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후기-무용

클라우드 게이트 무용단 <Rice>/2015.9.11 .금/LG아트센터

나베가 2015. 9. 11. 09:50

 

 

 

 

린 화이민(林懷民, Lin Hwai-min)


아시아에서 가장 중요한 안무가 ? 독일 베를리너 모르겐포스트(Berliner Morgenpost)

 

린 화이민은 1947년 대만 지아이(Chiayi)현에서 태어났다. 그의 집안은 의사인 할아버지와 일본 유학을 거쳐 장개석 정부의 관료를 지낸 아버지, 그리고 고전 음악에 조예가 깊은 어머니 등 지적이면서도 다문화적인 분위기였고,이에 그는 어려서부터 자연스럽게 다양한 문화와 예술 장르에 눈을 뜨며 성장했다. 그는 아버지의 권유로 대학에 진학해 법학을 공부하게 되었지만 얼마 후 저널리즘으로 전공을 바꿔 졸업했다.


어린 시절부터 글쓰기에 소질을 보였던 그는 14세의 나이에 처음으로 대만의 3대 일간지 중 하나인 United Daily News에 글을 기고했고,18세가 되었을 때에는 대만의 가장 유명한 잡지 중 하나인 <Crown>의 계약 작가가 되기도 했다. 1969년에는 대만의 잃어버린 세대를 다룬 소설 <매미(Cicada)>를 발표했는데, 이 작품은 젊은 세대들로부터 폭발적인 인기를 얻어 중국어권에서 베스트셀러이자 스테디셀러가 되었으며 영어로 번역되어 미국에서 출판되기도 했다. 그의 이러한 문학적 경력은 이후 안무가로 활동하면서도 작품을 구상하고 예술적인 비전을 개념화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그가 처음으로 무용을 접했던 것은 5세때 영국 영화인 <분홍신 (The Red Shoes, 1948)>을 통해서였다. 영화 속 춤으로부터 많은 감흥을 얻은 그는 가족들 앞에서 춤을 추기 시작했고, 대만을 방문한 미국 호세 리몽 무용단의 공연을 본 후 더욱 큰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1960년대 대만에서는 현대 무용이 막 인기를 얻기 시작한 시기였고 그는 무용 스튜디오에 등록해서 레슨을 받거나 워크샵에 참여하기도 했다.


1969년 저널리즘을 공부하기 위해 장학금을 받고 미국 유학길에 오른 린 화이민은 아이오와 주립대학에서 작가 워크샵으로 MFA학위를 받았으며, 재학 시절 동안 연극이나 미술 분야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하면서 현대 무용 코스를 수강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더욱 커진 무용에 대한 열정으로 그는 뉴욕에 있는 마사 그레이엄 현대 무용센터에 등록하여 현대 무용의 정수를 익혔다.

이를 바탕으로 고국 대만으로 돌아와 1973년 클라우드 게이트 무용단을 창단한 그는 대만에서 중국 경극의 움직임을 익혔을 뿐만 아니라 한국에서는 한국 무용의 살아있는 역사로 불리는 김천흥 옹과 한영숙 선생으로부터 궁중무용과 승무 등을 배우기도 했으며, 일본에 가서 부토와 같은 일본 춤 역시도 익혔다. 이렇게 동서양을 아우르는 열린 행보를 바탕으로 만들어낸 그의 안무작들은 자신만의 확고하고 독특한 정체성을 지니고 있다. 중국의 유구한 역사를 통해 축적된 고전과 무술, 노래, 전설, 서예 등을 소재로 한 작품들은 민족적인 특성이 강하게 뭍어남에도 불구하고 동·서양인 누가 봐도 낯설지 않은 예술적 보편성을 띠고 있으며, 특히 아름다운 미학과 깊이 있는 철학으로 세계의 관객들을 매혹시키고 있다.

 

세계 무용계에 클라우드 게이트와 같은 무용단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들이 아시아의 무용에서 일궈낸 발전은 윌리엄 포사이드가 이끌었던 프랑크푸르트 발레단이 유럽의 고전 발레에 미친 영향력에 비견될 만큼 엄청나다.” ? 댄스 유럽(Dance Europe)

 

대표 안무작

<Legacy (1978)>

<Rite of Spring (1984)>

<Nine Songs (1993)>

<Songs of the Wanderers (1994)>

<Moon Water (1998)>

<Cursive (2001)>

<Water Stains on the Wall (2010)>

 

 

 

 

 

 

 

 

클라우드 게이트 무용단의 눈부신 작품들

 

 

流浪者之歌 Songs of the Wanderers

 

 

 

水月 Moon Water

 

 

 

行草 Cursive

 

 

 

 

 

 

 공연후기...

 

LG 아트를 찾는 큰 기쁨중 하나가 어쩌면 세계적 현대 무용을 보는 즐거움일 지도 모르겠다.

오늘도 이런 기대감을 대 만족시켰다고나 할까~

아니, 어쩌면 그 이상이었다고 말해야 할것도 같다.

