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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향 2018 바흐의 요한 수난곡/2018.7.7.토/예술의전당

나베가 2018. 7. 7. 02:00

서울시향 2018 바흐의 요한 수난곡 


 



지휘 티에리 피셔 Thierry Fischer, conductor

테너/복음사가 이안 보스트리지 (올해의 음악가) Ian Bostridge, tenor(Evangelist) *Artist-in-Residence

소프라노/하녀 서예리 Yeree Suh, soprano(Ancilla)

알토 김정미 Jung Mi Kim, alto(Aria)

테너/하인 제바스티안 콜헵 Sebastian Kohlhepp, tenor(Servus)

베이스/빌라도&베드로 로더릭 윌리엄스 Roderick Williams, bass (Pilate and Petrus)

베이스/예수 정록기 Locky Chung, bass(Jesus)

오르간 뱅자맹 알라드 Benjamin Alard, continuo organ

비올라 다 감바 강효정 Hyo-Jung Kang

서울모테트합창단 Seoul Motet Choir


 

프로그램

바흐요한 수난곡

Bach, St. John Passion, BWV 245

 1부: 42분

 - 휴식: 15분 -

 2부: 72분


총 연주시간: 약 130분 (*휴식 포함)

Proms 2017 - Bach: St John Passion [John Butt, Dunedin Consort]

John Butt leads the Dunedin Consort in a performance of Johann Sebastian Bach's sacred oratorio St John Passion. Featuring tenor Nicholas Mulroy as the Evangelist, bass Matthew Brook as Jesus, soprano Sophie Bevan, countertenor Tim Mead, tenor Andrew Tortise, and bass-baritone Konstantin Wolff as soloists. In addition to the ensemble performing on period instruments, further elements of both authenticity and intimacy were added by inserting other music used in the Leipzig Good Friday service that Bach himself would have heard and by inviting the audience to sing the responsory portions of the chorales that bookend the Passion. Recorded live at the Royal Albert Hall on August 20th 2017 as Prom 49.




* 공연 전 16:30 부터 송주호 음악칼럼니스트의 프리렉쳐가 진행됩니다. (티켓수령 후 입장)

 

거대하고 끔찍한 사건에서 살아난 인물이 감정에 휩싸여 이야기를 쏟아놓는다그가 친구의 배신과 살인에 대해 이야기하는 동안 합창단은 몰려드는 군중이 된다감상자들도 이 압도적인 감정의 드라마에 휩쓸려든다바흐의 요한 수난곡은 셰익스피어 비극과 같은 작품이다이안 보스트리지는 통찰과 극적 표현능력을 모두 발휘해 복음사가 역할을 노래한다티에리 피셔가 지휘하고 정록기와 서예리, 로더릭 윌리엄스서울모테트합창단이 함께 한다이들이 함께 재현할 작품은 특정 종교의 산물이 아니라 전 인류의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티에리 피셔는 2009년부터 유타 심포니 오케스트라 음악감독으로, 20171월부터 서울시립교향악단의 수석객원지휘자로 활동하고 있다. 유타 심포니 오케스트라를 이끄는 동안 창의적인 프로그래밍과 뛰어난 지휘, 새로운 음반 녹음을 통해 오케스트라에 활력을 불어넣은 피셔의 계약 기간은 최근 2022년까지로 연장되었다. 여러 시즌에 거쳐 하이든 교향곡 사이클, 말러, 베토벤, 그리고 닐센 사이클, 유타주의 5대 국립공원 투어 공연, 아이티 지역주민들을 위한 음악적 지원 강화를 성공적으로 이끄는 등 악단의 음악적 발전에 기여했다. 유타 심포니는 오케스트라가 75주년을 맞이하던 2016년 뉴욕 카네기 홀에서 평론가들의 극찬 속에 무대를 마쳤으며, 작곡가 니코 뮬리, 앤드류 노먼, 오거스타 리드 토마스의 신곡 위촉곡을 녹음한 음반을 레퍼런스 레이블을 통해 발매했다. 유타 심포니 오케스트라는 피셔와 함께 녹음한 말러 1번 음반의 호평에 힘 업어 세계적으로 저명한 모르몬 태버내클 합창단과 말러 8번을 녹음 해 201710월 발매를 앞두고 있다. 또한 그는 서울시립교향악단의 수석객원 지휘자로서 한 시즌 당 4회 이상 내한해 지휘하며 해외 투어를 이끌고, 공연 기획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하는 등 악단의 음악적 발전에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다.

