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C쿰부히말,로왈링트래킹39일(2013

30.종라에서 촐라패스(5,368m) 가는 길..

나베가 2014. 2. 13. 02:09

 

 

 

어제....

낮잠을 사알짝 자고, 7시쯤 저녁을 먹으러 다이닝룸으로 갔다.

저녁 메뉴는 군대식 행동 비빔밥...

 

아~나는 어쩌면 해발 5000m나 되는 히말라야 이 오지에서 그렇게도 까마득한 생각을 했을까...

비빔밥이라 해서 온갖 나물이 올라 있는 전주식 비빔밥을 생각했다는....ㅠㅠ

 '고산 치매'에 걸린게 확실하다는 놀림을 받아 마땅하다.

 그래도 감자국과 먹으니 먹을만은 하였지만,워낙에 깜찍한 기대를 했던 지라....ㅠㅠ

 

다이닝 룸 한켠에선 15명은 됨직한 스페인 단체팀이 왁자지껄 자리하고 있었다.

우리들의 단촐한 메뉴에 비해 그들의 저녁 메뉴가 너무 화려해서 눈길이 자꾸 가고 있었는데....

아~ 잠시 전등이 소등되더니, 촛불이 가득 밝혀진 케익을 들고 주방에서 나오는 것이 아닌가~

다이닝룸은 일제히 생일 축하 노래가 울려 퍼졌고, 거기 모인 모든이는 박수로 축하해 주었다.

 

여행 출발 일이 생일이었던 난 순간 짜안하는 서글픔이 한켠에서 일었다.

집안일에 휘둘려서 제대로 잠을 못자고 온 터라 컨디션이 너무 나빠 정작 생일이라는 것도 나 자신부터 잊었었던....

카투만두에 가서 멋지게 생일파티 하자고....그렇게 떠들어 대기만 했지, 아무도 생일조차 기억 못하고 지나간....ㅠㅠ

 

생각해 보니, 세상을 하도 자주 떠돌다 보니, 해외에서 생일을 참 많이도 보냈었던 기억이 스친다.

코타키나 발루에서도 아프리카에서도...생일을 맞았었지~

생각지도 못했는데, 어디서 준비를 했는 지...깜찍한 생일 케익을 준비해 왔던 아이들....

그때의 감동이 또 한켠의 서운함을 메운다. 

 

 

 

밀크 티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었다.

 

앞으로 갈 히말라야 대 종주....다음 코스에 대해서 대장님은 열변을 토하셨지만, 한 순간 그렇게도 간절하고 가능할것 같았던 그 여정이...그 열망이 점점 흐릿해져 가고 있다는걸 깨닫는다.

 

이번 여정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생각....

그냥 그러고 싶다는 막연함이 온 몸을 감싸온다.

아니, 그래야 할것 같다는.....

 

9시다.

낮잠을 살짝 흘리기만 했더니 졸립다.

피곤함과 나른함이 온 몸을 덮는다.

 

***************

 

  

오늘은 어제의 판타스틱했던 여정과는 달리 힘든 여정이 기다리고 있다.

지난번 넘었던 해발 5,560m의 콩마라 패스보다는 좀 낮지만 그래도 해발 5,368m의 촐라패스를 넘는다.

 

코스도 길고 일찍 출발해야 낙석지역의 언땅이 녹기전에 넘을 수 있다. 그래서 6시 출발이다.

 

4시반에 기상을 해서 준비를 완료했지만, 어째 기척이 없는듯 하다.

아니나다를까...대장님도 주방팀도 모두 늦잠을 잔것이다.

늦었지만 서둘러 6시에 라면 한 공기를 아침으로 먹고, 6시반에 출발했다.

 

오늘도 날씨는 그야말로 쾌청이다.

시간적 여유가 있어서 주변을 돌아보니, 쌀쌀한 날씨에 야크 똥으로 빗어 가지런하게 세워놓은 연료에 하얗게 서리가 끼어 있다.

그 모습이 거대한 설산아래 예술작품 처럼 눈을 현혹시킨다.

 

 

 

 

 

 

촐라패스 위의 빙하를 지난다 하여 내의까지 입고 완전 무장을 하고 출발을 했으나, 아침부터 쏟아져 내리는 찬란한 햇살에 롯지 중턱도 못가서 히말라야 패딩을 벗고 가벼운 차림으로 출발을 했다.

 

오르는 길도 비교적 완만하다.

