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주곡 : 쇼팽 에튀드 중 제12번 "혁명"
연 주 : 피아니스트 스타니슬라브 부닌
중유럽의 발트해 연안에 위치한
폴란드는 '유럽의 복도'라 불리기도 합니다.
동유럽과 서유럽이 만나는 교차점에 위치한 까닭에
어느 시대에나 점령군이 거쳐가는 중간통로인 '복도' 역할을
강요당했기 때문입니다.
올해로 탄생 200주년을 맞는
'피아노의 시인' 쇼팽도 폴란드 출신이며,
그 또한 살아 생전에 수많은 유럽의 강대국들이 조국을 군화발로
짓밟는 모습을 지켜봐야만 했습니다.
쇼팽의 에튀드(연습곡) 중 제12번은
그가 파리로 가던 중 조국이 러시아의 침공을 받았다는 소식을 듣고
비통함과 울분, 슬픔과 절망, 무력한 현실에 대한 격렬한 분노 등이
뒤섞인 채 작곡된 문제작입니다.
절규하듯 흘러내리는 왼손 아르페지오의 질주와
거칠고 통렬한 오른손의 격한 외침은
당시 쇼팽의 처절한 심상을 그대로 드러내주고 있으며
후세 사람들은 이 곡에 "혁명"이라는 부제를 헌사합니다.
그러나 당시의 쇼팽도 미처 알지 못했습니다.
사랑하는 조국땅을 다시는 밟지 못할 자신의 슬픈 운명을.
그래서인지 이 음악은
우리에게 더욱 더 쓰라린 감동으로 다가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