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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ring Quartet No.14 in C# minor, Op.131
베토벤 / 현악4중주 14번
Ludwig van Beethoven, 1770∼1827
베토벤 후기 현악 4중주 (12번~16번)는 많은 클래식애호가들에게 높은 산맥과도 같은 숙제로 남아 있는 음악입니다. 이 다섯개의 걸작 중 14번은 현악4중주 역사상 최고의 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슈베르트의 "죽음과 소녀"도 묘하게도 14번입니다.
베토벤 현악 4중주 14번은 40분이 넘는 음악으로 7악장 구성이지만 쉬지 않고 연주하게 되어 있습니다. 이 때문에 접근하는데 어려움을 주는 것도 사실입니다. 베토벤 자신이 최고의 작품이라고 생각한 현악 4중주 역시 이 14번입니다.
이 곡을 소화하기 위해서는 구조에 대해 약간의 공부가 필요합니다. 구조에 익숙해진 다음에는 계속 들어서 자신만의 느낌을 확인하면 됩니다. 다른 음악과 같이 연주자별로 장단점을 거론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아니 오히려 다양한 연주에 대한 평가자체가 외람되다는 느낌이 듭니다.
Andante ma non troppo cantabileLeonard BernsteinWiener Philharmoniker1악장 Adagio ma non troppo e molto espressivo → 길고느린 푸가형식
R. Wagner는 이 악장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매우 느린 도입부의 아다지오는 이제까지 음 악에서 표현된 모든 것 가운데서 가장 애상적인 감정을 드러낸다.' 그것은 정열적이며 동시에 체념적인, 억압으로 고통받는 탄식으로서, 그 중 한 소절이라도 떼어내면 그 아이디어의 지속성을 필연적으로 해치게 되는 끝없는 멜로디의 흐름이다. 기교적으로는, 이 주제는 자유로운 성격의 에피소드들을 가진 엄밀한 푸가로 구성되어 있다. 그 멜로디는 처음엔 제 1 바이올린 혼자서 다섯 마디에 걸쳐 연주한다. 그 다음 제 2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의 순서로 차례로 들어온다. 각각의 제시는 통상적인 4마디의 간격으로 그 이전의 제시와 분리된다. 14번째 마디 이후부터는 4성부의 완전한 대위법을 이룬다.
2악장 Allegro molto vivace (D major) → 론도에 가까운 형식
반음계의 상승을 들으면 참으로 판이한 각도에서 조망하는, 그리고 순전히 호모포닉한 음악적 정경의 상상을 불러일으키게 된다.
3악장 Allegro moderato (F sharp minor)
→ 11 마디의 짧은 곡, 레치타티보 형식, 4악장의 서주 역할어떤 실제적인 중단도 없이, 두개의 강력한 화음이 나단조로 두들겨진다(주화음과 7화음). 세번째 부분인 Allegro moderato - Adagio는 비록 악상기호는 F#단조로 표기되어 있지만 나단조의 조성이며, 보통 빠르기로서, 이 작품의 중심이 되는 길고 느린 악장의 도입부를 형성한다. 이 도입부는 11마디의 길이며, Adagio의 악구는 7번째 마디에서 시작하는데, 나단조에서 올림 바단조를 거쳐 마장조로 이행하는 약음의 음형으로부터 나타나는 레시타티브이며, 제 1 바이올린에서 piu vivace로 연주되는 잔물결 치는 16분음표의 악구가 헨델풍의 섬세한 장식적 음형으로 끝을 맺는다.
4악장 Andante ma non troppo cantabile (A major)
→ 이 작품의 정수. 주제와 6개의 변주곡, 그리고 코다로 구성그리고는 네번째 악장인 가장조, 2/4박자의 Andante, ma non troppo e molto cantabile가 시작된다. Wagner는 이 시적인 악장을 베토벤이 그 자신의 끝없는 기쁨을 위하여 사랑스러운 환영에 마술을 거는 마법의 작품이며, 완벽한 순수의 체현으로서, 이 이상적인 모습은 예술가의 천재성이 흩뿌린 광휘 속에서 수없이 다른 모습으로 드러나고 변형된다고 이야기했다.
'대변주곡(grand variation)'의 극점이 여기에서 발견된다. 이 시점까지 베토벤이 이 형식을 확대해서 사용한 곳은 현악사중주 올림 마 장조, 12번, Op. 127의 Adagio 악장에서 뿐이었다. 그러나 같은 기술적 기교를 사용한 이 두 악장 사이에는 외부적으로 명백하게 드러나는 유사성의 저변에 근본적인 상이점이 나타난다. Op. 127의 Adagio에서는 변주가 주로, 성격상 순수하게 명상적인 이 주제에 대해, 상상력이 드러낼 수 있는 모든 가능한 각도에서 주제의 표현적 소재들을 발전시키고 이 주제를 제시하는데 사용되었다.
