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노르웨이.....

일상/놀웨이에서 너구리에게 온 편지

나베가 2006. 8. 24. 19:40

좀전에...

아빠한테 엄청 길게 메일 보냈음

윤수랑 엄마랑 연락이 통 없길래; 나도

별로 멜 안쓰고 있었는데

아빠가 좋은 말로 할 때 소식을 좀 전하라 하셔서

그동안 밀려있었던 얘기들을 이것저것 적어서 내가 갔던 호수 사진과 더불어 좀 보내드렸으

뭐하길래 소식도 없어!!

이러기야~~

흥흥

학교는 학기가 시작되어서 시끌시끌 복잡복잡 해

오늘은 공짜 쿠폰으로 유경이랑 근처 학생 까페에서 케익 한조각이랑 커피 얻어먹고 왔어 흐흐흐

참, 나 한국쌀 구했어 움하하하하하하하하

나도 이제 제대로된 밥을 먹을수 있다규

어젠 호박전도 부쳐먹어봤고(근데 호박을 절이는 과정에서 소금을 너무 많이 뿌려서 좀 짰어.. 색깔은 제대로 나왔는데...)

오늘은 유경이한테 스파게티도 해줬어 움하하

이제 밥도 제대로 먹을 수 있으니 반찬도 좀 만들어 봐야겠어...

여긴 점점 날씨가 서늘해지고 있어.

노르웨이 사람들 말로는 원래 여긴 여름이 정말 하루이틀 밖에 안되는데. 여름이 이렇게 긴건 드물다고 하면서 이 시기를 잘 즐기라고 하더라구

흐흐

암튼, 자세한 얘기는 아빠한테 들어 -_ -

나의 이곳 소식은 무조건 First come First served야 (선착순)

머리가 사뭇 많이 길어서 요즘은 묵고 다녀 그냥 푸르고 있으면 좀 지저분 하거든.

흠.

여긴 문구류가 너무너무너무너무 비싸서 안습.. ㅠ_ㅜ

그래도 학교에서 하는 프린트가 꽁짜라 움하하.. 그러나 복사는 비용을 받는(아무래도 저작권 때문인듯)

흠... 아, 얼마전에

다른 학생촌에 가서 바베큐 파티했는데, 난 학교 무슨 기관에서 주최한 엄청 큰건줄 알앗는데 -_ -

그냥 우리가 아는 프랑스 애들이 하자고 해서 한...

엄마가 좋아할 만한 분위기였어;;집 밖에 벤치(테이블 딸린)에서 애들이 각자 가져온 소세지랑, 맥주랑, 과자, 땅콩, 뭐 요런거 꺼내놓고

마트에서 파는 바베큐용 숯? 같은거에 불붙여놓고 얘기하고 먹고 뭐 요런 거였어 애들은 한 열명 남짓?

대게 프랑스 인이었고, 독일인, 오스트리아인, 이탈리아인, 그리고 우리 한국인 -_ -

뭐, 유럽애들끼리 자기네들 문화권에서 공통되는 얘기하고 뭐 요러느라 우리는 거의 듣고

물어보는 말에 대답하고 그랬지만. 나름 애들이 너무 웃겨서 -_ - 즐거웠어

흠...

윤수한테 멜좀 보내라고 해

그리고 윤수한테 영어공부 많이 하라고 하고..

여기 와서 아주 영어공부에 대한 의욕과 필요성을 엄청나게 느끼고 있으니 암튼. 영어공부좀 엄마가 많이 시켜

그냥 문제푸는 거 말고 말하고 쓰는 거..

새로운 환경이 낯설기도 하지만 즐겁고, 사람들도 좋고, 미국인은 없지만 유럽권 애들도 많이 알게되고

이젠 외국인과 대화하는 것도(잘하는 건 아니지만) 어색한 건 없고, 유럽권 문화도 간접적으로 접할 수 있고, 환경도 너무 좋지만..

확실히 이곳에서 내가 동양인이라는 걸 실감할때가 한 두번이 아니야

키크고 눈파랗고 피부 희고 머리 노란 애들 틈에 껴있지만 내가 걔들하고 같진 않잖아??;;;

그게 애로사항이 될때도 있어;;;

문화도 다르고, 인종도 다르고, 가끔 걔네들이 자기들끼리 쑥덕거리면 왠지 인종차별하는건가? 하는 생각도 들고..

가볍지만 그런 걸 한 번 느끼고 나면 책상 앞에 앉아서 그럴때 쏘아붙일 수 있는 말들 막 찾아서 적어놓고 -_ -

ㅋㅋ 뭐;; 동양인으로서의 약간의 열등감? 피해의식일 수도 있지만.. 모를일이잖수

흠.. 이건 아빠한테도 쓴 얘기지만..

오리엔테이션 기간때 박물관 견학을 가나 피크닉을 가나 하이킹이나 보트 트립을 가나

어디를 가나 흑인들이 가장 먼저 자리를 뜨고, 그다음엔 동양인이, 그리고 제일 마지막까지 남아잇는 건 백인들이야. 백인이라고 하면 단어가 좀 그렇고

유럽권 아이들이라고 하는게 좋겠지.

그걸 보면서 느끼는건. 참, 유럽 사람들이 현재를 즐길줄 안다는거야.

