린 하렐의 드보르자크 첼로 협주곡
LYNN HARRELL PLAYS DVORAK
1월 13일 (금) 오후 8시 롯데콘서트홀
January 13 – 8PM, Friday / Lotte Concert Hall
지휘 엘리아후 인발 Eliahu Inbal, conductor
첼로 린 하렐 Lynn Harrell, cello
드보르자크, 첼로 협주곡
Dvořák, Cello Concerto in B minor, Op. 104
차이콥스키, 교향곡 제5번
Tchaikovsky, Symphony No. 5 in E minor, Op. 64
음악 속에는 때로 작곡가의 삶이 반영된다. 차이콥스키의 교향곡 5번과 드보르자크의 첼로 협주곡은 작곡가의 내면이 그 무엇보다 솔직하게 드러나는 작품이다. 차이콥스키는 “열정과 욕망을 담아” 교향곡 5번의 느린 악장을 완성했는데, 작품 전체가 사랑과 절망 사이의 투쟁이라고 할 만하다. 이는 압도적인 멜로디에 이어 우아한 왈츠와 옛 노래에서 착안한 선율들로 이어진다. 드보르자크는 모국 체코에 대한 향수를 웅장하고도 로맨틱한 첼로 협주곡에 불어넣었다. 이 작품과 연주 인생을 함께 해 온 첼리스트 린 하렐에게는 ‘아주 특별한 곡’이기도 하다.
인발의 지휘를 보면 프랑코 페라라, 세르주 첼리비다케 등과 같은 롤모델 및 스승들의 성격이 보인다. 그는 평온을 위한 힘과 억제되지 않은 격정적 에너지로 극적인 효과를 이끌어내는 힘을 지니고 있다. (디벨트)
엘리아후 인발은 26세의 나이로 귀도 칸텔리 지휘 콩쿠르에서 1위로 입상한 뒤 세계 최고 오케스트라를 지휘하게 되며 국제적인 음악 커리어를 쌓아 왔다. 그는 프랑크푸르트 방송교향악단, 베니스의 라 페니체 극장 오케스트라, 베를린 콘체르트하우스 오케스트라, 체코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그리고 도쿄 메트로폴리탄 심포니 오케스트라에서 수석·상임 지휘자를 역임했다.
그는 1974년부터 1990년까지 프랑크푸르트 방송교향악단의 수석 지휘자로 그 이름을 떨치게 되었다. 현재 파리에 거주 중인 그는 말러와 브루크너 해석으로 독일 레코드상(Deutscher Schallplattenpreis)과 파리 그랑프리 뒤 디스크(Grand Prix du Disque) 등 여러 음반 상을 수상했으며, 브루크너 교향곡의 원곡을 최초로 녹음해 세계적으로 찬사를 받았다. 특히 그의 쇼스타코비치 해석은 음악계에서 인지도를 높인 바 있다.
2016년 80번째 생일을 맞이한 엘리아후 인발은 스위스 바셀, 오스트리아 비엔나, 모나코의 몬테-카를로 봄 축제 등지에서 객원지휘자로 슈투트가르트 라디오 심포니 오케스트라 공연을 지휘 했으며,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함께 파리 필하모니에서 브루크너 교향곡 9번을, 베를린 콘체르트하우스와 독일 프랑크푸르트 오페라하우스 알테 오퍼에서 브루크너 교향곡 4번을, 그리고 라 페니체 극장 오케스트라와 함께 브루크너 교향곡 8번을 지휘 했다. 또한 그는 아시아 지역에서 그가 현재 명예 지휘자로 있는 도쿄 메트로폴리탄 심포니 오케스트라를 비롯해 서울시향 정기공연을 지휘 했다.
