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후기(클래식 2016년)

2016 서울시향/엘리아후 인발의 말러 교향곡 7번/2016.3.18.금

나베가 2016. 3. 17. 00:30


Symphony No.7 'Lied der Nacht'

말러 교향곡 7번 ‘밤의 노래’

Gustav Mahler 1860-1911





말러 교향곡 7번은 말러의 교향곡들 가운데서도 가장 어려운 작품으로 손꼽힌다. 그러나 실상 이 곡을 들어보면 흥미진진한 소리로 가득한 음악적 만화경 같아서 그 다채로운 음향 세계에 집중한다면 의외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말러의 교향곡 7번 역시 교향곡 5번과 마찬가지로 어두운 분위기에서 빛나는 승리의 음악으로 마무리되는 5악장 구성의 교향곡이다. 그러나 광명이 찾아오는 시점은 조금 다르다. 교향곡 5번에선 3악장을 전환점으로 하여 4, 5악장에서 사랑과 기쁨에 찬 빛의 음악이 찾아오지만, 교향곡 7번에선 마지막 5악장이 시작되기 전까지는 결코 찬란한 광명의 음악을 들을 수 없다.
무려 네 악장에 걸쳐 어두운 밤의 음악이 흐르고 있는 탓에, 작곡가 자신이 표제를 붙이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교향곡 7번은 종종 ‘밤의 노래’라 불리기도 한다. 이는 이 교향곡의 2악장과 4악장에 ‘Nachtmusik’(밤의 음악)라는 타이틀이 붙어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5악장만큼은 밝고 찬란한 음악임에도 교향곡 7번을 ‘밤의 노래’라 부르는 것이 어색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아마도 밤의 음악이 너무나 오래 계속되는데다 5악장의 찬란함이 너무나 갑작스러워 비현실적으로 느껴지기 때문이리라.

밤의 신비롭고 관능적인 이미지
악장별 작곡 순서만 보아도 교향곡 7번의 핵심 개념은 ‘밤’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말러는 1904년 여름에 먼저 ‘Nachtmusik’(밤의 음악)이란 제목의 2악장과 4악장을 먼저 완성한 후 이듬해 여름에 나머지 1, 3, 5악장을 완성했다. 작곡 순서로 볼 때 밤의 악장인 2, 4악장을 바탕으로 나머지 악장들이 탄생한 셈이다. 따라서 교향곡 7번의 ‘밤’은 어떤 의미인지를 이해하는 것이 이 교향곡을 이해하는 열쇠가 될 것이다.
1908년에 말러 교향곡 7번이 프라하에서 초연될 당시 말러의 숭배자들은 이 교향곡에 ‘밤 여행’이라는 타이틀을 붙이자고 제안했는데, ‘밤 여행’이라는 아이디어는 독일 낭만주의 문학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주제다. 7번의 ‘밤의 노래’ 악장들을 작곡할 당시 아이헨도르프의 시에 심취했었던 말러는 이러한 ‘밤 여행’의 아이디어에서 음악적 영감을 얻었던 것 같다. 낭만주의 문학에서 ‘밤 여행’은 매우 위험한 개념이기도 하다. 낭만주의 작가 호프만이 말했듯 밤은 내면의 평화와 고요한 시간일 뿐만 아니라 어두움의 세계에 속한 초자연적인 힘이기도 하기에. 밤은 우리에게 안식을 주면서 동시에 우리를 위협할 수도 있다. 그것이 밤이 지닌 이중성이다. 이러한 이중적 이미지는 말러의 음악 속에서 장ㆍ단조의 교차와 불규칙한 악절로 표현되면서 긍정과 부정이 뒤섞인 묘한 불안감을 풍긴다.


1악장은 갖가지 밤의 소리로 가득하다. 목관악기들은 밤의 새소리와 풀벌레 소리 같은 신비로운 음향을 만들어내는가 하면 하프와 바이올린이 꿈에 그리던 천상의 음악을 들려주기도 한다. 무엇보다도 느린 도입부에서 현악기의 인상적인 리듬을 바탕으로 펼쳐지는 테너 호른의 솔로야말로 밤의 혼란스런 느낌을 잘 표현하고 있다. 테너 호른은 정통 클래식 오케스트라에서는 잘 사용되지 않는 악기로 호른과 튜바의 음색을 섞어 놓은 듯한 음색을 지니고 있다. 거리의 음악이나 군악대에서 간혹 사용되던 테너 호른을 과감하게 편성해 색다른 밤의 선율을 만들어낸 말러의 독창적인 음향 감각은 감탄스럽다.
느린 도입부에 이어 템포가 빨라지면서 본격적으로 주요 주제들이 등장하는데, 그중 첫 번째 주제는 고전음악에선 드물게 4도 음정을 중심으로 하고 있어 매우 현대적으로 들린다. 1악장의 핵심은 역시 발전부 말미에 하프의 연주에 이어 바이올린이 고음으로 연주하는 천상의 음악이라 하겠다. 제시부의 제2주제를 바탕으로 한 이 부분에는 말러 교향곡 2번의 4악장 ‘근원의 빛’(Urlicht)의 선율이 인용되고 있어서 더욱 정화된 분위기를 풍긴다. 그러나 근원의 빛은 곧 사라지고 4도 음정으로 쌓아올린 난해한 제1주제가 수수께끼 같은 질문만을 남긴 채 1악장을 끝낸다.


