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후기-오페라

베르디의 오페라 팔스타프(Falstaff) /2013.3.22.금/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

나베가 2013. 3. 22. 08:00

 

 

 

“작곡가로서 나는 평생 완벽을 추구해왔다. 그러나 작품이 완성될 때마다 아쉬움이 남았다. 그래서 내게는 분명 한 번 더 도전해야 한다는 의무감이 남아있다.” 오페라 작곡을 시작한 이래 50년이 넘도록 비련의 여주인공들에게 고통과 눈물의 세월을 보내게 한 베르디는 여든이 다 되어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리고 그의 마지막 도전 [팔스타프 Falstaff](1893)에서 여주인공들은 드디어 유쾌한 반격을 시도합니다. 자기가 잘난 줄 아는 남자주인공을 얼간이로 만들고 서로를 진정으로 사랑하는 젊은 남녀를 결혼으로 맺어주지요. [팔스타프]는 상식을 벗어난 우스꽝스런 주인공을 벌하고 비웃는 전형적인 희극에다 결혼으로 끝나는 해피엔딩입니다. 전혀 베르디답지 않은 작품이지만 베르디 노년의 새로운 통찰이 깃든 오페라랍니다.

베르디의 마지막 오페라는 희극

평생 비극에만 익숙했던 베르디는 1887년에 마지막 비극 [오텔로 Otello]를 발표한 뒤 ‘앞으로는 재미로만 작곡하겠다’는 말을 편지 쓸 때마다 지인들에게 강조했습니다. 극장의 요구나 관객의 반응에 신경 쓰지 않고 마음 내키는 음악만 만들겠다는 뜻이었지요. 베르디는 [팔스타프]를 작곡하면서 이 작품을 그저 자신만의 새로운 형식 실험으로 간주했고, “성악가들이 무대 리허설을 다 마친 뒤라 할지라도 작품 공연을 철회할 권리”가 자신에게 있음을 처음부터 못박아두었습니다. 이런 자유로운 여건이 베르디에게 드디어 편안한 마음으로 희극오페라를 작곡할 수 있게 한 것으로 보입니다. “베르디는 결코 희극오페라를 쓸 수 없을 것”이라는 로시니의 장담을 마침내 여든 살에 뒤엎으며 베르디는 소원성취의 기쁨을 누렸습니다. “[팔스타프]를 쓰는 동안 정말 기쁘고 행복했다. 수공업자가 의뢰인에게 내줄 작품이 아니라 자기 집에 두고 즐길 애장품을 작곡하는 심정이었다.” 1893년 밀라노 라 스칼라 극장 무대에 [팔스타프]를 올린 뒤 베르디가 한 말입니다.

 

자연 속에 묻혀 느긋하게 노년을 즐기려 했던 베르디를 설득해 [오텔로]와 [팔스타프] 같은 걸작을 작곡하게 만든 친구이자 대본작가 보이토. 그는 팔스타프(원작에서는 폴스타프)가 등장하는 셰익스피어의 [헨리 4세](1598)와 [윈저의 즐거운 아낙네들](1597), 그리고 오토 니콜라이(Otto Nicolai, 1810-1849)의 동명 오페라 [윈저의 즐거운 아낙네들]을 토대로 더욱 생동감 있는 [팔스타프]를 창조했습니다. 베르디의 주인공 팔스타프는 니콜라이 오페라의 팔스타프처럼 단순하고 어리석은 광대로 그려지지 않았죠. 그보다는 [헨리 4세]에 등장하는 통찰력 있고 기지에 넘치는 팔스타프에 가깝답니다.


[헨리 4세]는 셰익스피어의 방대한 사극들 가운데 가장 희극적 요소가 강하고 언어 표현이 다채로운 극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야기는 국왕 헨리 4세와 왕자, 그리고 기사 폴스타프(오페라에서는 이탈리아어식으로 ‘팔스타프’)를 중심으로 이루어집니다. 폴스타프는 젊은 시절에 기사의 덕목을 지키려고 애쓰며 고지식하고 성실한 삶을 살았지만, 나이 들어가면서 술고래에 호색한으로 변해갑니다. 그러나 적어도 그는 스스로 자신의 모습을 성찰할 능력을 지니고 있죠. 궁정을 떠난 폴스타프는 왕자가 왕으로 즉위한 뒤 옛 친구이자 스승인 자신을 불러 주리라 기대하지만, 왕자가 찾지 않자 낙심해 다음과 같은 모습으로 살아갑니다.


