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후기...
클래식매니아가 된 이후로 이 공연처럼 요란스럽게 예매를 해보기는 처음이었다.
그리고 아예 예매창구에 들어가지도 못해서 발을 동동구르며 애간장을 태워보기도 처음이었다.
애가 타다 못해 사방으로 전화를 해대고, 창에 들어가면 내것좀 예매해 달라고 부탁해본 것도 처음이었다.
결국 한참만에 예매창에 들어갔을때는 내가 원하는 자리는 다 나간것처럼 보였다.
그리고도 그 여러날을 기다리며 LG아트센터에 갈때마다 일숙언니가 예매한 자리가 더 좋은가,
내가 예매한 자리가 더 좋은가 슬쩍 슬쩍 탐색까지...
결국은 내가 예매한 자리를 고수했다.
그렇게 오매불망 기다렸던 아르헤리치!!
이런 나를 하늘이 질투라도 한것인 지...
일주전부터 슬슬 내몸을 감싸고 돌던 감기기운이 부활절 전, 성금요일.. 종일 금식을 하고 난후
나의 몸은 완전탈진 상태가 되어서 토요일날은 일어날수 조차 없었다.
아니, 마치 나의 분신은 땅에 꺼져 없어지고 정신만이 살아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거기다가 공연장에서의 최악인 잔기침까지 났다. 아악~
감기약에 좋은건 다먹으며 그렇게 부활절..일욜 아침을 맞았다.
찬미예수!!
부활절의 기쁨보단 오늘 있을 아르헤리치 공연으로 내 머릿속은 꽉차 있다.
아침 일찍 서둘러서 부활절 미사엘 갔다.
부활절이라 미사도 긴데다가 신영세자 세례식까지...아아~~앉아있을 기운도 없었다.
할수없이 간간히 머리를 바닥에 누였다가 일어세우곤 하며 견뎌냈다.
제대의 초가 마치 크리스마스 트리불처럼 수십개의 반짝거림으로 보였다.
아아~~
당장의 괴로움보다는 아르헤리치 공연에 가지 못할까봐... 아니, 죽어도 가겠지~
가서 견뎌내지 못하고 실수할까봐 ..그게 더 걱정이 되었다.
집에 돌아와 쓰러지듯 누웠다.
그리고 감기약을 두배는(?) 강도 높게 먹고, 공연시간에 임박할때까지 버텨냈다.
드디어 집에서 나설시간 임박!!
일숙언니와 1시간여 전쯤에 만나기로 약속을 했기에 주섬 주섬 준비를 하고
간단히 점심을 먹고, 또 약을 강도높게....
아~~~
이럴줄 알았어~
전철을 타고 시간을 보려하니, 핸드폰을 빠뜨리고 온것이었다.
언니와 약속을 했는데....
전화번호는 당연히 기억못하지. 그저 내겐 일숙언니란 글자만 보였으니까....
그렇게 또 내심 머리를 쥐어박으며 1시간여를 졸면서 역삼역에 내렸다.
다행히 약속시간전에 도착했다.
티켓부스에 들르기 전에 우리가 늘 가던 '스타벅스'에 눈길이 갔다.
와아~~
거기에 언니가 먼저 와서 앉아있는 것이 아닌가!!
언니는 내가 당연히 핸폰 메시지를 보고 온줄로 알고 있었지만...ㅎㅎㅎ
커피와 베이글과 수다로 40여분은 한순간 지나갔다.
아니...근데, 나 아픈거 맞나??
언제 아팠냐 싶게 몸도 머릿속도 기침까지 거뜬했다.
중독이야!!!
공연중독인지, 커피중독인지...
너무 여유를 부렸는데, 티켓부스가 사람들로 밀려서 그만 공연시간에 임박해서 들어가게 되었다.
아!! 그렇게도 자리에 욕심을 내고 끌탕을 했던 자리...
한대의 피아노만 생각했다가 두대의 피아노가 자리를 하니, 내자리는 환상의 자리가 되어있었다.
한번은 아르헤리치의 얼굴에 촛점을, 두번째는 얼굴도 손도...
그뿐만 아니라 다른 연주자들의 모습도...그들의 숨소리까지 같이 느낄수 있을만큼...
첫곡...
둘째곡....
처음 보는 바이올리니스트 김의명씨의 연주도 인상깊었고, 언제나 늘...그저 푸근한 정명화씨도 볼수 있어 좋았다.
최근에 자주 본 이성주씨도, 일본인 비올리스트 가와모토 요시코의 비올라 소리도 좋았다.
용재오닐과 킴 카슈카시안으로 요즘 비올라에 매료되어 있던터라 유독 비올라 소리가 내 귓전에
더 빨리 와닿은것 같기도 하다.
암튼....
연주가 끝나기를 기다렸다.
아르헤리치를 기다린다....
아~~
나이가 들었음에도 그녀의 트레이드 마크가 되어버린 풀어헤친 머리가 보였다.
씩씩한 발걸음으로...일본인 이토쿄코와 함께.
아쉽게도 이토쿄코가 오른쪽에 아르헤리치가 왼쪽에 앉았다.
그러나 그 아쉬움도 순식간...
건반위를 내달리는 쇼스타코비치의 선율은...
'아!! 음악하는 사람들이 말하는게 바로 저거였구나!' 싶음이 그저 가슴을 때리며 전율을 일케했다.
강한 터치속에서도 물흐르듯이 부드럽게 넘어가는...
티없이 맑은 개울이 흐르고, 수십마리의 은빛 은어가 튀어오르는 것도 같았다.
'보석처럼 반짝이네~'
어느새 개울은 은하수가 되어 흐르고 있었다.
두번째곡...두 연주자의 자리가 바뀌었다.
이렇게 또 모든 관객들을 배려하는 모습에 감동은 배가 되고, 익숙한 모짜르트의 선율은
은하수의 흐름속에서 수없이 톡톡 튀는 별똥별을 보는듯 했다.
연주는 끝났고, 그녀는 머리가 땅에 닿듯, 마치 팔을 아래로 내려뻗치는 체력장검사를 하는듯
깊게 인사를 하는것이... 매우 인상적이고 후덕한 이웃집 아줌마같은 느낌을 갖게 했다.
귀엽기도 하고... 난 웃었다.
욕심같아선 2부내내 아르헤리치의 연주만을 듣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지만 슈만의 피아노 5중주를 들으며 그녀의 또다른 모습을 볼수 있었던 것도 너무 좋았다.
함께 하는 연주자들과 호흡을 맞추면서 간간히 쌩끗 쌩끗 웃는 모습이
또 그렇게도 순진무구할수가 없다.
5명 연주자들의 열정이 내게로 그대로... 호흡까지도 느껴진 시간이었다.
특히 앵콜연주때의 연주자들의 모습에선 그들도 우리와 똑같이 행복함에 겨워함이 느껴져왔다.
그래...너무나 행복해!!
연주회가 끝나고 나는 팬사인회가 없음을 아쉬워했다.
그러는 날 보고 착한 일숙언니....
"에이그~ 그 나이에 무슨 팬싸인회...연주 듣는것만으로도 벅차지~근데, 머리는 어떻게좀 했으면 좋겠어"
"왜?? 언니, 멋있잖아~ 난 그녀가 웃을때 언뜻 모나리자의 모습을 느꼈는데...ㅋㅋ"
"몸은 괜찮지?"
"그럼요~ 거뜬해~ 아주 거뜬~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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