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후기(클래식 2014년)

정명훈과 바그너/라인의 황금(콘서트 버전)/9.26.금/예술의전당

나베가 2014. 9. 26. 00:00

정명훈과 바그너

라인의 황금(콘서트 버전)

 

 

지휘
정명훈 Myung-Whun Chung, conductor

협연
- 바리톤 : 크리스토퍼 몰트먼 Christopher Maltman, baritone
김주택 Julian Kim, baritone
- 테너 : 다니엘 키르히 Daniel Kirch, tenor
진성원 Sungwon Jin, tenor
마티아스 볼브레히트 Matthias Wohlbrecht, tenor
- 베이스 : 유리 보로비에프 Yuri Vorobiev, bass
알렉산데르 침발류크 Alexander Tsymbalyuk, bass
- 베이스 바리톤 : 네이선 버그 Nathan Berg, bass-baritone
- 메조 소프라노 : 미쉘 드 영 Michelle DeYoung, mezzo-soprano
캐서린 윈 로저스 Catherine Wyn-Rogers, mezzo-soprano
양송미 Song-mi Yang, mezzo-soprano
- 소프라노 : 마린 크리스텐슨 Malin Christensson, soprano
박세영 Se-Young Park, soprano

프로그램 바그너, 라인의 황금(콘서트 버전) Wagner, Das Rheingold (concert performance)

바그너의 4부작 음악극 <니벨룽의 반지>는 오늘날 붐을 이룬 판타지 문학의 효시로도 세계 문화사에 육중한 충격을
안겨준 작품입니다. 정명훈 예술감독이 콘서트 형식으로 정련되고 집약적인 앙상블을 펼쳐온 바그너 음악극 중 이번
에는 <니벨룽의 반지> 전 4부작 중 첫 작품이자 이후 작품의 전제가 되는 ‘라인의 황금’이 찾아옵니다. 전 4부작의 주
요 주제들이 제시되며 극작법상으로도 이후 작품의 토대를 이루는 중요한 작품이기도 합니다. 또한 국경을 넘어 푸치
니를 비롯한 이후 작곡가 세대에 깊은 영향을 끼친 명작이기에 계속 이어질 바그너를 향한 도전에 눈길이 쏠리지 않
을 수 없습니다.

  • 크리스토퍼 몰트먼

    Christopher Maltman성악가 

"주제가 무엇이건, 요구하는 음량의 폭이 어떻건, 몰트먼의 목소리는 이를 능히 감당해낸다. 음악적으로 흠잡을 데 없고, 준비가 잘 되어 있으며, 모든 음악에게 그에 걸맞는 정체성을 부여하며, 적절히 판단하여 강도를 조절한다." (조지 홀, 가디언, 2010. 11. 5)

1997년 카디프 국제 콩쿠르 가곡상 수상자인 크리스토퍼 몰트먼은 워릭 대학에서 생화학을 전공하고 로열 아카데미에서 성악을 공부했다.

잘츠부르크 페스티벌, 바이에른 슈타츠오퍼, 쾰른에서 <돈 조반니>의 타이틀롤을 맡았고, 로열 오페라 하우스에서 파파게노(마술피리), 굴리엘모(코지판투테), 삼림관(영리한 암여우), 마르첼로(라 보엠) 등을 맡았으며, 글라인드본에서는 파파게노, 피가로(피가로의 결혼)를 맡았다. 바이에른 슈타츠오퍼에서는 타르퀴니우스(루크레티아의 능욕), 굴리엘모, 마르첼로, 알베르(베르테르)를 불렀다. 그밖에도 파리 오페라에서 백작(피가로의 결혼)을, 빈에서 백작과 에네아스(디도와 에네아스), 베를린 슈타츠오퍼에서 피가로(세비야의 이발사)를 맡았으며, 앨드버러 페스티벌과 잉글리시 내셔널 오페라에서 타르퀴니우스를 맡았다. <빌리 버드>의 타이틀롤로, 웨일즈 내셔널 오페라, 토리노 테아트로 레지오, 시애틀, 프랑크푸르트, 뮌헨에서 활약하였다. 미국의 뉴욕 메트에서 파파게노, 하를레킨(낙소스섬의 아리아드네), 실비오(팔리야치)를 맡았고, 샌프란시스코에서 파파게노를, 시애틀에서 굴리엘모를, 샌디에고에서 피가로(세비야의 이발사), 로랑(테레즈 라켕)을 맡았다. 취리히 오페라와 로열 오페라에서 백작을 맡을 예정이며, 빈 슈타츠오퍼에서 시시코프(죽은 자의 집으로부터)를, 베를린과 툴루즈에서 돈 조반니를, 네덜란드 오페라에서 포자(돈 카를로)를 맡는다. 오케스트라 무대에서는, 벨저뫼스트의 클리블랜드 오케스트라, 도흐나니의 필하모니아, 존 애덤즈의 BBC 심포니, 노링턴의 계몽시대 오케스트라, 래틀, 데이비스 등이 지휘한 런던 심포니, 아르농쿠르의 콘첸투스 무지쿠스 빈, 가디너의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 콘론의 보스턴 심포니, 살로넨의 로스앤젤레스 필하모닉, 마주어의 뉴욕 필하모닉 등과 협연하였다.