‘밤의 음악’이란 타이틀이 붙어 있는 2악장에서 본격적인 밤으로의 행진이 시작된다. 행진이 시작되기 전 주위를 환기시키는 호른의 멜로디가 힘차게 울려 퍼지고 멀리서 이에 답하는 메아리가 들려온다. 몇 차례의 부름과 응답이 이어진 뒤 밤 속으로 향하는 불안한 행진이 시작되는데 그 행진곡은 밤에 대한 알 수 없는 두려움을 나타내듯 장조와 단조가 교차하며 희망과 절망의 공존을 표현해낸다.

위협적인 죽음의 왈츠와 되찾은 환희


3악장은 죽음의 그림자가 어른거리는 무시무시한 음악이다. 말러는 이 악장에서 19세기 빈을 상징하는 왈츠 리듬을 넣어 ‘죽음의 왈츠’라는 독특한 음악을 만들어냈다. 말러는 도입부에 ‘그림자처럼’(schattenhaft)이라는 지시를 써 넣었는데, 과연 첫 도입에서부터 그림자와 같이 불확실한 혼돈만이 있을 뿐 명확한 선율을 찾아낼 수가 없다. 여기저기서 멜로디의 파편과 날카로운 악센트가 갑작스럽게 튀어나왔다가는 황급히 사라져버린다. 이는 마치 우리 눈앞에 어지럽게 출몰하는 유령의 그림자 같은 음악이다. 영원히 끝날 것 같지 않은 끊임없는 음의 연속, 탄식하는 듯한 목관의 선율, 여기저기에 악센트가 붙은 기괴한 왈츠가 이어진다. 그리고 마지막에 이 모든 음악의 단편들을 조각조각 이어 붙인 몽타주 음악이 연주되면서 기괴한 악마의 춤은 막을 내린다.


두 번째 ‘밤의 음악’인 4악장은 달콤한 바이올린 솔로로 시작된다. 2악장이 밤으로의 행진곡이라면 4악장은 밤의 세레나데다. 독주 바이올린의 비상하는 선율은 밤의 낭만적 감성을 일깨우며 로맨틱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연인의 창가에서 부르는 전통적인 세레나데와 마찬가지로 이 악장에도 기타와 만돌린 등의 발현악기(손가락으로 현을 퉁겨 연주하는 현악기)가 편성되어 세레나데의 분위기를 강조한다. 밤의 신비로움과 관능적인 분위기가 감도는 4악장에 대해 음악학자 슈페히트는 “사랑과 신비로운 속삭임, 연못의 파문, 그리고 오래된 마을 광장에 서 있는 보리수의 살랑거리는 소리들로 가득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5악장이 시작되면 갑자기 노골적인 C장조의 온음계 화성과 기쁨에 들뜬 오케스트라의 환희가 터져 나온다. 그 순간 여태까지의 부정적이고 어두웠던 밤의 이미지는 완전히 사라져버린다. 길고 긴 밤 여행으로 인한 여독이 채 풀리기도 전에 아무런 예비도 없이 갑작스럽게 등장하는 팀파니의 타격과 C장조의 노골적인 장3화음은 듣는 이를 어리둥절하게 한다. 지나치게 밝고 화려해서 도무지 이런 갑작스런 환희가 믿어지지 않을 정도다.
그래서 철학자이자 음악학자인 아도르노는 5악장에 대해 “화려한 외부와 궁핍한 내부 사이의 불균형”이라 비판했고, 음악학자 데릭 쿡 역시 이 악장을 실패작으로 보기도 했다. 그러나 바그너의 <마이스터징어 전주곡>과 레하르의 <유쾌한 미망인> 왈츠의 인용구, 그리고 우아한 미뉴에트와 터키 풍의 삽입구 등 잡다한 음악의 메들리로 이루어진 이 찬란한 음악이 듣는 이의 마음을 한껏 들뜨게 하는 것만은 분명하다.



