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6시반에 간단하게 오트밀 죽만을 먹고는 7시에 칼라파타르를 향해 출발했다.
오늘은 대장님은 롯지에서 쉬시기로 하고 왕다와 팸파하고만 떠났다.
밤새 바람이 거세게 불었다.
어제보다 훨씬 더 심하게 느껴진다.
내의에 바지, 두꺼운 폴라폴리스 셔츠에 히말라야 패딩에 고어쟈켓,털모자와 벙어리 장갑으로 단단히 무장을 하고,
배낭에는 얇은 패딩을 또 따로 챙겼다.
오늘도 카메라 2대와 뜨거운 티와 간식을 챙겨 넣은 내 배낭은 왕다가 매고 출발했다.
엊그제 고락셉 도착 직전 푸모리 앞으로 훤히 보이던 칼라파타르가 그리도 동네 언덕 처럼 보였건만,
그 높이가 5,550m나 된다니 고락셉이 5,140m이니 그 높이가 410m나 되는 거다.
광활한 평원은 생각 못한 채 바로 눈앞에 보이는 것 처럼 보이니 그 거리를 예측하기가 당췌 힘든거다.
실로 내게 느껴지는 착시 현상은 얼마나 큰지, 주변 산군의 높이가 몇백 미터인것 처럼 보이는데, 2000m가 넘는거다.
내가 있는곳이 해발고도 5,500m이니....
롯지에서 한 참을 걸으니, 드디어 가파른 오르막이 시작된다.
고도가 5000m가 넘으니 조그만 오르막이어도 걸음이 무겁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주변 시야도 구경하면서 오른다.
파아란 하늘에는 그동안 그렇게도 많았던 구름 한 점 없다.
그야말로 판타스틱한 날씨...판타스틱한 풍광이다.
빙하가 만들어 낸 칼날같이 날카로운 선들이 선연하다.
비단 고산이라서가 아니라 연신 탄성을 내 지르느라 발자욱을 떼기 어렵다.
매 순간 순간 카메라 셔터를 누르고 싶었지만, 워낙 고지대라서 힘이 드니, 하산할때로 미루기로 했다.
나를 기점으로 원을 그리며 만년 설산의 자태가 펼쳐졌다.
그저 매끈한 민둥산 처럼 보였던 칼라파타르는 온통 빙하가 만들어낸 검은 돌의 너덜지대다.
그 역시 하얀설산과 흑백의 대비를 이뤄내며 장엄한 풍광을 거든다.
우리도 7시에 출발을 했건만, 일출을 보려고 깜깜한 새벽에 출발을 한 사람들인 지, 벌써 정상에서 하산을 하고 있다.
그 모습은 주변의 장엄한 설산과 어우러져서 그대로 작품이 되 주었다.
바람은 여전히 세차다.
비경을 보기위한 이 정도의 시련은 어쩌면 너무나 당연하다는 생각이 드니, 차라리 그 역경조차도 엄청난 도전에의 쾌감마저 들게 했다.
수없이 발걸음을 멈추고 주변을 돌아본다.
장엄함, 아름다움, 매혹적인 자태에 탄성을 멈출 수가 없다.
아!!
드디어 정상에 도착했다.
2명의 트래커는 언제부터 였는 지, 내려갈 줄 모르고 하염없이 그곳에서 감동을 만끽하고 있었다.
이토록 판타스틱한 날씨를 맞기가 얼마나 어려운 지...
그들은 우리에게 뿐만아니라 올라오는 이에게 마다 '행운아' 라고 말하고 있었다.
하긴 우리가 고락셉에 도착하기 직전까지 계속해서 날씨가 흐려 하늘엔 온통 구름으로 뒤덮였을 뿐만 아니라 비까지 왔었으니...
'행운아'가 맞긴 맞다.
우리가 고락셉에 오르던 날, 내려가던 이들이 우리보고 진정 '행운아'라고 말하지 않았던가~
자기들은 구름낀 날만 보고 내려간다고....
칼라파타르 정상에 오르니, 에베레스트 베이스 캠프에선 웨스턴 쿰과 눕체에 가려져서 마치 그들 산봉우리 보다 훨씬 더 낮은것 처럼 보이던 에베레스트가
이제서야 제 본모습을 훤히 드러내며 위용을 뽐내며 서있다.
세계 최고 높이 8,848m ...
그곳에선 대체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얼마나 쎈 칼바람이 불고 있으면 빙산을 바람이 깍아내어 마치 구름에 휩쌓인 양 눈보라를 일으키고 있는걸까....