 

요즘은 무용 공연에 옛날 처럼 장식물이나 장치를 쓰는 대신 가장 심플한 무대 장치에 영상을 이용한 경우가 대부분이기도 하지만,

오늘 공연에서는 그야말로 아무 장치 없이 영상물을 이용한 무대에 가장 단순한 옷차림의 무용수들이 나와서 펼친

단순미의 극치를 보여준 무용이라고 하겠다.

 

무대 뒤 전체를 이용한 거대한 프로젝션을 통해 논에 물이 대어지고, 벼가 심기고, 강렬한 태양빛에 알곡이 익어가고, 추수가 끝나고

불을 지펴 다시 논을 살려내는...그리고 시간은 흘러 겨울이 가고 논에 다시 물이 대어지는 과정까지...

그 전 과정속에서 무용수들은 버거운 호흡과 흘러내리는 땀방울을 튀겨내며 처절하리 만치 온 몸 연기를 펼쳐냈다.

그것은...쌀이 곧 우리의 생명이자 삶 그 자체임을 표현해 내려는 것처럼 치열하고 처절하게 느껴졌다.

 

몸에 차악 달라붙는 가장 심플한 원피스...23명의 조금씩 다른 단순한 색상의 이 의상은

거대한 무대 배경의 움직이는 영상물 속에서 되려 빛을 발했다고 할 수 있겠다.

무대위에서 무용수들이 춤을 추는것이 아닌 자연속의 일부가 된.....혼연일체..... 그런 느낌을 내내 받았으니까...

 

처음 등장 ...

잔잔한 물결의 논에 벼의 모종이 심겨있는 배경 앞으로 무용수들의 거친 숨소리와 땅이 울리듯 발을 힘차게 딛는 장면에서

그리고  무용수들의 떨어져 내릴듯 부릅 뜬 커다란 눈망울은 어슴프레한 무대위에서 동물 처럼 번뜩거렸다.

순간 온 몸에 전율이 일었다.

이는 마치 지구가 태동하는 느낌과 함께 인간의 태동...삶의 시작...등

여러가지 느낌을 온 몸으로 받게 했다.

굉장히 정적였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에서의 광기가 뇌리를 스쳐지났다.

 

무용수들의 춤은 벼가 자라는 자연의 모습의 시시 각각 변화속에서 확연히 다른 모습으로 더욱 빛을 발하며

황홀감 마저 주었다.

정말 한 시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들며 그 속으로 빨려들게 했다.

그리고 기막히게 사용된 음악 또한 온 몸에 소름이 돋을 만큼 무대 배경과 무용수들과의 일치감을 주며 극적 묘미를 느끼게 했다.

중국 음악을 그리 좋아하지 않았는데...배경 음악으로 뜻밖의 중국 노래가 흘러 나왔을때 정말 묘한 이국적 정서와 함께 좋다라는...느낌이..

 

그중에서도 가장 극적 장면을 연출했던 하이라이트는....

남 녀 두 무용수가 전라(사실 여성 무용수도 살색으로 수영복 의상을 입었고, 남자 무용수는 거의 가장 중요한 부분만 가린 정도의 의상을 입었음.

그런데 언뜻 전라의 모습으로 보이며 극적인 연출을 보임) 의 모습으로 작은 무대 배경 앞에서 꽤 오랜 시간 펼친 장면이다.

 

이때 배경 음악으로 깔린 여성 보칼리제 초 고음 선율은 이 두 무용수의 춤을 정말이지 아찔하게 만들었다.

정말 너무 아찔하여 온 몸에 소름이 돋기도 하고...

두 무용수의 육체가 엉켜서 만들어 내는 장면 장면이 기막히게 아름답고 매혹적이어서 소름이 돋기도 하였다.

익숙한 쭉쭉 빠진 근육체의 서양 무용수도 아닌 자그마한 동양 무용수의 몸이 이렇게 아찔하고 섹시하고 매혹적일 수 있음에

작은 탄성이 터졌다.

 

정말 최고였다고...수십번 말을 해도 모자란다.

이 공연에서 이 장면만 보고 와도 아깝지 않은,,,, 그 만큼 황홀한 장면이었다.

 

마지막 파트라고 할까~~

웃통을 벗고 바지만을 입은 채 장대를 들고 나와 추는 군무 또한 무대를 압도했다.

얼마나 멋지던 지.....

이때의 무대 배경 또한 이 군무를 더욱 빛나게 한 1등 공신이다.

 

쌀이 만들어지기까지의 전 과정의  모습을 촬영해 무대 배경으로 쓴것은 탁월한 선택이라 생각한다.

물의 흐름과 바람결의 모습은 무용수들의 몸짓을 극대화 시켰다고 할까.... 

그 앞에서 펼치는 무용수들의 몸짓은 배경 음악과 어우러져 모든게 완벽을 이뤄냈다.

단연코 세계 무용계를 놀래킬 수 밖에 없는 린 화이민의 클라우드 게이트 무용단이 이었다고 ...

감히 말할 수 있겠다.

 

이들의 다음 행보를 계속 지켜보고...

기다리게  될 감동적인 첫 공연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