Mahler: Symphony No. 7 in E Minor : Eliahu Inbal / Tokyo Metropolitan Symphony Orchestra 2013




곡의 구성 - 밤의 음악

제1악장 느리게 Langsam (Adagio)-allegro

학자들마다 발전부나 제시부의 위치, 코다의 위치에 관해 조금씩 해석 기준이 다르기는 하지만 이 악장은 소타나 형식으로 간주되고 있다. 말러의 음악이 아무리 진보적이어도 형식적인 면에서 그는 언제나 독일 음악의 모습을 버리지 않았으며, 동시에 개성적으로 이 형식들을 활용했다는 것을 이 연재를 통해서 쉽게 확인 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 악장도 마찬가지이다.

도입부는 테너 호른이 이끄는 아리오소로 시작된다. 도입부에 관해 말러는 '발정난 수탉처럼 으르렁거린다'라고 언급하기도 했지만, 동시에 신비한 분위기를 형성하고 있으며 말러답게 장송 행진도 포함하고 있다. 발전부의 소재로서 주요하게 다루어지는 소재는 도입부 뒤에 등장하는 제1주제나 제2주제 외에도 제시부의 종결부를 들 수 있다.

도입부는 여러 가지로 이 악장을 지배한다. 제2주제를 살펴보면 둘째 마디 동기가 그대로 도입부의 아리오소 주제와 일치한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리듬 역시 도입부의 장송 행진을 활기 있게 변화시킨 것이다. 제2주제는 앞 주제와는 대조적으로 부드러우며 현에 의해 주 멜로디가 연주된다. 이 멜로디는 R. 쉬트라우스의 <짜르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하였다>(1896년 작곡)의 한 멜로디와 몹시 유사하다는 지적을 받는다. 그 다음 제시부의 종결부는 도입부의 행진 주제를 이용해 시작된다. 학자에 따라서 발전부의 위치가 조금씩 다르기는 하지만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세 주제 그룹이 주 발전 소재로 사용된다. 도중에(번스타인의 DG 음반에서는 트랙 6) 2번 교향곡의 '원광(原光, Urlicht)' 주제가 등장하는 부분이 있는 것을 음감이 예민한 독자라면 느낄 것이다. 악기사용에서 많이 다르지만 재현부의 순서는 제시부를 거의 그대로 따르고 있으며 코다가 이어진다. 이 악장의 가장 이상한, 무언가 편안하지 않은 느낌을 주는 화성 중 하나가 제1주제에서 등장한다. 악보를 들여다보면 계속 4도 진행으로 이루어지고 잇는 것을 알 수 있는데, 많은 학자들이 쇤베르크의 <실내 교향곡 1번> Op. 9가 1909년에 쓰여진 사실을 지적하면서 이를 근거로 쇤베르크가 말러의 교향곡에 경도된 것은 당연하다라는 결론을 내렸다. 이런 모습은 말러의 가장 현대적인 모습 중 하나인 것이다.

2악장. 밤의 음악. 알레그로 모데라토 Nachtmuisik 1 (allegro modrato)



2악장의 전체 구조는 대강 다음과 같이 나눌 수 있다. 도입부-주부-트리오1-트리오 2-주부-트리오 1-도입부. 대칭의 간단한 구조로 보이지만 사실 그리 간단한 것은 아니며 간주부(intermezzo)가 트리오 1과 2 사이에, 트리오 2와 주부 사이에 끼여들며, 도입부 역시 악장의 시작과 마지막 외에도 트리오 2 중간에 삽입되어 있다. 주부에서는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으뜸조 전환이 이루어지며 데오도르 아도르노는 이런 계속되는 변조가 곡의 조성을 모호하게 만들면서 이 곡을 진보적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평가한다.

  


   

말러는 이 악장의 독특힌 분위기를 렘브란트의 그 유명한 <야경(夜警>(1642년 암스테르담 국립 미술관)과 비교했다. 알폰스 디펜브로크는 "말러가 그 그림을 음악으로 묘사하려 했던 것은 아니며, 단지 비교를 위해 언급했을 뿐이다. 이것은 밤의 여행이다. 말러는 그 그림의 경비 그룹(렘브란트는 이 그림에 등장하는 민병대의 모든 인물에게 그림 갑을 받았다고 한다)을 떠올렸다고 말했다"라고 전하고 있다.