그곳에...인간의 발길이 닿기 거의 불가능한 극점....
그곳을 지금 이 순간도 인간들은 끊임없이 도전하며 목숨을 걸고 있는거다.
아!!
어디 에베레스트 쌩추어리 뿐이겠는가!
감동은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
주변 어디를 봐도 거대하고 장엄하고 경이로운 설산이다.
까마득한 아래의 빙하호수 빛깔은 너무도 선연한 에메랄드 빛으로 눈을 호사시키고 있다.
헐!!
왕다와 한바탕 사진을 찍으며 경이로움에 빠져있을때 어느사이 올라왔는 지, 팸파와 이풀은 위험하기 짝이 없는 바위 꼭대기에까지 올라가 있는 거다.
"와아~
나도 올라가야겠어~
어떻게 올라간거야?"
"나중에 올라와~ 여기 너무 좁아서 같이 못있어."
말을 듣지않고 낑낑대며 그 언저리라도 올라가려고 바위 위를 기고 있다.
그곳에 올라 앉아 있으니,형언할 수 없이 많은 이름없는 봉우리들까지 합세해 하늘 아래를 가득 메우고 있었다.
그 앞으로 펼쳐진 쿰부빙하는 햇빛에 반사되어 눈부시도록 아름답고 매혹적이었다.
아니, 칼라파타르를 가득 채우고 있는 검은 너덜 바위도 판타스틱하고...
바람에 나부끼며 하늘에 수를 놓고 있는 파르초도 한 몫한다.
와아~~
눕체.....
에베레스트 산군에 들어서 푸모리와 이 거대한 눕체의 매혹적인 자태에 어찌 빠져들 지 않을 수 있을까...
참으로 신기하네~
분명 우리 롯지 방 창으로 보면 코앞에 눕체가 터억 버티고 있거늘...
저 쏟아지는 아이스 폴하며...분명 어저께 저 아래로 쏟아져 내리는 산사태 소리도 들었는데...
이렇게 우리 방하고는 머얼리 떨어져 있다니...
너무 거대해서 그리 보이는 거지??
달이 지구 어디서든 바로 우리 머리 위에 둥그렇게 떠 있는것 처럼 보이듯이 .....
하산하면서도 수없이 발걸음을 멈추고 사방을 돌아보았다.
그때 그때 마다 어쩌면 그 느낌과 크기, 자태들이 또 그렇게도 다른 지...
수없이 카메라 셔터를 누르느라 걷지를 못한다.
바람이 이제서야 잔잔해 진다.
그렇게 춥더니만, 바람이 잦아들었다고 잔뜩 껴입은 몸이 덥다.
바람도 잦아들었겠다....우린 좀더 머물고 싶어서 잠깐 모델놀이도 하며 천천히 내려갔다.
10시반 롯지 도착.
딱 3시간 반만에 다녀왔다.
뭔가 좀 아쉽다.
좀 더 있다가 내려올걸 그랬나??
우리가 올랐을때 부터 우리가 내려오기 시작할때까지도 꼼짝않고 그곳에 있던 청년들 처럼....
새벽에 아침으로 간단히 오트밀만을 먹고 갔다왔으므로 오자 마자 아점을 먹었다.
피자를 먹고 싶었는데, 대장님과 텔레파시가 통했는 지, 피자다.
손바닥 크기의 피자 한 판과 치즈 만두, 커스터드 크림을 먹었는데, 커스터드 크림이 이 히말라야 산 꼭대기에서도 제대로 맛을 냈다.
약속 시간에 맞추어서 로부제로 내려갔던 포터-파상과 푸리가 우리의 짐을 지고 다시 로부제로 하산하기 위해 올라왔다.
새벽에 몸만 빠져나갔기 때문에 서둘러 아점을 끝내고 정신없이 짐을 꾸려 포터에게 내 보내고, 우리도 가볍게 행복한 맘으로 출발했다.
왠지 이제는 진짜 우기는 완전히 끝나고 햇살 찬란한 날들만 펼쳐질것 같은 예감이 들어.....
아니, 어제 오늘 더할 나위 없는 쿰부히말의 풍광을 온전히 다 보고, 온 마음으로 다 느끼고, 그동안 쌓였던 섭섭함을 한 방에 완전히 다 날려버렸기때문에...
Academy of St.Martin-in-the-Fields
Sir Neville Marriner. cond
Rec : Kingsway Hall. London. April.19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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