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후기( 클래식 2015년)

서울시향/오스모 벤스케의 베토벤 교향곡 5번/2015.11.13/예술의 전당

나베가 2015. 11. 12. 23:03

 

 

 

 


11월 13일 (금) 오후 8:00 /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지휘
오스모 벤스케 Osmo Vanska, conductor
클라리넷 카리 크리쿠 Kari Kriikku, clarinett

프로그램
시벨리우스, 포횰라의 딸 Sibelius, Pohjola's Daughter, Op. 49
하콜라, 클라리넷 협주곡 Hakola, Clarinet Concerto
베토벤, 교향곡 5번 Beethoven, Symphony No. 5, Op. 67

핀란드 지휘계를 이끄는 선두주자 중 하나인 오스모 벤스케가 처음으로 서울시향 지휘대에 오릅니다.

메인 프로그램은 모든 교향악 레퍼토리의 상징적 존재와 같은 베토벤 교향곡 5번.

벤스케가 미네소타 교향악단과 녹음한 베토벤 교향곡 전집은 파이낸셜 타임스로부터 ‘클라이버-빈필 이후 최고의 연주’라는 찬사를 받았으며,

시벨리우스 교향곡 1, 4번은 그래미상을 수상한 바 있습니다. 역시 핀란드인인 클라리네티스트 크리쿠는 핀란드

현대작곡가 하콜라의 협주곡을 협연합니다.

그는 이 곡을 온딘 레이블로 내놓은 바 있으며, 2014년 9월 뉴욕필과 진은숙의 클라리넷 협주곡을 협연하였습니다.

 

지휘 오스모 벤스케 Osmo Vanska, conductor

 

오스모 벤스케(1953년생)은 클라리네티스트 출신으로 핀란드  음악대학인 시벨리우스 아카데미에서 에사페카 살로넨, 유카페카 사라스테 등 거장들을 길러낸 요르마 파눌라 아래에서 수학했다. 그는 1982년 브장송 지휘 콩쿠르에서 우승한 이후 2008년까지 라티 심포니의 수석 지휘자를 맡아 오케스트라를 비약적으로 발전시켰다.
 
아이슬란드 심포니, BBC 스코티시 심포니 등의 수장을 거쳤으며 현재 미국 미네소타 오케스트라의 음악감독 겸 수석 지휘자를 맡고 있다.
 
이번 연주회에서 벤스케와 서울시향은 핀란드의 국민작곡가 시벨리우스의 교향시 ‘포휼라의 딸’로 문을 열며 베토벤 교향곡 5번 ‘운명’을 메인 프로그램으로 선보인다. 베토벤 교향곡 전곡 레코딩으로 격찬을 받은 오스모 벤스케와 도이치 그라모폰 레이블로 베토벤 교향곡 5번을  녹음에 호평을 받은 서울시향의 이번 무대는 놓치기 아까운 만남일 것이다.

 

클라리넷 카리 크리쿠

 

“카리 크리쿠의 연주는 숭고한 능란함이 있다. 연주할 수 있고 들을 수 있는 것의 한계에서 5천명의 관객은 집단적으로 숨이 차올랐다.” (더 타임즈, 2007년 8월 BBC 프롬스 리뷰)

 

카리 크리쿠는 스탠더드 클라리넷 레퍼토리의 훌륭한 해석자일 뿐만 아니라 현대음악 분야의 권위자로 인식되고 있다. 전통적 레퍼토리에 대한 음악적 창의성과 신선한 해석으로 화려한 경력을 쌓아왔다.

많은 작곡가들이 그를 위해 작품을 작곡하였는데, 마그누스 린드베리의 클라리넷 협주곡은 그에 의해 40회 넘게 연주되었으며, 비쉬코프가 지휘하는 BBC 심포니와의 협연으로 BBC 프롬스에서 매진이 되기도 하였다. 유카 티엔수의 ‘푸로’ 역시 많은 찬사를 받았으며 두 번째 협주곡 ‘미사’는 스코티시 체임버 오케스트라와 탐페레 필하모닉의 공동 위촉으로 카리 크리쿠에 의해 2007년 봄 세계 초연되었다.

2008/09 시즌에 리스본의 굴벤키안 오케스트라, 세묜 비쉬코프 지휘의 서독일 쾰른 방송 교향악단, 사카리 오라모 지휘의 로열 스톡홀름 필하모닉, 미코 프랑크 지휘의 로테르담 필하모닉 등과 협연하며, 뉴질랜드 심포니와 피에타리 인키넨 지휘로 협연한다. 2008년 8월 카리 크리쿠는 뉴욕 모스틀리 모차르트 페스티벌에서 오스모 밴스캐의 지휘로 협연하였다. 그 외에도 그는 블라디미르 아쉬케나지, 앨런 길버트, 로렌스 포스터, 수산나 말끼, 에사 페카 살로넨, 유카 페카 사라스테 등과 협연한다.