3악장. 스케르쪼. 그림자처럼 Scherzo


Scherzo

   

이 스케르쪼의 구조는 주부-트리오-주부-몽타주-코다로 나눌 수 있을 것이다. 이 스케르쪼의 무시무시한 소동에 대해서는 많은 학자들이 주목을 하고 있어, 알폰스 디펜브로크와 장마테르는 종류의 괴물들이 웃고 비명을 지른다고 표현했고, 페르디난트 라이틀러는 다섯 악장 중에서 이 악장이 가장 독창적이라고 단언하고 있다. 스케르쪼에 빈번히 등장하는 글리산도가 이런 섬뜩한 느낌을 가지도록 하는데 한몫 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죽음의 무곡'으로 불리는 스케르쪼와 부드러운 트리오는 완전히 대비된다 카를 바이글이 "지속적이고 끊임없이 달아나고 질주하고 쫓아가는 부분들이 활기찬 무곡 리듬과 부드럽고 꿈결같은 멜로디(트리오)에 의해 중단된다"라고 말하고 있을 정도이다. 주부를 구성하고 있는 소재들 중에서는 왈츠도 있다. 이 왈츠 역시 2악장의 소재와 마찬가지로 으뜸조로 전조된다. 재현부라고 부를 수도 있을 마지막 부분에서 말러가 몽타주하고 있는 곳을 트리오의 멜로디와 바로 이 왈츠이다. 이 두 주제는 변형되고 서로 결합하여 등장하게 된다. 이어지는 코다에서는 주부의 첫 동기와 으뜸 전조의 왈츠가 이용되어 점점 짧아지면서(세 마디에서 두 마디로, 한 마디로, 2분음 길이로) 끝난다.

'그림자처럼(혹은 그림자가 진)'이라고 붙은 이 악장의, 때로는 가볍기도 하면서도 폭력이 얼룩진 분위기에 대해서 콘스탄틴 플로로스는 R. 쉬트라우스의 <틸 오일리겐슈피겔의 유쾌한 장난>에 비교하기도 하고, 앙리 루이 드 라 그랑쥬는 베를리오즈의 <환상 교향곡> 중 '마녀들의 연회'에 비교하기도 한다. 악장의 제목에 대해서는 직접적인 설명보다는 이런 비교를 언급하는 것이 오히려 나을 것이다. 말러가 구체적으로 남긴 것도 없거니와 '꿈보다 해몽이 더 좋은' 해석은, 말러가 그토록 싫어했던 프로그램의 오해만을 남길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제4악장. 밤의 음악. 안단테 아모로소 Nachtmusik 2 (andante amoroso)


Nachtmusik 2

   

이 악장의 구조는 3부 구조를 변형시킨 것으로서 주부-발전부-트리오-재현부-코다 순서로 구분할 수 있다. 주부는 또 A-B-A1-C-A2의 론도식 구조를 가지고 있어서 리하르트 슈페흐트 같은 음악가는 A 주제를 후렴구라고 부르기도 했다.

이 '밤의 음악'은 첫 번째 '밤의 음악'과는 또 다르다. 첫 번째 '밤의 음악'이 뭐라고 형언할 수 없는 다소 애매모호한 분위기를 만들었다면 이 악장은 '밤의 음악'이라는 타이틀 그대로 완전한 세레나데이기 때문이다. 단지 기타나 만돌린이 사용되기 때문은 아니며 악장 전에의 분위기가 그러하다. 말러는 이 분위기를 위해 의도적으로 트럼펫, 트롬본, 튜바, 타악기 등의 무거운 악기를 제외시켰으며, 남은 관악기의 규모도 대폭 줄여서 사용했다. 이 악기 사용에 대해서는 쇤베르크가 유난히 인상이 깊었던지 말러에 대한 프라하에서의 강연(191년)에서도 이 부분을 중요하게 지적했다. 그는 기타의 사용이 "한가지 효과만을 위한 것이 아니고, 전체 악장이 이 소리에 의존한다"고 말했다. 그래서인지 쇤베르크의 1921년 작 세레나데 Op. 24에서도 이 곡과 마찬가지로 만돌린과 기타가 등장한다.

앞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알마 말러는 이 곡에 대해 "찰랑거리는 분수, 독일 낭만주의인 아이헨도르프의 시적 감흥"을 이야기했는데, 콘스탄틴 플로로스는 "찰랑거리는 분수"가 니체의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도 등장한다는 사실을 지적한다. 갑자기 무언가 깨달아버린 도인 짜라투스트라가 들려주는 이야기인(조로아스터 敎의 변종?)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는 밤이라는 소재가 중요하게 다루어지는 작품 중에 하나이고, 말러가 높이 평가한 책이기도 하다.

