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후기( 클래식 2015년)

2015교향악축제/KBS오케스트라/조진주(Vn)협연/4.3.금/예술의 전당

나베가 2015. 4. 2. 15:05

 

 

4. 3 (금) 8:00 p.m.

KBS교향악단

지휘 | 요엘 레비
바이올린 | 조진주

스트라빈스키 / 불꽃놀이 Op.4
I. Stravinsky / Feu d’artifice (Fireworks) Op.4

쇼스타코비치 / 바이올린 협주곡 제1번 a단조 Op.77
D. Shostakovich / Violin Concerto No.1 in a minor, Op.77

라흐마니노프 / 교향곡 제2번 e단조 Op.27
S. Rachmaninov / Symphony No.2 in e minor, Op.27


 

2015 교향악축제 CONCERT SCHEDULE * 클릭하시면 각 교향악단으로 이동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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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wed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4.2 thu 대구시립교향악단
4.3 fri KBS교향악단
4.4 sat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
4.5 sun 군포 프라임필하모닉오케스트라
4.6 mon 과천시립교향악단
4.7 tue 충남교향악단
4.8 wed 광주시립교향악단
4.9 thu 대전시립교향악단
4.10 fri 서울시립교향악단
4.11 sat 강남심포니오케스트라
4.12 sun 춘천시립교향악단
4.14 tue 울산시립교향악단
4.15 wed 원주시립교향악단
4.16 thu 수원시립교향악단
4.17 fri 제주특별자치도립 제주교향악단
4.18 sat 부산시립교향악단
4.19 sun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
패키지 할인 : ⑴ 골드회원 6회 25% / 9회 30% / 12회 35% / 18회 40% 할인 ⑵ 블루회원 6회 20% / 9회 25% / 12회 30% / 18회 35% 할인 ⑶ 일반 6회 15% / 9회 20% / 12회 25% / 18회 30% 할인
 

 지휘 | 요엘 레비
Yoel Levi, Conductor


KBS교향악단의 음악감독이자 상임지휘자 요엘 레비는 루마니아 태생으로 이스라엘에서 자랐다. 텔 아비브 아카데미 오브 뮤직에서 뛰어난 성적으로 석사 과정을 졸업했으며, 예루살렘 음악원에서 지휘자이자 작곡가이며 바이올리니스트로도 활동한 이스라엘 음악가 멘디 로단을 사사한다. 이어 이태리로 건너가 시에나와 로마에서 이태리의 거장 프랑코 페라라의 마스터클래스를, 네덜란드에서는 키릴 콘드라신의 가르침을 받았으며, 그 후 영국 런던의 세계적인 길드홀 음악 연극 학교에서 수학했다.

세이지 오자와 등을 배출한 명망 있는 브장송 국제 젊은 지휘자 콩쿠르의 1978년도 우승자로, 입상 후에는 거장 로린 마젤의 부지휘자이자 클리블랜드 오케스트라의 상주 지휘자로 6년 간 활동했다. 1988년부터는 로버트 쇼가 이끌던 애틀랜타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후임 음악감독으로 자리를 옮겨 2000년까지 12년 동안 이 오케스트라의 명성을 단숨에 끌어올렸다. 그의 임기 기간에 1991/1992 인터내셔널 클래시컬 뮤직 어워드(International Classical Music Awards(ICMA))의 “올해의 베스트 오케스트라”후보로 선정되었고 영국의 권위 있는 ‘그라모폰’ 매거진은 그의 활약으로 이 오케스트라의 예술적 수준을 향상시켰다며 극찬했었다.

유럽에서도 꾸준히 지휘활동을 늘려 자신이 몸담은 오케스트라들을 비평가들로부터 꾸준히 극찬 받는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브뤼셀 필하모닉의 수석지휘자로 활동하던 2001년부터 2007년 사이, 요엘 레비는 일 드 프랑스 국립 오케스트라의 수석지휘자가 되어 2012년까지 파리를 포함한 일 드 프랑스 지역에서 다수의 정기연주회와 더불어 스페인, 동유럽, 런던을 아우르는 오케스트라 투어로 각 지역 언론에게 유럽 내 오케스트라들 중 가장 인상적이면서 활발히 활동하는 단체로 평가 받았다.

