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오페라(아리아)

베르디/오페라, 춘희 (이 꽃에서 저 꽃으로)

나베가 2006. 5. 28. 08:17

Sempre Libera Violetta's aria from La Traviata

베르디 오페라 춘희 중 이 꽃에서 저 꽃으로

Verdi, G. Francesco(1813~1901) 이탈리아 

Sempre Libera Violetta's aria

 

Verdi La Traviata part2 Act1 1 6 Follie Sempre libera 

Cast Libretto............................................................... Francesco Maria

Piave Violetta Valery.....................................Joan Sutherland

Alfredo Germont...........................................Luciano Pavarotti

London Opera Chorus

Director : Terry Edwards

National Philharmonic Orchestra

Richard Bonynge

 

파리 사교계의 여왕 비올렛타의 집에서 열리는 파티... 알프레도는 비올렛타의 아름다움에 사랑을 느낀다. 폐병을 앓고 있는 비올렛타는 알프레도의 구애에 냉담하면서도 내심 그의 사랑에 마음이 흔들린다. 결국 두 사람은 교외에 사랑의 보금자리를 만들고 행복한 날들을 함께하게 된다... 그러나 궁색한 생활형편을 알게 된 알프레도가 돈을 구하기 위해 집을 비운 사이, 그의 아버지 제르몽이 찾아와 비올렛타에게 알프레도를 떠날 것을 부탁한다. 번민하던 비올렛타는 결국 이별의 편지를 남기고 파리로 돌아와 버린다. 돈에 끌려 비올렛타가 자신을 배신했다고 생각한 알프레도는 파티에서 재회한 비올렛타를 가혹하게 모욕한다. 비올렛타는 괴로움에 더욱 위독해지고, 결국 모든 사실을 알게 된 알프레도가 다시 그녀를 찾아 용서를 빌지만, 이미 때는 늦어 비올렛타는 알프레도의 품에서 숨을 거둔다.

 

제 1 막 파리에 있는 비올레타의 살롱

먼저 유명한 전주곡 (Preludio) 으로 시작된다. 아다지오 b단조. 아주 짧은 곡이지만 이 오페라의 내용을 암시하듯, 전체적으로 애환이 베어 있어서 매우 아름답다. 베르디의 모든 전주곡 중 가장 아름답고 설득력있는 명곡이다. 특히 현악4중주로 연주되는 서두 부분은 말이나 글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이다. 이 가락은 후에 비올레타가 알프레도에게 이별을 고하는 장면에서 나오는 선율이기도 하며, 또 제3막에서 병들어 누운 비올레타를 암시하는 음악이기도 하다.

막이 오르면 파리 사교계의 여왕이자 고급 창부인 비올렛타 집의 호화로운 살롱, 8월의 어느 날 밤이다. 오늘은 비올렛타가 주최한 파티가 열리는데 여기에 참석하기 위하여 손님들이 속속 도착하고 있다.  방의 중앙에는 음식이 차려진 테이블이 있고, 손님들은 비올렛타의 주위에 모여서 얘기를 나누고 있다. 듀폴 남작, 도비니 후작, 그리고 비올렛타의 여자친구 플로라, 그 밖에 많은 손님들이 모여 파티를 즐기고 있다. "인생은 즐기고 볼 일" 이라고 노래한다. 그 때 가스통 자작이 친구인 알프레도 제르몽을 데리고 나타나서 비올렛타에게 소개한다. 알프레도는 지방의 명가출신인데, 아직 즐길 줄 모르는 순진한 청년이지만, 오래전부터 비올렛타를 깊이 사모하고 있으며, 그녀가 아팠을 때 매일 그녀의 집을 찾아 오기도 했었다.