얼만큼 갔을까....

잠시 쉴겸 뒤돌아 보니, 거대한 설산과 바위산 아래로 끝없이 펼쳐진 광활한 풍광에 입이 다물어 지지 않는다.

오르면 오를수록 그 광활한 풍광은 더욱 더해져 가슴을 벅차게 만들었다.

 

아마다블람은 아무리 걸어도 거대한 모습 그대로 가슴 시리게 하고, 이제는 우리가 걸어온 높이가 상당해서 그 뒷편의 설산까지도 보인다. 그야말로 환상적이다.

어디 그뿐인가~

가까이 있어 더욱 웅장해 보이는 촐라체의 모습 또한  매혹적이다.

 

 

 

 

흥분속에 얼마를 걸었을까....

눈앞에 거대한 바위산이 보인다.

 

"아!! 저곳을 넘어야 하는가 보네~

저게 바로 촐라패스인것 같아~

근데 우리 애들 보여??

어디로 넘어가는 거지?"

 

얼마나 바위 산이 거대한 지,

바위 산을 오르는 우리 애들과 트래커들이 보이질 않았다.

도대체 어디가 길인 지...

분명 촐라 패스인것 같은데...

실눈을 뜨고 한 참을 들여다 보고서야

바위 산 밑둥을 오르는 트래커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세상에~~

굉장히 험준해 보이는데??

저기 어디로 넘어가는 건가~"

 

코앞에 있는것 같은데....

사람들이 콩알만하게 보이는 걸 보니,

아직 저기까지 가려면 한참을 걸어야 할것같다.

 

 

 

 

 

 

 

 

 

 

 

 

 

 

 

 

 

 

 

 

 

 

 

 

 

 

 

 

 

 

 

 

 

 

 

 

 

 

 

 

 

 

 

드디어 촐라패스 산군에 도착했다.

눈앞에 터억 버티고 있는 가파른 바위산들이 보기에도 험준하다.

조심 조심 오르다 보니, 어느 사이에 포터들이 자신의 짐을 위에 내려놓고 우리를 찾아 내려오고 있었다.

우리의 배낭을 매고, 일일이 험한 구역에서는 손으로 잡아주기 까지 하면서 안전한 길로 안내했다.

 

거의 수직처럼 느껴지는.....

해발 5000 미터에서의 경사 45도의 가파른 바위길을 오르자니, 숨이 차다.

그러나 아래로 펼쳐지는 비경에 그만 발걸음을 멈추고 연신 탄성을 내 지를 수 밖에 없다.

뷰리풀...판타스틱...어메이징....

갖다 붙여댈 수 있는 감탄사는 모조리 외쳐대며.....

 

 

 

 

 

 

 

 

세컨 촐라패스에 다달았다.

세상에!!

어제 종라 길에서 보여졌던 촐라 빙하 호수가 보인다.

조금 더 오르니, 무려 3개의 호수가 보인다.

 

좌측으로는 주상절리와도 같은 주름진 바위 산과 그 뒤로 이어지는 하얀 설산이....

그 아래로는 또 거대한 검은 바위산....

그 웅장함이 설산 못지 않게 또한 압권이다.

 

 

 

 

 

 

 

 

 

 

 

 

 

 

 

 

 

 

 

 

 

 

잠시 쉬며 늘 다니는 길일텐데도 그 비경에 삼매경에 빠져있는 포터들의 뒷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그런가 하면 무거운 짐을 지고 내려가는 포터들의 모습...

오르는 이들의 모습...

우리 아이들-펨파와 쿵가...

 

모두가 하나같이 작품이다.

오직 히말라야에서만 볼 수 있는 풍광...

 

 

 

 

 

한바탕 포터들과 모델놀이를 하고는 가야할 길이 멀어 우린 그곳을 떠났다.

진짜 촐라패스를 향해....어쩌면 정말 훨씬 위험할 지도 모를....

 

그래도 지금 우리가 오른 길은 포터들에겐 매우 쉬운 길이었다고 했다.

이 길에 눈이 무릎까지 쌓일때는 매우 위험한 구간으로 변한다고...

 

왜 아니겠는가~

눈으로 보기엔 거의 수직처럼 보이는 험준한 낙석 바위 너덜지대인데...

 

 

 

 

Rimsky-Korsakov (1844-1908)
Scheherazade, symphonic suite for orchestra, Op. 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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