 

이번 시즌에 로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장 이브 티보데, 고티에 카퓌송와 함께 미국 투어를 지휘하며 몬테 카를로 필하모닉, 베르겐 필하모닉, 본머스 심포니와 다시 한번 합을 맞춘다. 피셔는 보스턴 심포니, 아틀란타 심포니 오케스트라, 신시내티 심포니 오케스트라, 디트로이트 심포니 오케스트라, 모스틀리 모차르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 런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BBC 심포니 오케스트라, 오슬로 필하모닉, 로테르담 필하모닉, 잘츠부르크 모차르테움 오케스트라, 스위스 로망드 오케스트라 등 유수의 정상급 오케스트라를 지휘했다. 그는 2016년 가을에 상파울로 심포니와의 협연을 통해 처음으로 남미 데뷔 무대를 가지기도 했다. 또한 그는 지난 2년여 간 스코틀랜드 체임버 오케스트라, 스웨덴 체임버 오케스트라, 뮌헨 체임버 오케스트라, 런던 신포니에타, 유럽 체임버 오케스트라, 앙상블 앵테르콩탱포랭을 지휘하는 등 실내악 활동에도 주력을 다했다. 현대음악에도 헌신해온 그는 다양한 신작의 세계 초연을 지휘, 위촉해왔다.

 

피셔는 2006년부터 2012년까지 BBC 웨일즈 국립 오케스트라의 수석 지휘자로 활동하는 동안 매 년 BBC 프롬스에 출연함은 물론 세계적인 투어 활동을 이어나갔다. 그는 또한 영국의 클래식 음반 레이블 하이페리온에서 오네게르, 댕디, 슈미트 음반을 발매했고, 오르페오와 시그넘을 통해 스트라빈스키 음반을 녹음하는 등 다양한 음반 활동을 했다. 그가 2012년 하이페리언에서 네덜란드 라디오 필하모닉과 녹음한 프랑크 마르탱의 오페라 폭풍(Der Sturm)’는 인터내셔널 클래시컬 뮤직 어워드(오페라부문)를 수상하였다. 2014년에는 프랑스 레이블 아파르테에서 런던 필하모닉과 녹음한 베토벤 음반을 발매하기도 했다.

 

피셔는 함부르크 오페라, 취리히 오페라의 수석 플루티스트로 시작해, 30대에 접어들면서 그가 클라우디오 아바도의 지휘 아래 수석 플루티스트로 지냈던 유럽 체임버 오케스트라와의 협연을 통해 지휘 커리어를 시작했다. 그는 홀란드에서 수습기간을 거친 후 2001년부터 2006년까지 얼스터 오케스트라 수석지휘자이자 공연기획 자문으로 활동했다. 또한 그는 2008년부터 2011년까지 나고야 필하모닉의 상임지휘자로 활동하는 동안 도쿄 산토리 홀에서 첫 데뷔 무대(20105)를 가졌으며, 현재 나고야 필하모닉의 명예 객원 지휘자로 활동하고 있다




이안 보스트리지는 유럽, 일본과 북미의 주요한 콘서트홀에서 리사이틀 경력을 쌓아왔으며, 잘츠부르크, 에딘버러, 뮌헨, , 슈바르젠부르크, 올드버러 페스티벌에 정기적으로 출연하고 있다. 그는 비엔나 콘체르트하우스, 뉴욕 카네기홀, 암스테르담 콘체르트헤바우, 필하모니 룩셈부르크, 런던 바비칸 센터와 위그모어 홀의 상주음악가로도 활동했다.

