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로 가다간 지구 끝이 나오지 않을까....
그런 엉뚱한 생각이 들을정도로 끝없이 산을 오르내린다.
아주 옛날....
드라이브를 좋아하는 우리가족은 설악산을 갔다가 고속도로 대신 구룡계곡으로 접어든 적이 있었다.
산을 넘고 넘어도 끝이 없이 S자 계곡은 이어졌고
얼마나 운전하기가 힘든 지 전혀 모르는 나와 아이들은 너무 멋지다고 탄성을 내었다.
너무 긴장되어서 였는 지 소리없이 운전만 하던 남편은 곧이어 나타난
'일만 이천봉 휴계소' 를 보고는
"아~또~ 왠 일만 이천봉이야~~"
하면서 한숨을 쉬었다.
우린 그 말이 너무나 웃겨서 배꼽을 쥐고 박장대소했다.
아!!
울 남편 아무리 가족이지만 얼마나 우리가 야속했을까....
자기가 선택했으니 구박할 수도 없고....
ㅋㅋㅋㅋ
거가다 난 한술 더 떠
가을에 오면 너무나 환상적이겠다고....
남편을 꼬셨다.
"Never"
굽이 굽이 일만 이천봉이나 되는 그 구룡령 길을
다시는 ....아니, 절대 가지 않겠다고 하던 남편은
그해 가을에 또 그 길을 달렸다.
더욱 더 탄성을 지으면서....ㅎㅎ
그리고는 한술 더 떠서
"언젠가는 이 길을 걸어서 넘어봐야겠어~" 하는 것이었다.
뜨아~
뒷동산도 오르지 않는 남편이......
죽어도 일어날 수 없는 꿈같은 얘기였다.
ㅋㅋㅋㅋ
암튼....
그 이후 난 험준한 산악지대를 넘어갈라치면 그때의 그 '일만 이천봉' 생각이 나서 속으로지만 박장대소한다.
너무나 즐겨부르던 노래 가사말이라 그 '일만 이천봉'이란 숫자가 얼마나 많은 숫자인 지...
얼마나 깊고 깊은 산중을 의미하는 지 가슴에 와 닿지 않았었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
아니, 남섬에 들어온 순간부터 우린 얼마나 많은 고개를 넘었는가!!
직업인 지라 늘상 하는 일이라고 쳐도 지금 기사 아저씨는 얼마나 긴장을 하고 힘이 들까....
너무나 아름다운...
너무나 이색적인...
이 고원지대를 맞으면서 탄성과 함께 뜬금없이 든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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