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C쿰부히말,로왈링트래킹39일(2013

20.쿰부히말/살얼음을 품은 야생화가 환상적인... 얼음궁전의 콩마라 패스(5,535m)...

나베가 2014. 1. 25. 00:30

 

 

 

 

어제 잠깐 보여준 아마다블람 때문에

오늘 푸르른 하늘에 거대한 하얀 설산이

하늘을 가득 메우고 있을 콩마라 패스를 기대했지만...

 

새벽녘 눈뜨자 마자 텐트를 열고는 얼마나 실망을 했는 지....

밤새 진눈개비가 내렸나 보다.

텐트 천정엔 결로가 생겨서 물방울이 대롱 대롱 메달려 있었고,

침낭마저 축축해져 있었다.

밖과의 기온 차가 워낙에 컸었던거 같다.

수건으로 대충 텐트 천정과 침낭위를 닦아내고는

다시 침낭속으로 들어가 허무감을 달래며 누워 있었다.

 

추운 날씨에 제대로들 잠을 못잤는 지, 쿡과 포터들의 아침 준비가 늦어서

원래 출발시간 보다는 1시간 늦게 출발을 했다.

 

그나 저나 어제 함박눈이 쏟아지는 바람에

오늘 걸어야 할 거리가 훨씬 더 늘은 셈인데,

예정 출발시간 보다도 늦어서 좀 걱정이 된다.

 

더구나 오늘은 눕체빙하를 건너고, 최고 높이 5,550m의 콩마라 패스를 넘어 쿰부빙하까지 건너 로부제까지 가야하는 매우 힘들고, 험준한 일정이다.

그런데 어제부터 계속 눈까지 오고 있다.

 

일정이 예상시간 보다도 늦어질까...

헤드랜턴도 챙기고,

패딩에 고어쟈켓, 우비까지 옷도 단단히 챙겨 입고 여유분까지 배낭에 꾸리고 출발했다.

 

오늘은 어제보다도 더 날씨가 나빠 바람까지 불어재낀다.

사방으로 장엄한 설산을 보며 걸어야 할 코스가

오늘도 구름속 산책이 되어 버렸다.

그나 저나 오늘 로부제까지 가서,내일이면 고락셉...

그리고 바로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와 칼라파타르 오르는 일정인데,

이렇듯 날이 갈수록 날씨가 나빠지니 우울한 맘을 떨쳐내기가 쉽지않다.

이러다가 정말 에베레스트는 커녕 아무것도 보지 못하고 가는건 아닐까...

 

 

 

 

 

 

 

 

 

 

 

그러나 불안하고 속상했던 마음도 잠시....

진눈개비 속에서도 피워내고 있는 고도 5500m에서의 야생화들은

얼음 궁전에나 피어있어야 할것같은 자태로 나를 유혹했다.

 

날씨도 우중충하고 속상한 마음에 카메라도 몽땅 배낭에 넣고 출발했지만 진눈개비 속에서도 배낭을 풀고 카메라를 꺼내 들 수 밖에 없게 만들었다.

 

 

 

 

 

 

 

추운 날씨때문일까....

고도가 높아서일까....

추위에 살짝 얼어서일까....

 

야생화들의 색깔이 얼마나 이쁘고 화려한 지...

천상의 색깔 처럼 선명하고 아름답고 매혹적이었다.

 

고산 잔디는 더없이 선명한 빛깔로 눈을 사로잡았다.

초반부터 가파른 오르막이었지만, 이 매혹적인 자태에 이끌려서 전혀 힘든 줄 모르고 올랐다.

일정이 길음에도 불구하고 수없이 멈춰서서 야생화를 카메라에 담으며....

 

두대의 카메라를 다 꺼내들고 제대로 클로즈업해서

이 매혹적인 모습을 카메라에 담고 싶었지만,

계속 진눈개비도 내리고 있고,

고도가 워낙에 높아서 앉았다 일어났다 하면

고산증에 노출될 위험이 높아 그냥 걸으면서 대충 담기로 했다.

 

 

 

 

 

 

 

 

 

 

 

 

 

 

 

한참을 오르니, 어제의 광활한 대평원같은 곳이 수없이 펼쳐졌다.

걸어 오를수록 장대하게 펼쳐진 수없이 많은 너덜 바위들 틈 사이로 피워낸

이름모를 야생화와 얼음꽃 처럼 보이는 설연화와 살얼음을 머금고 팔랑이는 에델바이스는 발을 뗄 수 없게 만들었다.

히말라야가 아닌 보석의 나라를 걷고 있다는 착각이 들었다. 

 

 

 

 

 

 

 

 

 

고도가 높아질수록

고산 잔디의 색깔은 더욱 노랗고 선명한 색채를 띠었다.

 

어디 그뿐인가!

에델바이스는 신기하게도 고도가 높아질수록 꽃잎이 마치 융처럼 도톰해지고 빛깔도 조금씩 달라진데다 살짝 얼어있기까지 하니 그 자태가 너무나 환상적이었다.

 

하루 종일이라도 이곳에 멈춰서서 야생화만을 카메라에 담으며 놀으라고 해도 좋을...

 

정말 형언할 수 없는 수많은 색깔에 현혹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문득 디자이너들이 이 순간 이곳에서 이 색감들과 야생화와 바위에 피워낸 이끼와 버섯류등을 본다면 얼마나 엄청난 영감으로 명작들을 쏟아낼까...

생각했다.

 

 

 

 

 

 

 

 

 

어느 순간부터 였는 지....

야생화의 매혹적인 빛깔에 사로잡혀 장엄한 에베레스트 생츄어리를 보러 왔다는 것을 까마득히 잊고 있었다.

앞으로 걸어야 할 길이 얼마나 힘들고 위험한 구간인 지 조차도 인지하지 못했다.

 

 

 

 

 

 



Violin Concerto in D minor, Op.47시벨리우스 / 바이올린 협주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