분위기가 무르익자 가스통은 알프레도에게 권주가를 불러 줄 것을 청하고, 이에 알프레도가 일어서서 세상 근심 모두 잊고 그저 즐겁게 마시고 떠들자는 내용의 "축배의 노래 (Libiamo libiamo ne'lieti Calici)"를 부르는데 이 곡은 오페라에 등장하는 수많은 권주가 (Brindisi)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곡이다. 알프레도의 노래를 받아 비올렛타도 기쁨을 노래하고, 일동 목청을 합쳐 화려하게 곡을 맺는다.

그 때 옆방에서 춤음악이 들려오므로 모두들 그 방으로 춤을 추러 가는데, 갑자기 기침발작을 일으킨 비올레타가 의자에 주저앉는다. 그녀는 이미 무서운 결핵에 걸려있는 것이다.

한참 뒤 창백한 얼굴로 의자에서 일어난 비올레타는 거울에 얼굴을 비춰보는데 혼자 있는 줄 알았던 그 방에서 알프레도가 걱정스럽게 자기를 보살피고 있는 것을 발견한다. 여기서 알프레도는 비올렛타에게, 자기는 1년전부터 비올렛타를 사랑하고 있었다고 고백하면서 이와 같은 무절제한 생활을 계속하면 죽게 될거라면서 하루 속히 이런 생활에서 빠져나오라고 권한다.

알프레도가 비올레타에게 사랑을 고백하지만, 비올레타는 진실한 사랑 따위는 믿지 않는다면서 이를 거절한다.

이때 불려지는 2중창 "빛나고 행복했던 어느날 (Un di, felice, eterea)"은 겉으로는 알프레도의 사랑 고백(이 사랑은 온 우주의 가슴이 뛰는 것이니 Di quell'amor ch'e paltito dell'universo intero)을 냉정하게 거절하면서도 가슴 속 깊은 곳에선 참된 사랑을 갈구하는 비올레타의 이율배반적인 미묘한 정서를 음악을 통해 잘 묘사하고 있다.

행복하고 지순했던 날

당신은 나의 마음에 깃들었다오

신비롭고 거룩한 우주의

고동같은 그 사랑을 알았다오

알프레도가 떠나려 하자 비올레타는 가슴에꽂고 있던 꽃 한 송이를 그에게 주며 그 꽃이 시들면 다시 오라고 하고, 알프레도는 다시 한번 소리높여 비올레타를 사랑하노라고 외친다. 손님들이 술과 춤에 상기되어 돌아온다. 저음현과 팀파니의 트레몰로에 실려 제 1 막 서두의 선율이 나타나고 합창이 된다. 화려한 선율이 연주되는 가운데 손님들이 인사를 하면서 떠나간다.

홀로 응접실에 남은 비올레타는 야릇한 마음의 요를느끼며 아리아 "이상하다! 이상해!..(E strano! e strano!...)"를 부른다. 그 노래는 어느새 자기 처지를 한탄하는 자조 섞인 내용으로 바뀐다. 그 때 갑자기 알프레도의 사랑의 노래가 멀리서 들려 온다. 여기서 비올렛타는 알프레도에 끌리는 마음을 주체할 수 없어 사랑의 기쁨에 찬 아리아  "아, 그이인가..(Ah, fors'e lui)"를 노래한다.

이상하다! 이상해!

그의 말이 마음 속에 깊은 자국을 남겼어!

진짜 사랑따위는 내게는 귀찮은 것일까?

망설이고 있는 내 마음이여, 어쩔 셈인가?

아무도 네게 불을 붙인 적은 없어..

사랑하는 사람에게 사랑 받는다는,

내가 예전에 몰랐던 기쁨! ...

이 단순한 쾌락만을 좇는 내 생활을 위해

그 기쁨을 무시할 수 있을까?

아, 그 사람인가, 그 사람인가

내 마음을 이렇게 뒤흔드는 이

사랑의 고민속에 사로잡는 이

내 맘을 산란케 하는 이가

그이였던가, 그이였던가

상냥한 그의 음성이

사랑을 속삭이고 나를 위로했네

그대가 내 영혼 모두 빼앗아갔네

내 가슴깊은 사랑의 궁전에

그이로 가득찼네, 오 그대여!

