.
팀파니와 트럼펫에 힘입어 곧바로 전체 오케스트라가 힘차게 빠른 알레그로 비바체 부분에 진입하면 바이올린이 경쾌한 주제를 연주하면서 1악장의 활기 찬 제1주제가 연주되는데, 신비로운 도입부와는 완전히 대조되는 이 주제는 잠시 후 목관악기들이 릴레이를 하듯 연주하는 장난기 어린 제2주제로 이어진다. 전체적으로 간결한 형식미와 위트가 돋보이는 1악장은 간결하고 명쾌한 형식으로 음악에 추진력을 더하는 베토벤의 개성을 느낄 수 있는 음악이다.
2악장에서 베토벤은 매우 느린 ‘아다지오’(Adagio)의 템포 기호를 사용한다. 이는 <교향곡 제9번> 3악장에 나타나는 템포로, 베토벤의 다른 교향곡들에 비해 매우 느리고 장중한 성격을 지닌다. 제2바이올린으로 연주되는 부점 리듬의 반주음형을 타고 흐르는 제1바이올린의 노래는 마치 천상의 음악처럼 아름답고 신성하다. 그러나 때때로 제2바이올린의 반주음형이 전면에 나타나 강박적으로 반복되며 아름다운 제1바이올린의 주제와 대비된다.
3악장은 전형적인 스케르초의 빠른 템포의 위트 넘치는 음악이지만, 형식이 크게 확장되어 있어 눈길을 끈다. 대개의 스케르초는 리듬이 강조된 스케르초 부분에 이어 소수의 악기들로 실내악적으로 연주되는 트리오 부분이 나온 후 다시 처음의 스케르초로 되돌아가는 단순한 'ABA' 형식을 취하지만, 이 곡에서 베토벤은 이 악장 뒷부분에 스케르초와 트리오, 스케르초를 더하여 규모를 좀 더 확장했다.
베토벤의 <교향곡 제4번>은 바이올린과 목관악기의 뛰어난 기교가 요구되기 때문에 오케스트라 연주자들에게는 다소 부담을 주는 작품이기도 한데, 이런 특징은 4악장에서 가장 두드러진다. 제1바이올린 주자들은 마치 파가니니의 <카프리스>를 연주할 때처럼 매우 빠른 16분 음표들을 끊임없이 연주해야하고 바순과 클라리넷 주자 역시 중간 중간 매우 빠른 악구를 화려하게 연주해내야 하기에 4악장은 연주자들에게 꽤 부담이 되는 곡이다. 하지만 그만큼 청중에게는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장간과 즐거움을 전해주는 음악이기도 하다.
베토벤은 시종일관 빠르게 질주하는 4악장의 마지막 부분에서 갑자기 바이올린과 바순이 주제 선율을 느리게 주고받는 악구를 끼워 넣어 청중을 어리둥절하게 만든다. 하지만 곧바로 빠르게 휘몰아치는 템포로 음악을 마무리하는데, 이는 베토벤이 구사한 음악적 유머 가운데 최고 수준이라 할 만하다. 초연 당시 베토벤이 이 교향곡에서 선보인 유머 감각과 정교한 작곡기법은 그다지 주목받지 못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몇 년 후인 1811년, 독일의 <일반음악신문>은 교향곡 3번과 5번 사이에 가려 빛을 보지 못한 이 걸작 교향곡에 대해 다음과 같이 썼다.
베토벤의 <교향곡 4번>은 아직까지 그다지 잘 알려진 작품은 아니지만, 위트로 가득한 작품이다. 엄숙하면서도 아름다운 서주와 격정적이고 화려하며 임찬 알레그로, 세련되며 우아한 안단테와, 완전히 독창적이며 놀랍고 매혹적인 스케르초, 그리고 매우 효과적인 피날레로 이루어진 작품이다. 무엇보다 이 작품은 즐거우며, 이해하기 쉽고, 매우 매력 있다.
만일 베토벤의 <운명 교향곡>이나 <합창 교향곡>에 익숙한 청중이라면, 베토벤의 <교향곡 4번>에서는 뜻밖의 반전과 활력을 느끼며 베토벤 음악의 새로운 면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Beethoven - Symphony No 4 in B-flat major, Op 60 - Thielema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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