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후기-오페라

오페라/프린스 이고르/2010.10.10.일/예당 오페라극장

나베가 2010. 10. 25. 02:01

 

Borodin, Aleksandr Porfiryevich

Polovtsian Dances from 'Prince Igor'

 

 

 


 

 

공연후기...

 

엄청난 스케일의.... 오페라와 발레의 산실인 러시아의 엄청난 오페라, 발레단이 내한한다.

<노보시비르스크 국립 오페라 발레극장>에 의해 탄생된 러시아가 가장 사랑한다는 오페라

<프린스 이로르>를 들고서...

여늬때 처럼 지휘자와 주역가수들만 내한해서 우리나라 오케스트라와 합창단, 발레단이 참여해 공동으로 벌이는 오페라가 아닌....

오페라 주역은 물론 모든 출연진과 오케스트라, 합창단, 발레단까지...

총 250여명이 직접 내한해서 펼쳐내는 대 서사시...Grand Opera!!

 

흥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 좋은 좌석에서 보고 싶은 맘이 굴뚝같았지만 말석 조차도 부담스러운 가격이다.

"에잇~말석이면 어때~"

난 짱짱한 망원경도 있고,예당 오페라 극장 리뉴얼 공사후 좋아진 음향을 생각한다면

아무래도 좋았고 그저 흥분될 일이었다.

서둘러 공지가 뜨자마자 일치감치 예매를 해놓고 기다렸다.

 

그런데 이게 왠 횡재인가~

공연 며칠 전 느닷없는 공짜 티켓이 생긴것이다.

대부분 얻는 티켓은 자리가 R석일 확률이 높다는 것...

아악!! 이 거대 오페라에 그야말로 꿈의 좌석 R 석이었다.

 

여러가지로 상기된 마음으로 오페라 극장을 찾았다.

그리고 공연 시간 직전에 들어가던 습관을 버리고 일찌감치 자리를 찾아가 앉았다.

기대감 보다는 자리가 ....??

2층 천정이 가리워진 뒷자리....

시야야 당연히 너무나 좋았지만 이렇게 천정이 나즈막히 가리고 있으면 음향이 좀 답답하다.

ㅠㅠ

 

무대 커튼이 가리워진 채 기인 서주가 연주되었다.

아주 잔잔한....서정적인 서곡이 가슴을 파고 든다.

 

"아~~너무나 아름답다!"

 

격정적이기 보단 전체적으로 너무나 아름다운 선율이 애잔하게 가슴에 잦아든다.

전쟁씬 보다는 사랑과 그리움...

승리의 기쁨보다는 실패와 좌절을 극복해 내는....오페라의 내용을 너무도 잘 느낄 수  있는 연주였다.

 

드디어 커튼이 올랐다.

현대적이고 세련된 무대와 화려하고 아름답기 그지없는 의상들이 눈길을 단번에 사로잡는다.

그러나 처음 우려했던 것 처럼 음향이 여영 거슬렸다.

왠지 답답한...

러시아 오페라 가수들의 풍부한 성량을 제대로 즐길 수 없을것 같은 안타까움에 극도로 예민해졌다. 

"시작이니까 그럴거야~ 아직 목이 덜 트여서...."

억지로 위로를 하며 시선을 무대에서 떼지못한다.

그렇게 너무나 판타스틱한 감동과 안타까움이 서로 교차를 일으키며

이고르 공의 출정 전 분위기를 그려낸 짧은 1막 1장이 끝났다.

 

2장의 막이 오르고...내 감정의 몰입도 점점 강해져갔다.

전체적으로 너무나 멋졌던 무대 셑...

와아~패전의 암시를 깔아주었던 개기일식의 연출은 정말 압권이었다.

현대적인 구조물 사이로 비쳐지며 분위기를 만들어 갔던 영상 연출도 세련됨의 극치를 보여주었다.

 

인터미션에 커피를 한잔 마시고 2부의 막이 오르기를 기다렸다.

폴로베츠인 진영이 그려진.... 1막의 분위기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 무대를 메웠다.

화려함의 절정??

"Wow!! 멋져~~"

폴로베츠인 영주-칸의 딸과 포로로 잡혀있는 이고르 공의 아들과의 운명적 사랑이 아름답게 그려진다.

역시....사랑은 달콤하다!

미성을 가지고 있는 이고르공 아들의 사랑노래는 더없이 매혹적으로 귓가를 간지럽힌다.

 

아!! 그래도 역시 가장 멋진건...폴로베츠 영주인 칸의 굵직한 베이스 음성이었다.

주인공 이고르공을 포로로 잡고 있음에도 그의 표용력있는 품성이 멋진 음성과 더불어 아주 매료당하게 한다.

역시 남자다움의 상징은 저 땅속 깊은 곳까지 뚫고 들어갈것만 같은 굵직한 베이스 음성이야~ㅋㅋ

으음...바리톤도 좋아~것두 베이스에 가까운...ㅎㅎ

 

Olleh~Olleh~~~

역시 이 오페라에서 최고의 절정에 오르게 하는 볼거리는

2막 2장에 나오는 폴로베츠인의 춤이다.

무려 20여분 동안 음악만으로도 충분히 흥분의 도가니에 빠져들 수 있는 오케스트라의 연주에 맞추어 벌어지는 폴로베츠인의 춤....

넓디 넓은 푸른 초원을 누비며 사는 유목민들의 자유로움이 그들의 삶에 그대로 녹아들어간 것 같은 춤은

너무나도 역동적이고 환상적이고 매혹적이었다.

 

"칸은 멋져!!

충분히 이렇듯 백성들로 하여금 찬양 받을만 해~ㅋㅋ"

 

어째 주인공 이고르 공 보다 칸이 더 주인공 같은 느낌...ㅋㅋ

 

적이라는 말보다는 동료라는 칸의 달콤한 유혹을 만류하고 탈출에 성공해 고국으로 돌아온 이고르 공을

비난으로 받아들이기 보다는 사랑으로 보듬는 러시아의 표용력있는 국민성을 보여주며 극은 끝난다.

 

성공이 아닌...실패, 포로...이런것을 주제로 한 오페라가 러시아인들의 가장 사랑을 받고 있다니

좀 아이러니하긴 하지만...

어쩌면 배포 큰 그들의 국민성, 어떠한 상황에서도 변함없는 사랑을 보여주고 있는 표용력...

실패를 딛고서도 결코 좌절하지 않고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기회를 잡고, 또 백성도 믿어준다는 판타스틱한 국민성이 영웅을 만들어 냈고 또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건 아닐까....??

 

암튼...16세기의 영웅시 <이고르 공의 원정기>와 승원문서 <이파테프스키 연대기>를 바탕으로

보로딘 자신이 십 수년에 걸쳐 대본을 만들었는데, 미완성 이었던 이 작품을 림스키 코르사코프와 그의 제자 글라주노프가 완성하였다니....내용 만큼이나 작곡배경도 엄청난 스케일이다. ㅎㅎ

그러고 보니, 폴로베츠인의 춤에서 림스키 코르사코프의 냄새가 물씬 풍겨난다.

 

아쉬운 막이 내렸다.

환호 소리가 홀안을 떠나가게 만들었다.

다시 막이 오르고 모든 출연진들이 하나 하나 무대에 다시 오르며

그들의 맛잡은 손이 높이 쳐들리며 앞으로 뛰어나오고 들어갔다가 또 앞으로 뛰어 나오기를

수도 없이 할 동안 지칠줄 모르고 관객의 박수와 환호는 계속되었다.

브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