하지만 미친 듯이 그의 사랑에 대한 유혹을 뿌리치며 예전의 삶 을 고수하려는 그녀는 " 언제나 자유롭게(Follie! Follie!.. Sempre libera) "하고 쾌락을 찬양한다.

이 대목은(이상하다! 이상해!   아, 그이인가    언제나 자유롭게) 쉬지 않고 노래부르는데  비올렛타역의 소프라노가 자기 목청을 자랑하는 곳이다. 가수로서 대단히 어려운 기교가 요구된다.

어리석은 짓이야! 어리석은! 덧없는 꿈이야! ..

나는 이 파리라는,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사막안에 홀로 내버려진 

불쌍한 여자,

무슨 희망이 있느냐고?.. 무엇을 하면 되지? ..

내 생명 다하도록 이 꽃 저 꽃 찾아 다니며 향락의 단 꿀을 한 평생 마실까

어차피 버려진 이 몸의 신세 이 꽃에서 저 꽃으로 옮겨 다니며

달콤한 쾌락을 이 잔에 마시리

 

영화 가면 속의 아리아  (Le Maitre de musique,1988) 中

 

 

 

<참조 - 네이버 : http://movie.naver.com/> 

 

제 2 막 제 1 장 파리 근교의 별장

알프레도의 사랑에 감동한 비올레타는 파리의 사교계에서 물러나 그와 함께 동거한다. 이미 그들이 동거한지 세 달이 지났다. 막이 열리면 알프레도가 등장해 사랑하는 비올레타와 함께하는 생활을 기뻐하는 아리아 "불타는 마음을" <De'miei bollenti spiriti>를 부른다. 하녀 안니나가 외출을 하려는 듯 지나간다. 궁금한 알프레도가 그녀에게행선지와 목적을 묻자, 생계를 꾸려나가기 위해 파리에 세간을 팔러 간다는 그녀의 대답을 듣고 당황한다. 자신이 생계에 무심했다는 것에 수치심을 느낀 알프레도는 부끄러움을 씻겠다며 아리아<O mio rimorso!>를 부르고 자신이 먼저 돈을 마련하러 파리로 간다.

그가 떠나자 곧 비올레타가 등장해 안니나에게 알프레도의 행방을 묻는다. 안니나가 파리에 갔다고 대답하는데 시종 쥬세페가 등장해 편지를 건넨다. 안니나와 쥬세페가 물러가자 비올레타가 혼자 남아 편지를 읽어본다. 그녀의 친구 플로라가 그녀가 있는 곳을 용케 찾아파티에의 초대장을 보낸 것이다. 하지만 비올레타는 그런 생활에는 이제 무관심하다. 쥬세페가 다가와 손님이 당도했다고 알리고, 곧바로 알프레도의 아버지 제르몽이 등장하고 그들의 2중창<Madamigella Valery? Son io>이 시작된다. 예기치 않은 손님에 당황한 비올레타는 정중히 그를 맞아들이지만 제르몽은 바로 그녀를 비난한다.

아들을 유혹해 사치스런 생활로 재산을 탕진하게 했다고 오해한 제르몽에게 발끈한 비올레타가 서류를 보여주면 그간의 생계를 설명하자 제르몽은 당황한다. 목소리가 누그러든 제르몽은 간단히 아들을 포기해달라며 자신의 뜻을 밝힌다. 비올레타와의 생활이 오점이 되어 순수한 알프레도의 여동생의 혼사길을 걱정된다며 애절한 아리아<Pura siccome un angelo>를 부른다. 그녀가 그러면 당분간 떠나있겠다고 대답하자 제르몽은 영원한 결별을 요구한다. 놀란 비올레타는 자신의 생명이 얼마남지 않았다고 말하며 그와의 이별은 불가능하다며 간청하는 아리아<Non sapete quale affetto>를 부른다.

