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후기....
어제의 감동에 젖어 아침 일찍부터 장한나의 하이든 음반에 빠져있다.
추접 추접 내리는 가을 비까지 첼로음색에 합세해서 언제나 헤어나와 삶의 일상으로 돌아가게 될 지...후훗
에잇~
오늘은 그냥 모든거 뒤로 밀쳐둔 채 종일 음악속에 빠져보지 뭐~
새로 주문해 배달된 음반도 듣고.
책꽂이에 제법 빼곡히 들어찬 팜플릿을 뒤적거려 제작년 봄에 '로린 마젤'과 협연했던 '장한나'의 팜플릿을 찾아냈다.
어제 연주되었던 곡들을 선별해서 아침내내 듣고...그 감동으로도 벅찬데...
지난 연주회까지 욕심을 내서 잊었던 레파토리를 또다시 찾아내 들고 있다.
'차이콥스키, 로코코풍 주제에 의한 변주곡, 작품 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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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이후 대체로 연주회때마다 발코니 언니와 함께한다.
바쁜 일상중에 허둥대며 조금이라도 시간을 더 만들어 보려 애쓰지만,
겨우 커피한잔 마시며, 다음 공연 어느거 예매했는 지...연주자 얘기, 내가 본 공연이 얼마나 감동적이었는 지...깔깔댈 정도의 시간밖에는 허락되지 않는다.
아쉬움이 더한것은 언니는 언제나 1층이고, 나는 대부분 3층이기 땜에...후훗^^
하지만 이제 난 아주 커다란(?) 망원경을 가지고 다니는 덕분에 1층의 그 로얄석이 부럽지 않다는 것이다.
눈을 위로 치켜 떴는 지...
아래로 내리 깔았는 지...
세세한 손떨림에 힘줄까지 보며 연주자에게서 풍겨져 나오는 전율을 그대로 느낄 수 있으니까....
어젠 정말 그랬다.
지난번보단 조금은 성숙하고 이젠 신동이라기 보단 매력적인 여성의 모습으로 나타났다.
그렇게도 이쁘고 빛나는 살결에...탄성이 나올정도였다.
1부의 빨간 드레스도 이뻤지만, 2부의 파격적인 은색 드레스가 정말 놀랍도록 매력적이었다.
표정도 얼마나 이쁘고 여유로운 지...
제1 수석, 부수석 바이올리니스트와 매력적인 미소로 대화하며 연주하는 모습.
때론 손이 떨리듯 강렬하고, 때론 한마리 나비가 나빌레라 춤을 추듯하고..
눈을 똥그랗게 부룸뜨기도 하고...
한없는 심연속으로 빠져들어 가는듯도 하고....
나는 너무나 아름다운 소리와 함께 그들 모두 연주자의 심연속으로 빨려즐어가는 듯 했다.
너무나 완벽한 소리!
17명의 베를린 필하모닉 신포니에타 단원들의 악기마다의 그 음색이 마치 다 느껴지는것만 같았다.
대부분 공연에서 언제나 감동을 받고 오지만, 그 뭔가 모를 ...그런 완벽한 음색이 느껴졌다.
나도 모르게 '정말 대단하다~
역시 베를린 필하모닉 신포니에타다!' 라는 신음이 가슴 밑바닥에서 부터 흘러나왔으니까.
조금은 무료하다고 느껴졌던 스트라빈스키곡이 그렇게 아름답게 들리다니..
'파가니니 첼로와 현악 오케스트라를 위한 ''로시니 주제에 의한 변주곡' 은 또 어땠고....
관객 모두 우렁찬 함성을 외칠 수 밖에 없을 만큼 압도적이었다.
앵콜곡은 또 어땠는가!
너무나 아름답고 매혹적이었던...
허나 내겐 쓰라린(?) 아픈 사연이 있다.
지난번 조수미& 드미트리...공연때 사인을 너무나 힘들게, 서럽게 받은 아픈 기억땜에
그만 그 환상의 듀오 앵콜곡을 못듣고 뛰쳐나오고 만것.
벌써부터 나와서 줄을 서고 있는 사람들과 함께 TV모니터로 그 환상의 듀오공연을 보고 있노라니.....
한심함에 나도모르게 내맘속으로부터 머리를 쥐어박고 있었다.
와아~제1 바이올린 수석주자,'로렌츠 나스투리카!
tv로 봐도 너무나 환상적이었는데....그 소리는 감히 게임이 되지 않질 않는가!
이렇게 바보스러울데가....
모두들 기립박수로 환호하고 있었다.
저기에 서서 나도 기립박수로 환호하고 있어야 할 내가...
장한나의 그 감동에 벅차하는 표정을 보는데서 난 만족을 해야만 했다.
어쩌면 다시는 들을 수 없는 듀오공연 이었다.
한참을 기다려서야 '한나'씨가 나왔다.
사인도 받고 사진도 찍고 했지마는 그 안타까움과 나의 바보스러운 행위땜에
언짢은 기분은 좀체로 풀리지 않았다.
언니도 나와서 한마디 했다.
"아니. 생전 안하던 행동을 다하구 그래~ 연주자가 나가기도 전에 나가는 사람이 어딨어. 예의가 아니지~ "
" 알구 있어. 싸인에 내가 너무 집착을 해서....나중에 액자에 다 껴서 벽 한가득 장식을 할거라구~"
"나두 옛날엔 그랬는데, 그거 별의미 없어. 그리고 한나씬 아직 어린데 다음에 받음 되지."
나는 정말 속이 상했다.
괜스레 지난번 공연때 너무나 야박하게 난리를 쳤던 행사요원이 야속해지기도 했다.
"언니, 앞으로 나를 '바보'라고 불러주세염."
버스에서 내다보는 한강야경이 더없이 아름답게 보였다.
이어폰으로 들려지는 음악도....
공연의 여운도...
아픈 추억이 있는 연주회.....
하얀 피부가 피어나는 분꽃처럼 빛났던 그날의 장한나.
특히 2부에 입고 나왔던 은색 드레스는 기막히게 아름다운 한마리의 은빛 인어 같았다.
그녀의 연주에 몰입하는 모습은 사람으로 하여금 함께 빠져들어가게 하는 마력같은 힘이 있다.
베를린 주자들과의 너무나 완벽한 연주...
앵콜곡까지..
가슴벅참을 안고 2곡의 앵콜곡을 듣고는 싸인을 받기 위해 뛰쳐 내려왔는데...
제1바이올리니스트와의 어쩌면 평생 보지 못할 듀오 연주를 또 하는 것이 아닌가!
객석은 열광의 도가니였고,
나는 그날 장한나의 벅차함을 로비의 모니터로 보는 우를 범하고 말았다.
싸인은 받았지만...
집에 돌아오는 내내 머리를 쥐어박고 후회를 했었다.
지휘자- 이온마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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