굳이 이 작품분만 아니라 다른 말러의 곡 해석에도 이 책은 종종 인용된다. 3번 교향곡 4악장의 가사가 이 책으로부터 인용되었다는 사실을 얼른 떠올리실 것이다. 콘스탄틴 플로로스가 언급하고 있는 구절을 여기에서 인용하자면 다음과 같다.

지금은 밤 : 이제 모든 분수의 목소리가 커진다.

그리고 내 영혼 역시 뛰어오르는 분수다.

지금은 밤 : 이제야 모든 연인들의 노래가 깨어난다.

그리고 내 영혼 역시 이 연인들의 노래다.

제5악장. 론도-피날레 Rondo finale


Rondo finale

 


 

7번 교향곡의 마지막 악장은 늘 논란을 불러일으킨다. 이 악장이 너무 앞의 악장들과 동떨어져 잇기 때문이다. 계속 애매모호(曖昧模糊)하거나 밤의 분위기가 계속 되다가 논리 없이, 중간 단계도 없이 요란한 팡파르가 이 악장에서 터져 나오기 때문이다.

초기 말러를 좋아한 학자들은 이 악장의 긍정적인 면을 높이 평가하고 있지만, 아도르노 이후의 해석가들은 주로 이 악장에 대해서 비판적이다.

" 이 악장은 연극적, 완고한 온음계, 이런 푸른 하늘은 축제 목장 근처에나 있는 것."(아도르노), "과시하는, 세기 전환 스타일의, 기묘한 오케스트라 효과의 질 나쁜 농담이다."(카를 슈만), "심하게 문제가 될 만한 교향적 개념의 오점(汚點)"(한스-클라우스 융하인리히), "이 악장의 리토르넬로는 SF 영화의 음악에나 어울리는 주제" (유윤종)

이 동네북의 구조는 론도인데, 론도 주제는 여러 가지로 변형되어 가면서 8번이나 등장한다. 이 리토르넬로(주로 바로크에서 사용되는 후렴구. 여기서는 론도 주제)가 여러 소재와 섞여(크게는 두 개의 대주제를 들 수 잇다) 워낙 자주 등장하다 보니 전개가 발전적이라기 보다는 연속적이라고 설명할 수 있다. 요란스럽게 등장하는 리토르넬로는 듣는 것도 재미있지만 보는 것도 재미있다.

첫 팀파니 도입부에서 트레몰로로 한 박자씩 반복해서 두드리는 낮은 A 음과 G음은 상당히 동떨어진 거리의 두 팀파니를 사용하기 때문에(한 조의 팀파니에서 거의 양 쪽 끝에 위치하는 두 팀파니), 이 두 음을 빠르게 오가기 위해 팀파니스트는 허리를 재빠르게 한 박자 씩 반복해서 약 70도 가량 꺾어야 하는 노동이 필요하다. 아마 허리가 약한 팀파니스트는 연주를 못할 것이다.

 


 

말러는 마지막 악장을 '세계는 나의 것'이라는 개요를 가지고 설명했고, 에밀 구트만에게 보낸 편지에서 이 작품을 '우선 쾌활한 작품'이라고 언급했다. 이 악장의 마지막에서는 카우벨을 비롯한 종소리들이 반복해 사용되며, 이 종소리를 플로로스는 말러가 영원을 상징하는 것이라고 해석하기도 한다. 말러는 아마도 5번 교향곡에 이어 또 다른 밝은 승리의 결론을 내리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단지 논리의 대명사인 5번 교향곡에 비해 구조적인 설득력이 부족했던 것은 아닌지.

일찍이 한스 페르디난트 라이틀리히는 순수하게 기악곡으로 작곡된 말러의 중기 세 교향곡이 가지고 있는 유사점을 지적하면서, 이러한 유사함이 '정신적'이나 '형이상학적'인 것이 아니라 '물리적'인 것이라고 표현했다. 특히 6번과 7번 교향곡은 몇 가지 점에서 공통점을 가지고 잇"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소방울'의 사용과, 무엇보다 6번 교향곡에서 지적한 바 있는 '장단조 리듬'이다. 말하자면 한 장조가 즉시 으뜸조(같은 으뜸음을 가진 단조)로 이어지는 부분이 종종 등장한다는 것이다. 브람스도 이런 수법을 흔히 사용하였고, 누구보다 슈베르트가 중간부나 코다에서 이런 방법을 자주 사용하였지만, 말러의 경우는 짧은 프레이즈 내에서 변화하는 바람에 그 프레이즈가 장조인지 단조인지 애매 모호하다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중기의 세 곡은 각자 뚜렷한 개성을 지니고 있어 이 정도의 구분으로 두 곡을 비교한다는 것은 어느 정도는 피상적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