빈 콘체르트하우스, 암스테르담 콘세르트헤바우, 잘츠부르크 모차르테움, 프랑크푸르트 알테 오퍼, 쾰른 필하모니, 밀라노 라 스칼라, 뉴욕 카네기홀과 링컨 센터 등 전세계 공연장과 앨드버러, 에든버러, 첼트넘, 슈바르첸베르크 슈베르티아데 페스티벌 등에서 리사이틀을 가졌으며, 위그모어홀 리사이틀은 위그모어홀 라이브 앨범으로 출시되었다.

데카에서 본 윌리엄즈의 ’음악에 대한 세레나데’를 녹음하였고, 콜린즈에서 워록, 홀스트, 서머벨의 가곡을 녹음하였으며, DG의 베토벤 민요 프로젝트에 참여하였다. 하이페리언에서 출시한 슈만의 <시인의 사랑>은 비평가들의 찬사를 받았으며, 그래엄 존슨과 슈만의 <리더 크라이스>, 말콤 마르티노와의 드뷔시 앨범, 로저 비뇰스와의 영국 가곡도 출반되었다. 그는 존 애덤즈의 ’클링호퍼의 죽음’ 영화에 출연하였고, <돈 조반니>를 바탕으로 한 영화 <후안>의 타이틀롤을 맡았다.

 


 

Wagner, Das Rheingold

 

바그너 음악극 ‘라인의 황금’

Richard Wagner

1813-1883

 

 

 

WAGNER - Das Rheingold / OAOE / Sir Simon Rattle - Baden Baden, 2004

 

 

영국 작가 톨킨이 <반지의 제왕>을 발표하기 백 년 전에 이미 독일 작곡가 리하르트 바그너는 같은 북유럽 신화를 소재로 <니벨룽의 반지>(Der Ring des Nibelungen)를 구상했습니다. 독일 중세 서사시 <니벨룽겐의 노래>와 옛 노래집 <에다> 등을 토대로 만든 이 작품을 바그너는 예전에 자신이 작곡한 <탄호이저>나 <로엔그린> 같은 오페라와 차별화해 ‘음악극’(Musikdrama)이라고 불렀습니다. 아리아와 레치타티보로 이루어지는 일반적인 이탈리아 스타일의 오페라와 구분하기 위해 그런 명칭을 사용했던 것입니다. 나흘 동안 공연되는 <니벨룽의 반지> 네 작품 가운데 첫 작품인 <라인의 황금>은 바그너가 이름붙인 ‘무대축전극’ 전체에서 ‘전야’(前夜, Vorabend)에 해당하며, 뒤에 오는 <발퀴레>가 1부, <지크프리트>가 2부, 그리고 <신들의 황혼>이 3부가 됩니다.

