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후기(클래식 2016년)

코리안심포니 197회 정기연주회/임헌정 지휘/2016.8.18.목/예술의 전당

나베가 2016. 8. 16. 19:34




지휘, 임헌정 | Hun-Joung Lim, Conductor
피아노, 얀 이라첵 폰 아르님 | Jan Jiracek von Arnim
, Piano
 
 
[프로그램]
 
L. v. Beethoven
piano Concerto no.3 in c minor Op.37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제3번 c단조
 
D. Shostakovich
Symphony no.5 in d minor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제5번 d단조
 
*위 프로그램 및 연주자는 단체사정에 의해 변경될 수 있습니다.
Concert program and artists subject to change without notice.
 
 
[프로필] 
 


지휘 임헌정 Hun-Joung Lim, Conductor
 
지휘자 임헌정은 끊임없는 도전과 열정으로 청중과 비평가 모두를 사로잡으며, 사랑과 존경을 받고 있다. 스트라빈스키, 쇤베르크, 바르토크, 베베른 등의 작품들을 초연하며 국내 클래식계의 새로운 활력소를 불러 일으켰으며,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전곡 연주를 시작으로 베토벤, 슈만, 브람스, 브루크너 교향곡에 이르기까지 혁신적인 프로그램을 통해 한 작곡가를 깊이 있게 소개하는 동시에 꾸준히 음악계에 화두를 던져왔다. 특히 그는 1999년부터 2004년까지 5년간 국내 최초로 말러 교향곡 전곡 연주를 펼쳐내며 ‘말러 신드롬’, ‘말러 붐’ 열풍을 불러일으키는 대 사건을 만들어냈다.
‘지휘대의 탐험가’, ‘클래식 음악에 대한 편견의 벽을 무너뜨린 인물’ 등 그를 수식하는 단어들이 증명하듯 동아일보로부터 국내 음악인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국내 최고의 지휘자’로 한겨레신문이 기획한 우리 사회 각 분야의 개혁성과 전문성을 갖춘 인사 중에서 ‘한국의 미래를 열어갈 100인’으로 선정되기도 하였다.
한국음악협회 ‘한국음악상’, 문화체육관광부 지정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 ‘우경문화예술상’, ‘서울음악대상’, ‘대한민국 문화예술상(대통령상)’, ‘대원음악상 특별공헌상’을 수상하며 그의 음악에 대한 열정과 끊임없는 도전을 증명하였다. 또한, 25년간 이끌어온 부천필에게 음악단체로는 처음으로 한국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호암상’ 수상의 영예를 안겨주었다.
서울대 음대 졸업 이후 미국 메네스 음대와 줄리어드 음대에서 작곡과 지휘를 공부한 그는, 귀국 후 서울대 작곡과 지휘 전공 교수로 30년째 재직하고 있다. 현재 코리안심포니 제5대 예술감독으로 새롭게 음악의 인생을 펼치며 또 다른 교향악의 역사를 시작하려 한다.
 
 
 

피아노, 얀 이라첵 폰 아르님 | Jan Jiracek von Arnim, Piano
 
음악가 집안에서 태어난 피아니스트 얀 이라첵 폰 아르님은 BBC음악지가 선정한 피아노계를 이끌어나갈 유망주로 선정되기도 하였다.
 그는 함부르크에서 열린 스타인웨이 콩쿠르에서 10살의 나이로 우승을 거머쥐었으며 그 다음해에 그의 고향 독일 하노버에서 모차르트의 피아노협주곡을 연주하며 성공적인 데뷔를 하였다. 그는 독주회는 물론 베를린필하모닉, 상트페테르부르크 필하모닉, 비엔나 챔버 오케스트라 등 유명 오케스트라와의 협연을 통해 유럽전역에 이름을 알렸다.
 
그의 이탈리아 부조니 콩쿠르 1위, 스페인 마리아 카날스 콩쿠르 1위, 미국 제 10회 반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우승하였다. 클라이번 콩쿠르에서 우승한 뒤 그는 Community Concert 참여할 기회를 얻었으며 이를 통해 미국에서 80회에 달하는 공연을 소화하였다. 또한 베토벤과 올리비아 메시앙의 작품에 대한 뛰어난 곡 해석으로 수상을 하는 영광을 얻기도 했다. 최근에도 지속적으로 독주회와 오케스트라와의 협연을 통해 변함없는 실력을 입증하고 있다. 그의 연주는 ZDF, BBC, SFB베를린, 라디오프랑스, NDR 심포니오케스트라와 협연 등 다수의 라디오와 텔레비전에서 연주되었다.
 