그는 프랑스 파리, 영국 글라인드본, 독인 뮌헨과 슈투트가르트, 스위스 취리히, 스페인 마드리드 등 여러 국가의 유명 오페라 극장에서 지휘했다. 바그너 탄생 200주년을 맞이했던 2013년에는 플람쉬 오페라에서 ‘파르지팔’을, 아코루냐 오페라 페스티벌에서 ‘트리스탄과 이졸데’를 지휘해 호평을 받았으며, 특히 아코루냐 오페라 페스티벌에서 지휘 한 ‘트리스탄과 이졸데’는 국제 오페라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또한 그는 이탈리아 방송협회 국립오케스트라(RAI)와 함께한 바그너 ‘니벨룽의 반지’의 독특한 해석으로 이탈리아 음악평론가 상 '프랑코 아비아티상'과 '비오티상'을 수상했다. 2016년 2월에는 아코루냐 오페라 페스티벌에 재초청 되어 R.슈트라우스의 ‘살로메’를 지휘한 바 있다.
엘리아후 인발의 음반으로는 베를리오즈, 브람스, 브루크너, 말러, 라벨, 슈만, 쇼팽, 쇼스타코비치, 스크랴빈, 스트라빈스키,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그리고 제2 비엔나 악파의 작품이 있으며, 해당 음반들은 프랑크푸르트 방송교향악단, 런던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 프랑스국립오케스트라, 비엔나 심포니 오케스트라, 런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스위스 로망드 오케스트라, 그리고 체코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함께 녹음했다. 로열 콘세르트허바우 오케스트라의 말러 사이클 중 그가 지휘한 말러 ‘교향곡 제10번’(D. Cooke의 완성 교향곡)은 DVD로 발매되기도 했다.
이스라엘 출신인 엘리아후 인발은 예루살렘 음악학교에서 바이올린과 작곡을 전공하였으며 레너드 번스타인의 추천으로 파리국립음악학교에 입학해 루이 푸레스티에, 올리비에 메시앙, 그리고 나디아 불랑제를 사사했다. 네덜란드 힐베르쉼의 프랑코 페라라와 이탈리아 시에나의 세르주 첼리비다케 또한 그에게 중요한 영향을 끼쳤다.
그는 1990년 프랑스 정부로부터 '문예행정가(Officier des Arts et des Lettres)’로 임명되었고, 2001년 2월, 그는 비엔나 시에서 황금훈장(Gold Medal of Merit)과 프랑크푸르트 시에서는 괴테 명예의 훈장(Goethe Badge of Honour)을, 2006년에는 독일에서 공로 훈장을 수여 받았다.
린 하렐은 음악계에서 명망 있는 첼리스트로 인정받고 있다. 능숙한 협연자이자 실내악주자, 독주자, 지휘자, 그리고 스승인 린 하렐은 미국, 유럽, 아시아에서의 음악 활동으로 지휘자 제임스 레바인, 네빌 마리너, 쿠르트 마주어, 주빈 메타, 앙드레 프레빈, 레너드 슬래트킨, 유리 테미르카노프, 마이클 틸슨 토머스와 같은 정상급 음악가의 반열에 오르게 되었다.
그는 최근 시즌에 애틀란타 심포니 오케스트라, 시드니 심포니 오케스트라, 그리고 디트로이트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함께 연주 했으며, 카네기 홀에서 메트로폴탄 오페라 오케스트라와의 협연 무대를 통해 시즌을 마무리했다. 또한 그는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 차이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서울시향, 뒤스부르크 필하모닉 , 브라질리언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협연을 통해 해외 활동을 펼친 바 있다. 그는 뮤터 브런프먼 하렐 트리오와 함께 한 북미와 유럽 투어를 통해 카네기 홀, 몬트리올 예술의 전당 메종심포닉, 잘츠부르크 대축전극장,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 등 세계 주요 무대에서 연주 했다. 그의 국제적 활동으로는 제15회 차이콥스키 국제 콩쿠르 심사위원, 엘리아후 인발과의 서울시향 협연, 발레리 게르기예프와의 마린스케 오케스트라 협연을 비롯해 베르비에 페스티벌, 홍콩 국제 실내악페스티벌, 아스펜 뮤직 페스티벌, 라 호야 페스티벌, 이스턴 뮤직 페스티벌, 탱글우드 뮤직 페스티벌, 라비니아 페스티벌, 스코샤 페스티벌에서의 연주가 있다.
