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후기-뮤지컬

매튜 본의 댄스 뮤지컬 <잠자는 숲속의 미녀>2016.6.23.목/LG아트센타

나베가 2016. 6. 22. 01:35

매튜 본의 댄스 뮤지컬 <잠자는 숲속의 미녀>

Matthew Bourne’s ‘Sleeping Beauty’ A Gothic Romance, Music 




                   




                    














스릴러 뮤지컬 같은 발레 ‘잠자는 숲속의 미녀’ 눈 뗄 틈이 없네(경향신문 리뷰...)

김희연 기자 egghee@kyunghyang.com


LG 아트센터 제공

LG 아트센터 제공


거대한 달이 뜬 무대, 무용수들은 마술사가 된 듯 시공간을 지배했다. 춤은 에너지가 넘치는 가운데 때론 코믹하고 낭만적이었다. 영국 출신의 안무가 매튜 본은 춤으로 말하는 타고난 이야기꾼이었다. 아시아 초연으로 22일 국내 무대에 오른 매튜 본의 댄스 뮤지컬 <잠자는 숲속의 미녀>는 1시간50분 동안 코트에 떨어지지 않는 테니스공처럼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잠자는 숲속의 미녀>는 프랑스 작가 샤를 페로의 동명 동화가 원작으로 <백조의 호수> <호두까기 인형> 등과 함께 차이콥스키 3대 발레 작품 중 하나다. 매튜 본은 차이콥스키의 음악과 원작의 뼈대를 가져와 재해석했다. 마녀의 저주로 100년간 긴 잠에 빠진 오로라 공주가 이웃나라 왕자의 키스로 깨어난다는 단순한 이야기의 구조를 바꿨고 스릴러를 덧붙였다.

새로 만들어진 캐릭터는 마녀의 아들 ‘카라독’과 공주를 사랑하는 정원사 ‘레오’다. 저주를 내린 마녀가 죽자 그 아들이 복수를 꿈꾸게 되고, 정원사 레오와 묘한 삼각관계까지 이루면서 흥미롭게 전개된다. 공주가 신분의 벽을 깨고 정원사와 연인이 된다는 점, 낯선 이웃나라 왕자가 아닌 정원사의 키스로 깨어난다는 점 등을 통해 보다 주체적인 공주로 부각시킨다.

반전 포인트도 몇 군데 숨어 있다. 공주가 저주로 잠든 궁전 밖에서 정원사가 100년간을 살기 위해 뱀파이어가 된다는 설정이 재미있다. 고전 발레에서 공주를 돕는 ‘라일락 요정’은 성을 바꿔 남성 무용수가 연기하는 ‘라일락 백작’으로 등장하고, 마녀와 그의 아들 카라독은 1인2역으로 짜였다.


안무 겸 연출 매튜 본

안무 겸 연출 매튜 본


발레를 기본으로 한 춤은 이야기 전개에 따라 달라졌다. 라일락 백작 무리와 마녀 무리가 춤추는 장면에선 괴기스럽고, 공주의 생일파티 장면에선 왈츠가 등장하면서 영국 귀족들의 풍경을 그려냈다. 잠든 공주가 궁 안의 자작나무 숲에서 춤추는 ‘몽유병자들의 세계’ 장면은 낭만발레의 모습을 띠면서 몽환적이었다. 매튜 본은 “이 장면은 이사도라 덩컨에게 영감을 받아 오로라의 성격과 자유로운 영혼을 춤으로 표현했다”고 말했다.

배경은 1890년 오로라 공주의 탄생에서부터 1911년 공주의 생일파티, 2011년 공주가 깨어나는 때까지 100년 이상을 뛰어넘는다. 후반부 마녀의 아들이 잠에서 깬 공주와 결혼식을 올리는 장면에선 현재성을 강조하며 클럽 분위기를 냈는데 극의 긴장감은 다소 떨어지는 듯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조화된 안무와 차이콥스키의 음악이 잘 맞아떨어져 즐거움을 주기에 충분했다. 화려한 의상과 분장, 조명도 완성도를 높였다. 무용수들은 배우로 느껴질 만큼 연기력이 돋보였다.

이번 내한 공연에는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의 ‘1대 빌리’로 유명한 리암 모어가 출연한다. 모어는 주인공 ‘빌리’ 역으로 2006년 영국의 ‘로렌스 올리비에 어워드’에서 역대 최연소 남우주연상을 받기도 했다. 이번 작품에서 라일락 백작과 마녀와 그 아들 역을 맡았다.

매튜 본은 2010년 국내에서 공연된 <백조의 호수>로 잘 알려진 안무가 겸 연출가다. 근육질의 남성 백조들을 등장시키는 등 고전작품의 현대적 해석과 파격적인 춤으로 ‘무용계의 이단아’로 불리며 명성을 쌓았다. 현재 영국에서 무용극단 ‘뉴 어드벤처스’를 이끌고 있다. 22살에 처음 현대무용을 배운 그는 BBC의 기록보관소에 근무하면서 수많은 영화와 다큐멘터리를 보며 스토리텔링 능력을 키웠고 영국 국립극장의 서점과 극장 안내원으로 일하며 연극과 무용 등 공연 전반에 대한 감각을 길렀다. 올해 그는 무용계 업적을 인정받아 영국 정부로부터 OBE 훈장과 기사작위를 받았다.


매튜 본은 자신이 작품을 만드는 이유에 대해 항상 “무용 공연을 한번도 본 적 없는 사람들도 누구나 뮤지컬이나 영화를 보듯 무용을 즐겼으면 좋겠다”고 말해왔다. <잠자는 숲속의 미녀>가 그랬다. 공연은 7월3일까지 LG아트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