얀 이라첵 폰 아르님은 베를린 예술대학을 졸업하였고 Hans Leygraf를 사사하였으며, Alfred Brendel, Bruno Leonardo Gelber의 마스터클래스를 수강하였다. 2001년도에는 비엔나 음악예술대학교 피아노 최연소 교수로 임용되었다. 이라첵 폰 아르님은 런던국제 피아노 콩쿠르, 부조니 국제 콩쿠르, 차이코프스키 콩쿠르와 같은 명망 높은 국제 콩쿠르의 심사위원으로 자주 초빙되고 있다. 2011년부터는 비엔나 국제 베토벤 피아노 콩쿠르의 예술감독이자 의장으로서 활동하고 있다.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l Korean Symphony Orchestra 



Krystian Zimerman - Beethoven - Piano Concerto No 3 in C minor, Op 37


L. V. BEETHOVEN - Piano Concerto n. 3 in C minor op. 37. R. Lupu & Orch. Sinf. di Milano della RAI

Beethoven: Piano Concerto No. 3 in C minor, Op. 37, I. Allegro con brio (Martha Argerich, 2004)


Jiracek von Arnim 연주 듣기.....


Jiracek von Arnim performs Liszt - Mephisto Waltz (part 1/2)


Jiracek von Arnim performs Liszt - Mephisto Waltz (part 2/2)


Jiracek von Arnim - Scriabin Sonata No. 5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5번 Dmitri Shostakovich, Symphony No. 5 in D minor

이 교향곡은 열다섯 곡에 달하는 쇼스타코비치의 교향곡들 중에서 가장 유명하고 인기도 높으며, 종종 그의 최고 걸작으로까지 칭송되는 작품이다. 이 곡은 의미심장한 구도와 진지하고 치열한 흐름으로 인해 곧잘 베토벤의 [운명 교향곡]에 비견되곤 한다. 무엇보다 이 곡은 (적어도 표면상으로는) 가혹한 운명에 대한 저항, 투쟁을 통한 극복, 그리고 승리의 쟁취라는 베토벤적인 주제를 다루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쇼스타코비치 자신도 작품의 발표에 즈음하여 작곡 의도를 다음과 같이 밝히기도 했다.


“이 교향곡의 주제는 인간성(인격)의 확립이다. 이 작품은 시종 서정적인 분위기로 일관하며, 나는 그 중심에 서서 한 인간이 겪을 수 있는 모든 체험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피날레에서는 이제까지 등장한 모든 악장의 비극적 긴박함을 해결하고 밝은 인생관과 삶의 즐거움을 맛볼 수 있도록 유도했다.”




그런데 1979년, 『증언』(쇼스타코비치가 만년에 구술한 내용을 망명한 소련의 음악학자 솔로몬 볼코프가 정리한 회고록)이라는 책이 미국에서 출판되면서, 종래의 인식에 의문이 제기되었다. 그 책에 따르면, 이 교향곡 속에 표현된 즐거움은 무소륵스키의 [보리스 고두노프]에서처럼 '강요된 즐거움'이며 '위협 속에서 만들어진 환희'라는 것이다. 또 당시 작가조합의 의장이라는 괴로운 직무를 수행해야 했던 파데예프는 자신의 비밀일기에 이 곡의 피날레에 대하여 “어찌할 길 없는 비극”이라고 썼다는 것이다.

물론 『증언』에 담긴 내용의 신빙성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논란이 지속되고 있지만, 자녀들을 비롯한 작곡가의 측근들이 대체로 수긍하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 책이 제기한 관점도 결코 간과할 수 없는 성질의 것임은 분명하다. 그렇다면 진실은 무엇일까? 우선은 이 교향곡이 작곡되던 시점으로 돌아가 보자.