2008년 올리비에 메시앙 탄생 백주년을 기념하여 카리 크리쿠는 스티븐 오스본, 비비아네 하그너, 알반 게르하르트와 함께 “세상의 종말을 위한 사중주”를 리스본 굴벤키안 재단, 런던 위그모어홀, 버밍엄 타운홀 등에서 연주하였다. 로열 스톡홀름 필하모닉과의 협연에서는 아방티 사중주단과 함께 키모 하콜라의 클라리넷 오중주와 협주곡 등을 연주한다.

카리 크리쿠의 음반은 온딘 레이블로 나오고 있는데, 극찬과 함께 많은 상을 수상한 린드베리의 클라리넷 협주곡이 대표적이다. 키모 하콜라의 클라리넷 작품 레코딩은 핀란드 야네상을 수상했고, 온딘 레이블에서 나온 베버 협주곡 음반은 결정반으로 평가받고 있다. 2009년 봄에는 “바자(Bazaar)”라는 음반이 나오는데, 중동과 클레즈머의 음악적 스타일에 영향받은 클라리넷과 현을 위한 음악들이 들어있다.

 

아방티 체임버의 예술감독으로 1998년부터 일하고 있는 크리쿠는 이 단체의 실험적인 연주그룹인 ‘험프아방티’에 열정적으로 참여하면서 탁월한 드러머로서의 재능을 발휘하고 있고 5현 블루그래스 밴조도 연주하고 있다. 험프아방티는 EMI 블루노트 레이블로 첫 번째 음반을 발매했다.

 

 

Sibelius - Pohjola's Daughter, Op 49 - Vänskä

 

 

 

 

 Kari Kriikku - Kimmo Hakola - Clarinet Concerto(2001)


오스모 벤스케의 베토벤 교향곡 5번
핀란드 명장이 들려주는
서늘한 시벨리우스, 상쾌한 베토벤

기다리는 자에게 복이 있나니. 그를 주목해온지 어언 20년. 그러나 1999년과 2003년, 그리고 2006년에도 당시 자신의
오케스트라였던 라티 심포니와 함께 한 세 차례의 아시안 투어가 대한민국을 비껴갔으므로 우리는 그를 그냥 지나쳐야했다.
이웃 일본의 요미우리 니폰 심포니와 히로시마 심포니를 객원 지휘했으면서도 한국의 오케스트라들은 외면했던 지휘자가
마침내 우리 곁을 찾아온다. 오스모 밴스케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이영진(의사, 음악 칼럼니스트)

 