동네여인들에게 추파를 던지는 유쾌한 뚱뚱보 팔스타프.

 

 

 

시대착오적인 기사도 추종자 팔스타프


1막이 열리면 카이우스 박사가 팔스타프를 찾아와, 팔스타프의 두 하인이 간밤에 자기와 술을 마시다가 지갑에서 돈을 훔쳐갔다며 펄펄 뜁니다. 그러나 팔스타프는 전혀 동요하지 않고 하인들 편을 들며 카이우스 박사를 제풀에 지쳐 돌아가게 만든 뒤, 두 하인에게 연애편지 심부름을 시키려 하죠. 이 마을 최고의 미인인 유부녀 알리체(알리스) 포드와 메그 페이지에게 똑같은 내용으로 구애하는 편지를 써놓고 이를 동시에 전달하라는 것입니다. 명예에 먹칠하는 그런 심부름은 할 수 없다고 하인들이 거절하자 팔스타프는 ‘명예가 밥 먹여주나, 이 도둑놈들아! L'onore! Ladri!’라고 노래합니다. “명예란 배를 채워주는 것도, 부러진 다리를 고쳐주는 것도 아냐. 그저 공허한 단어일 뿐이지. 볼 수도 느낄 수도 없고 실질적으로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 것. 그런 명예 따윈 필요 없어!” 그러면서, 말을 안 듣는 하인들을 즉각 쫓아내 버립니다. 그리고 동네 소년을 불러 편지 심부름을 시키죠.


보이토가 셰익스피어의 원작에서 따온 이 ‘명예’에 관한 부분(원작에서는 왕자에게 이끌려 마지못해 전쟁터에 나가는 폴스타프가 하는 말)은 이 오페라에서 바리톤 배역인 팔스타프의 기량을 처음 선보이는 대목입니다. 팔스타프는 술과 여자를 좋아하는 향락주의자인데요, 주인과 함께 밤마다 술집을 전전하느라 딸기코가 된 하인 두 명을 거느리고 뚱뚱한 배를 자랑스럽게 두드리며 늘 동네 여인들에게 연애편지 쓰느라 바쁩니다. 여자들이 뚱보의 구애에 비웃음을 흘려도, 그것이 팔스타프 자신을 좋아해 유혹해보려는 웃음이라 믿고 돈키호테처럼 돌진합니다.


장면이 바뀌면, 팔스타프의 편지를 받은 알리체 포드와 메그 페이지가 편지를 한 줄씩 번갈아 소리내어 읽으며 포복절도합니다. 나이든 퀴클리 부인과 젊은 나네타는 이 두 여인과 힘을 합해 무례한 과대망상증 환자 팔스타프를 확실하게 골려주기로 작정하죠. 이에 팔스타프에게 보복하고 싶은 남자들 다섯이 합세하는데, 이들은 알리체의 남편인 미스터 포드와 카이우스 박사, 나네타의 연인 펜톤, 그리고 팔스타프에게 쫓겨난 두 하인입니다. 9대 1의 싸움이니 팔스타프에게 승산이 없을 것은 초반부터 명약관화죠. 아홉 명이 서로 떠들어대는 이 복잡한 중창은 베르디의 원숙한 경지를 확인하게 해주는 대목입니다. 여러 사람이 뒤섞여 어지럽게 노래하는 사이사이에 서로 사랑하는 사이인 나네타와 펜톤이 서정적인 이중창을 부르는 것도 이채롭답니다. 1막 피날레의 9중창에서는, 초반에는 각자 노래하다 여자들끼리 그룹을 지어 노래하고, 남자들도 마찬가지로 각자 노래하다가 그룹을 이룹니다. 그리고 이 두 그룹의 노래가 한데 어우러지다가 요란한 웃음소리로 1막이 마무리되죠.