교향곡 1번을 발표할 때의 1925년 19살의 쇼스타코비치


정당한 비판’에 대한 창조적 답변

이 교향곡을 작곡할 즈음 쇼스타코비치는 심각한 위기에 봉착해 있었다. 쇼스타코비치는 이미 1925년, 불과 19세의 나이에 음악원 졸업 작품으로 발표한 [교향곡 제1번]이 대대적인 성공을 거두면서 소련 내에서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는 천재 작곡가로 급부상했다. 그 후 그는 교향곡을 두 편 더 발표했고 여세를 몰아 발레, 영화, 극음악 분야에도 진출하면서 승승장구했고, 그 결과 1930년대에 들어서자 ‘소련의 국보급 인물’로 추앙되기에 이른다.

그러나 1932년, 스탈린 치하의 소비에트 정부가 국내의 체제 정비 강화책의 일환으로 예술계에 ‘사회주의 리얼리즘’이라는 교의지침을 내리면서 이 전도 유망한 작곡가는 위기에 직면한다. 그가 1934년에 의욕적으로 발표한 오페라 [므첸스크의 맥베스 부인]이 뒤늦게 스탈린의 불만을 사면서, 1936년에 당 기관지인 프라우다로부터 “음악이 아니라 황당무계”라는 혹평을 받았고, 후속작인 발레 [맑은 시냇물]도 무시무시한 비난을 들었다.

당시 소련 사회 전반을 공포로 짓눌렀던 숙청의 분위기 속에서 자신의 작품들에 ‘부르주아적’, ‘형식주의적’, ‘좌익편향적’이라는 낙인이 찍히자 그는 심각한 신변의 위협을 느낄 수밖에 없었고, 결국 전위적인 신작 [교향곡 제4번]의 초연을 몇 차례의 리허설까지 마친 상태에서 돌연 무기한 연기하게 된다. 이제 그는 위기를 타개하고 작곡가로서의 입지와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그 결과 ‘당국의 정당한 비판에 대한 창조적 답변’이라는 명목으로 내놓은 새 작품이 바로 [교향곡 제5번]이었던 것이다.

제1악장 - 모데라토, (d단조), 4/4박자

상당히 복잡한 구성의 첫 악장은 변형된 소나타 형식을 취하고 있으며, 조표는 없으나 주조성은 d단조로 파악된다. 곡이 시작되면 저현부와 고현부가 옥타브 간격으로 서로를 모방하는 카논으로 출발하며, 거친 도약이 이어지는 이 진행에서 제1의 주요 악상이 만들어진다. 곧이어 제1바이올린이 이와는 대조적으로 부드럽게 흐르는 듯한 선율을 꺼내 놓는데, 이것이 제2의 주요 악상이다. 이후 이 두 악상이 결합되고 발전하면서 점차 일정한 리듬이 부각되는데, 이 리듬은 이후 작품 전편을 관통하게 된다. 이 리듬이 반복되는 가운데 제1바이올린이 조용히 도약하며 불규칙한 라인을 그리는 부악상을 꺼내 놓고, 이후 플루트에서 인상적인 선율이 나오고 클라리넷이 그것을 이어받으면 제시부에 해당하는 부분이 마무리된다.

발전부는 이제까지 제시된 악상들의 자유로운 변형과 조합으로 이루어진다. 우선 비올라가 앞서 나온 부악상을 연주하다가, 그 마지막 부분이 저현부로 옮겨지면서 첼로와 콘트라베이스의 피치카토에 피아노가 더해져 무거운 분위기를 조성하면, 4대의 호른이 유니즌으로 제2의 악상을 확대하여 엄숙하게 연주한다. 이제 트럼펫에 이어 목관이 가세하면 템포가 빨라져 알레그로 논 트로포 부분으로 들어가고, 음악의 흐름은 점점 더 복잡해지고 긴박해지면서 고조되어 격렬한 클라이맥스에 도달한다. 클라이맥스는 팀파니와 스내어드럼(작은북)의 연타 위에서 금관의 팡파르가 부각되어 마치 취주악으로 연주하는 행진곡의 양상을 띤다. 그리고 그 말미에서 실로폰이 가세하여 열띤 분위기 속에서 그대로 재현부로 진입한다.

재현부에서는 먼저 제1의 악상이 긴박하게 등장하여 악기군을 옮겨 다니며 숨 가쁜 카논을 이루다가 템포가 조금 떨어지면, 저음부를 제외한 옥타브 유니즌으로 격앙된 흐름이 한동안 이어지다가 마침내 강렬하고 준엄한 파국이 찾아온다. 이후 제시부의 템포로 돌아가서 부악상이 D장조로 재현되고, 플루트와 호른의 카논, 오보에 독주를 거쳐 코다(종결부)로 넘어간다. 차분하고 자유로운 흐름을 보이는 코다에서는 반음계적으로 상승하는 첼레스타의 울림이 인상적이다.


