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전시에서 미칠 듯 타오르는 색채, 강렬하고 거친 붓터치를 선보인 파격적인 그림들로 유독 눈에 띄는 곳이 있었으니, 훗날 ‘야수들의 우리’로 통칭된 곳이자, ‘야수주의(Fauvism)’라는 명칭이 태동한 제7전시실이다. 울긋불긋한 색채와 거친 묘사로 일관하는 그림들 속에는 당시 알베르 마르케의 고전적인 여인 조각상이 있었는데, 주변 그림들과는 당연히 어울리지 않을 수밖에 없었다. 난감한 상황에 둘러싸인 마르케의 조각을 본 당대의 유명 평론가 루이 보셀은 후에 이렇게 평했다고 한다. “이건 꼭 ‘야수들의 우리’에 갇힌 도나텔로 꼴이군.” 르네상스 시대의 고전주의적 조각으로 유명했던 조각가 도나텔로의 이름을 빌린 것은 사실적인 마르케의 작품과는 대조적인, 당시로서는 조야하게만 보였던 ‘과격한 그림들’을 비꼬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보셀의 빈정거림 섞인 평가는 후대에 ‘야수주의’라는 명칭을 이끌어냈다. 야수주의 회화는 매너리즘에 빠진 고전주의 화가들에겐 거부감으로 다가왔지만, ‘미술 혁명’을 꿈꾸었던 작가들에게는 무엇보다 반가운 움직임이었다. 조직적인 학파가 아니었기에 불과 3~4년 반짝 등장했다 사라졌을 뿐이지만, 오늘날까지도 이들의 그림이 의미 있게 평가되는 것은 그 때문일 것이다. ‘마티스와 불멸의 색채화가들’전은 지금으로부터 100년 전, 야수파가 태동한 당시 미술계의 경악을 잠시나마 맛볼 수 있는 전시다. 특히 야수파에서 발전해 자기만의 세계를 만들어간 작가들의 강렬한 원색과 보색 대비, 과감하면서도 거침없는 붓 터치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번 전시는 야수파의 핵심 인물인 마티스를 중심으로, 당시 야수파에 몸담았던 화가들의 작품을 망라했다. 프랑스 생 트로페 미술관 소장품을 중심으로 파리 퐁피두 센터 근대미술관, 파리 시립미술관, 니스 마티스 미술관 등 유럽 각지의 야수파 작품 소장처 25개소에서 공들여 대여한 작품들이다. 단, 마티스의 유화는 전성기의 대표작이라기보다 야수파 이전 혹은 이후의 범작 위주여서 약간 아쉽다. 그러나 유화와 함께 전시된 드로잉과 석판화 20여 점은 동양적 모티브와 장식적 화면 구성에 심취했던 마티스의 관심사를 보여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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