2막이 시작되면 퀴클리 부인이 팔스타프를 찾아와, 알리체가 그에게 밀회를 제안했다는 소식을 전해줍니다. 두 시에서 세 시 사이에는 남편이 언제나 집을 비우니 그때 찾아오라는 것이죠. 다만 메그 페이지의 남편은 외출하는 일이 거의 없어 유감스럽게도 기회가 없다고 덧붙입니다. 경의를 표하는 인사(“Reverenza!”)로 시작되는 이 대목에서 퀴클리의 연기는 능청스럽기 그지없답니다. 팔스타프는 여자들을 무장해제시키는 자신의 매력을 다시금 확신하며 신이 나죠. 그때 알리체의 남편 포드가 ‘폰타나’라는 이름으로 가장하고 찾아와 팔스타프에게 ‘알리체를 정복해달라’고 당부합니다. 자신은 그녀에게 구애하다가 상처만 받았는데 팔스타프가 일단 작업을 걸어놓으면 자기도 그녀를 유혹하는 일이 수월해질 것이라는 앞뒤가 맞지 않는 말을 늘어놓으며 '작업 자금'으로 돈까지 주고 갑니다.


팔스타프는 약속한 시간에 알리체를 찾아갑니다. 그러나 갑자기 남편이 돌아왔다는 말을 듣고 여자들이 시키는 대로 황급히 빨랫감이 가득 찬 궤짝으로 기어 들어가죠. 그러자 여자들은 하수가 흘러가는 운하에 궤짝을 던져버리고는 물에 빠져 허우적대는 팔스타프를 내려다보며 박장대소합니다.

 

 

 

죽기 전에 한 번 웃고 싶었던 베르디


3막에서는 낭패를 보고 잔뜩 마음이 상해있는 팔스타프에게 퀴클리가 다시 찾아옵니다. 하인들이 실수를 해 일이 잘못된 거라 변명하며 퀴클리는 알리체가 숲에서 밤에 팔스타프를 다시 기다릴 거라고 전해줍니다. 시키는 대로 팔스타프는 뿔 달린 염소 변장을 하고 약속장소에 나갔는데, 숲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던 나머지 등장인물들은 팔스타프에게 몰매를 퍼부으며 회개하라고 외칩니다.

 

뿔 달린 변장을 하고 숲으로 나간 팔스타프와 포드, 페이지 부인.

 

 

자신이 왜 이런 일을 당하는지 팔스타프가 전혀 영문을 모른다는 점에서 희극성은 더욱 고조되는데요. 자기를 때리는 무리 가운데서 자기가 쫓아낸 하인의 딸기코를 알아보고서야 팔스타프는 마침내 속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1막에서 “내 뚱뚱한 배는 나의 왕국, 그걸 늘려 가는 게 나의 과제”라고 노래하던 팔스타프는 3막에서 다른 사람들이 함께 그를 굴리고 짓밟을 때도 “내 배만은 살려줘!”라고 간청해 관객이 폭소를 터뜨리게 만들죠. 뚱뚱한 배를 부끄러워하기는커녕 자랑으로 여기는 그의 익살스런 태도에서 팔스타프의 낙천적인 성격을 읽을 수 있습니다. 셰익스피어는 “뚱뚱한 사람을 그대 곁에 두어라”라는 말로 이런 팔스타프에게 찬사를 보냈습니다. 뚱뚱하고 낙천적인 사람들은 독재자가 되어 남을 괴롭히는 일이 없다는 것이 셰익스피어의 코멘트였습니다.


이제 등장인물들은 달빛 아래 가장무도회를 벌입니다. 자기 딸 나네타를 카이우스 박사와 결혼시키려는 포드는 이날 밤 카이우스와 나네타를 가장무도회 커플로 선포하려는 계략을 꾸미지만, 딸을 사랑하는 사람과 맺어주려는 아내 알리체는 요정여왕 변장을 하기로 한 딸 나네타에게 다른 옷을 입히고 팔스타프의 하인을 요정의 여왕으로 변장시킵니다. 아내를 비롯한 다른 여자들의 합동작전에 속은 포드는 오히려 진짜 연인 사이인 펜톤과 나네타를 커플로 축복할 수밖에 없게 되죠. 팔스타프는 포드가 자기보다 더 심하게 속았음을 알고 즐거워합니다. 등장인물 모두는 팔스타프의 선창으로 ‘세상만사는 희극이며 남자들은 타고난 어릿광대 Tutto nel mondo’라고 노래하며 오페라의 피날레를 장식합니다.