실제로 그만큼 전 세계를 아우르는 지휘자도 많지 않을 것이다. 이미 런던, 파리, 베를린, 프라하, 부다페스트, 로마, 프랑크푸르트, 뮌헨, 코펜하겐, 스톡홀름, 이스라엘, 한국, 일본, 미국 등에서 많은 지휘활동을 가졌다. 특히 미국에서는 명망 있는 대표 오케스트라들인 뉴욕 필하모닉, 보스턴 심포니, 필라델피아, 클리블랜드, LA 필하모닉, 피츠버그, 샌프란시스코, 워싱턴, 미네소타 등지에서 지휘대에 올랐다.

이스라엘인으로는 최초로 이스라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수석 객원 지휘자가 되어 오케스트라와 함께 미국, 멕시코 투어를 다녀왔고 2008년 이스라엘 건국 60주년 기념 특별연주회의 지휘봉을 잡는 영예를 안기도 했다. 최근 다녀온 해외 연주로는 뉴질랜드 심포니 오케스트라와의 전국 투어, 일 드 프랑스 국립 오케스트라를 이끈 스페인 투어 등이 있다. 한편 노벨상 시상식과 같은 특별한 무대에도 초청돼 노르웨이 스톡홀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를 지휘하기도 했다.

요엘 레비는 또한 클리브랜드 오케스트라, 런던 필하모닉,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 브뤼셀 필하모닉, 이스라엘 필하모닉 등 세계 유수의 오케스트라와 40장 이상의 음반을 발매하였으며, 그 중 30장의 음반은 애틀란타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호흡을 맞췄다. 레퍼토리 역시 바버, 베토벤, 브람스뿐만 아니라, 드보르자크, 하이든, 힌데미스, 코다이, 말러, 멘델스존, 무소르그키, 닐슨, 프로코피예프, 푸치니, 라벨, 로시니, 생상스, 쇤베르크, 쇼스타코비치, 시벨리우스, 스트라빈스키 그리고 차이콥스키까지 시대를 아우르는 작곡가들의 다양한 음악들을 음반에 담았다.

1997년부터 KBS교향악단과 수차례 호흡을 맞추어 왔던 요엘 레비는 2014년 음악감독 확정과 함께 지난 1월 정기연주를 시작으로 KBS교향악단을 KBS교향악단의 새로운 시작을 알렸다. 지난 1년간 그는 세련되고 섬세한 지휘와 탁월한 리더십으로 KBS교향악단을 이끌며 도약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으며, 국내외 많은 클래식 팬들로부터 사랑을 받았다. 2015년 더욱 끈끈해진 호흡으로 요엘 레비와 KBS교향악단은 한층 더 성장하여 세계적인 오케스트라로서의 면모를 보여줄 것이다.

 

 바이올린 | 조진주
Jinjoo Cho, Violin


뛰어난 표현력과 따뜻하고 매력적인 음색, 그리고 섬세한 프레이징으로 전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는 바이올리니스트 조진주는 2014년 제 9회 인디애나 폴리스 국제 콩쿠르의 금메달리스트로 전 세계에서 현재 가장 각광 받고 있는 젊은 연주자 중 한 명이다.

17세의 나이에 2006년 몬트리올 국제 음악 콩쿠르 1위 수상과 더불어 관중상을 수상하며 국제적 이목을 끌기 시작한 그녀는 당시 몬트리올 타임즈 아거스 지로부터 “부정할 수 없는 카리스마와 깊이, 그리고 깊은 서정성과 가슴을 어루만지는 부드러움은 등골을 서늘하게 만든다”는 평을 이끌어냈고, 그 후 2010년 부에노스 아이레스 국제 바이올린 콩쿠르에서 1위 및 오케스트라상 수상, 2011년 윤이상 국제 콩쿠르 2위 수상 등 세계적인 콩쿠르에서 연이어 입상하였다.