 

오페라부문에서 그는 오스트레일리아 오페라와 브리튼 한여름 밤의 꿈의 리산더역을, 에딘버러 페스티벌에서 모차르트 마술피리의 타미노역을, 영국 국립 오페라와 헨델 세멜레의 주피터역을 브리튼 나사의 회전의 피터 퀸트역을, 로열 오페라 하우스, 코벤트 가든과 모차르트 돈 조반니의 돈 오타비오역과 아데 템페스트의 칼리반역을 공연했다. 바이에른 국립오페라극장과 몬테베르디 포페아의 대관식의 네로역, 스트라빈스키 난봉꾼의 행각의 톰 레이크웰역과 브리튼 루크레티아의 능욕의 남성 합창역을, 비엔나 국립오페라극장에서 돈 오타비오를 밀라노 라 스칼라극장에서 피터 퀸트역을 불렀다. 그는 브리튼 베니스에서의 죽음의 아셴바흐역을 영국 국립오페라, La Monnaie, 브뤼셀, 룩셈부르크에서 불렀다.

 

2017/18시즌 하이라이트로는 시애틀 심포니와 루도비크 모를로의 지휘로 베를리오즈의 여름밤을 공연하며, 미국 동/서부를 돌며 리사이틀 투어를 한다. 헨델의 Jeptha의 타이틀 롤을 파리 국립오페라극장과 공연하며, 서울시립교향악단 상주음악가로 활동하고, 안토니오 파파노의 지휘로 슈타츠카펠레와 브리튼의 전쟁 레퀴엠을 공연한다.

 


그가 녹음한 많은 음반은 주요한 국제적인 상을 수상했으며, 그래미상에 15번 후보에 올랐다. 워너 클래식스에서 발매한 '셰익스피어의 노래'는 2017년 그래미상 베스트 클래식 솔로 보컬 앨범으로 선정되었다.  2004년 신년에 영국왕실로부터 CBE(Commander of British Empire) 훈장을 받았다. 2016년에는 저서 겨울 나그네로 폴 로저 러프 쿠퍼 상을 수상했다.


서울대학교에서 성악을 전공하고 베를린 예술대학에서 하랄트 슈탐을, 라이프치히에서 레기나 베르너디트리히를 사사했다. 바젤에 있는 성가대 학교에서 게르트 튀르크를 사사하며 고음악을 전공했다. 2003년 르네 야콥스의 지휘로 몬테베르디의 오르페오 공연에서 요정역을 맡아 데뷔했다. 필립 헤레베레, 톤 쿠프만, 지기스발트 쿠이켄, 요스 판 이메르세일과 같은 저명한 고음악 전문 지휘자들과 협연해왔다. 2008년 함부르크 바로크 오케스트라와 함께 데뷔 음반을 발매해 호응을 받았다


벨칸토 메조 소프라노인 김정미는 로마 산타 체칠리아 음악원을 수석 졸업하였으며 알카모 국제 콩쿠르 1, 라우리 볼피 콩쿠르 특별상 외 비냐스툴루즈 콩쿠르 등에서 입상했고 2009년 제네바 국제 콩쿠르에서 2위 입상하면서 음악계에 이름을 각인시켰다. 2014년 국립오페라단 로미오와 줄리엣의 스테파노 역할로 주목받았으며 KBS 교향악단, 국립오페라단, 서울시립오페라단 공연과 예술의전당 기획 콘서트 오페라 등에 출연하였다.



명상과 관조로 바라본
그리스도의 수난

대하고 끔찍한 사건에서 살아난 인물이 감정에 휩싸여 이야기를 쏟아놓는다. 그가 친구의 배신과
인에 대해 이야기하는 동안 합창단은 몰려드는 군중이 된다. 감상자들도 이 압도적인 감정의
라마에 휩쓸려든다. 이안 보스트리지는 통찰과 극적 표현능력을 모두 발휘해 복음사가 역할을
래한다. 티에리 피셔가 지휘하고 서예리와 김정미, 정록기, 제바스티안 콜헵, 로더릭 윌리엄스,
울모테트합창단이 함께 한다.
 이용숙(음악 칼럼니스트)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 (1685-1750)
요한 수난곡, BWV 245 (1724년 작곡, 1725년, 1732년, 1749년 개정)

수난곡Passion’이란 성경의 복음서에 기록된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 장면을 작곡한 일종의 극음악이다. 예수, 베드로, 유다, 빌라도, 군중 등 성경 속의 인물들이 등장해 자신이  맡은 역할을  레치타티보와  아리아로  노래한다는  점에서는  기존의 이탈리아  오페라와 별 차이가 없지만, 사건의 진행을 설명하는 ‘복음사가Evangelist’가 등장한다는 점이 오페라와 다르다. 