베토벤 교향곡 5번 ‘운명’
BEETHOVEN, Symphony No. 5 in C minor

만약 외계인이 방문해 모든 클래식 음악 가운데 단 한 곡만을 추천해달라고 한다면 여러분은 어떤 곡을 선택하겠는가? 단언할 수는 없지만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베토벤 교향곡 5번 ‘운명’을 택할 것이다. 아홉 곡의 베토벤 교향곡 가운데, 아마도 세상의 모든 곡들 가운데 가장 널리 알려졌으면서 저마다의 뇌리에 굵고 뚜렷하게 아로새겨진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전통적인 교향곡 구조인 4악장으로 되어 있는데, 악장 하나하나가 애매한 구석이 전혀 없고 역동성과 긴장감을 더욱 극대화하는 악기들의 운용이 돋보인다. 베토벤의 모토인 ‘암흑에서 광명으로’ ‘투쟁으로부터 승리로’ 나아가는 고난과 극복의 모습이 먹구름 낀 날씨와 화창한 날 청명한 대기처럼 뚜렷하다.
한편, 비평가들은 ‘운명’ 교향곡의 특징을 ‘불규칙성의 기적’이라고 말한다. 베토벤이 당시 곡을 구성하기 위해서 으레 지켜지던 모티브의 구성이라든지 리듬의 진전, 악장의 구성 규칙을 넘어서서 그로부터 벗어나 뛰어난 곡을 썼기 때문이다. 프레이즈나 리듬의 구성이 예상치 못한 곳에서 뒤바뀌기도 하고 끝악장에서 발휘되는 놀라운 힘도 큰 의미에서 리듬의 불규칙성에 기인하는 것이다.
베토벤은 “더 아름다운 것을 위해서 파괴하지 못할 규칙은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이는 고전주의를 넘어서 낭만주의로 다가선 베토벤의 혁신을 대표하는 하나의 슬로건이 되었다.
교향곡 4번이 5번보다 먼저 완성되기는 했지만 교향곡 4번 작곡이 착수되기 전부터 교향곡 5번의 스케치가 시작되고 있었다. 그 시기는 늦어도 교향곡 3번 ‘에로이카’를 완성한 후인 1804년 4월경일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곡은 1808년 완성됐다.
1805년부터 1808년은 베토벤 창작 중기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였다. 여러 편의 걸작이 작곡된 반면, 귓병이 악화돼 다른 사람과 대화하기도 힘들어졌다. 반면 작곡가로서 베토벤의 명성은 확고해지고 경제적으로도 안정을 이루었다. 창작에 대한 의욕도 강하게 일어났다. 교향곡 4번 글에서 언급했듯이 1807년경 요제피네와의 사랑도 끝이 났다. 베토벤이 본래의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는 격렬한 투쟁과 승리를 노래한 곡을 쓰기에 충분한 분위기가 조성된 것이다.
이 곡의 부제인 ‘운명’은 너무나 유명하다. 이 제목은 제자 쉰틀러가 1악장 도입부 네 음의 동기를 묻는 질문에 베토벤이 “운명은 이처럼 문을 두드린다”고 답했다는 일화에서 비롯됐다. 그래서 첫머리 동기를 ‘운명의 동기’라고 부르게 됐다.
한때 베토벤 교향곡 5번을 ‘운명’이라 부르는 것은 일본과 우리나라에만 통용된다고 부정적으로 얘기된 적도 있었다. 그러나 독일어 해설서에도 ‘Schicksalsymphonie(운명교향곡)'이라 부르는 경우가 많으며 요즘은 영미권 음반이나 프로그램에도 ’Destiny'라고 표기돼 있는 경우가 많으니, ‘운명’은 세계인의 보편적인 명칭으로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작품의 초연은 1808년 12월 22일 빈의 테아터 안 데어 빈(Theater an der Wien)에서 이루어졌다. 이 때 교향곡 6번 ‘전원’도 함께 초연되었는데(당시 교향곡 5번과 6번은 번호가 바뀌어 있었으나 출판할 때 현재의 번호로 자리잡았다), 미사 Op.86, 피아노 협주곡 4번, 합창 환상곡 Op.80도 함께 연주되었다고 한다. 요즘으로 쳐도 마라톤 음악회다. 너무 많은 곡을 한꺼번에 연주했고 예정됐던 출연자도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초연은 실패로 기록됐다.
초연 당시 베토벤은 이 곡에 대해 만족하지 못했고 악보가 인쇄된 뒤에도 여기저기 수정이 가해지고 추가되기도 했으며 심지어는 리허설을 할 때에도 그 수정작업이 끈질기게 계속되었으므로 초판본은 쓸모없이 되었고 1809년 3월에야 수정본이 나왔다. 후원자였던 로프코비츠 후작과 라주모프스키 백작에게 헌정되었다.

 

1악장 도입부 ‘자자자 잔!’ 하는 강렬한 ‘운명의 동기’는 전 작품을 통해 일관되는 통일성을 갖게 한다. 마치 모든 것을 생성시키는 근본과도 같은 의미심장함을 품고 있다. 베토벤 이전에도 이것과 유사한 동기가 수난곡이나 오라토리오, 오페라에서 이따금 등장했었다. 베토벤 이후에는 슈베르트의 가곡, 바그너나 베르디의 오페라, 브람스 교향곡 1번이나 가곡 등에도 이런 종류의 동기가 사용됐다. 그러나 ‘운명’에서 베토벤만큼 효과적으로 이 동기를 쓴 경우는 드물다. 베토벤은 자신의 다른 작품에서도 이 동기를 시험했다. 피아노 소나타 ‘열정’ 1악장, 교향곡 3번, 피아노 협주곡 4번, 바이올린 협주곡 등 작품에서 발견할 수 있다.
2악장은 조용하고 명상에 잠긴 듯한 선율이 느긋하게 세 번의 변주를 거쳐 코다에 이른다.
3악장은 이제 자리를 잡은 스케르초이다. 이 악장에서 시시각각 임박해오는 긴장감은 최고조에 이른다. 주제는 두 개 있는데 빠른 템포의 춤추는 듯한 리듬이 즐겁기보다는 비통하게 절규하는 듯한 역설로 다가선다. 자체적으로 맺힘과 풀림을 반복해가며 4악장으로 끊김 없이 넘어간다.
마지막 악장에서는 편성된 악기의 종류가 훨씬 많아져 폭넓은 음색과 음량을 내준다. 교향곡 사상 최초로 피콜로, 콘트라 바순, 세 개의 트롬본 등이 보강되어 당당한 울림을 선보인다. 암흑에서 광명으로 진군하는 대군처럼, 이 기념비적인 교향곡의 최후를 장식한다.
베를리오즈는 베토벤 교향곡 5번을 두고 “베토벤의 가장 깊은 곳에서 우러나온 내적인 사상이며, 그의 남모를 고뇌이기도 하고, 억압된 분노이자 실의 속 몽상과 환영이며 그의 환희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이후의 교향곡 작곡가들에게 크나큰 영향과 뛰어넘을 수 없는 좌절을 함께 준 인류 불멸의 역작, 베토벤 교향곡 5번 ‘운명’이다.

 

 

Beethoven - Symphony No 5 in C minor, Op 67 - Thielemann

 

Beethoven Symphony No.5 (Full Length): Seoul phil Orchestr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