미국을 비롯 아시아와 유럽, 그리고 최근 남미를 순회하며 독주자로서 클리블랜드 오케스트라, 몬트리올 심포니 오케스트라, 아르헨티나의 내셔널 심포니, 그리고 서울시향 등과 협연한 조진주는 클리블랜드의 세브란스 홀, 아스펜 뮤직 페스티벌, 뮌헨의 헤르큘레스 홀, 슈베칭엔 페스티벌, 캐나다 라노디에르 페스티벌,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테아트로 콜롱 등 세계 주요 홀에서 켄트 나가노, 피터 운지안, 마이클 스턴, 제임스 개피건, 로버트 멕더피, 안톤 넬 등 국제적인 명성을 떨치는 연주자들과 함께 호흡을 맞추며 연주 활동을 펼쳐오고 있다. 또한 켄터키 센터의 상주 아티스트 활동과 캐나다와 아르헨티나 에서의 순회 연주를 성공리에 마친 바 있다. 최근 피아니스트 김현수와 결성한 듀오 lastas가 캐나다 밴프 예술 센터 실내악 상주 단테로 선정되기도 하였다.

서울에서 태어난 조진주는 14세 때 클리블랜드로 이주하여 클리블랜드 음악원에서 영 아티스트 프로그램의 학생으로서 폴 켄터 교수를 사사하였다. 유학 첫 해부터 지역 콩쿠르와 연주 기회를 모두 거머쥐었으며 고교 재학 중 대학생을 상대로 한 클리블랜드 음악원 협연 콩쿠르에서 우승하며 지휘자 칼 타필로우(Carl Topilow) 지휘하에 브람스 바이올린 협주곡을 연주하기도 하였다. 또한 2005년 16세의 나이로 첫 국제콩쿠르 도전이었던 스툴버그 국제 콩쿠르에서 1위를 수상한 후 이듬해 2006년 아스펜 뮤직 페스티벌에서 도로시 딜레이 상을 수상하였다.

조진주가 넓은 음악적 견문을 가지게 된 데에는 많은 오케스트라와 실내악 연주가 그 기본 바탕에 있다. 미국 5대 오케스트라 중 하나인 클리블랜드 오케스트라의 부속 청소년 오케스트라에서 그녀는 유학 직후부터 활동하기 시작했고, 그 후 3년간 악장을 도맡게 되었으며 클리블랜드 퀄텟과 카바니 퀄텟의 지도 아래 실내악 연주의 경험 또한 오랫동안 쌓아왔다. 이외에 길버트 케일리쉬, 이착 펄만, 도널드 와일러스타인, 데이빗 핑클, 우 한, 마크 스타인버그 등으로부터 실내악 지도를 받았으며, 타카치 콰르텟, 아놀드 스타인하르트, 피터 와일리, 사무엘 로즈, 등의 마스터 클래스에 참여한 바 있다.

또한 뉴욕 스트링 세미나에서도 이례적으로 2년 연속 악장으로 참여하여 카네기 홀에서의 오케스트라 연주를 이끌었다. 뉴욕 타임즈는 당시 그녀의 연주를 “풍부하고 개방적인, 그리고 순수하게 빛나는, 매우 집중적인 연주”라 평하였다. 2014년 시즌 한국에서는 강동석 교수의 초청으로 서울 스프링 페스티벌에서 양성원, 김영호, 김영욱 교수등과 무대를 함께 하였으며 뮤직@멘로, 스페인의 그로버 페스티벌 등 독주 연주와 함께 실내악 연주자로써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현재 2015년 서울 스프링 페스티벌 참가 또한 확정 되어 있는 상태이다.

조진주는 찾아가는 지역 연주 및 교육 프로그램에 꾸준한 열정과 애정을 가지는 모습을 보여오고 있다. 북미, 남미, 그리고 한국에서 100여 곳이 넘는 지역을 찾아 다니며 마스터 클래스와 쇼케이스, 해설이 있는 콘서트 등을 진행하였고, 특히 병원이나 요양원, 학교 등을 찾아가 관객들을 직접 만나는 것에 큰 기쁨을 느끼고 있다. 이러한 열정이 모여 2014년부터는 클래시컬 레볼루션 코리아 프로젝트를 기획, 런칭하고 음악감독으로서 모두를 위한 클래식 확산에 주력하고 있다.

