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날... 공연후기....
성진이의 2015년 쇼팽콩쿨 우승 소식(세계 최고의 피아노 콩쿨)을 접하고 벌써 얼마나 시간이 흐른걸까....
역사적으로 우리나라에선 처음으로 있는 놀라운 소식이 아닐 수 없었다.
일찍부터 정명훈 지휘자를 비롯해 대가들이 그의 재능을 인정함에 그 싹을 눈치채긴 했어도 쇼팽 콩쿨에서의 우승이라니....
연일 미디어에 소식이 대문짝 만하게 실리고 그의 연주가 방송에 나왔다.
그리고 그 쇼팽콩쿨 파이널 수상자들이 모두 함께 출연하는 연주회가 한국에서 바로 추진되었다.
얼마나 미디어의 힘이 큰 건지....
아니 나뿐만이 아니라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의 수상에 열광을 하는 지....
공연 주최측 회원 선 오픈에서 단 10분만에 전석 매진이 되어 버렸다.
나는 컴터가 열리지도 않아 들어갈 수 조차 없었다.
믿을 수가 없었다.
컴터가 열려 들어가니 벌써 끝났다는게....
예술의 전당 회원들에겐 기회조차 돌아가지 못한 이 사태에 주최측과 예술의 전당측은 족히 당황했을 터였다.
추가 공연이 오픈되었다.
당연히 이번에도 실패다.
암암리에 거금의 암표가 돌아다닌 다는 소문도 자자했다.
아쉬운 맘은 있어도 '뭐 그렇게까지...' 하는 맘으로 담담히 지냈다.
'아직 젊고 앞날이 창창한데...
좀 더 성숙되면 보면 되지...' 그런 맘이었다.
그런데 어느날...클래식 명반 클래스에서 세기적 명반을 들을 기회가 있었다.
거기에서 들은 차이콥스키 바이올린 협주곡 op.35번의 세기적 명반에 '정경화'의 20대 연주가 끼어 있다는 걸 듣고는 짐짓 놀랐다.
'아~ 그렇구나, 나이가 먹는다고 점 점 더 연주를 잘하는건 아니었어. 최 절정 시기가 있는 거였어.
성진이의 지금의 연주를 들어야겠어.'
이런 상황에서 성진이의 첫 리사이틀 연주회(1/3~4) 공지가 떴다.
모두들 작심하고 달려들 판이었다.
나는 이런 상황에 뒷짐지고 마냥 기다림....
늘 나의 티켓을 책임져 주는 지인들이 있어서....ㅎㅎ
티켓 예매의 마이더스 손을 가졌다고나 할까.....ㅋ~
그것도 매니아들간 경쟁률이 가장 센 말석의 양일 티켓 모두를 거머쥔 것이다.ㅋ~
그리고 정신없이 바쁜 년말을 보내고...2017년 년초를 맞자 이내 성진이의 연주회 날이 되었다.
낮의 볼일 때문에 공연장엔 5시 반 즈음에 도착을 했다.
백화점 내부가 얼마나 더운 지, 한동안 나는 콘서트 홀 밖 발코니 의자에 앉아 있었다.
겨울 바람이 시원하게 느껴졌으니....
시야로 들어오는 롯데 월드타워의 우람한 건물하며 그 아래로 까마득히 보이는 석촌호수까지....
마호병에 담아간 커피를 마시며 앉아있자니 성진이 연주회에 대한 기대감과 함께 행복함이 가슴속을 파고 든다.
꽤 기인 시간이었는데...인터넷을 보며 시간을 보내고 있자니 이내 공연 시간이 다가온다.
마이더스 손을 가진 명주씨와 일숙언니와 정규씨, 천안 언니까지...모두 만났다.
향기로운 티를 마시면서 담소를 잠깐 나누고는 이내 공연장 안으로 들어섰다.
우리 자리는 마치 오페라 극장 발코니석처럼 딱 4좌석이 분리되어 있는 곳이었다.
앞 좌석도 아래로 뚝 떨어져 있고, 우리 뒷편으로도 좌석이 없으니 여간 맘편한게 아니다.
두 다리 쫙 뻗고 룰루 랄라 극장에서 영화 보듯 봐도 될것만 같은....ㅋㅋ
연주자와 시야가 멀기는 하지만 우리에겐 거금짜리 고 성능 망원경들이 있기에 전혀 문제될게 없다. ㅋㅋ
되려 웅장한 반야드 스타일의 공연장에선 소리의 울림이 더 크고 부드럽게 들린다.
베르크의 피아노 소나타....
첫 곡의 선율이 울려퍼지기 시작할때 깜짝 놀랄 정도였다.
그 여리고 느리고 섬세한 선율이 선연하게 귓가에 닿음이....
뭐라 말할까....
줄충해진 외모도 그렇고....어느 순간 인기 텔런트 꽃미남의 이미지가 느껴졌다고나 할까....ㅎㅎ
선명하면서도 섬세하고 또 진중한 연주도 그렇다.
소리가 가슴을 마구 파고 든다.