일찍부터 고전문학과 신화를 열정적으로 탐구했던 바그너는 자신의 오페라 대본을 스스로 쓸 만큼 문학적 재능이 뛰어났습니다. 그러나 한번 이야기를 풀어가기 시작하면 그칠 줄을 모르는 경향이 있어 대본이 한없이 길어졌답니다. 원래 바그너는 이 <니벨룽의 반지>를 ‘지크프리트 이야기’로 시작했고 한 편의 작품으로 만들 생각이었지만, 대본을 쓰는 동안 아이디어가 샘솟아 점점 길어졌고 결국 네 작품으로 나눌 수밖에 없었다고 하는군요. 공연시간이 2시간 30분 정도 되는 단막극 <라인의 황금>은 1869년 뮌헨 궁정 오페라극장에서 초연되었고, 아득한 신화의 시대 라인 강가를 배경으로 한 작품입니다. ‘반지’ 전 작품이 초연된 것은 바그너의 음악을 사랑했던 바이에른 군주 루트비히 2세가 바그너 음악극을 위한 전용극장을 바이로이트에 세운 1876년 8월이었지요. 이 ‘반지’는 ‘라이트모티프’(Leitmotiv. 유도동기)라고 부르는 바그너 특유의 음악적 테크닉이 계속 나타나는 작품입니다.

속이고 빼앗는 야비한 신들의 세계

1장

1장에서는 라인 강의 황금을 지키는 세 요정 처녀가 물속에서 즐겁게 노닐고 있을 때 난쟁이 부족 니벨룽 가운데 욕심 많은 알베리히가 나타나 이 처녀들에게 구애합니다. 하지만 인어의 형상을 한 이 처녀들은 알베리히를 조롱으로 따돌리고, 거절당해 앙심을 품은 알베리히는 마침 물속을 뚫고 들어온 햇빛에 찬란히 빛나는 강바닥의 황금을 보게 됩니다(황금의 모티프). ‘평생 사랑을 포기하는 자만이 이 라인의 황금으로 반지를 만들 수 있고 이 반지를 소유하면 온 세계를 지배할 수 있다’는 말을 처녀들에게 들은 알베리히는 처녀들이 방심한 사이 사랑을 저주하며 그 황금을 빼앗아 달아나지요. 황금을 지키는 라인의 세 처녀들.

2장

2장은 신들의 거처에서 시작됩니다. 신들 가운데 가장 높은 신인 보탄은 근사한 성을 지어주는 대가로 거인 파프너와 파졸트에게 청춘의 여신 프라이아를 넘겨주기로 약속했습니다. 아내 프리카는 그런 보탄을 신랄하게 비난합니다. 아름다운 프라이아를 차지하려고 열심히 성을 지은 거인들은 신들 앞에 나타나 보탄에게 프라이아를 요구하죠(거인의 모티프). 그러나 신들은 프라이아가 사라지면 노쇠를 피할 수 없기 때문에 화를 내며 보탄을 맹비난합니다.

난처해진 보탄은 남다른 지혜를 가진 불의 신 로게를 안타깝게 기다립니다(로게의 모티프). 마침내 나타난 로게는 알베리히가 라인의 황금을 훔쳐 만든 반지 이야기를 들려주며, 이젠 사랑을 포기하지 않고도 반지를 얻을 수 있다고 보탄을 부추깁니다. 어차피 알베리히도 황금을 훔쳐 반지를 만들었으니, 훔친 물건을 강탈하는 거야 양심에 거리낄 게 없다는 얘기입니다.

3장

3장은 난쟁이 니벨룽 족이 사는 지하세계 니벨하임입니다. 보탄은 로게의 안내를 받아 그 지하세계로 내려갑니다. 그곳에서 알베리히는 채찍을 든 채 니벨룽 족에게 강제노동을 시키고 있습니다. 재산을 축적해 세계를 지배하려는 야심이죠. 한편 알베리히는 대장장이인 남동생 미메를 시켜 변신이 가능한 요술투구(Tarnhelm)를 만들었는데, 투구를 이용해 형의 손아귀를 벗어나려던 미메는 투구의 암호를 풀지 못해 탈출에 실패합니다. 알베리히는 보탄 앞에서 “이 절대반지로 세계를 정복하겠다”고 외치지만, 꾀 많은 로게는 알베리히를 꼬여 투구의 효력을 선보이게 만들죠. 커다란 용으로 변신했던 알베리히가 “작은 걸로 변해보라”는 로게의 꼬드김에 두꺼비로 변신하자 보탄과 로게는 알베리히를 꽁꽁 묶어버립니다.