또한 그녀는 클래식을 다른 장르의 음악과 다르지 않게 기획하려는 시도에서 가수 서태지의 음악을 직접 편곡, 밴드와 함께 아마추어 오케스트라를 지휘/연주하거나 마이클 잭슨의 곡들을 편곡하여 금호아트홀 초청연주 프로그램에 삽입하는 등 음악에 대한 여러 시도를 진행 중에 있으며 사진작가 강영호가 예술감독으로 작업한 김혜수 출연 휘슬러 광고음악을 녹음하기도 하였다. 최근에는 무라카미 하루키, 은희경, 밀란 쿤데라의 작품들을 읽고 서태지, 시규어로스, 베토벤과 브람스의 퀄텟에 열중하며 페이스 북을 열심히 관리하는 20대의 생활을 영위하고 있다.

조진주는 커티스 음악원과 클리블랜드 음악원에서 조셉 실버스타인, 파멜라 프랑크, 폴 켄터의 지도하에 학사 졸업, 제이미 라레도 교수 문하에서 석사를 마치고 현재 전문사 과정에 재학 중이다.

 

KBS교향약단
KBS Symphony Orchestra


KBS교향악단은 1956년 창단되어 수준 높은 연주를 통하여 대한민국의 클래식 음악을 대표하는 교향악단으로 성장하였다. 임원식 초대 상임지휘자 이후 홍연택, 원경수, 오트마 마가, 정명훈, 드미트리 키타옌코 등 세계 정상의 지휘자들이 상임지휘를 맡으며 국내 정상의 오케스트라로 자리매김하였고 2012년 9월, KBS교향악단은 전문예술경영체제를 갖춘 재단법인으로 새롭게 출범해 명실상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오케스트라로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였다.

클래식 애호가들에게 사랑받는 정통 클래식 음악회로 매년 20회 이상 열리는 KBS교향악단 대표 프로그램인 정기연주회를 포함하여 특별 연주회, 기업 음악회, 어린이음악회, 소외계층을 위한 찾아가는 음악회 등 90여 회의 기획공연들을 진행하고 있으며, 교향곡에서부터 실내악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편성된 레퍼토리로 청중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또한 백건우, 조수미, 장영주, 장한나, 정명화 등 국내 최고의 연주자들과 미샤 마이스키, 피터 야블론스키, 로스 로메로스 등 세계 정상급 솔리스트들과의 협연을 통해 교향악단의 인지도를 더욱 높였다.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KBS교향악단은 활발한 연주활동을 하고 있다. 1979년 미국 전역 순회연주를 비롯하여 동남아 5개국 순회연주, 일본 6개 도시 순회 연주, NHK초청 일본 4개 도시 순회연주, 일본 기타 큐슈 국제음악제, 히로시마 교향악단 합동공연과의 UN 창설 50주년 및 광복 50주년 기념 뉴욕 UN총회장 연주회, 2002년 차이나 필과의 서울, 베이징, 상하이 교환연주회를 통해 한국교향악단의 대외 이미지를 고양시켰다. 또한, 남북 평화 사절단으로 2000년 8월에는 북한의 조선국립교향악단과 서울에서 역사적인 남북교향악단 합동연주회를 가졌고, 2002년 9월에는 평양에서 한 번 더 개최하여 성공적으로 마친 바 있다. 2010년 10월 UN 창설 65주년 기념콘서트를 비롯한 미국순회연주, 2013년 7월에 개최된 중국국가교향악단 특별합동연주회, 2014년 10월 러시아 사할린에서 열린 한-러 우호 축제 등에 참여하며, 문화사절로서의 역할을 꾸준히 수행하고 있다.

또한, 바그너 탄생 200주년 기념 콘서트, 정전 60주년 기념 특별연주회, 유네스코 등재 기념 아리랑 대공연 등 시의성 있는 굵직한 대형 음악회를 연달아 열어 문화예술계로부터 기대와 화제를 한 몸에 받고 있다. 여기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시도도 계속 이어져 ‘클래식과 한복의 만남’, ‘국립현대미술관의 빌 비올라 트리스탄 프로젝트’ 등 다양한 장르의 문화예술과의 협업을 시도하여 클래식 음악의 영역을 확대해가고 있다.