베르디의 [팔스타프]를 ‘그의 [오텔로]에 대한 냉소적인 코멘트’라고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질투와 열등감에 사로잡혀 아내에게 배신당했다고 믿고 죄 없는 아내를 살해하는 오텔로(셰익스피어에서는 ‘오셀로’). 그와 극단적인 대조를 이루는 인물이 바로 천하태평이며 과대망상증 환자인 팔스타프이기 때문입니다. 인생은 오텔로처럼 살게 아니라 팔스타프처럼 사는 편이 낫다는 진리를 베르디는 여든이 다 되어서야 깨달았던 것 같습니다.

 

 

 

추천 음반 및 영상물 (팔스타프-펜톤-포드-알리체-나네타 순)

[음반] 티토 곱비/루이지 알바/롤란도 파네라이/엘리자베트 슈바르츠코프, 안나 모포 등, 카라얀 지휘,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와 합창단, 1956년 녹음

 

[음반] 레나토 브루손/달마치오 곤잘레스/레오 누치/바바라 헨드릭스/카티아 리차렐리 등, 카를로 마리아 줄리니 지휘, LA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 및 LA마스터코랄, 1982년 녹음

 

[DVD] 가브리엘 바키에/막스 르네 코소티/리처드 스틸웰/캐런 암스트롱/유타 레나테 일로프 등, 게오르크 숄티 지휘,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및 빈 국립오페라 합창단, 괴츠 프리드리히 연출, 1979년(영화판)

 

[DVD] 폴 플리쉬카/프랑크 로파르도/브루노 폴라/미렐라 프레니/바바라 보니 등, 제임스 레바인 지휘,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오케스트라 및 합창단, 프랑코 제피렐리 연출, 1992년 실황

이용숙 / 음악평론가, 전문번역가

이화여대 독문과 및 대학원 졸업하고 독문과 강사를 역임했다. 프랑크푸르트 대학에서 독문학 및 음악학 수학, 서울대 공연예술학 박사과정 수료했다. 연합뉴스 오페라 전문 객원기자로 활동하고 있으며 저서로는 [오페라, 행복한 중독], [사랑과 죽음의 아리아] 등이 있다.

 

** 유투브 감상 /
전곡
Bruson, Nucci, Ricciarelli, Hendricks, Valentini-Terrani - Giulini1982
http://www.youtube.com/watch?v=T4Buc8wTsbg&feature=player_detailpage


◈ 대본 : 아리고 보이토(Arrigo Boito), 이탈리아어
◈ 때 : 1399 ∼1413년에 걸친 영국 국왕 헨리 4세 치하
◈ 곳 : 잉글랜드 중부의 도회 윈저거리
◈ 초연 : 1893년 2월 9일, 밀라노 스칼라 가극장
◈ 연주시간 : 제 1 막 29분, 제 2 막 37분, 제 3 막 43분, 총 약 1시간 49분

◈ 등장인물

존 팔스타프 경(Sir John Falstaff 뚱뚱한 기사) 바리톤
                  바르돌프(Bardolph 그의 추종자) 테너
                  피스톨(Pistol 그의 추종자) 베이스
                  포드(Ford 부유한 시민) 바리톤
                  앨리스 포드(Alice Ford 그의 부인) 소프라노
                  앤(Anne 그들의 딸) 소프라노
                  펜톤(Fenton 앤의 구혼자) 테너
                  카이우스(Caius 의사로 또 다른 구혼자) 테너
                  피이기 부인(Page 포드의 이웃 여자) 메조소프라노
                  퀴클리 부인(Quickly 카이우스의 하녀) 알토


◈ 작품의 배경

이 작품은 베르디 최후의 작품으로서, 1889년경에 착수하여 약 4년간에 걸쳐
완성한 그의 생애를 마지막으로 장식해 놓은 희가극 이다. 대본은 원래 셰익스
피어《헨리 4세≫의 제1 ·2부의 일부분과,《원저의 명랑한 아낙네들≫을 소재
로 하여 보이 토가 잘 다듬어 만들었다. 이것을 80세 고령의 베르디가 그 대본
에 알맞도록 우아하고도 아름다운 정열을 쏟아 작곡했다.

오델로 이후 그의 작품은 보다 진전해 종래의 이탈리아 오페라를 혁신하는데
주력했다. 그런 가운데서도 바그너의 악극이 모두 여성숭배를 중심으로 하여
전개된 것에 비해 베르디의 오페라는 남성을 중심으로 전개되고, 대부분이 힘
찬 바리톤이 그 중심인물로 되어 있는 등 현저한 차별화에 성공했다. 또한 그
의 작품에 등장하는주인공들이 한결같이 섬세한 심리적 표현을 취하고 있는
것도 종래의 이탈리아 오페라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것이었다.


