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후기(클래식 2016년)

한불수교 130주년 기념음악회-다큐멘터리와 메시앙의 밤/2016.9.5.월/예술의전당IBK챔버홀

나베가 2016. 9. 3. 20:46

한불수교 130주년 기념음악회-다큐멘터리와 메시앙의 밤




[공연소개]
한-불 양국 간 우호 및 이해증진을 위해 양국 대통령의 합의를 바탕으로 2015년 9월부터 2016년 말까지, 1년 4개월 동안은 “한-불 상호교류의 해”로 지정되었다. 2016년 한-불 수교 130주년을 맞이하여 프랑스의 저명 음악가들과 국내 유명 연주자들을 초청, 양국 간 문화교류의 새로운 지평을 여는 뜻깊은 음악회가 예술의 전당에서 열린다. 프랑스를 대표하는 작곡가 포레, 라벨, 뒤티외, 메시앙 등의 주옥같은 작품들을 선보이며 세련된 감각과 서정미가 가득한 실내악의 향연이 펼쳐질 것이다.
 
 
[Messiaen의 세상의 종말을 위한 4중주]
한불수호통상조약은 조선과 프랑스 사이의 우호 통상을 맺은 조약으로 특히 조선의 천주교 포교 자유 등이 포함되어 한국 천주교사에서는 그 의미가 특별하다. 머나먼 조선땅에 건너와 포교를 하며 순교한 프랑스외방전교회 신부들의 발자취를 따라가며 조선이라는 작은 나라에 자유, 평화, 희망을 전파한 삶의 의미를 반추해본다. 페스티벌 오원의 예술감독인 첼리스트 양성원과 제천음악영화제의 오프닝 상영작 ‘다방의 푸른 꿈’으로 호평을 받은 영화감독 김대현이 함께 촬영한 <시간의 종말> 음악다큐멘터리를 상영하며 ‘20세기 바흐’로 불리는 프랑스 대표 작곡가 올리비에 메시앙의 ‘시간의 종말을 위한 4중주’가 함께 연주된다. 이 곡은 1940년 여름, 메시앙이 프랑스군의 일원으로서 독일군에게 포로로 잡혔던 시절에 작곡된 것으로, 포로 수용소 내에서 오천여 명의 동료 포로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작곡가 자신이 직접 초연하였다. 그는 이 작품으로 세상의 종말과 같은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마지막 삶의 에너지를 다시 소생시키고자 하는 희망과 믿음에 답하고자 하였다고 전하고 있다.


 
[PROGRAM]
한불수교 130주년 기념 특집 다큐 상영
O. Messiaen Quatuor pour la fin du Temps
메시앙 / 세상의 종말을 위한 4중주
출연진: Trio Owon, Cl. 채재일


Messiaen, Quatuor pour la fin du Temps

메시앙 ‘시간의 종말을 위한 4중주’

Olivier Messiaen

1908-1992

Barnaby Robson, clarinet

James Clark, violin

David Cohen, cello

Matthew Schellhorn, piano

Studio recording, London

2008




1941년 1월 15일 독일령 실레지아의 괴를리츠 포로수용소. 2차 세계대전의 포화가 한창인 가운데 영하 20도를 넘나드는 한겨울의 수용소 무대에 수백여 명의 전쟁 포로가 모여들었다. 1939년 지원병으로 참전했다가 이듬해 포로로 사로잡힌 프랑스의 작곡가 올리비에 메시앙의 <시간의 종말을 위한 4중주>가 초연된 날이었다.

바이올린 두 대와 비올라, 첼로라는 일반적 4중주의 편성과는 달리 이 연주는 바이올린과 첼로, 피아노와 클라리넷으로 구성되었다. 포로수용소에서 만난 음악가 네 명이 연주할 수 있었던 악기들이었기 때문이다. 메시앙 자신도 몇몇 건반은 치면 쑥 들어가고 조율도 제대로 안 된 고물 피아노를 사용해야 했다. 훗날 메시앙은 전쟁 포로를 대상으로 이루어진 당시 초연을 회상하며 “그 뒤로도 그토록 대단한 이해와 관심을 보여준 무대와 관객을 보지 못했습니다.”고 회고했다.