2014년 세계적인 지휘자 요엘 레비의 취임 이후 2년째를 맞이한 KBS교향악단은 섬세하면서도 역동적인 요엘 레비의 지휘로 KBS교향악단 단원들의 기량을 한층 업그레이드 시키고 있으며, 더욱 깊이 있는 색깔을 부여하고 있다. KBS교향악단 폭넓은 연주 활동과 안정적인 앙상블, 깊이 있는 사운드로 청중에게 더욱 가까이 다가가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교향악단으로 성장할 것이다.

 

 

Vadim Repin - Shostakovich - Violin Concerto No 1 in A minor, Op 77

 

 

라프마니노프, 교향곡 제2번 Rachmaninov : Symphony No.2 in e minor, Op.27 특성 | 라흐마니노프의 예술적 전성기를 대변하는 ‘거인의 교향곡’<br>정보 | 1906년에서 1907년 사이 독일 드레스덴에서 작곡되어 1908년 2월 8일<br>상트페테르부르크의 마린스키 극장에서 라흐마니노프 자신의 지휘로 초연되었다.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는 보통 피아니스트 또는 피아노 음악 작곡가로 기억된다. 물론 그는 20세기의 가장 위대한 피아니스트 가운데 한 사람이었고, 후기낭만주의 비르투오소 피아니즘의 연장선상에서 현란한 연주기교가 부각되는 피아노 음악을 다수 남겼다. 오늘날 공연장에서 주로 접하게 되는 그의 작품들을 꼽아보면 이런 이미지는 더욱 굳어진다. [전주곡], [회화적 연습곡], [피아노 소나타 제2번], [피아노 협주곡 제2번], [피아노 협주곡 제3번],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광시곡] 등 대개 피아노 독주곡 내지는 피아노와 관현악을 위한 협주작품이다.

반면에 라흐마니노프가 관현악 분야에 남긴 대작들은 오랫동안 무시당하거나 폄하되어 왔다. 다소 무모했던 [교향곡 제1번]은 차치하더라도, 가장 잘 알려진 [교향곡 제2번]도 과거에는 축약된 형태로 연주되기 일쑤였고, 만년의 수작인 [교향곡 제3번]은 아직도 제대로 조명을 받지 못하고 있다. 최근 들어 마지막 대작인 [교향적 춤곡]에 대한 관심이 다소 높아진 것이 그나마 다행이랄까? 사실 라흐마니노프는 연주가이기보다는 작곡가이기를 원했던 인물이었기에 작금의 상황은 부당하다고 해야 할 것이다. 특히 [교향곡 제2번 e단조]는 ‘작곡가 라흐마니노프’의 포부가 얼마나 원대했는지를 웅변적으로 보여주는 작품이다.

Leonard Slatkin, conductor

State Symphony Orchestra of Russia

Tchaikovsky Concert Hall, Moscow

2013.04.02

 

위기 속에서 거둔 결실

 

라흐마니노프의 대표작 가운데 하나인 [교향곡 제2번 e단조]는 제1차 러시아 혁명 직후에 작곡되었다. 1906년 봄, 귀족이자 지주였던 라흐마니노프는 국내 정세에 불안을 느껴 아내와 어린 딸을 데리고 러시아를 잠시 떠나 있기로 했다. 그래서 처음에는 이탈리아로 갔다가, 여름에 독일의 드레스덴으로 거처를 옮겨 그곳에서 3년 동안 지내게 된다.

그런데 한편으로 이주의 또 다른 이유는 작곡할 시간을 충분히 갖는 것이었다. 그 직전까지 그는 성공한 음악가로서 너무도 바쁜 나날을 보냈었다. 1901년에 발표한 재기작 [피아노 협주곡 제2번]이 글린카상을 수상하면서 작곡가로 인정받기는 했지만, 그 이전부터 부각된 지휘자로서의 역량은 그를 작곡보다는 연주활동에 얽매이게 만들었다. 그리하여 영광스런 볼쇼이 극장의 지휘자 자리에까지 올라 두 시즌을 성공리에 치러냈으나, 정치적인 이유로 퇴임 압력을 받게 되자 그는 결단을 내렸던 것이다.