제르몽의 하늘의 축복을 받지 못한 생활은 정당화될 수 없다며 집요하게 설득<Un di, quando le veneri>하자 마침내 양보할 수 밖에없게 되어그녀는 희생을 각오하고, 한 여자가 자기의 행복을 위하여 희생하였다는 것을 따님에게 전해 달라며 아리아<Ah! Dite alla giovine>를 부른다. 그녀의 희생에 감동한 제르몽은 자신의 딸인양 그녀를 안고 위로한다. 자신이 떠난 뒤 상처 받을 아들을 오히려 위로해달라고 부탁하는 그녀의 아량에 감동한 제르몽은 비올레타를 축복한 뒤 떠난다.

비올레타는 먼저 플로라에게 돌아가겠다는 답장을 써서 안니나에게 전하라며 먼저 파리로 보낸다. 그리고 알프레도에게 이별의 편지를 쓴다. 그때 알프레도가 돌아오자 그녀를 당황해 하며 편지를 감춘다. 그가 돌아오는 길에 아버지가 온다는 편지를 받았다고 말한다. 아버지의 노여움을 걱정해 하는 그를 오히려 그녀가 안심시킨다. 그리고 슬픔을 애써 감추며 밖으로 나가 사환에게 그에게 전하는 편지를 맡기고는 이별을 고하고 떠난다. 쥬세페가 황급히 달려와 그녀가 파리로 떠났다고 알리지만, 알프레도는 세간처리 문제로 간줄 알고 태연하다.

그런데 사환이 등장해 전하는 편지를 열어보니 그것은 절연을 통고하는 편지다. 알프레도는 어마하게 충격을 먹고 분개한다. 거기에 아버지 제르몽이 도착해 아들을품에안고 실연의 상처를 위로하는 아리아 "플로벤자 내 고향으로 (Di Provenza il mar, il suol)" 를 부른다. 그러나 아버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알프레도는 복수를 다짐하고 뛰쳐나가고 제르몽도 아들의 뒤를 따라 나선다. 

제 2 막 제 2 장 파리에 있는 플로라의 살롱

파티가 성대하게 열리고 있다. 플로라와 의사 그랑빌이 드비니 후작에게서 비올레타와 알프레도가 헤어졌다는 소식을 듣고 놀란다. 점쟁이 집시로 변장한 여인들이 등장해 한바탕 소동을 일으킨다. 그들은 사람들의 손금을 봐주며 흥을 돋운다. 손금 해석을 놓고 사람들 사이에 다툼이 일어난다. 가스토네 자작과 그의 친구들이 투우사 복장을 하고 등장해 비스캐이의 전설적인 투우사 피퀼로를 흉내낸다. 모두들 흥겨워 하며 한바탕 소동이 가라앉자 사람들이 도박판을 벌인다.

거기에 알프레도가 도착하고, 사람들이 비올레타와는 어떻게 된 일이냐고 묻는다. 그는 신경쓰지 않는다며 곧바로 도박판에 끼어든다. 곧이어 뒤폴 남작과 함께 비올레타가 등장한다. 알프레도가 와 있는 것을 본 남작은 그와는 말하지 말라고 주의한다. 비올레타는 그의 모습을 보고 당황해 자신이 분별없이 참석한 것을 후회한다. 알프레도가 연거푸 게임에서 이긴다. 그는 사랑에는 운이 없던 자신이 도박에는 운이 있다며 비올레타가 들으라고 큰 소리로 말한다.

