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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마이클 린(Michael Lin)을 어떻게 정의해야 할까? 그를 두고 어떤 이는 설치미술가라 말하고, 팝아트적인 감각이 매력적이라 귀띔하기도 한다. 확실한 것은 그가 과거와 현재의 시간을 한 실에 꿰고, 공간과 건축을 시공간적으로 변신시키는 귀재라는 점. 대만 가정에서 전통적으로 사용하는 화포(花布)의 꽃무늬를 모티브로 공간에 친밀함과 안정감을 불어넣는다. 그의 작품을 보고 있노라면 아련한 향수에 젖는 이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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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3, 4 Louis Vuitton Taipei Maison, Taiwan 2006 2 Michael Lin - Galerie Urs Meile, Lucerne, Switzerland 2005 5 Lisboa, Cama de dia, 2003 6 ‘Michael Lin’, Lucerne, Switzerland 2005 7 Taipei Biennale, Taipei Fine Arts Museum, Taiwan 2000 | |
솔직히 고백하건대 작가 마이클 린의 인터뷰는 8할의 인내심과 2할의 기다림으로 성사되었다. 최근 그는 루이 비통 타이베이 메종과 스테파노 가바나의 저택 설치 작업을 통해 더욱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지 않은가.“베이징에 설치된 작품에 문제가 생겨서요. 그는 지금 중국에 있습니다.” 석 달 전, 그는 약속했던 런던에 나타나지 않았다. 이미 연락은 두절된 상태였고. 첩보 작전을 방불케 하는 시간이 이어졌다. 그러나 정작 상하이 스튜디오에서 만난 그는 이전의 모든 기억을 사라지게 할 만큼 재기발랄하고 명확한 비전을 가진 작가였다. 그의 스튜디오. 넓고 큰 공간 벽면엔 물감이 채 마르지 않은 작가의 작품이 완성작과 함께 걸려 있다. 기대했던, 공간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는 설치 작품은 아니었지만 작가의 색깔을 느끼기에 부족함은 없었다. 마이클 린은 대만의 가정집에서 전통적으로 사용되던 꽃무늬 침실용 천에서 영감을 얻었다. 1998년 ‘필로(Pillow)’ 시리즈에서 볼 수 있듯 화포의 꽃무늬 패턴을 캔버스에 그리기도 했지만, 현재 마이클 린의 작품은 거대한 공간 속에 설치된다. 네덜란드 헤이그 시청 홀의 안뜰, 파리 팔레 드 도쿄의 바(bar), 뉴욕 PS 1 카페 등의 공간 속에 그는 낯선 감성을 불어넣었다. 그것은 과거 동양의 전통이며, 집이 주던 편안함과 친밀함이다. 마이클 린의 작품이 설치된 공간은 그렇게 이전과 다른 감성을 경험하게 만든다. “그의 작업은 패셔너블한 공간을 완성하지만 예술에 전통과 현대적인 다른 시각으로 접근하는 법을 보여줍니다. 대형 건축물과 공공 장소를 집 특유의 안락하고 친밀한 분위기에 접목시키죠. 또 도시인들에게 자연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킵니다. 이 모든 다양성이 그의 작품에 압축되어 있습니다.” 작가의 에이전트인 디자인 스튜디오 탱크비주얼의 관계자는 마이클 린의 작품을 그렇게 정의했다. 그가 살아온 독특한 환경 때문인가? 도쿄에서 태어났고, 대만에서 자랐지만 교육은 미국에서, 현재는 대만과 프랑스를 오가며 작업하는 그다. “줄곧 여러 국가를 옮겨 다녔기 때문에 제게는 근원적인 문화가 없습니다. 각 국가의 문화와 적당한 거리를 두고 있다고 해야 할까요? 아마도 그래서 각각의 문화의 매력을 확실하게 느꼈던 것 같습니다.” 마이클 린의 작품은 이런 다양성 위에 피어나 독특한 향내를 풍긴다. 무라카미 다카시를 위시한 일본 팝아트의 패턴이 느껴지다가, 중국 현대미술이 오버랩될 때도 있다. 때론 설치 컨셉이나 전체적인 완성도를 보며 뉴욕이나 프랑스 현대미술의 세련된 감각을 떠올리기도 한다. 그에게 직접 물었다. 작가 마이클 린이 공간에 채우려는 감성은 무엇인가?