쇼스타코비치가 태어난 상트페테르부르크 겨울 궁전 야경 



제2악장 - 알레그레토, a단조, 3/4박자

전통적인 구성의 스케르초 악장. 저현부에서 빠르고 거칠게 부각되는 주제로 출발하며, 기저의 리듬은 거친 왈츠 또는 랜틀러 풍이다. 이 악장은 전체적으로 첫 악장에서 제시된 주요 악상에 대한 변주의 성격을 띠며, 스케르초답게 익살맞고 풍자적이며 요란하고 신랄한 느낌을 준다. 특히 이 악장에서는 온갖 다채로운 악기 사용법이 두드러지는데, 중간의 트리오에서는 마치 위태로운 곡예를 하는 듯한 바이올린 솔로와 조심스레 눈치를 보는 듯한 플루트 솔로가 등장하고, 이후 제1바이올린의 몽환적인 움직임은 다소 유령 같은 느낌마저 자아낸다. 또 후반부에서 실로폰의 활약도 인상적이다.

제3악장 - 라르고, f♯단조, 4/4박자

아주 느린 템포로 진행되는 정서적인 악장으로, 호른을 포함한 모든 금관악기가 제외되어 있고, 현악부는 바이올린이 세 그룹, 비올라와 첼로는 각각 두 그룹, 그리고 한 그룹의 콘트라베이스로 세분화되어 있다. 따라서 극히 섬세하고 미묘한 음률을 엮어 보이는데, 각 성부는 명료하게 다루어져 전체적으로 깨끗하고 투명한 음색을 빚어낸다. 그리고 긴 호흡의 선율들이 면면히 이어지는데, 그중 하나는 첫 악장의 주요 악상에 기초하고 있다. 러시아의 민요를 연상시키는 이 선율들에는 복잡다단한 감정의 편린들이 새겨져 있으며 그중에는 엘레지(비가) 풍의 선율도 나오는데, 그 흐름이 점진적으로 고조되어 도달하게 되는 클라이맥스는 폐부를 찌르는 통절함을 자아낸다.

제4악장 - 알레그로 논 트로포, d단조, 4/4박자

행진곡 풍의 피날레 악장으로 축약된 소나타 형식을 취하고 있다. 취주악기들이 일제히 트릴로 불어대는 D음에 이어 팀파니의 강타 위에서 트럼펫과 트롬본이 용감한 행진곡 풍의 팡파르 주제를 연주하면서 출발한다. 이후 긴박하고 투쟁적인 흐름 위에서 팡파르 주제가 다양하게 변형되며 등장하다가, 어느 순간 템포가 떨어지면 팡파르 선율의 변형에 이어 바이올린에서 유려하면서도 고통스러운 선율이 새롭게 나타나 앞서의 느린 악장을 떠올리게 한다.

다시 팡파르 주제가 등장하면, 스케르초 악장의 주제를 연상시키는 선율이 나타나 함께 어우러진다. 이제 음악은 열기와 박력을 가중시키면서 고조되어 마침내 장쾌하고 통렬한 클라이맥스에 도달하고, 마지막에는 팀파니의 당당한 타격 위에서 현악부의 반주 위에서 금관악기들이 힘차고도 의미심장한 팡파르를 연주하다가 베이스드럼(큰 북)의 강력한 타격과 격렬한 투티로 마무리된다.

은폐된 혹은 굴절된 진실


 

교향곡 7번을 같이 작업했을 때의 쇼스타코비치와므라빈스키



이 새로운 교향곡은 1937년 11월 21일, 소비에트 혁명 20주년 기념일에 예프게니 므라빈스키가 지휘하는 레닌그라드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연주로 초연되었다. 어떻게 보면 다분히 신고전주의적 어법으로 후퇴한 듯한 모습이었지만, 청중의 반응은 열광적이었고 쇼스타코비치는 당의 신뢰를 회복했다.