30여회 이상의 다양한 음반을 녹음한 린 하렐의 주요 작품으로는 바흐 첼로 전곡 모음곡(런던/데카 레이블), 그에게 그래미 상을 두 차례 안겨준 이작 펄만, 블라디미르 아시케나지와의 ‘차이콥스키 피아노 삼중주’ 음반(앤젤/EMI 레이블, 1981년 발매)과 ‘베토벤 피아노 삼중주’ 음반(앤젤/EMI 레이블, 1987년 발매)이 있다.
캘리포니아 산타 모니카에 거주하고 있는 린 하렐은 2008년산 Dungey 첼로로 연주하고 있다.
Dvorák - Concerto in B minor Op. 104 / Mstislav Rostropovich
글 황장원 음악 칼럼니스트
고향을 그리는 애틋한 마음
드보르자크(Dvorak), 첼로 협주곡 b단조, 작품 104 <연주 시간 : 약 40분>
이 작품이 ‘첼로 협주곡의 제왕’으로 불리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먼저 이 곡은 브람스풍 ‘교향악적 협주곡’의 연장선상에 있다. 대규모 교향곡을 방불케 하는 웅대한 스케일과 탄탄한 구성 속에 독주악기와 관현악이 유기적으로 결합되어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독주자의 명인기는 충분히, 눈부시게 부각되어 있다. 우리는 이 곡을 들으면서 장대하고 풍요로운 관현악의 울림에 압도되고 독주 첼로의 기민하고 현란한 움직임에 감탄하게 된다.
정서적인 측면에서도 이 곡은 청자를 강하게 매료한다. 차이콥스키 못지않은 멜로디 메이커였던 드보르자크는 이 곡을 매력적인 선율과 리듬으로 가득 채웠는데 여기에는 미국음악과 보헤미아음악 간의 동질성의 발견이라는, 미국 체류기의 값진 소득이 반영되어 있기도 하다. 그것은 5음 음계로 이루어진 제1악장의 제2주제, 흑인영가의 선율과 보헤미아 민속무곡의 리듬을 결합한 제3악장의 주제 등에 잘 드러나 있다.
한편으로 이 곡은 망향의 노래다. 드보르자크는 이 곡을 1894년, 미국 체류기 막바지에 작곡하기 시작해 이듬해 고향으로 돌아와서 완성했는데 그러한 정황을 전곡의 흐름에서 어느 정도 읽을 수 있다.
먼저 제1악장에서 재현부로 진입할 때 드높이 울려 퍼지는 선율은 처음에는 나직하게 제시되었던 제2주제다. 당당하고 활기찬 제1주제가 슬라브인의 기상과 활력을 환기하는 데 비해 유려하고 애틋한 제2주제는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환기한다. 그 그리움은 악장이 진행될수록 점점 크게 자라난다.
제2악장에서는 보헤미아 숲의 정경이 아련히 떠오르고 그리운 고향을 향한 마음은 더욱 절절하게 사무친다. 한편 비통한 중간부에서 노래되는 선율은 젊은 날의 가곡에서 가져온 것으로 당시 와병 중이었던 첫사랑 요세파에 대한 추억과 걱정이 담겨 있다.
제3악장은 귀향의 행진곡이라 할 만하다. 당당한 발걸음과 거친 향토색이 돋보이는 이 악장에서 가장 매혹적인 장면은 마지막 클라이맥스 직전에 독주 첼로와 악장의 바이올린 솔로가 감회 어린 대화를 주고받는 부분이다. 아울러 작곡가가 요세파의 임종 소식을 듣고 덧붙인 진혼곡조의 코다 부분도 너무나 독창적이고 감명 깊은 대목이다.
Mischa Maisky plays Antonín Dvořák's Cello Concerto in B minor, Op. 104, B. 191
Tchaikovsky Symphony No.5 in E minor op.64
운명과의 정면 승부, 그리고 눈부신 승리
글 : 황장원 (음악 칼럼니스트)
작곡 1888년
연주 시간 약 48분
1880년대의 차이콥스키는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었다. 은밀한 후원자 폰 메크 부인의 재정적 지원에 힘입어 풍족한 생활을 누리며 작곡에 전념할 수 있었고, 유럽 각지를 돌며 자신의 작품을 지휘하여 성공을 거두면서 국제적인 명성도 쌓아나갔다. 브람스, 그리그, 드보르자크, 구노, 들리브, 생상스 등을 만나 친분을 쌓은 것도 바로 이 시기의 수확이었다. 이제 그는 세계적인 작곡가이자 지휘자였으며, 러시아 내에서의 평판도 확고부동해졌다.