왜 굳이 대만의 전통적인 화포인가? 주제는 꽃이 아니라 꽃무늬다. 문화와 관련된 것이지 자연과 관련된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작품의 창작은 화포에 기원하며 ‘집’에서 시작된다. ‘집’을 제목으로 하여 ‘집’과 전시 공간은 어떤 차이가 있는가, 무엇이 예술품인가, 무엇이 가구인가 등을 고민하는 것이다. 줄곧 해외에서 살다가 대만에 돌아왔다. 그래서 더욱 관람객과 내 작품 간에 괴리가 생기지 않았으면 했다. 작품을 두고 그들과 직접 대화를 나누고 싶었으니까. ‘지역 언어’, 즉 대만인에게 익숙한 ‘언어’를 사용해야겠다 생각했다. 1995년, 처음으로 그들이 항상 베고 자는 베개의 꽃무늬를 그려 전시했다. 예상했던 대로 반응은 뜨거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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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Michael Lin’, Lucerne, Switzerland 2005 2 Kunsthalle Wien, Vienna, Austria 2005 |
Copyright Michael Lin and TANKVISUALPRODUCTIONS | 여러 공공 장소에 작품을 설치하면서 공간을 새로운 감성으로 채워왔다. 그래서 세계 미술계가 당신을 주목하는 것은 아닐까? 그건 내 작품이 전통에 대한 질문과 사고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현대의 건축은 장식이 없는 현대주의적 관점을 보여준다. 하지만 과거의 건축을 보면 대다수 다양한 꽃무늬를 활용했고, 건물이 있는 지역의 색깔을 분명하게 띠고 있었다. 결국 내 작품을 통해 사람들은 과거의 미(美)를 발견하는 것이다. 나는 건축과 그 용도에, 인간이 건축물을 어떻게 사용하는가에 관심이 있다. 내가 작업한 대형 작품들은 건축과 공간의 장식이 조화를 이뤄 사람들이 편안한 즐거움을 느끼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다. 일반적인 갤러리 공간보다 유서 깊은 공공 장소를 선호한다고 들었다.무엇이 전시관이고, 무엇이 화랑인가? 결국 무엇이 예술인가, 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역으로 묻고 싶다. 루이 비통 타이베이 메종 인테리어 작업은 센세이셔널했다. 스테파노 가바나의 저택에도 작품을 설치 한다는 소식이 들리던데. 세계는 매우 좁다. 스테파노 가바나(Stefano Gabbana)의 집 내부 설치 작업은 우연치 않게 하게 됐다. 그가 잡지에서 내 작품을 보고 그의 저택 인테리어 설계를 요청한 것이 전부다. 루이 비통과의 작업은 기업과 내 철학이 일치했기에 기억에 남는다. 그들의 작품(매장 관련 건축물)에 지역색을 함께 선보이는 것이 루이 비통의 원칙이니까. 내 작품 역시 같은 철학을 줄곧 고수해왔고. 대체적으로 작품이 대단히 크다. 작업하는 데 어려움은 없나? 작품 사이즈가 커서 일반적으로 전시 장소에서 그림을 그린다. 대다수 작품은 이동할 수 없어서 전시가 끝나면 곧바로 철거된다. 결국 작품을 통해 마이클 린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가? 내 작품은 전통을 향한 질문과 사고이며, ‘무엇이 예술인가?’라고 묻는다. 나는 질문을 던질 뿐이다. 나 역시 정답은 모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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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기태은(taeeunki@noblesse.com) 취재┃소피아 카이(Sophia Cai) 사진┃유재혁 취재협조┃탱크비주얼(TANKVISUAL www.tankvisual.com)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