<시간의 종말을 위한 4중주>는 메시앙이 세상 공심판 전의 시간을 음악적 형상으로 표현한 것으로, 요한 묵시록 제10장 1-7절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메시앙은 자신의 이 작품에 대해서 이렇게 말했다. “나는 요한 묵시록에 대한 어떤 주석도 원하지 않습니다. 단지 시간의 소멸에 대한 나의 바람을 표현했을 뿐입니다.”

또 나는 힘센 다른 천사 하나가 하늘로부터 내려 오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는 구름에 싸여 있었고 그의 머리에는 무지개가 둘려 있었으며 얼굴은 태양과 같았고 발은 불기둥과 같았습니다. 그리고 손에는 작은 두루마리를 펴 들고 있었습니다. 그는 오른 발로는 바다를 디디고 왼발로는 땅을 디디고 마치 사자가 으르렁대는 것처럼 큰 소리로 부르짖었습니다. 그가 고함을 지르자 일곱 천둥이 각각 제 소리를 내며 말을 했습니다. 그 일곱 천둥이 말할 때에 내가 그것을 기록하려 하자 ‘그 일곱 천둥이 말한 것을 비밀에 붙여 두고 기록하지 말아라’하는 음성이 하늘로부터 들려 왔습니다. 내가 본 그 천사, 곧 바다와 땅을 디디고 서 있던 천사가 오른 손을 하늘로 쳐들고 하늘과 그 안에 있는 것들, 땅과 그 안에 있는 것들, 그리고 바다와 그 안에 있는 것들을 창조하시고 영원무궁토록 살아 계시는 분을 두고 맹세하며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다. 이제 일곱째 천사가 나팔을 불 터 인데 그 소리가 나는 날에는 하느님께서 당신의 종 예언자들에게 전해주신 대로 하느님의 신비로운 계획이 완성될 것이다’라고 다짐했습니다."

메시앙은 설명한다. ‘일곱이란 숫자는 완전한 숫자다. 육일 동안 천지창조가 이루어지고 일곱째는 영원으로 이어지며 바로 변할 수 없고 흠이 없는 여덟이 된다.’ 메시앙은 이를 의식하고 여덟 개의 곡으로 전곡을 만든 것이다.

여기 소개하는 다섯 번 째 곡의 제목은 ‘영원하신 예수님의 찬양’이다. 첼로와 피아노의 이중주다. 빠르기는 지정하지 않았지만 아다지오다. 인간이 인간을 죽이는 전쟁터. 그것도 앞으로의 운명을 예측할 수 없는 포로수용소에서 메시앙은 하느님- 주 예수를 찾고 있다. 사람들이 저질러 놓은 현실 앞에서 인간을 하느님을 부정하지 못하고 그저 다시 하느님의 뜻이려니 하느님을 찬양하고 있다. 서양인들은 죽어가면서도 하느님을 찬양한다. 욥기에 나오듯 하느님의 뜻이라면 모든 것을 감수하고 찬양해야 하는 것이다. 해서 음악은 소리를 저음으로 깔고 천천히 움직인다. 느릿 느릿 움직이며 듣는 이를 끌고 간다. 아마 기독교의 영혼을 믿는 이들에게 이러한 선율 아닌 리듬은 눈물을 저미게 할 것이다. 주여 우리를 불쌍히 여기서소. 우리를 맡아 주시고 우리를 구원해주소서.



 



◀미켈란젤로의 <최후의 심판>.

이 작품은 표제가 붙어 있는 8개의 악장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4번째 곡을 중심으로 악장들이 서로 대비를 이루고 있다. 4번째 곡을 중심으로 다른 7곡을 작곡한 이유에 대해 “7은 완전한 숫자입니다. 6일간의 창조 후의 거룩한 날, 안식의 날을 의미합니다. 또한 안식일의 7은 나아가 영원성, 불변하는 빛이요 흔들림 없는 평화를 의미하는 8을 향해 나아갑니다.”라는 작곡가의 설명이 전한다.