 극중 역할을 연기하는  가수들만  출연하는 것이 아니라,  관객과 직접 소통하며 이야기를 들려주는 인물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9~10세기에  작곡이  시작된  단선율의  수난곡은  성경  구절에  음정을  붙여  높낮이  있게  노래하는  단순한  형태였지만,  음악형식이  갈수록  복잡해지면서  모테트풍의  수난곡,  폴리포니  수난곡을  거쳐 17세기  말부터는  오라토리오풍의  수난곡이  등장했다.
오페라가 대중적인 인기를 끌면서 수난곡도 이 영향으로 더욱 연극적인 형태를 지니게 되었다고 볼 수 있다.
요한  수난곡’은  성경에서  요한복음서에  실린  그리스도  수난  이야기를  음악으로  만든 작품으로, 16세기에 라수스, 빅토리아 등이 라틴어 대본을 토대로 작곡한 가톨릭 수난곡, 그리고 마르틴 루터가 번역한 독일어 성경을 바탕으로 한 17세기 쉬츠, 18세기 초 헨델 등의 요한 수난곡이 알려져 있고

그 가운데 바흐의 작품이 가장 유명하다. 

요한  수난곡’과 ‘마태  수난곡’은  바흐의  교회음악을  대표하는  작품이며  연주  규모도 큰 편이지만, 원래 콘서트홀에서 연주할 의도로 작곡된 음악이 아니다.

이 곡의 초연은  바흐가 일하던 라이프치히  성  토마스  교회  성금요일(부활절 이틀  전  금요일로,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과  죽음을  기리는  날)  전례의 일부로 이루어졌다. 비통한  감정을 절절하게 표현한 바흐의 ‘마태 수난곡’에 비해 ‘요한 수난곡’은 명상적이고 관조적이다.

과거에 ‘마태 수난곡’이 바흐의 대표적인 수난곡으로 꼽히고 더 많이 연주된 반면  최근  들어서는 ‘요한  수난곡’이  새롭게  조명을  받으며 

세계적으로 연주횟수를  늘려가고 있다.
소박하고 경건한 성금요일의 전례음악
강직하고  고집  센  성격으로  고용주들과  충돌이  잦았던  탓에  직장을  자주  옮겼지만, 결혼 13년  만에  첫  아내를 잃고  안나  막달레나와  재혼한  뒤 얼마  지나지 않은 1723년에 바흐는 라이프치히 성 토마스 교회 악장으로 지원해 그 자리를 얻는다.

당시 교회 악장은 교회력에 따른 전례음악 프로그램을 작성하고 그 음악을 작곡, 연주할 책임이 있었다.  뿐만  아니라  오케스트라와  합창단을  지휘,  통솔하며 이에  관련된  제반사항들을 챙겨야 하는 자리였다.
주일마다  새로운  칸타타를  작곡해  발표해야  하는  과중한  업무에  시달렸지만,  원하던  직장을  얻은  바흐는  최선을  다했다.  토마스  교회  악장으로  일하면서부터  바흐는 이전에 궁정귀족들을 위해 작곡했던 ‘브란덴부르크 협주곡’ 등의 화려한 세속음악과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교회음악을 작곡하면서 대단한 천재성이나 현란한 예술적 기교를 드러내면 악장은 교회 측의 경고를 받았다.
당시 토마스 교회 수난시기 전례에 참석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소박하고 경건한 신앙인들이었고, 이들이 악장에게 기대하는 음악은 하느님에 대한 자신들의 믿음과 사랑을  굳건히  하는  데  뒷받침이  되는  음악이었다.  주일에  교회의 ‘아침  설교’를  찾는  사
람들은 오전 7시부터 11시까지 말씀과  음악을 들으며 기도하고 노래했다.

