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오페라(아리아)

거쉰/오페라, 포기와 베스 (썸머타임)

나베가 2006. 5. 28. 07:14
맑은 영혼의 소리...<섬머타임>
 
 
거쉬인(Gershwin) <오페라>[포기와 베스:Porgy and Bess]중 서머타임
 
그녀는 조용조용히 말한다
또박또박 완전한 문장으로 이야기하면서
흐트러짐 없는 태도로 아이들을 대했다
얼굴도 곱고 목소리도 고운 그녀는 아이들의 우상이었다
그녀의 영어 발음은 마치 구슬이 굴러가듯 낭낭했다
아이들은 영어 시간이 끝나고 쉬는 시간이면
둘러 앉아서 그녀의 발음을 흉내내곤 하였다
대리석을 깎아 빚은 듯한 반듯함......
그런 가까이 할 수 없는 무엇이 그녀에게는 있었다
조용함 속에 깃든 어떤 힘이 아이들을 압도하고
영어 시간이 되면 아이들은 숨도 크게 쉴 수가 없었다
숨소리만 내어도 깨어질 듯한 무엇이 있었다
무얼까......
3학년 새 학기가 되었다
내가 두목인 동아리에 새 지도교사가 배정되었다
그녀다
이제 신비에 가까운 그녀를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
가까이에서 보는 그녀는 다정하였다
어깨를 가볍게 감싸고 이야기를 하는 그녀에게서는 향기가 났다
단정한 표정
단정한 옷차림
단정한 말씨
깎듯한 단정함
그러나...향기는 부드러웠다
나를 처음으로 음악감상실에 데려간 것은 그녀였다
그 날...문득 그녀를 따라나선 그것이 시작이었다
그리하여 클래식이라는 미지의 세계를 열어 준 것도 그녀였다
화려하지 않아도 편안하고 아름다운
졈퍼스커트라는 소박한 패션에 애착을 느끼게 한 것도 그녀였다
화장기 없는 얼굴로
담백한 아름다움이 진짜 아름다움이라고 암시한 것도 그녀였다
나는 그 후로 오랫동안 화장을 하지 않았다
자그만치 마흔이 될 때까지........
나직나직 말하면서 우리를 꼼짝 못하게 하는 그녀!
조용한 목소리가 힘이 있음을 알게 한 것도 그녀였다
겸손하게, 그러나 하고 싶은 말을 또박또박 말하는
모두가 거역할 수 없는 진솔함으로
여자다움이 가장 인간적인 것을 알게 한 것도 그녀였다
더운 여름 날.....
그녀는 노래를 제의했다
수업 시간을 어김 없이 지키는 그녀 아닌가?
이 뜻밖의 제안에 우리들은 열광적으로 박수를 보냈다
그녀가 부르고 우리가 따라 불렀다
여름이다....
모두가 평화롭네
물고기도 뛰놀고
목화도 잘 자란다
아빠는 부자야
엄마는 미인이지
그래, 아가야, 쉬잇....
울지 말아라
달콤한 멜로디에 우리는 졸음을 실으며
그녀의 콧소리 같은 노래에 빠져들었다
조용히.....나즈막하게....
남부의 끈적한 흑인 노래를
그녀의 맑은 목소리로 옮겨 들은 셈이다
졸린 듯....그 날의 더위가 창문 앞에서 멈칫거리고 있었다
그 날....
우리가 막 등교했을 때
학교는 수런거리고 있었다
무슨 일이 터진 것이다
그녀가 사라졌다
그럴 리가....
교과서 같은 그녀가 어디로 사라진다는 말인가?
영어 시간이 되어도 그녀는 들어오지 않았다
그녀는 어디론가 사라졌다
우리에게는 이해할 수 없는 불가사의한 문제!
어른의 가출
게다가 그녀......
다음 날은 그녀의 약혼식날이었다
곧 새 영어선생님이 오셨고
그녀의 부재는 이제 공인된것이다
그녀는 돌아오지 않는다
우리의 마음에 달콤한 노래를 남겨 두고....
그 노래가 그녀의 마지막 선물이었던 것이다
가을....추석을 앞두고야
그녀의 소식이 바람결에 흘러들었다
그녀는 수녀원에 있었다
놀라움과 함께 우리 모두는 고개를 끄덕였다
결혼을 서두르는 가족들
완강하게 수녀의 길을 고집하는 그녀
결국 그녀는 비상통로를 선택한것이다
고등학교 교복을 입은 여름 나는
수녀원으로 그녀를 찾았다
수녀원의 조용하고 차가운 분위기에 압도되어
머뭇거리고 있을 때.....그 소리....
수녀들의 기도가 시작되었다
높고 맑은 천상의 소리.....
마치 평화로운 여름을 노래하던 그녀의 목소리를 듣듯
우리는 소리에 빠져들었다
검은 수녀복은 그녀에게 너무나 잘 어울렸다
처음부터 예정된 길인듯.....
그렇다
그녀는 처음부터 수녀였다
우리의 눈이 그것을 보지 못했을 뿐이다
살레지오 회
아이들을 사랑하는 수도회
그녀의 선택이었다
아름다운 그녀
아름다운 목소리
아름다운 영혼
아름다운 노래
잊지 못하는 그녀의 추억
지금도 성당에 들어서면
어디선가 검은 수녀복의 그녀가 나를 지켜본다
더 맑은 소리로 살아 가라고
더 따뜻한 사랑으로 살아 가라고
아이들의 영혼을 믿으며 가라고
나는 혼자 읊조리며 불러본다
Summertime when the living is easy.
Fish are jumping, and the cotten is high.
Oh, your daddy's rich, and your ma is good looking.
So hash, little baby, don't you cry.
그 평화
그 맑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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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쉬인의 이 노래는 <포기와 베스>에 나온다
1막에서 살인 사건이 터지기 직전
클라라가 부르는 이 노래는
폭풍 전야와도 같은 극적 효과를 준다
아름답고 평화로운 선율
그러나 감추어진 불행들....
끈적이는 남부의 재즈 가락이 묻어 있는 이 노래
 
 
            이미지 : 인터넷 검색 여기저기
            음원 : 전남 중등 음악감상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