이 말을 듣고 화가 난 뒤폴 남작이 자신도 도박판에 낀다. 알프레도는 계속해서 게임에서 이기고 남작은 상당한 돈을 잃는다. 하인이 등장해 저녁식사가 준비되었다고 알리자 모두들 식당으로 간다. 잠시 후 비올레타가 다시 나오고 그녀의 전갈을 받은 알프레도가 뒤따라 등장한다. 비올레타는 그에게 이 파티장에서 제발 떠나 달라고 간청한다. 남작과의 결투를 방지하기 위해서다. 알프레도는 결투도 두려워하지 않는다며 오히려 비올레타를 붙잡고 정말로 마음이 변했느냐고 따진다.

알프레도는 그녀가 자신과 함께 간다면 떠나겠노라고 말한다. 그녀는 약속을 했기 때문에 그럴 수 없다고 대답한다. 누구와의 약속이냐고 그가 따져 묻자 그녀는 남작과의 약속이라며 거짓말을 한다. 화가 하늘 끝까지 치솟아 오른 그는 사람들을 불러모아 자기 때문에 낭비한 그녀의 돈을 갚겠다고 선언하는 아리아<Ogni suo aver tal femmina>를 부른다. 그리고 도박에서 딴 돈을 그녀 앞에 집어 던진다. 엄청난 충격에 비올레타는 플로라의 품에 쓰러지고, 사람들은 그의 무례한 행동에 경악하며 그를 힐난한다.

거기에 제르몽이 나타나서 아들을 꾸짖으며 아리아<Di sprezzo degno>를 부르고 알프레도는 자신의 경솔한 행동을 뉘우친다. 모두들 비올레타를 위로하는 합창을 부르고 남작은 몰래 알프레도에게 결투를 신청한다. 비올레타는 자신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는 알프레도를 조용히 다그치는 아리아<Alfredo, Alfredo, di questo core>를 부르며 막이 내린다. 

제 3 막 한적한 파리의 외곽 비올레타의 집

폐병을 앓고 있는 비올레타를 안니나가 간호하고 있다. 의사 그랑빌이 등장해 회복기에 접어들었다며그녀를 위로한다. 하지만 돌아가면서 하녀 안니나에게는 마음의 준비를 하라고 알린다. 카니발 축제일임을 알고 그녀는 안니나에게 가난한 사람에게 나눠주라며 얼마의 돈을 전한다. 혼자 남은 그녀는 제르몽한테서 온 편지를 꺼내 읽기 시작한다. 결투에서 남작에게 상처를 입힌 알프레도는 외국에 잠시 나가있다고 전하며, 자신의 무리한 부탁을 후회하고 있으며 곧 알프레도와 함께 용서를 구하러 찾아갈 것이라고 씌어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이미 때가 늦었다고 탄식하며 거울을 보던 그녀는 추억에 잠겨 그와의 즐거웠던 한때를 회상하고 마지막으로 자신의 구원을 하느님께 간구하는 아리아"안녕, 지난날이여 (Addio del passato)"  를 부른다.

거리에는 축제를 알리는 노래 소리<Largo al quadrupede>가 한층 드높다. 안니나가 급히 돌아와서 알프레도가 왔다고 알린다. 곧이어 알프레도가 그녀의 집으로 달려들어온다.

그는 열정적으로 비올레타를 포옹하고 그녀에게 용서를 빌고, 그녀는 그의 품에 안겨 다시 한번 파리를 떠나 시골에서 생활을 시작하자고 꿈에 젖어 이중창"파리를 떠나서 (Parigi, o cara)" 을 부른다. 비올레타가 그와 함께 교회에 가서 감사기도를 드려야겠다며 안니나에게 옷을 달라고 한다.

그러나 옷을 입다가 갑자기 그녀는 쓰러지고, 당황한 알프레도는 의사를 부르러 안니나를 보낸다. 알프레도가 왔는데도 자신이 낫지 않는다면 가망이 없다며 자신의 운명을 탄식하며 아리아<Ah! Gran dio! Morir si giovine>를 부른다. 안니나가 의사를 모셔오고 이어서 제르몽도 도착한다. 죄책감을 느낀 제르몽이 그를 반갑게 맞아주는 비올레타를 껴안고 용서를 구하는 이중창<Ah, Violetta?:Voi? Signor?>을 부른다. 그러나 이미 때는 늦었음을 깨닫고 비올레타는 자신의 초상이 새겨진 목걸이를전한다. 그녀는 아내를 맞이하거든 그림 속의 사람이 하늘에서 둘을 위하여 축복하고 있다고 전해달라며 유언한다.