Wolfgang Sawallisch/Bayreuther Festspiele 1989 - Wagner, Das Rheingold

Wotan: Robert Hale

Alberich: Ekkehard Wlaschiha

Fricka: Marjana Lipovsek

Freia: Nancy Gustafson

Fasolt: Jan-Hendrik Rootering

Fafner: Kurt Moll

Loge: Robert Tear

Erda: Hanna Schwarz

Chor der Bayerischen Staatsoper

Orchester der Bayerischen Staatsoper

Conductor: Wolfgang Sawallisch

Bayreuther Festspiele 1989

 

 

신화와 현실세계의 절묘한 조합

4장

4장에서 보탄이 알베리히에게 몸값으로 황금을 요구하자 알베리히의 명령으로 니벨룽 족이 무대에 나와 보탄 앞에 보물을 쌓아놓고 갑니다(보물의 모티프). 그러나 보탄은 요술투구와 절대반지까지 강탈하죠. 모든 것을 잃은 알베리히는 보탄을 원망하며, 이 반지가 다시 자기 소유가 될 때까지 반지를 소유하는 모두에게 저주가 내릴 것이라고 외칩니다(반지의 모티프).

거인들은 프라이아를 돌려주는 대가로 프라이아의 몸을 완전히 가릴 만큼의 황금을 요구합니다. 알베리히의 황금을 모두 쓰고도 프라이아가 완전히 가려지지 않자, 거인들은 요술투구와 반지까지 달라고 하죠. 권력의 반지만은 절대로 빼앗기지 않으려는 보탄에게 대지의 여신 에르다가 나타나 “반지를 포기하고 저주를 피하라”는 가르침을 줍니다. 그러나 보물을 차지한 거인들은 반지를 두고 싸움을 벌이고, 파프너는 형 파졸트를 때려죽이고 맙니다(저주의 모티프).

천둥의 신 도너는 천둥과 비로 구름을 씻어버리고, 행복의 신 프로는 발할 성까지 무지개다리를 놓아줍니다. ‘신들의 발할 입성과 무지개다리’의 음악이 찬란하게 울려 퍼지는 가운데, 신들은 다리를 건너 성으로 들어가죠. 라인 강 속에서는 황금을 잃은 처녀들의 탄식이 들려오고, 신들의 멸망을 예감한 영리한 로게가 성 밖에 홀로 남는 것으로 막이 내립니다.

최고신 보탄과 아내 프리카, 청춘의 여신 프레이아, 거인족 파프너와 파졸트 형제.

바그너의 ‘반지’는 보탄이라는 주신(主神)이 등장하는 게르만 신화를 토대로 신들과 인간의 싸움을 그리고 있습니다. 특히 <라인의 황금>은 물질과 권력에 대한 인간의 집요한 집착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어, 비평가 버나드 쇼는 이 작품을 ‘현대에도 여전히 그 의미가 유효한 드라마’라고 평했답니다. 바그너는 프루동의 무정부주의에 빠져 ‘사유재산=도둑질’이라고 생각했던 시기에 이 작품을 구상했지요. 연출가 파트리스 셰로의 <라인의 황금>은 산업사회와 자본주의를 비판하는 이 작품의 주제의식을 가장 선명하게 보여줍니다. 그리고 하리 쿠퍼의 전위적 연출은 바그너가 실현을 꿈꾸었던 바로 그 음악극의 본질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이들 최고의 연출을 두고 메트로폴리탄과 발렌시아 극장 <라인의 황금> 영상물을 추천하는 이유는 최근 영상물의 화질과 시각적 효과가 바그너 음악극에 수월하게 입문하는 데 보다 도움을 줄 듯해서입니다.

