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날...
이름만으로도 충분히 가슴 설레는 베를린 필....
그중에서도 가슴 깊이 심장의 고동소리와도 같은 음색을 느끼게 하는 첼로....
첼로 주자 12명이 연주를 한다.
티켓링크에 뜨자마자 일찌감치 예매를 해놓고, 그들의 내한연주 곡목이 들어있는 음반도 구입해서
들으며 7월 15일이 되기를 기다렸다.
매월 3째주는 성지순례를 가는 날이기도 했는데, 아무래도 연휴 시작이기도 하고, 5시까지 오지 못할까봐 아예 성지순례를 포기하기로 했다.
집안일이란게 어찌하다 보면 항상 정신없이 시간이 지나가 버리게 된다.
이날도 여지없이 시간이 촉박하여 집을 나서게 되었는데, 버스도 한참을 기다렸고, 지하철 시간표와는 달리 도대체 지하철이 들어오질 않는 것이었다.
17분에 들어와야 할 삼송행 지하철도 들어오지 않고, 23분에 들어와야 할 수서행 지하철도 들어오질 않고....전광판엔 이번열차에 삼송행이 계속 떠 있는 것이었다.
시간은 흘러 25...26..27분이 넘고 있었다.
아~~~
나도 모르게 신음소리를 내었다.
불과 며칠전에 물난리가 나서 지하철이 물에 잠겼던게 생각이 나면서....심상찮은 예감이 나를 엄습하기 시작했다.
시간도 널널한 날이었는데...무슨 임박할때까지 일을 한다고....
이젠 입장시간도 촉박해지다 못해 아무래도 한두곡쯤은 놓칠것만 같은 불안감이 엄습했다.
수백번...공연장을 갔지만, 공연시간에 늦은 적은 단 한번도 없었는데...
그것도 하필 베를린 필 12 첼리스트 공연에....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데, 지하철이 들어왔다. 다행히 수서행으로 바뀌어서....
애간장을 태우며 1시간 10분...
생각보다 몇분 빨리 도착을 했고, 달려서 바로 출발직전의 셔틀버스를 탔고...
그렇게 숨이 차도록 달려 늦지않고 팜플릿까지 사서 입장을 할 수 있었다.
후~~~
로얄석은 넘 비싸고, 나는 그들을 자세히 보기위해서 합창석을 예매했다.
12명중 3명의 연주모습은 볼 수 없었지만 나머지 연주자들은 연주 모습뿐 아니라 그들 표정 하나하나까지도 놓치지 않고 같이 느낄 수 있었다.
음반에서 들은 곡들도 있었지마는 생소한 곡들도 많이 있었는데, 음반으로 듣는 것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다는건 당연지사다.
어쩌면 같은 첼로에서 그렇게 각기 다른 소리들을 내는 지....
이게 첼로 소리 맞아?? 싶을 정도의 높은 음역.
그런가 하면 아주 깊은 울림의 낮은 소리.
현을 마치 쓰다듬듯 어루만지기도 하고,
아주 가녀리게 현을 튕기기도 하고, 그런가 하면 줄이 끊어질듯 세게 튕겨내기도 한다.
누구는 첼로 현을 두두리고,
누구는 통을 두두린다.
이건 우리가 생각하는 연주의 틀을 벗어나서 너무나도 생각못할 첼로로서만의 아름다운 곡을 만들어 냈다.
익숙한 아름다움이 아닌 이 뜻밖의 아름다움에 숨이 멎을 것만 같았다.
내 몸은 의자 등받이를 떠나서 점점 앞으로 쏠려졌다.
아!! 피아졸라~~
나도 모르게 그의 이름이 외쳐졌다.
그들은 연주가 끝날때마다 합창석도 잠깐씩 봐주며 답례를 하곤 했다.
그리고 어찌 하나같이 그리 잘생겼는 지....^^*
1부가 끝나고 활짝 웃으면서 환호에 답례하며 퇴장하는 그들을 가까이서 보며 열렬히 박수를 쳤다.
눈이 마주치는 것만 같아서 더욱 열렬히...후훗^^
인터미션 시간에 옆라인에서 보고 있던 소희씨가 내 자리로 찾아왔다.
이 공연 얘기와 앞으로 있을 공연 얘기로 잠깐 동안 수다를 떨은것 같은데....
벌써 2부 시작을 알리는 안내가 들려왔다.