안니나와 제르몽 그리고 그랑빌이 곁에서 지켜보며 슬퍼하고, 알프레도는 죽음도 둘 사이를 갈라놓을 수는 없다고 외친다. 그녀는 갑자기 새로운 힘이 솟는다며 마지막 있는 힘을 다해 몸을 일으키지만 곧 쓰러지며 숨을 거두고 오페라는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이탈리아의 국민오페라 "라 트라비아타"

이탈리아 오페라 사상 최고의 작곡가 주세페 베르디. 선이 굵은 남성적인 작풍과 애국심과 인본주의로 대표되는 뚜렷한 주제의식으로 지금까지도 전세계 수많은 오페라 팬들의 심금을 울리고 있는 거장 베르디는 "리골레토", "아이다", "오텔로" 등 불후의 명작들을 쏟아냈지만, 그의 많은 작품 중에서도 "라 트라비아타" 만큼 대중들에게 널리 사랑받는 작품은 찾아보기 힘들다. 이렇듯 오페라 좋아하는 사람치고 "라 트라비아타" 모르는 사람 없다지만, 오페라의 본고장 이탈리아의 "라 트라비아타"에 대한 애정과 집착은 우리의 상상을 초월하는 면이 있다.

20세기의 가장 뛰어난 소프라노로 군림했던 그리스계 미국인 마리아 칼라스는 1950년대 초엽부터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오페라 극장인 밀라노 라 스칼라 극장에서 "라 트라비아타"의 주인공 비올레타 발레리를 부를 수 있기를 바랬지만 번번히 쓰라린 좌절을 맛보아야 했는데, 그 이유는 라 스칼라 극장의 총감독인 안토니오 기링겔리의 방해공작 때문이었다. 광신적인 국수주의자 기링겔리에게 있어 이탈리아 오페라의 대표작 "라 트라비아타"의 여주인공역을 이탈리아 출신이 아닌 그리스계 칼라스에게 맡긴다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었으며, 그는 칼라스의 공연을 저지하기 위해 협박과 회유도 서슴치 않았다. 양측의 지리한 공방 끝에 결국 여론몰이로 기링겔리를 압박한 칼라스가 카를로 마리아 줄리니의 지휘로 저 유명한 1955년의 공연을 성공리에 끝마치면서 이 길고 긴 싸움은 기링겔리의 패배로 종지부를 찍게된다.

칼라스가 사라진 후 라 스칼라가 다시 "라 트라비아타"의 성공적인 공연을 갖기 까지는 거의 40년이 넘는 세월이 걸렸는데, 1960년대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이 당시 30대의 신예 소프라노 미렐라 프레니를 비올레타로 전격 캐스팅하여 시도한 "라 트라비아타" 부활 계획은 참담한 실패로 끝난채 카라얀의 캐스팅에 반발한 거물 소프라노 레나타 스코토의 라 스칼라 극장 고소 사건이라는 불미스런 기억만을 남기고 말았다. 아바도의 뒤를 이어 라 스칼라 극장의 음악감독에 취임한 리카르도 무티는 취임일성으로 베르디 오페라의 전작품을 새롭게 제작하여 공연함과 동시에 특별히 "라 트라비아타"의 부활을 힘주어 강조했는데, 결국 1992년에 젊은 가수들을 대거 기용한 공연이 청중들의 폭풍과 같은 호응 속에 대성공으로 끝남으로써 1955년 이후 자취를 감추었던 라 스칼라 극장의 "라 트라비아타"는 40여년만에 극적인 생환의 감격을 누렸고 청중들은 진정한 이탈리아 오페라의 부활을 소려높여 외쳤으니, 이처럼 "라 트라비아타"는 단순히 잘 만들어진 낭만주의 오페라일뿐만 아니라 실로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국민 오페라'로 불러도 모자람이 없을 듯하다.