차이콥스키가 1888년 여름에 작곡한 교향곡 제5번은 그의 생애와 창작력의 정점을 보여준다. 교향곡 제4번 이후 무려 10년 만에 선보인 새 교향곡에서 그는 ‘운명의 모티브’를 반복적으로 등장시키는 순환형식을 취함으로써 고질적인 ‘형식 콤플렉스’를 극복해냈다. 그리고 비록 초연 직후 그 스스로 ‘지나치게 꾸며낸 어떤 것’이라고 고백하기는 했지만, 고난과 비애를 딛고 일어서 승리와 환희를 향하여 힘차게 나아가는 감동적인 드라마를 연출했다.
제1악장 클라리넷이 어둡고 무거운 선율을 꺼내놓는 안단테의 도입부로 시작된다. 흔히 ‘운명의 모티브’로 불리는 이 선율은 첫 악장과 끝 악장의 극적이고 역동적인 흐름을 이끌어가는 원동력으로 기능하는 한편, 둘째 악장의 절정부와 셋째악장의 종결부에서도 등장하여 전곡에 강력한 일관성과 통일감을 부여한다. 주부로 넘어가면 템포가 알레그로로 빨라진다. 먼저 6/8박자의 리드미컬한 흐름을 타고 폴란드 민요풍의 제1주제가 클라리넷과 파곳으로 제시되고, 한결 온화한 느낌의 제2주제는 바이올린으로 제시된다. 이 두 개의 주제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제1악장의 흐름은 매우 유연한 듯하면서 대단히 다이내믹하고 극적이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이제까지의 투쟁이 멀어져가듯 마무리되어 매우 인상적인 장면을 연출한다.
제2악장 차이콥스키가 애용했던 ‘안단테 칸타빌레’라는 지시어를 달고 있는 완서악장이다. 감미로우면서도 애상에 잠긴 듯한 호른 선율이 듣는 이의 가슴을 파고드는 이 악장이야말로 전곡의 백미이다. 그 선율은 현악기들로 번져나가면서 애잔한 정서를 사무치게 만드는데, 그것이 더욱 열정적으로 고조되어 갈망의 절정에 이를 때 터져 나오는 ‘운명의 모티브’가 의미심장하다.
제3악장 이 춤곡 악장에서 차이콥스키는 통상적인 스케르초 대신에 왈츠를 도입했다. 화려한 선율을 중심으로 몽환적인 춤곡이 펼쳐지지만, 마지막에는 마치 꿈에서 깨어날 때임을 알려주려는 듯 다시 한 번 ‘운명의 모티브’가 등장한 다음 단호한 울림으로 마친다.
제4악장 안단테의 장엄한 서주로 출발한다. 앞에서는 단조로 등장했던 ‘운명의 모티브’가 이제는 장조로 바뀌어 처음에는 현의 합주로, 다음에는 관의 합주로 씩씩하게 이어진다. 이것이 커다랗게 부풀어 오른 뒤 주요부로 진입하면 템포가 급속히 빨라지고, 강렬한 수직 화음으로 이루어진 제1주제와 호흡이 긴 제2주제를 중심으로 현악군의 힘차고 유연한 움직임과 강력한 금관군의 활약이 두드러지는 긴박한 전개를 보인다. 팀파니의 강렬한 연타로 재현부가 마무리되면 잠깐 동안 음악이 멈췄다가(이 부분에서 박수를 치지 않도록 주의하자), 마침내 승리의 팡파르가 드높이 울려 퍼지며 차이콥스키의 모든 피날레 중에서 가장 찬란하고 웅장한 종결부가 펼쳐진다.
Tchaikovsky - Symphony No 5 in E minor, Op 64 - Chang Han 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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