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지스의 '로빈 깁' 내한공연 후기... |
|
|
|
|
화요일 밤부터 내일 있을 Bee Gees 공연때문에 잠을 설쳤다. 이벤트 당첨된 티켓을 가지고 의기양양 갈것도 흥분되었지만, 워낙 월요일부터 수요일까지는 꽉 들어찬 빡빡한 일정때문에 어떻게 시간을 만들것인가 맘이 분주했기 때문이었다. 어쨋든 그렇게 관심을 보였던 아들녀석은 수능시험이 얼마 안남았기 때문에 동반자로서는 1순위로 탈락되었고, 남편은 여우같은 딸에 밀려서 최종적으로 딸과 함께 행복한 데이트일정은 짜졌다.
아들녀석을 위한 작정 매일미사를 다니기때문에 새벽 5시 반부터 시작된 하루! 1차로 아침식사 준비해서 온식구들을 일터로 내보내고, 정신없는 집안청소, 365일 계속되는 9일기도, 학원, 애들레슨, 칼같이 시간을 계산해서 택시 콜해서 타고 지하철역에 나가 꼬박 1시간 20분 지하철을 타고 허둥지둥 코엑스에 도착. 미리 가서 티켓교환을 해놓은 딸과 만나니 그제서야 여유가 생겼다.
우리 딸은 만나자 마자 상기된 얼굴로 말한다. "엄마, 티켓값이 얼마인 줄 알아?" "글쎄~ 얼만데? 아마 비쌀걸~" "십삼만 이천원! 우리 둘것 합치면 이십육만 사천원! 나 기절할 뻔 했잖아."
우리 모녀는 의기 양양 컨벤션홀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순식간에 어디서들 몰려왔는 지 홀앞에는 발디딜 틈도 없어보일 정도로 사람들로 가득했다. 하루종일 밥먹을 틈도 없었던 나는 가져간 컵케익으로 간단히 요기를 하고 홀안으로 들어갔다
"헉어억!" 사라브라이트만의 그 화려했던 무대와는 달리, 주우욱 나열된 플라스틱 의자와 철재빔으로 덩그마니 만들어진 무대의 그 썰렁함에 기가 턱 막혔다. 더우기 8시가 넘었는데도 사람들은 끊임없이 들어왔고, 공연은 시작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예술의 전당, 세종문화회관, 호암...등 절제되고 숨죽일 듯한 분위기에 익숙한 나로서는 실망스런 공연이 되지 않을까 조바심이 들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러한 기우는 공연이 시작되자 마자 순식간에 사라졌다. 커다란 3개의 휘장에 형형색색 조명이 쏘아지고 무대에 가득찬 밴드와 오케스트라 단원은 분위기를 순식간에 압도했다. 이어 로빈 깁이 등장하며 Emotion으로 공연은 시작되었다. 하얀자켓을 입고 나온 로빈깁은 멀리서 보기에 아무리 나이를 먹여봐도 20대 청년처럼 보였다. 10대부터 만인이 다 알고 있는 'How Deep is Your Love'가 3번째곡으로 불려지자 객석에서 따라부르며 벌써부터 분위기가 고조되어 가기 시작했다.
로빈깁의 목소리의 진가는 Holiday, Massachusetts, I started a Joke. First of May, Saved by the Bell. Words 를 부르면서 발휘되기 시작했다. 한없이 감미로우면서도 내리뻗쳐지는 그 낭낭한 목소리는 56살의 나이라고는 도저히 믿겨지지 않는 목소리였다. I started a Joke 를 부를때는 여기 저기서 신음 소리가 들려왔다.
너무나도 아름답고 감미로운 노래...Words 를 부를때는 스크린에서 끝도없이 글자가 쏟아져 내렸다. 단순하기 짝이 없는 그 글자의 반복이 그의 목소리와 뒤섞여서 더없이 가슴속을 애끓게했다.
LOVE HEART SOUL BELIEVE . . 템포가 빨라지고.. 이제 공연은 막바지를 달리기 시작했다.
Stayin Alive Night Fever Tragedy
너나 할거 없이 우리 모두는 일어나서 두손이 떨어져라 손뼉치고 흔들며 함성을 지르고.... 춤을 추었다. 심지어 의자위에 올라가도, 앞으로 뛰쳐나가도 아무도 꺼려하는 사람도 없었다.
특히 Tragedy 를 부를땐 음반에선 느낄수 없었던,,, 점점 강하게 크레센도되게 연주를 해서 마치 공연장을 삼킬듯... 모두가 그 소용돌이에 빨려 들어갈것처럼..... 아~~악~~ 정말 압도적이었다.
찌를듯한 고음.... 비지스만의 그 억양을 들을 수 없어 아쉬웠던 그 맘조차 분위기에 휩쓸려 이젠 날아가 버린듯했다. 그저~~~그 분위기에 추억까지 가세해서 모두는 현실을 잊고 있는듯 했다. 뒤에서 열광하는 사람들을 구경하는 것도 큰 볼거리였다.
앵콜공연이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이젠 더이상 안 나올것을 알면서도 많은 열성팬들은 그 자리에 머물러 있었다.
'감정의 메마름' 을 누가 나이탓으로 돌렸든가! 그것은 단지 자신이 가두어놨을뿐인 것이다.
"엄마, 3명이 다 있었다면 정말 너무 좋았겠어~"
하지만 그것은 되돌릴 수 없는 현실이다. 형 배리 깁은 성대결절로 노래를 부를 수 없고, 쌍둥이인 동생 모리스 깁은 심장 수술하다 죽었으니까...
새벽5시 반부터 다음날 새벽 0시 15분까지의 하루가 까마득하게 잊었던 과거 20년전의 시간까지 거슬러 올라가 참으로 벅차기도 했던....그러나 딸과 부딪히며 춤을 출 수 있었던 시간까지 ... 너무나 행복했던 하루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