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후기-뮤지컬

보이첵(Musical "Woyzeck") /2014.10.21. 화 /LG아트센타

나베가 2014. 10. 26. 10:46

 

 

 

 

 

 

 

 

 

 

 

 

 

 

 

 

 

 

 

 

 

 

 

 

 

공연후기...

 

사실, 난 연극과 뮤지컬을 그리 즐겨 보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공연을 예매하게 된 이유는 10개의 자유 패키지를 채우기 위해서였다.

워낙 LG아트 기획 연주는 훌륭하고 새로운 작품들을 볼 기회이기때문에 10개의 작품을 선정하기는 어렵지 않다.

그러나 연초 봄, 가을에 계획하고 있던 여행이 있어서 그 기간을 빼고 10개를 선정하려니 이번엔 좀 힘들었던것...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어느새 보이첵을 상연하기 시작했다는 이메일과 광고지가 도착했다.

 

"시리도록 처절한 단 하나의 사랑...

 8년의 준비 끝에 탄생한 걸작 뮤지컬!"

 

왠지 관심이 가기 시작했다.

어쩌면 진정 볼만한 공연일 지 모르겠다는 생각까지 들면서 약간의 흥분감 마저 들었다.

 

일찌감치 가서 도넛과 커피를 마시고 LG아트센터 로비로 들어섰다.

사람이 너무도 없어 조용하기 까지 하다.

이 시간 즈음이면  로비가 사람으로 가득차서 북적대던 여늬 공연때와는 너무도 다른 분위기 여서 시간을 잘 못알고 왔나 ...

착각이 들정도...

생각해 보니, 단 하루 공연하는 클래식 공연과는 달리 뮤지컬은 무려 한달 동안이나 한다.

그러니 이럴밖에...

 

자리를 찾아 앉았다.

내 앞으론 사람이 하나도 없다.

오직 무대만이....

 

그래서 였을까...

무대로의 집중력이 더 컸었던게...

 

아니, 사람도 너무 많고, 왠지 소란스럽고, 마이크를 통해서 나오는 노래도 너무 크고...

그래서 싫어하게 된 뮤지컬이었는 지도 모르는데...이번엔 그냥 조용하고 너무도 차분한 분위기여서 였을까...

아니, 그저 모든게 시작부터 너무 슬프고 처절해서 한없이 마음이 가라앉을데로 가라앉아서 보았기 때문였을까...

인간의 가장 잔인한 모습을 보아서였을까....

 

사회의 가장 약하고 힘없는 자의 모습들과...

그들 위에 서 있는 사람들의 잔인성이 너무도 슬퍼서...

어쩌면 그것은 어쩔 수 없는 인간의 본성일 지 몰라서...

그래서 영원 불멸이 될거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리고...

젊은 날..사랑이라는 감정이...

그 삶의 모습과 집착이 너무 안타까워 보이기도 해서...

 

'돈을 많이 준다고 해서 선택한 보이첵의 삶...'

'아이를 위해서 단 한번만...이라는 너무도 쉬운 선택을 해버린 마리..'

순간...세상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중 하나인 네팔과 파키스탄 사람들의 힘겨운 포터의 모습이 교차되면서....

한없이 가벼운 현대 사회의 물질문명이 지배하는 삶의 모습들이...

 

결국 그 둘은 죽음까지 갔다.

이들의 지금의 삶의 모습으로선 결국 그럴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게 젊은이들에게 있어서 그 어떤것 보다도 가장 진한 사랑이라고 ..

그건 그야말로 한 순간의 착각일 뿐인데...

 

 무대가 내려지고...

내 옆자리 여성은 눈물을 훌쩍이며 훔치고 있었다.

나 역시 이런 저런 답답하고 아픈 마음에 눈시울이 붉어졌다.

 

이런 연극의 내용때문이었을까...

다행히 커틑 콜은 간단히 한번으로 끝났다.

 

발길을 돌려 집으로 오는 내내 마음이 답답하고 아팠다.

아니, 그냥 뭐라 말할 수 없는 복합적인 슬픔에 휩쌓여 착잡한 마음였다.

 

가장 잔인한 인간성...어쩌면 그것이 인간의 본성일 지 모른다는 생각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가장 나약한 인간의 모습을 보아서였을까...

어쩔 수 없는...인간의 노력과 의지와 상관없이 저 밑바닥 사회계층 사람들의 슬픈 생활상 때문였을까...

이 연극이 말하고자 했던 '가슴이 시리도록 처절한 단 하나의 사랑' 이었다는 캐치 프레이와는 전혀 다른

이 사회의 슬픈... 한없이 가벼운 삶의 모습이 내 가슴에 깊이 들어와서 였을까.....

 

아!!

그냥 클래식이 좋은것 같아~

이렇게 어쩌지 못하는 슬픈 감정까지 나를 잡아 끌지는 않잖아~

슬퍼도 그냥 내가 아는 슬픔까지....그 정도만 ...

아름다움으로 승화시킬 수 있는 그 만큼의 슬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