*제 1막
제1장 가르테르 여인숙의 한 방이다. 의사 하이우스가 늙은 뚱보 기 사 팔스타프에게 항의를 하여 들어온다. 그는 자기가 취했을 때, 팔스 타프의 부하 피스톨과 바르톨프가 자기를 약탈했다는 것이다. 팔스타 프는 흥분해서 노기충천한 그를 무마하고는, 카이우스가 가버리자 그 의 부하들을 꾸짖는다. 사실상 세력을 잃게 되는 것이 부하들의 사치 스러운 생활 때문이라면서 호령을 한다. 그러자 [무한한 팔스타프! 거 대한 팔스타프! Falstaff immenso! Enorme Falstaff]를 외치며 부하들 이 그를 달랜다.
기분이 좋아진 팔스타프는 그들에게 자신을 위해서 두 통의 연애 편 지를 배달해 달라고 부탁한다. 하나는 포드의 이웃에 사는 페이지 부 인에게 보내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포드의 아내 앨리스를 향해서 쓴 것이다. 그러나 부하들이 그들의 명예를 내걸고 부탁을 거절하자, 팔 스타프는 그들을 바깥으로 쫓아버린다. 그는 역정을 내면서, [명예라 구! 도둑놈들아! L'onore! Ladri!]라고 소리친다.
제2장 포드 집의 정원으로, 포드의 아내 앨리스, 페이지 부인, 포드 의 딸 앤 그리고 카이우스의 하녀 퀴클리가, 팔스타프가 두 부인에게 보낸 똑같은 내용의 편지를 보면서 낄낄거리고 있다. 그녀들은 팔스타 프를 곯려주려고 서로 합심하여 음모를 꾸민다. 쫓겨난 바르돌프와 피 스톨이 포드를 만나 팔스타프의 비행을 고자질하자 그 역시 복수할 것 을 다짐한다.
앤과 펜톤이 단둘이 남아 키스를 하면서 사랑을 나누는 장면이 보인 ㄷ. 그들은 [키스한 입술은 그 달콤함이 사라지지 않고 Bocca bacciata non perde ventura]를 부른다. 곧 다른 사람들이 돌아오고, 모두가 모여서 훌륭한 조화를 이루면서 9중창을 부른다. 복수에 대한 앙상블 협주곡이 울린다.


*제 2막
가르테르 여인숙에서 펠스타프는 그가 보낸 연애 편지의 답장을 기다 린다. 피스톨과 바르돌프가 전갈을 가지고 온 퀴클리를 데리고 온다. 그녀는 아이러니컬한 [레베렌차 Reverenza]를 부르면서 내용을 전한 다. 말하자면, 앨리스는 남편이 외출중인 2∼3시 사이에 팔스타프를 초청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페이지는 그녀의 남편이 너무나 철저히 감시하고 있기 때문에 과감하게 약속을 할 수 없다는 전갈이었다. 팔 스타프는 우쭐거리고 의기양양해 하면서 열정적으로 [앨리스는 나의 것 Alice mia]를 부른다. 그리고 노래의 마지막에는 즐거워하면서 [가자, 늙은 존 Va, vecchio John]이라며 자기 자신을 독려한다.
그때 변장을 한 포드가 나타나 팔스타프의 호색적인 묵상을 훼방놓 는다. 그는 자신을 브룩이라고 소개한 후, 팔스타프에게 돈을 줄 터이 니 앨리스를 유혹해 달라고 꾄다. 그는 돈에 눈이 어두워 변장한 포드 의 돈을 받아들이면서, 자기가 오늘 2∼3시 사이에 그 부인과 데이트 약속이 있다는 것을 자랑한다. 포드는 속으로 질투심에 불타는데, 미 처 자기 아내의 음모를 알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팔스타프는 약 속 장소에 가기 위해 옷을 차려 입으려고 나간다. 홀로 남은 포드는 남편의 질투가 담긴 장엄한 독백 [이것이 꿈이란 말인가? 생시란 말인 가? E sogno? orealt ?]를 망연자실해서 부른다.
무대는 포드의 집으로 바뀐다. 거기에는 네 명의 여인들이 팔스타프 를 파멸시킬 음모를 꾸미고 있었다. 약속 시간에 팔스타프가 들이오 자, 앨리스는 노래를 불러서 그를 환대한다. 그는 앨리스의 류트 반주 에 맞추어 가냘픈 동안(童顔)을 하고서 아름다운 목소리로 [내가 노르 폴크 공작의 시종 노릇을 하던 시절에는 동안이었다네 Quand'ero paggio del duca di Norfolk]라는 노래를 부른다. 이 장면에서 이미 모략대로 페이지 부인이 나타나서 그를 난처하게 만든다.
그때 뤼클리가 당황하며 뛰어 들어와 지금 포드가 이리로 오고 있다 고 아뢴다.
팔스타프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쩔쩔매다가 부인들이 시키는 대로 세탁통속으로 숨는다. 포드는 방을 수색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그의 아내와 같이 있던 정부(情夫)는 발견하지 못하고, 오히려 앤과 펜톤이 남의 눈을 피해 커튼 뒤에 숨어서 키스하고 있는 것을 보게 된 다. 그는 더욱 분노하여 자리를 박차고 나간다. 그러자 앨리스는 사람 들을 시켜 팔스타프가 숨어 있는 세탁통을 창문 아래 템즈 강에다 던 져버리라고 명령한다. 잠시 후 포드가 돌아오자, 그녀는 남편을 데리 고 창가로 가서는 깔깔대며 팔스타프가 기를 쓰고 헤엄치는 광경을 가 리킨다.