오페라의 줄거리는 대강 이렇다.

귀족이나 부르주아의 사생아였는지 프롤레타리아 계급의 가출 소녀였는지 출신이 불분명한 오페라의 주인공 비올레타는, 아내를 해마다 임신시켜 놓고 매일 밤 사교계의 매춘 여성들과 파티를 즐기던 당시의 귀족 및 부르주아 남성들의 재력에 기생해 살아간다.

술과 담배에 절어 건강이 악화된 비올레타를 안타까움으로 바라보던 부르주아 청년 알프레도는 어느 날 비올레타에게 사랑을 고백한다. 세상을 알만큼 다 알기 때문에 이 사랑이 실현 불가능함을 직시하고 비올레타는 거절한다. 그러나 결국 정성을 다한 알프레도의 구애로 두 사람은 결혼식도 올리지 않은채 파리 교외에 살림을 차린다.

그러나 아버지가 부유한 상인일 뿐 아직 재산을 상속받지 못한 알프레도는 비올레타가 자신의 물건들을 팔아가며 꾸려가는 살림에 얹혀사는 신세가 된다. 태어날 때부터 모든 것이 풍족하게 갖추어진 환경에서 자라난 알프레도는 자신들이 무슨 돈으로 살고 있는지에 대해 관심도 두지 않다가, 하녀의 넋두리를 듣고서야 정신을 차려 돈을 구하러 나선다.

그 사이에 아들을 찾으러 알프레도의 아버지 제르몽이 비올레타가 살고 있는 집에 들어선다. 처음엔 자기 아들이 매춘부를 먹여살리는 줄로만 알고 예의도 차리지 않은 채 비올레타를 공격하지만, 오히려 아들이 경제적으로 신세를 지며 살아간다는 사실을 알고는 태도가 달라진다. 그러나 결론은 역시 아들과 헤어져 달라는 것이다. 천사같이 순결한 알프레도의 여동생이 결혼을 해야 하는데 오빠가 매춘부와 살고 있다는 소문 때문에 혼담이 깨지게 생겼으니, '사랑의 결단'을 내려 영원히 사라져 달라는 것이다.

비올레타는 화를 내지만 결국 제르몽의 설득에 무릎을 꿇고 떠난다. 그러나 매춘의 세계로 돌아간 비올레타를 오해하고 증오하는 알프레도는 파티에 나타난 비올레타를 모욕하고 다른 귀족과 결투까지 벌인뒤 먼 곳으로 떠난다.

결국은 진실이 밝혀져 알프레도는 비올레타에게 다시 돌아오고 제르몽도 비올레타를 며느리로 인정하고 받아 들이지만, 병이 깊어진 비올레타는 알프레도가 지켜보는 가운데 숨을 거둔다.

실패한 이유는 여러가지 있지만, 첫째 원인은 가수들에게 있었다. 알프레도는 감기에 걸려 목소리가 터지지 않았고, 제르몽역의 바리톤은 자기에게 주어진 것이 단역이라고해서 연습을 게을리했다. 가장 중요한 비올렛타역의 프리마돈나는 아주 뚱뚱한 여자였기때문에 결핵으로 죽는 역으로서는 적당치 않았다. 분명히 결핵으로 몸이 여위고 피를 토하며 죽어가는 비올레타가, 자동차에 치어도 쓰러지지 않을 정도의 여장부형의 여인이었으니 관중들이 받아들이지 못한 것도 당연한 일이다. 그녀가 육중한 몸매를 이리저리 움직일 때마다 무대는 자욱한 먼지로 가득했고 울어야 할 관객들은 배꼽을 잡고 웃었다하니 어떻게 제대로 된 공연이 가능했겠는가. 사실 비올렛타가 죽는 마지막 장면은 울음바다가 되어도 시원찮은데, 객석에서 웃음소리가 들렸다고 한다. 비극이 바뀌어서 희극이 되어 버렸던 것이다.