당시 한 비평가는 이 작품에 대해서, 제1악장은 “자문…또는 어린 시절의 추억”이며, 제2악장은 “돌이킬 수 없는 과거에 대한 야유의 미소”, 제3악장은 “눈물의 고뇌”에 넘쳐 있으며, 제4악장은 작곡가의 말을 빌려 “이제까지의 악장들에 부쳐진 모든 의문에 대한 해답”이라고 해석했다. 또 다른 비평가는 이 곡이 “쇼스타코비치의 리얼리스트 예술가로서의 최초의 등장이며, 좁은 공간에서가 아니라 비로소 광범위한 청중에게 간명하고 표현적인 어조를 가지고 호소한 작품”이라고 추켜세웠다.

그러나 그러한 해석과 평가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우리는 당시 스탈린 독재 하의 소련에서 예술가들이 느꼈을 위협과 고뇌가 어느 정도였는지 실감할 수 없다. 그러나 소련의 붕괴 이후 공개된 갖가지 사료들을 통해서, 또 여러 증언들을 통해 당시의 억압적인 상황을 어렴풋이나마 짐작해볼 수는 있다.


  1930년대 쇼스타코비치 모습 



필자는 이 교향곡의 제2악장을 들으면서 앞서 언급한 『증언』에 나와 있는 다음과 같은 언급이 참으로 그럴듯하다고 생각하곤 한다. “그건 마치 어떤 사람이 당신을 몽둥이로 때리며 ‘네 임무는 기뻐하는 것이다, 네 임무는 기뻐하는 것이다’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 당신은 부들부들 떨면서 일어나 행진하며 ‘우리 임무는 기뻐하는 것이다, 우리 임무는 기뻐하는 것이다’라고 중얼거린다.” 이렇게 보면 종종 이 교향곡에 따라붙곤 하는 ‘혁명’이라는 별명은 얼마나 아이러니한 것인가?

같은 책에서 쇼스타코비치는, 기분이 한껏 좋은 상태로 초연에 왔던 사람들조차 이 곡을 듣고 ‘울었다’고 증언했다고 한다. 과연 그들은 왜 울었던 것일까? 이 교향곡의 피날레는 과연 ‘마침내 쟁취한 승리’를 의미할까? 물론 과도한 해석이나 억측은 경계해야겠지만, 때때로 사람들은 자신이 흘리는 눈물의 진정한 의미를 미처 깨닫지 못하기도 하는 법이다.

그때 그들이 흘렸던 눈물이 환희의 눈물이었는지 비애의 눈물이었는지 지금 우리는 알 수 없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이 교향곡에서부터 쇼스타코비치의 곡예가 시작되었다는 점이다. 외적 현실에 대한 타협과 내적 진실을 통한 저항 사이에서의 아슬아슬한 줄타기! 마치 그가 존경했던 말러가 그랬던 것처럼, 쇼스타코비치 역시 다섯 번째 교향곡을 통해서 ‘중대한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그가 미처 의도하지 않았던 ‘굴절된 이중성’의 시발점이기도 했다.


추천음반

[음반] 예프게니 므라빈스키(지휘)/레닌그라드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Erato>
[음반] 레너드 번스타인(지휘)/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Sony>
[음반] 베르나르드 하이팅크(지휘)/로열 콘세르트헤바우 오케스트라 <Decca>
[음반] 바실리 페트렌코(지휘)/로열 리버풀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Naxos>
[DVD] 마이클 틸슨 토머스(지휘)/샌프란시스코 심포니 오케스트라 <SFS Media> * 영상물



글 펌 / 황장원 / 음악 칼럼니스트
음악에서 보다 많은 것을 듣고, 보고, 느끼기 위해서 머리와 가슴의 조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며, 체험과 상상력, 감동을 중시하는 클래식 음악 칼럼니스트. 현재 서울시향 프로그램노트 필자, 네이버캐스트 ‘음악의 선율’ 필진이며, 서울 예술의전당, 성남아트센터, 대구 수성아트피아, 무지크바움, 풍월당 등지에서 클래식 음악감상 강좌를 진행하고 있다.


(HD) Shostakovich: Symphony no. 5 in D minor, op. 47 | Mariss Jansons


Shostakovich - Symphony No 5 in D minor, Op 47 - Mravinsky (음반)


Shostakovich: Symphony No. 5 / Bernstein · New York Philharmonic Orchestr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