동양인이나 흑인들은 우리들 나라들이 유럽만큼 선진국이 아니어서 그들을 쫓아가야 한다는 생각과 더불어 항상 무언갈 해야하고, 돈을 벌어야 하고, 더 많은것, 더 나은것을 추구하려다 보니

지금 이순간을 놓치는 순간이 너무 많다는 생각이 들어. 지금 이순간을 즐기는 데 익숙하지 않지.

그런걸 보면 많이 안타깝고..

얼마전엔 인터넷 뉴스를 보다가. 미국 외교부에서 외교관들을 각 나라에 파견시켜서 각 나라의 언어를 배우게 하는데, 한국어하고 중국어가 가장 어렵다는 기사를 봤어.

우리나라 사람들이 영어를 배우는데 겪는 어려움이 거기 나타나 있더라구..

유럽 사람들은 영어랑 같진 않지만 그들은 태어날때부터 비슷한 알파벳을 사용하고, 어순이 같고 문화가 비슷하기 때문에, 공교육 수준의 영어만 배워도 대화가 쉽게 가능해 지지만

알파벳이 아닌 한글을 사용하고, 어순도 정 반대인 한국인들이 전혀 다른 생소한 영어를 배우면 그들만큼 대화가 쉽지 않게 되는겆.

그리고 이런 기사도 봤어. 이건 캐나다 출신의 우리나라 영어학원 원어민 강사가 우리나라의 영어 교육열에 대해 쓴 글인데, 기러기 아빠에 대한 얘기도 나와있고

우리나라 영어 교육열이 해외토픽감이라고 하면서 한 얘긴데

여기와서 그간의 일들을 돌아보며 유경이랑 이런 얘기를 했어.

유럽애들은 영어를 할때, 물론 걔네도 영어를 미국인이나 캐나다인처럼 잘 하진 못하지만, 그 아이들은 이야기를 할 때 단어 이외에는 구조상에서 별로 문제가 없어. 말이 쉽지.

가끔은 우리가 정말 어떻게 저런 단어를 몰라? (복숭아- peach, 화나다-angry, 무서운-afraid) 하는 단어를 몰라서 우리에게 물어보긴 하지만....

반면 우리나라 애들은 많은 단어를 정확하게 알고 있지. 하지만 우리가 말을 하게 되면

우린 하고 싶은 말을 생각하고, 그에 맞는 적절한 표현과 단어를 찾고, 다시 그걸 영어 어순에 맞게 조합하는 과정을 거치게 되지 우리 머리속에서..

그러다 보니까 너무 어려운거야...

흠... 암튼, 유경이랑 이런 저런 얘기를 하면서, 우리나라가 정말 애들한테 영어를 많이 가르치긴 해(유경) 하고 난 거기다가 "응, 하지만 그렇게 할 수밖에 없고 해야만 하는 이유를 이제 우리는 알지않지?"(나) 뭐 이런식의 대화를 했어.

그리고 여기 사람들 사는 것과 우리나라 사는 것에 대해서...

여긴 부쩍 어리게 생긴 남녀가 유모차 끌고 산책하는 경우가 많은데, 우리나라 여성차별과 커리어우먼의 직장생활과 육아 뭐 요런 것들에 대해서 얘기하다보면.. 결론은 정말 우리나라에선 일하는 여자가 살기 힘들다라는 결론이 나와...

처음에는 여기 사람들이 일을 너무 조금하고 관공서도 너무 일찍 닫아서 불편하고 불만이 많았는데, 어떻게 보면, 그게 정말 사람사는 거다라는 생각이 들더라구 .

여기 사람들은 현재를 즐길줄 알아. 무엇보다 자기의 삶의 질이 우선이지. 하지만 이기적이라는 말은 아니야. 함께할줄도 알아. 그게 참 맘에 든달까?

물론 이곳도 유럽이라 외국인에 익숙해서일지도 있지만. 여기 사람들은 내가 누누이 얘기하지만 항상 친절해

길을가다가 낯선 동양인이 붙잡아 세워두고 이것저것 물어봐도 웃는낫으로 친절하게 가르쳐주지.

이 나라 사람들이 착하다는 건 아니고 , 그냥 친절과 웃음이라는게 몸에 베어있다는 기분이랄까.

친환경적이기도 하고.... 높은 곳에 올라가서 어디를 둘러봐도 건물이 보이기 전에 항상 녹색 나무나 들판이나 공원을 보게돼.

이런데서 사는 사람들이 서울에 오면 절대 살수없을거란 생각이 들정도로.

해가 나면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수영복만 입고 공원 이곳저곳에서 깔개 깔아놓고 일광욕하고..

흠 뭔가 쓰다보니 좀 내용이 이상해 지는 듯. ...

암튼, 연락좀 하라규!!!

엄마가 바쁘면 윤수라도... 잇힝. 내가 윤수 보고싶어한다고 말은 한겨?!

이섀키

훔.. 그럼 답장 보내!!!!!

답장 안보내며 편지 안쓸껴!!

참, 여기 쌀 싸

아이스크림 콘이 하나에 17NOK(약 2550원) 인데, 쌀 1키로에 13NOK(약 1950원)이야..

암튼, 아픈데 없이 잘 지내고 있으니 걱정말라규(한국 여성이 어딜가나 적응력이 엄청나다는 사실은 알고 있나? ㅋㅋ)

그럼 안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