2010년 제임스 레바인 지휘로 뉴욕 메트로폴리탄 극장 무대에 펼쳐진 <라인의 황금>은 연극계의 마법사 로베르 르파주의 환상적인 연출로, 첨단의 테크놀로지를 이용해 끊임없는 시각적 착각을 불러일으키며 관객을 신화 속의 미로로 이끌어갑니다. 거대한 공룡의 척추처럼 수많은 판을 이어붙인 무대는 라인 강 요정들이 등장할 때는 물이 흐르듯 너울거리다가, 보탄과 로게가 지하세계 니벨하임으로 내려갈 때는 마술적인 조명효과에 의해 한없이 긴 계단으로 바뀌기도 하죠. ‘반지’에는 최근 주목할 만한 프로덕션이 많았습니다. 메트로폴리탄, 발렌시아뿐만 아니라 코펜하겐이나 바이마르의 ‘반지’도 새롭습니다. 자신의 연출 콘셉트를 완벽하게 실현할 수 없는 당시 극장의 기술적 한계에 절망했다는 바그너가 이 초현대적 테크닉을 동원한 오늘날의 <라인의 황금>을 본다면 과연 환호할까요?

추천 음반 및 영상물

[음반] 조지 런던, 키르스텐 플라그슈타드, 츠반홀름, 구스타프 나이틀링어 등. 게오르크 솔티 지휘,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1958년 녹음, Decca

[음반] 존 톰린슨, 린다 피니, 그레이엄 클라크, 귄터 폰 카넨 등. 다니엘 바렌보임 지휘, 바이로이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 1992년 녹음, 텔덱

[DVD] 제임스 모리스, 크리스타 루트비히, 지크프리트 예루살렘, 에케하르트 블라쉬하 등. 제임스 레바인 지휘,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오케스트라, 오토 쉥크 연출, 1990년 실황, DG(한글자막)

[DVD] 유하 우시탈로, 안나 라르손, 존 다스차크, 프란츠 요제프 카펠만 등. 주빈 메타 지휘, 발렌시아 시립 오케스트라, 카를루스 파드리사 연출, 2007년 발렌시아 극장 실황, 유니텔클래식스

이용숙(음악평론가) 이화여대 독문과 및 대학원을 졸업하고 독문과 강사를 역임했다. 프랑크푸르트 대학에서 독문학 및 음악학 수학, 서울대 공연예술학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연합뉴스 오페라 전문 객원기자 및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으며, 저서로 <오페라, 행복한 중독>, <사랑과 죽음의 아리아> 등이 있다.

출처 : 네이버캐스트 오늘의 클래식>명곡 명연주 2011.06.20

http://navercast.naver.com/contents.nhn?rid=66&contents_id=5509

 

영상물 한글자막으로 보기/http://cafe.daum.net/SPOFriends/CnO5/4088

 

공연 간단후기...

 

바그너의 대작 '링 사이클' 전 작을 본 지가 어연 10년이다.

 

한 작품에 4시간 반~ 5시간 반이나 되는 4개의 작품 모두를 그것도 세계적 오페라단인 러시아 '키로프 오페라단과 오케스트라,

그리고 최고의 지휘자-게르기예프 지휘로 2005년 연일 전작이 연주되어 기염을 토한  일이 있었다.

오리지널 오페라로 한번에 다 보려면 웬만한 체력과 지구력과 경제적인 부담까지 있어 실로 보기 조차 힘든 작품이 아닐 수 없었다.

 

내 평생 이런 기회가 다시 올까...

주저하던 마음을 다 던져버리고, 하던 레슨도 전 후 주일로 다 당기고 미루고 하면서 

게르기예프 지휘로 펼친 '정경화' 연주까지 더해 일주일 내내 세종 문화회관을 찾았던 기억은 아마 평생 다시 없을 지도 모를 일이고

그래서도 더욱 평생 잊을 수 없는 공연이기도 하다.

 

그래서 그런 지 비록 콘서트 형식의 오페라 공연이지만 이렇게 라도 바그너의 오페라-반지를 다시 접할 수 있음이 얼마나 행복한 지...

그것도 세계적 마에스트로-정명훈 지휘자의 서울 시향 공연으로 말이다.

아니, 엄청나게 길고도 힘든 이 공연을 인터미션도 없이 2시간 반이란 시간 동안에 이렇게 무대에 올려주는 것만도 사실 감격이다.

 

아!!

역시...바그너 작이야~

 

연주가 시작도 되기 전부터 무대를 꽉 메운 오케스트라 단원과 화려한 악기들의 등장으로 탄성이 절로 터진다.

 

세상에~

하프가 무려 6대...