또 하나 실패의 원인을 들라면 당시로서는 파격에 가까웠던 의상 연출이 꼽힌다. 시대배경이 1840년대였던 까닭에 출연진들 모두가 당대의 의상을 입고 나왔으나 관객들은 이를 낯설어 했다. 자유롭고 분방한 연출정신으로 충만한 요즘 오페라 무대에서야 신사복 정장에 바바리 코트 걸치는 정도는 점잖은 축에 속하고 아예 사이버 룩이니 밀리터리 룩, 스페이스 룩이니해서 파격적인 의상설정이 되려 유행처럼 번지고 있지만 어쨋든 당시 관객들의 머리 속에는 오페라는 역시 옛날 이야기를 그린 것이란 생각이 공식처럼 자리잡고 있었다.

그러나 내면을 들여다 보면 이 오페라가 실패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그 시대적 상황과 그 내용에 있었다고 할 수 있겠다.

시민혁명 이후 그 토대가 견고해지면서 유럽의 부르주아 계급은 학시고가 재산과 교양을 갖추고 새로운 도덕규범을 확립하여 견실한 사회를 이끌어가는 주역이 된다. 그러나 이들은 상공업으로 축적한 재산을 정실 자녀에게 상속해 대를 이어가며 부를 늘리려는 목적으로 일부일처제를 신성시한다. 가장에게 처가 여럿 있으면 재산이 이리저리 찟겨져 나가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남자에게는 '밖에서 자유롭게 즐기는 일'을 허락하는 이중윤리가 자연스럽게 생겨났다. 19세기에는 이런 사회 구조와 세태를 비판하는 리얼리즘 문학이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는데, 바로 이 오페라의 배경이 된 소설 뒤마의 "동백꽃 여인 (La Dame aux Camelias)"이 대표적이다.

자식의 행복보다 가문의 명예와 재산을 보전하는 일이 훨씬 중요한 부모, 그리고 부르주아 남성사회의 이중적 윤리, 이에 대한 비판은 현대사회에서도 여전히 설득력을 지닌다. 그러나 보수적인 시대를 살았던 당시의 관객들은 스스로도 찔리는데가 있던 터라 이런 소재를 오페라로 만드는 데 대해 불같이 화를 내고 배척했다. 특히 파리 사교계의 퇴폐성을 정면으로 공격당했다고 생각한 프랑스인들이 격렬히 반발했다.  

베르디는 문제된 소프라노를 교체하고, 시대설정을 1700년대로 옮겨 다시 무대에 올리게 되고, 베르디의 감동적인 음악이 청중들의 가슴 깊은 곳을 울려 이 오페라의 명성은 입에서 입으로 전해졌고, 곧 "라 트라비아타"는 전 유럽을 열광시키게 되었다.

그런데 이 "라 트라비아타" 는 그 극적인 고양이나 통일성, 또 음악의 구성에 있어서 전작들인 "리골레토" 나 "일 트로바토레" 를 크게 앞서지는 못한다고 비평가들은 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상연회수나 인기에 있어서 전작을 훨씬 능가하고 있는 까닭은 이 오페라가 관객의 가슴에 직접 호소하는 힘이 강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를 뒷받침하는 감미롭고 감상적인 음악이 이상할만큼 신선미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분명히 "라 트라비아타" 는 그 보편성있는 테마로서 깊은 공감을 얻고 있는게 사실이다. 그리하여 보다 충실하고 완성된 작품들인 "아이다" 나 "오텔로" 를 앞질러 베르디의 대표작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