드레스덴에서 그는 원했던 대로 작곡에 매진하여 실로 풍성한 결실을 거두었다. [교향곡 제2번]을 필두로 [피아노 소나타 제1번], 걸작 교향시 [망자의 섬], 미국 순회연주를 위해 준비한 [피아노 협주곡 제3번] 등을 완성했던 것이다. 그 중에서도 [교향곡 제2번]의 의미는 각별했다. 과거 [피아노 협주곡 제2번]이 그랬던 것처럼, 현실에서의 불안과 위기를 예술적으로 극복하려는 의지의 표현이었을 뿐만 아니라, 그를 작곡 불능 상태에까지 빠지게 만들었던 [교향곡 제1번]의 실패 이후 실로 10여 년 만에 재도전한 ‘교향곡’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작품이 그 자신의 지휘로 초연되어 대성공을 거둔 후 다시 한 번 글린카상의 영예를 차지하게 됨으로써, 그는 명실상부 차이콥스키의 후계자이자 러시아를 대표하는 교향곡 작곡가의 반열에 올랐던 것이다.

도도한 흐름, 광활한 스케일, 그리고 긍정적 전망

이 교향곡은 라흐마니노프의 예술성이 전성기를 구가하던 무렵의 작품이다. 대하()와도 같은 도도한 흐름과 대양()과도 같은 광활한 스케일이 유장한 호흡 위에서 폭넓게 펼쳐지는 첫 악장은 그가 품고 있던 작곡가로서의 야망과 상상력이 최고조에 달해 있었음을 증언하며, 관현악의 화려하고 변화무쌍한 색채와 박진감 넘치는 전개가 일품인 스케르초 악장은 그의 뜨거운 열정과 진취성을 표상한다. 또 슬프도록 아름다운 서정성이 흘러 넘치는 완서악장은 그 특유의 애잔하고 감미로운 선율미의 극치를 보여주며, 힘찬 행진곡으로 출발하는 종악장은 절묘한 구성미와 눈부신 클라이맥스를 아우르고 있다. 그의 멘토였던 차이콥스키의 교향곡만큼이나 유려하고 애절하며 강렬하지만, 그보다는 한결 강인하고 의연하며 무엇보다 긍정적인 전망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이 곡은 진정한 ‘거인의 교향곡’이라 하겠다.

제1악장 : 라르고 - 알레그로 모데라토, e단조, 2/2박자
라르고의 서주로 시작되는 장대한 악장. 특히 서주는 장장 한 시간에 걸친 대하드라마의 초석에 해당하는 중요한 부분이다. 첫머리에서 첼로와 베이스로부터 흘러나오는 모토 주제가 악장 중간 중간에 다시 등장해서 클라이맥스의 구축에 기여할 뿐 아니라 이후의 악장들에도 영향을 미친다. 아울러 주부에 등장하는 주요 주제들도 이 모토와 깊은 관련을 맺고 있다. 이 악장의 흐름은 때론 사색적이고 때론 신비로우며, 무엇보다 드라마틱하다. 유장한 호흡 위에서 이러한 면면들이 유유히, 번갈아 부각되는 과정을 고도의 집중력과 끈기를 가지고 거시적으로 조망할 때 비로소 이 곡의 진가를 확인할 수 있다. 아울러 종결부에서 새롭게 부각되는 또 하나의 주제도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제2악장 : 알레그로 몰토, a단조, 2/2박자
앞선 악장에서 누적된 긴장과 피로를 일거에 날려버리는 활기찬 스케르초 악장이다. 현이 새기는 경쾌한 리듬 위에서 호른이 영웅적인 주제를 연주하는가 하면, 앞선 악장과 연관된 감성적인 선율이 등장하기도 한다. 또 중간에는 긴박하고 기묘하며 자극적인 트리오가 놓여 있다. 다만 전반적으로 무척 흥미진진한 흐름 속에서도 라흐마니노프 특유의 진지한 표정은 지속되는데, 특히 말미에 연주되는 금관에 의한 코랄은 그가 자주 인용했던 ‘디에스 이레(진노의 날)’ 선율과 관련을 맺고 있다.