이 음악을 듣기 위해서는 인내심이 필요하다. 7개의 악장이 끝나고 마지막 8악장 ‘예수의 불멸성에 대한 찬미가’에서 바이올린은 마치 승천을 예시하듯 절정과 열락으로 치닫는다. 메시앙은 “이 찬양은 사랑입니다. 클라이맥스를 향한 완만한 상승은 하느님을 향한 인간의 승천, 주 예수를 향한 그 자식의 승천이며, 낙원을 향한 신성한 자의 승천입니다.”라고 말했다.

작품에 담겨 있는 작곡가의 종교적 열망은 전쟁 당시 수용소에서 포로 연주자에 의해 초연되었다는 역사성마저 잠시 잊게 한다. 메시앙은 “이 4중주를 작곡하면서 나는 폭설과 전쟁, 억류와 심지어 나 자신으로부터도 도피할 수 있었습니다. 이 곡에서 내가 얻었던 가장 큰 이득은 3만여 명의 포로 가운데 오로지 나만이 포로가 아니었다는 점입니다.”라고 회고했다.

올리비에 메시앙의 음악을 처음 듣게 되면 당황스럽기도 하다. 왜냐하면 그의 음악은 우리에게 익숙해진 조성(장조, 단조)에 기초하지 않고 스스로 고안한 선법(modus)으로 구성되었기 때문이다. 나아가 메시앙이 악보에 써 넣은 화성과 실제 연주되는 화성이 달라 연주자들조차 곤혹스럽다고 한다. 또한 그의 음악은 처음부터 끝까지 이어지는 주제가 없이, 단락별로 독특한 음악적 언어를 사용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감상자로 하여금 고양된 마음, 부활한 자의 자유로움 등을 느끼게 하는 종교적인 힘을 가지고 있다.

1. 크리스털 같은 전례

오전 3시부터 4시 사이 새들의 눈뜸, 무수한 음과 나무 사이를 빠져나와 멀리 사라지는 트릴의 빛에 싸여 꾀꼬리들이 즉흥 연주를 펼친다. 이것을 종교적 플랜으로 바꾸어 놓는다. 하늘의 해탈의 정적을 얻게 될 것이다.

1악장은 두 개의 층을 가지고 구성된다. 바이올린과 클라리넷은 반복적이고 단순한 선율을 반복하다가 점차 역동적이고 리드미컬하게 고조되어 간다. 반면 피아노와 첼로는 계속 정적인 움직임을 보인다. 피아노 성부는 17개의 리듬가(rhythmic value)와 29개의 화성이라는 제한적인 조건 속에서 끊임없이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와 유사하게 첼로는 반복되는 15개의 음가 사이에서 5개의 동기를 가진다. 바이올린과 클라리넷은 새의 소리를 묘사하고 있다.

2. 시간의 종말을 알리는 천사를 위한 보칼리제

제1부와 제3부가 강력한 천사의 힘을 나타낸다. 천사는 머리에 무지개를 감고 몸은 구름에 싸여 한쪽 발은 바다에, 또 한쪽은 땅 위에 놓는다.

피아노에 배당된 블루 오렌지 화음의 감미로운 폭포가 멀리서 들리는 종의 울림으로 바이올린과 첼로의 성가 풍 멜로디를 감싸준다. 천사의 노래, 즉 성가이다. 힘에 넘치는 피아노로 악장을 시작하며 제2부에서는 바이올린과 첼로가 2옥타브 간격을 유지하면서 ‘무지갯빛으로 빛나는 물방울’을 나타내는 피아노 소리와 함께 천국의 힘을 상기시킨다.

3. 새들의 심연

심연, 그것은 슬픔과 권태의 ‘때’이다. 새들은 ‘때’와 대립한다. 이것은 별과 빛과 무지개, 그리고 환희의 보칼리제로 향하는 우리의 희원이다.