*제 3막
가르테르 여인숙에서, 팔스타프는 앨리스로부터 받은 망신을 곱씹으 며 옷을 말리고 있다. 그는 훌쩍훌쩍 울면서 재채기까지 하고 있다. 템즈 강 물을 잔뜩 먹었으므로 그 해독제로 술 한 병이 마련되고, 그 제서야 조금은 진정된다. 그때 퀴클리가 또 찾아와서 부인께서 조금 전의 실례를 사과하였으면 한다는 전갈과 함께 넌즈시 은밀한 만남을 암시한다. 처음에 그는 의심을 품었으나 결국 윈저 숲속의 오크 나무 아래서 사냥꾼의 차림으로 만날 것에 동의한다. 그곳은 옛날 금단(禁斷)의 사슴을 잡은 지역으로, 지옥에 떨어진 한 사냥꾼의 망령이 요정 들과 함께 매일 밤 출몰한다는 곳이었다.
자정으로, 펜톤과 다른 사람들이 변장을 하고서 그 오크 나무 아래 서 팔스타프를 기다린다. 드디어 팔스타프가 그의 머리에 뿔이 가지처 럼 달린 긴 망토를 둘러쓰고 나타난다. 앨리스가 다가오자 그는 애정 을 호소한다. 그러나 어둠 속에서 살려달라고 외치는 페이지 부인의 외침이 들려오고, 앨리스는 짐짓 기겁을 하고 도망치고 팔스타프는 나 무 뒤에 숨는다.
그 사이 요정의 여왕으로 분장한 앤이 나른 요정이나 마녀로 분장 한 사람들과 나타나 [비밀의 동굴과 나무 그늘에서 나타난 Sul fil d'un soffio etesio]를 노래한다. 그들은 미처 피하지 못한 팔스타프 에게 덤벼들어 힐책과 매질을 가한다. 그는 혼비백산하여 사력을 다 해 도망가다 엎어진다, 곁국 그는 바르돌프의 목소리를 알아채고 이 모든 것이 장난이라는 것을 알게 되자, 모두에게 용서를 구한다. 이 어 포드는 앤과 펜톤의 결혼을 승낙하고, 팔스타프는 마지막 앙상블 합주곡 [세상의 모든 일은 익살이고, 인간은 광대로 태어났다네 Tutto nel mondo burla. L'uom nat burlone]를 부른다. 이 9편으 로 된 푸가는 본 오페라의 종막을 찬란하게 빛내고 있다.
오페라의 음악으로는 완벽한 성격 묘사와 유머가 표현되고 있는 작 품이다.

 

 

 

참고 블로그

국립 오페라단

http://blog.naver.com/knocaster/150162287847

 

http://blog.naver.com/jayuin2010/401820997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