제3악장 : 아다지오, A장조, 4/4박자
라흐마니노프의 멜로디메이커로서의 재능이 최고조로 발휘된 호사스럽고 감동적인 악장이다. 클라리넷에서부터 마술처럼 흘러나와 면면이 이어져나가는 주제선율은 차이콥스키의 [비창 교향곡]에 등장하는 칸타빌레 주제에 버금갈 만큼 황홀한 매력을 지니고 있다. 혹자는 ‘설탕과 꿀, 초콜릿으로 뒤범벅된 음악’이라고 불평하기도 했지만, 그 감미로운 선율과 절묘한 흐름은 지휘자와 악단이 깊은 감정을 담아 노래하되 과도한 센티멘털리즘에 탐닉하지 않는 한 듣는 이의 가슴에 잊을 수 없는 감흥과 환상을 새겨놓게 된다. 그런데 그 근원은 역시 첫 악장 서주에 나왔던 모토 주제이다. 다시 말해서 이 악장은 그 모토의 완성이라 할 수 있으며, 그 원형은 악장의 말미에서 슬며시 모습을 드러낸다.

제4악장 : 알레그로 비바체, E장조, 2/2박자
축전적인 피날레 악장. 활짝 개인 배경 위로 위풍당당한 행진곡 리듬, 금관의 힘찬 팡파르, 현의 서정적인 선율 등이 시원스레 부각되며, 발전부에서는 앞선 악장들에서 나왔던 요소들이 다시 모습을 드러낸다. 이 모든 요소들이 한 데 어우러지며 화려한 향연을 펼쳐 보이며 찬란한 클라이맥스에 도달하면, ‘거인의 드라마’는 한없이 상승할 것만 같은 분위기 속에서 [피아노 협주곡 제2번]의 피날레에도 등장했던 단호한 리듬으로 막을 내린다.

 

Eivind Jensen/Radio Filharmonisch Orkest - Rachmaninov, Symphony No.2, Op.27

Eivind Gullberg Jensen, conductor

Radio Filharmonisch Orkest

Concertgebouw Amsterdam

2010.10.03


추천음반

우선 왕년의 명반으로 쿠르트 잔데를링(DG), 유진 오르먼디(Sony), 앙드레 프레빈(EMI) 등을 꼽을 수 있다. 이 가운데 오르먼디는 스테레오 시대 들어 라흐마니노프의 교향곡 전집을 최초로 녹음한 지휘자로서, 그의 유명한 1959년 레코딩은 다소간의 축약이 있긴 하지만 ‘필라델피아 사운드’를 바탕으로 펼쳐 보이는 찬연한 파노라마가 돋보이는 영원한 고전이다. 아울러 디지털 시대의 대표적 명반인 블라디미르 아쉬케나지의 음반(Decca)에서도 로열 콘세르트허바우 특유의 풍윤한 사운드가 돋보이는데, 특히 완서악장의 농밀한 흐름이 일품이다.

러시아 지휘자와 악단의 음반들 중에서는 마리스 얀손스(EMI)와 미하일 플레트뇨프(DG)가 주목할 만하다. 이 가운데 얀손스가 상트페테르부르크 필하모닉을 지휘한 음반에는 악단의 강건한 사운드와 견고한 기능미, 지휘자의 탄탄한 조형감각과 늠름한 표현력이 멋진 조화를 이룬 수연이 담겨 있다. 한편 이반 피셔와 부다페스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의 음반(Channel Classics)은 기존 명반들과는 사뭇 다른 이미지로 다가온다. 한결 여유롭고 담박한 흐름, 정갈한 사운드와 실내악적 앙상블이 두드러지며, 순수하고 자연스런 미감을 지닌 완서악장이 은은하고 진솔한 감명을 자아낸다.

 

황장원 | 음악 칼럼니스트

음악에서 보다 많은 것을 듣고, 보고, 느끼기 위해서 머리와 가슴의 조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며, 체험과 상상력, 감동을 중시하는 클래식 음악 칼럼니스트. 현재 서울시향 프로그램노트 필자, 네이버캐스트 ‘음악의 선율’ 필진이며, 서울 예술의전당, 성남아트센터, 대구 수성아트피아, 무지크바움, 풍월당 등지에서 클래식 음악감상 강좌를 진행하고 있다. 출처/ http://navercast.naver.com/contents.nhn?rid=66&contents_id=76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