성금요일 같은 특별한 전례일에는 아침부터 밤까지 교회 전례에 참석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겼다.  수난기  봉독  시간에  연주되는  수난곡  연주  시간만  해도  두  시간이  넘었다.  바로 이 청중을 위해 바흐는 자신의 첫 수난곡인 ‘요한 수난곡’을 작곡해 1724년 4월 7일 성금요일에  연주했고,  스스로도  이  작품을  전례의  일부로  간주했을  뿐  독립된  예술작품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빌라도 앞에 선 예수’에 집중한 요한복음바흐  수난곡의  수용사를  살펴보면  이 ‘요한  수난곡’은  오랫동안 ‘마태  수난곡’의  그늘에 가려

 ‘마태 수난곡’ 만큼의 비중을 갖지는 못했다.

 ‘마태 수난곡’은 작곡가 펠릭스 멘델스존의 발굴로 1829년 베를린에서 공연되면서 ‘바흐 르네상스’를 이끌어냈다는 극적인 사건과 결합되었지만, ‘요한 수난곡’의 경우에는 판본이 다양하다 보니 작품 성립의 역사적 전개과정이 그리 뚜렷이 부각될 수 없었고 교회 전례에 사용된 ‘기능  음악’이라는  한계에  갇힐  수밖에  없었다.

 ‘요한  수난곡’은 1724년본, 1725년본, 1732년본, 1748/49년본으로  모두 4개본이 있다.  바흐는 이  곡을  다시  공연할  때마다 많은 손질을 가했기 때문이다.
요한복음서에  묘사된  예수  그리스도의  모습은 언제나  하느님의 아들이며  왕이지만,  그와  동시에  모욕당하고  고통을  겪는  한  남자의  모습이다. 

이  복음서는  그리스도  수난의  각  단계를  차근차근 보여주는 대신 재판관 빌라도 앞에 선 예수에게 집중한다.

그런 끔찍하고 고통스러운 상황에서도 예수 그리스도가 얼마나 당당하고 일관성 있는 태도로  신성을  발하는가를  묘사하고  있는  것이다. 

이  점에서 ‘요한  수난곡’은 예수의  고통에 깊은 연민을  느끼고  공감하면서  참회하게  하는 ‘마태  수난곡’과는 전혀  다른  노선을 걷는다.

이제까지  대체로 ‘마태  수난곡’이 ‘요한 수난곡’보다 더 인기 있었던 이유도 연민의 눈물을 흘리게 하는 그 지점들 때문이었을 것이다.
사도 요한의 텍스트가 이처럼 예수 그리스도에게 집중하고 주변 인물과 상황에 주의를  덜 기울이다  보니,  베드로의  배신과  참회나  유다의  배신과  회한  등의  에피소드에서 등장할 수 있는 아리아가 사라졌고, 청중의 입장에서는 감정이입의 기회가 사라져버린 셈이다.

이처럼, ‘요한 수난곡’을 이성적이며 관조적인 작품이라고 부르게 된 가장 중요한 근거는 텍스트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복음서의 객관성을 음악으로 전하다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뉜 ‘요한 수난곡’의 1부는 유다의 배신과 예수의 체포, 베드로의 부인을 다룬다. 해설자인 ‘복음사가’가 사건을 설명한 뒤 실제 상황의 장면이 등장하고 그 뒤에 감상자의 코멘트가 따른다. 이는 일반적인 수난곡의 구성 방식이며, 전례에 참여하는 교인들의 감정이입을 위한 장치라고 볼 수 있다.
요한복음서의 수난 묘사는 예수의 체포로 시작되는데, 마태복음서와는 달리 묘사는 담담하고  객관적이다.  대사제  가야파의  장인인  안나스의  심문은  세코  레치타티보로 작곡되었고, 안나스가  예수를  묶어  가야파에게  보낼  때 ‘저를  죄의  사슬에서  풀어주소서’라는 첫 아리아가 등장한다. 베드로가 예수를 모른다고 부인한 뒤 닭이 우는 장면  역시 ‘마태  수난곡’과는  차이가  있다.  마태복음서에서는  베드로가  후회하며  몹시 울었다고 기록하고 있지만,

요한복음서는 부인한 사실만 기록했다. 베드로의 회한과 눈물을  묘사하는  아리아  대신 ‘요한  수난곡’에서는  콘티누오의  화성으로  닭울음을 또렷하게 묘사한다.