저 매혹적인 하프가 무려 6대가 연주되었다는 거잖아~

난...저 매혹적인 하프 울림의 향연을 전혀 눈치 채지 못한거고...

 

우와~

저 맨뒤의 타악기 군단들은 또 뭐야~

팀파니 5구, 심벌즈 2대, 큰북...

그려~ 타악기군단이 대단할 줄은 알았지.

근데 저 6명이나 되는 실로폰, 마림바...군단들은??

반짝 반짝 빛나는 커다란 철판은 또 뭐지??

 

오페라에서 오케스트라는 어두운 무대 밑에서 연주되고 화려한 조명을 받는 무대에선 성악가들의 노래와 연기만을 보니,

사실 오케스트라를 자세히 볼수는 없고 또 존재감 자체도 못 느끼며 무대에 집중하게 되다보니...

이 웅장한 공연에 저렇게 매혹적인 하프 6대와 실로폰, 마림바 ...군단들이 포진하고 있을 줄은 전혀 눈치채지 못했었다.

비단 나만 그런것이 아니고, 대다수 사람들이 다 그렇지 않을까....

 

사실, 그런 면에서 오페라나 발레 공연을 콘서트 연주로 듣는것은 또 다른 매력이 있다.

아니, 매력을 넘어 상상할 수 없는 감동을 받기도 한다.

시선을 무대위 연기자나 발레리나에게 빼앗기지 않고 오로지 소리로서만 보고 느끼니 말이다.

 

뭐랄까...

가슴을 파고 드는 감동은 오히려 무대를 보는것 보다 훨씬 더 크다고 할까...

인간의 내면을 흔드는 것은 역시 시각적인 것 보다는 청각적인 것이 훨씬 크다는걸 다시 한번 느끼는 순간이기도 하다.

 

물론 발레음악도 그렇고, 오페라 음악도 음악자체 보다는 무대 출연진에 더 맞춰서 작곡되는 것이기 때문에

모든 작품에서 다 그런건 아니지만, 특히 음악의 선율이 주는 감동이 큰 작품들도 많다.

하긴, 그러니 옛날 영상물이 나오기 전에는 모든 오페라 작품이 음반으로만 접했어도 감동을 받기는 했지만....

일종의 영화를 보는것 보다 책을 읽는 것이 훨씬 더 큰 감동을 받고 여운도 오래 지속되는 것과 같은 이치랄까...

사람 마다 무한한 내적 상상력이나 경험이 오버랩 되기 때문일 지도 모르겠다.

 

암튼...

바그너 오페라의 진수를 느끼는 성악가들의 성량- 콘서트홀을 쩌렁 쩌렁 울리는 성악가들의 활약도 대단했고...

수많은 악기들이 펼친 오케스트라의 연주와 선율에도 매우 집중할 수 있어서

오페라 무대를 보는것 이상으로 감동을 받은 공연이었다.

 

2시간 반이나 되는 기인 시간을...

그것도 인터미션도 없이 펼쳐졌음에도 불구하고, 잠시도 한 눈을 팔 수 없을 만큼 오케스트라나 성악가들 모두 대단한 연주였다.

그중에서도 '알베리히'와 '보탄'은 단연 최고였다.

 

조명을 시시각각 쏘아 오페라 느낌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게 한 것도 멋진 연출의 한몫을 담당했다.

자막이 나와 이해를 도울 수 있었던 것도 감동의 큰 요소이기도 하고...

객석의 집중력 또한 훌륭한 공연으로 빛내주는 역할을 했다. 

 

콘서트 오페라로도 이렇게 강한 메시지를 받을 수 있음이 감동적이었고,

오늘 바그너 '링 사이클' 작품중 가장 유명한 '라인의 황금'을 시작으로 링사이클 전작을 다 콘서트 무대에서 볼 수 있기를 간절히 원하며

행복한 마음으로 예술의 전당을 떠났다.

늘 정명훈 지휘자와 열심하는 서울 시향에 감사한 마음 가득 안고...

 

글쎄~

언젠가는 혹시...

이렇게 콘서트 무대로라도 바그너 링사이클 전작을 연일 단번에 볼 수 있는 기회가 또다시 오지 않을까...

살짝 기대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