클라리넷 독주이다. ‘심연(abyss)’은 메시앙의 음악에서 빈번히 등장하는 ‘무(無)’에 대한 상징, 그리고 오직 죽음만을 약속하고 강요당하는 인간의 경험에 대한 상징이다. 새의 소리가 들려오는 동안 그의 정신적인 환희, 해탈에의 중심적인 이미지는 계속해서 현실화된다.

4. 간주곡

스케르초. 다른 악장들에 비해서 외면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 개의 멜로디를 순환시키면서 연관성을 맺고 있다.

메시앙의 악기인 피아노가 빠진 스케르초. 전 악장 중에서 눈에 띄게 선율적이며 또 리듬적이다. 클라리넷은 여전히 새의 소리를 흉내 내고 있으며 바이올린과 종달새의 울음소리를 주고받는다.

5. 예수의 영원성에 대한 찬미가

예수는 여기에서 ‘말씀’으로 고찰된다. 첼로의 끝없이 이어지는 장대한 프레이즈가 힘차고 감미로운 ‘말씀’의 영원성을 사랑과 경건함으로 찬양하고 있다.

첼로와 피아노만으로 연주되는 악장이다. 피아노의 단조로운 반주 위에 경건하기 그지없는 첼로의 선율이 도도히 흐른다. ‘말씀으로서의 예수’는 피아노의 반주를 동반한 첼로의 노래에 의해 기도된다. ‘기쁨에 넘쳐서, 무한히 느리게’라는 악상 기호가 붙어 있다.

6. 일곱 트럼펫을 위한 분노의 춤

음악의 돌, 강철의 저항할 수 없는 움직임, 절망적인 운명의 거대한 벽, 자포자기의 얼음, 결정적으로 악장의 말미에 이리저리 움직이는 공포의 포르티시모를 들으라.

4개의 악기가 계속해서 동일한 음형을 강하게 연주한다. 악장 전체가 강력하고 리드미컬한 테마에 기초하고 있으며 어떠한 공포와 위엄을 상징하고 있는 것 같다. 라틴어 전례미사의 ‘투바 미룸(Tuba mirum, 놀라운 금관 소리)’ 같다고나 할까? 메시앙은 이 악장에서 체념과 공포를 상징하려 하였다. 그는 네 개의 악기가 어떻게 트럼펫의 소리를 암시하고, 결국에는 징의 소리까지를 암시하는지를 그림으로 남기기까지 했다.

7. 시간의 종말을 알리는 천사를 위한 무지개의 소용돌이

나의 꿈속에서 나는 낯익은 색과 모양으로 분할된 화성과 멜로디를 보고 듣는다. 그리고서 이 변화하는 풍경 뒤에 나는 비현실 속을 지나가고 초인적인 색채의 소용돌이치는 침투 속에 현기증 나는 황홀경으로 빠져든다.

몇 개의 2악장 동기가 등장한다. 선율적이고 다이내믹한 동기들은 우선 서로 교차되고 그리고 분할된다.

8. 예수의 불멸성에 대한 찬미가

바이올린의 장대한 독주. 왜 두 번째의 송가인가. 이 송가는 특히 예수의 제2의 모습, 즉 인간 예수로서 육화하여 우리에게 생명을 주기 위하여 전한 ‘말씀’으로 향하고 있다.

고음역의 정점에 이르는 온화한 고양은 인간이 ‘신’에게, 신의 아들이 ‘성부’에게 피조물이 ‘천국’을 향하는 상승이다. 5악장에 대응하는 악장이다. 5악장과 마찬가지로 E장조이며 이번에는 ‘극도로 느리고 편안하게, 기쁨에 넘쳐’라는 악상 기호를 붙이고 있다. 피아노의 반주를 받는 바이올린은 인간으로 다시 태어나신 예수를 찬양하고 있다.


Messiaen - Quatuor pour la fin du temps - 5 - Louange à l'éternité de Jesus



Olivier Messiaen - Quatuor pour la fin du Temps (quartetto per la fine del temp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