1부의 주요곡은 다음과 같다.
1) 1곡: 합창 'Herr, unser Herrscher'(주여, 우리를 다스리시는 이여)
2) 3곡: 코랄 'O grosse Liebe'(오, 거룩한 사랑)
3) 7곡: 알토 아리아 'Von den Stricken meiner Sünden'(저를 죄의 사슬에서 풀어주소서)
4) 9곡: 소프라노 아리아 'Ich folge dir gleichfalls'(당신을 따르렵니다)
5) 10곡: 레치타티보 - 복음사가, 하녀, 베드로, 예수, 하인(예수를 부인하는 베드로)
6) 11곡: 코랄 'Wer hat dich so geschlagen'(누가 주님을 그토록 매질하였습니까)
7) 12곡: 레치타티보 - 예수를 부인하는 베드로


2부는  빌라도의  심문과  매질,  판결과  십자가형,  예수의  죽음,  매장을  다룬다.  바흐는  이  사건에  관여하고  싶지  않은 빌라도의  미온적인  대응과  군중의  공격성을 ‘이  사람이  죄인이 아니라면’이라는  합창곡에서  음악적으로 또렷이 보여준다.  군중은 힘을 실은  상향음계를 타고 빌라도를 비난하며  격렬하게  예수를  고발하고,  그  대신  바라바를  풀어달라고 한 목소리로 요구한다.
빌라도 앞에서 당당하게 진리를 이야기하는 예수 그리스도의  태도와  그를  묘사하는  바흐의  음악은 ‘요한  수난곡’의  핵심을 이룬다.

바흐는 빌라도와 예수 두 인물을 모두 저음 가수(베이스-베이스 또는 바리톤-바리톤)가 노래하게 해 두 인물 간의 팽팽한 긴장과 균형을 추구했고, 이들의 목소리가 테너인 복음사가와 뚜렷이 대조를 이루게 했다. 이번 공연에서는 바리톤 정록기가 예수 역, 바리톤 로더릭 윌리엄스가 빌라도 역을 맡아 감탄할 만한 이 대결을
재현하고, 이안 보스트리지가 유연하고 학구적인 테너 복음사가를 표현한다.

예수  그리스도가  가시관을  쓰는  고통의  탁월한  음악적  묘사가  돋보이며,  빌라도가 ‘이 사람을 보라’라고 외칠 때 조성이 갑작스럽게 G단조에서 F단조로 떨어지는 효과도 뛰어나다. 58곡 알토 아리아의 ‘다 이루었다’는 6개의 하강음계로 형성되는데, 이는  예수의  마지막  말씀인 ‘다 이루었다’에서도  같은  방식으로  나타난다.


2부의  주요곡들은 다음과 같다.
   
1) 23곡: 합창 'Wäre dieser nicht ein Übeltäter'(이 사람이 죄인이 아니라면)
2) 29곡: 합창 'Nicht diesen, sondern Barrabam'(그가 아니라 바라바를 놓아 주시오!)
3) 31곡: 베이스 아리아 'Betrachte, meine Seele'(생각하라, 내 영혼이여)
4) 33곡: 합창 'Kreuzige, kreuzige!'(십자가에 못 박으시오!)
5) 50곡: 합창 'Schreibe nicht: der Juden König'(유대인의 왕이라고 쓰지 마시오)
6) 58곡: 알토 아리아 'Es ist vollbracht'(다 이루었다)
7) 68곡: 코랄 'Ach, Herr, lass dein lieb Engelein'(아, 주여, 주님의 천사들로 하여금)



Bach, Johannespassion. Karl Richt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