슈베르트 소나타에서는 더 극적으로 가슴에 요동을 친다.
익숙한 곡이어서 그렇기도 하겠지만 '너무나 아름답다'란 느낌이 온 몸을 헤집고 드나든다.
높은 공연장의 그 큰 공간에 소리의 한 음 한 음이 매혹적으로 퍼져나갔다.
1층에서 보았을때 보다 훨씬 소리가 좋게 들린다.
1부 연주가 끝나고 우린 여늬때와는 달리 아무도 밖으로 나가지 않고 자리를 고수했다.
맘껏 편안한 자세로 수다를 떨어도 괜찮을 듯한 그런 구석 자리...ㅎㅎ
다음에도 4명이서 이 자리를 사수하자고....마치 우리끼리만 아는 비밀공간 처럼....ㅋ~
백화점에서 쇼핑이라도 하라는 걸까....
그렇잖아~ 연인들은 연주로만은 안되는 거라고 ...선물도 사주고...맛난 것도 먹어야 한다고...
그래서 인터미션이 무려 30분이나 되는거라고....
우린 우스개 소리를 하며 기인 인터미션을 한 순간의 느낌으로 보냈다.
2부의 프로그램은 성진이가 쇼팽콩쿨 우승자 답게 쇼팽곡으로 이루어 졌다.
그것도 발라드...
쇼팽의 곡을 들을땐 늘...너무나 아름답고 매혹적이어서 무대 대신 천정을 바라보며 마치 하늘에서 쏟아져 내리는 듯한 천상의 선율을
즐기곤 했었다.
너무 아름다워 가슴이 뭉클해지고 울컥 슬픔이 복받치며 눈시울이 뜨거워 지기까지 했었다.
그렇게 그 순간 나도 모르는 원초적 아픔과 슬픔 상처들이 치유되고 있음을....
아름다움과 슬픔은 어쩌면 같은 것일 지도 모른다고...생각 들었었다.
오늘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 소리가 더 크고 뚜렷하게 그 큰 공간을 메우고 내 가슴으로 들어올때 순간
성진이가 진정 쇼팽 스페셜리스트로 남게 되리라는 느낌마저 들었다.
이제 겨우 23...
그런데 저렇게 연주를 해낸다.
작곡가와 일치되어 우리의 가슴속을 마구 헤집고 들어오는....
천재적 예술가들에게 있어서 나이는 아무 의미가 없음을.....
본 연주가 끝나고 환호속에 앵콜 연주가 펼쳐졌다.
첫곡의 드뷔시의 '달빛'은 그에게 반한 관객들을 그 절정까지 몰아갔다.
열광하는 청중속에 두번째 앵콜곡....브람스 헝가리 광시곡 1번으로 멋진 휘날레를 장식했다.
롯데는 예술의 전당과는 달리 그리 심하게 단속을 하지 않는다.
사진도 찍고 이에 대담해진 관객들은 심지어 동영상 촬영도 한다.
우리 자리야 뚝 떨어져 있어서 상관없었지만 근처 좌석이라면 상당히 신경이 쓰일 행동이다.
공연이 끝나고 느지감치 자리에서 일어섰다.
로비로 나오니 에스컬레이터가 운행을 안해서 다들 걸어 내려간다.
이윤즉은 너무나 많이 몰려든 관객으로 인해 사고가 날까봐 일부러 작동을 멈춰놨다는 거다.
와우~~
절로 입에서 탄성이 난다.
싸인 줄과 그를 좀 더 가까이서 보려고 몰려든 관객으로 9층 난간과 8층 로비엔 발 디딜틈도 없다.
잠깐 예전의 내 모습을 떠올려 본다.
싸인을 받기 위해 앵콜곡이 몇 곡이나 될까...점쳐 보며 뛰쳐 나가 기인 줄에 섰었던 기억들.....
막차를 놓칠까 노심초사 하면서 발을 동동 굴렀던...
나이먹음이겠지~ 이젠 그런 열정은 사라진 지 오래다. ㅎㅎ
대신 8층 테라스로 나가 롯데에서만의 야경을 잠시 즐겼다.
크리스 마스의 황홀한 불빛들이 동심에 젖게한다.
거기에 울려퍼지는 음악까지...그리고 그 선율에 맟춰 롯데 월드타워의 조명의 움직인다는 것에 더욱 동심으로 돌아간다.
밤바람 마저 모든게 그저 행복하게만 하다.
Glenn Gould - 21. Alban Berg, Piano Sonata Op.1 [ 1973 ]
조성진, Seong-Jin Cho- Schubert Piano Sonata no.19 D.958
Seong-Jin Cho - Chopin's Ballade No. 3, No. 1
Seong-Jin Cho – Ballade in F major Op. 38 (second stage)
Evgeny Kissin - Chopin Ballade No. 4 in F minor, Op. 52
앵콜곡
Dong hyek Lim plays C. Debussy : 'Clair de lune' , 2014 임동혁 피아노 리사이틀- 드뷔시 '달빛'
Brahms Hungarian Dance No.1 - Evgeny Kiss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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