2부는 좀더 밝고 경쾌한 곡들로 준비되었다.
연주의 모습과 방법도 훨씬 다양한....
소리를 질러 대기도 하고, 발도 구르기도 하고...
파도타기 하듯 연주도 하고....
연주자들 표정도 한없이 밝고 경쾌한 것이, 고개을 까딱거리며 연주하는 한 연주자의 모습이
얼마나 개구장이 소년처럼 귀엽던 지....나로하여금 계속 미소짓게 만들었다.
정말 너무나 기가 막힌 그들의 연주를 다 듣고는 기립박수를 치지 않을 수가 없었다.
하나, 둘,.....거의 반이상이 기립박수를 쳤다.
드디어 앵콜곡....
또....
거의 기립!!
그들은 마치 어린아이 마냥 손을 흔들며 환하게 웃는 모습으로 우리에게 답례를 하며 퇴장했다.
정신없이 짐을 챙겨들고 팬싸인회가 있는 로비로 뛰어내려갔다.
덕분에 맨날 끝도 없이 뒤로 뒤로...거의 맨꼬래비로 서있던 내가 너무나 앞줄에 서 있게 된것이다.
일숙언니도 내가 너무 앞줄에 서 있는 것을 보고는 놀랠정도...
소희씬 싸인은 받지 않고 사진만 찍는거 같기도 하고....
내가 12명의 연주자에게 팜플릿과 가져간 CD에 싸인을 다 받고 나올때까지 그곳에 있었는데..
싸인을 받고나서 줄을 바라보니, 아직도 끝도없이 서있다.
의기양양 ...너무 기분좋아서 일숙언니하고 까페 모짜르트에 가서 고팠던 커피를 마셨다.
언니는 이렇게 공연이 끝나고 커피마실 여유는 한번도 가져본 적이 없어서 이렇게 늦게까지 까페가 하는 줄도 몰랐다고...
맨날 공연얘기 말고는 다른 얘기는 거의 한적이 없는거 같다.
그럴밖에...
공연장에서밖에 만난 적이 없으니까...후훗^^
밖으로 나왔는데, 앞이 안보이게 비가 쏟아져 내렸다.
겁이 많은 언니는 너무나 무섭다고 했다.
정말 어떻게 집에 가야 할 지...갑자기 막막해져 오는게 겁이 나기 시작했다.
다행히 양재역에 다다랐을때는 거짓말처럼 비가 잦아졌다.
주말이라서 좌석버스 배차가 20분이라 꽤 기다려서야 버스가 왔다.
이것 저것 너무 벅차서 피곤함도 느껴지지 않았다.
한강에 다다르지도 않았어도 비에 젖어 반사되는 불빛들의 향연이 너무나 근사했다.
마치 오늘 12대의 첼로가 다 각기 다른 소리들을 내면서 너무나 아름다움속으로 우리를 매료시켰던 것처럼 또 다른 연주를 보는 것만 같았다.
어느듯 버스는 내가 내려야 할곳에 도착했다.
늦은 시각이라 사람이 없어 빨리 올것이라 생각했지만, 의외로 시간이 많이 지나 있었다.
이미 집에 가는 마을버스는 모두 끝이 나버려 택시 승강장에 가서 줄을 섰다.
하지만 택시는 좀체로 오지 않았다.
30분이 지나고 있었다.
일찌감치 call을 할걸~
call회사로 전화를 했지만 택시가 없으니 오래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었다.
잠잠했던 빗줄기가 다시 앞이 안보이게 내리치고 있었다.
나는 그냥 그 빗속을 걷기로 작정했다,
얼마 안걸어서 내 옷은 다 젖어 들었다,
그야말로 우산 바로 밑 머리만 빼고는 다 젖었다.
나는 아예 치마를 걷어 올린 채 걸었다.
맘같아선 구두도 벗어들고 맨발로 걷고 싶었지만...발을 다칠까봐서 그렇게는 하지 못했다.
12명의 싸인이 있는 팜플릿을 일숙언니 차에 맡겨놓고 온건 너무 잘한 일이었다.
그렇게 집에 오니 새벽 1시가 되어 있었다.
이젠 이 시간에 집에 들어오는 일도 너무나 익숙해져 무섭다는건 먼나라 얘기같다.
오로지 감동만이 가슴 벅찰 뿐이다.
2006.7.15
베가.
괴츠 도이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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