5악장 Presto (E major) → 빠르고 극적인 스케르쪼
이에 대응되는 Op. 130과 Op. 135의 사중주들의 대응되는 악장들에 비해서 그 [스케르쪼적인] 동질성이 떨어지지만, 사실은 겹리듬에 의한 스케르쪼인 이 악장은 외향적인 발랄함이 두드러지는 악장이다. 바그너는 이 악장과 이에 선행하는 '대변주곡'과의 정신적 연관성을 다음과 같은 말로 표현하였다:
"거기서[4악장에서] 우리는 작곡가의 마음 속 깊이 내재한 행복감이 물질세계에 말로는 형언할 수 없는 평화의 영상을 투영하는 것을 보았다. 여기서[5악장에서], 마치 전원교향곡에서처럼, 세상은 다시 그의 앞에 나타나고, 그의 내적인 기쁨은 그의 주위에 있는 모든 것에 빛을 뿌린다. 그것은 마치, 한때는 에테르였다가 이제는 물질적인 형상을 갖춘 환영들이 완벽한 화음을 이루며 그의 눈앞을 지나갈 때, 혹시 천상의 음악의 선율이 들리지나 않을까 하고 그가 귀를 기울이는 듯 하다."
강렬한 발랄함이 전 악장을 관통하여 달리면서 처음부터 끝까지 분방한 생명을 채워 넣는다. 그 구성과 형식은 수정같이 투명하다: 주부가 있고, 트리오가 따르며, 이 둘은 반복되고 다시 주부로 복귀한 뒤 코다로써 맺는다. 끊이지 않고 흐르며, 그것은 단절 없는 소리의 흐름, 누구나 연주회장을 떠나면서 흥얼거릴 수 있을 만한, 길거리에서도 찾을 수 있는, 그러나 상상할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음악으로 옮겨진 하나의 작은 동기 위에 쌓아 올려진, 끊이지 않는 소리의 물줄기, 단일한 선율적 흐름을 형성한다. 그는 여기서 기발한 효과를 끊임없이 추구하는데, 스타카토, 피치카토(여기서는 주목할 만한 방법으로 사용되었다.), 급작스런 가속, 강한 액센트가 주어지고 돌발적으로 멜로디를 가로막는 단일 악구들, 예기치 못한 전조, 주제의 갑작스런 사라짐, 기묘한 화성적 효과들 등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기교적 장치들이 총 동원되어 가능한 최고로 빛나는 효과를 만들어낸다.
이 악장은 첼로 위에서 포르테로 연주되는 주제의 첫 악구와 함께 급작스럽게 시작하고, 한 마디의 휴지가 따른다. 그 다음 제 1 바이올린이 내성들의 가벼운 움직임을 반주로 하여 여덟 마디에 걸친 주제 전체를 피아노로 제시하고, 이 제시는 C sharp minor의 주화음이 터져 나오면서 끝난다:
6악장 Adagio quasi un poco andante (G sharp minor)
→ 3악장과 마찬가지로 7악장의 서주 역할7악장에 대한 일종의 도입부. R. Wagner는 그의 14번 사중주 연구에서 다음의 주석을 달았다:
그(베토벤)는 물질적 존재의 과정을 탐색하는 중이며(마장조의 프레스토에서), 이 물질적 존재를 춤의 발랄함으로 그려내어서는 안 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하며 잠시 멈추어 선(Adagio, 3/4) 것처럼 보인다. 여기서 그의 명상은 짧으나 심오하며, 이는 마치 그 잠시동안 그가 그의 영혼 가장 깊은 곳에 침잠한 듯하다. 눈 깜짝할 사이에 세상은 다시 그의 앞에서 빛을 받는다. 그는 깨어나고, 바이올린 음악으로부터 세상이 결코 상상해 보지 못했던 어떤 것을 불러일으킨다(Allegro finale). 이는 세상의 광포한 즐거움, 고뇌, 사랑의 법열, 기쁨, 분노, 정열 그리고 고통이 광란하는 춤이다. 번개가 번쩍이고 천둥이 포효한다. 그리고 그 혼돈 위에는 모든 지배를 벗어난 바이올린이 우리를 심연으로 내 휘두른다. 그 소란 속에서 그는 미소짓는다. 왜냐하면, 그에겐 그 모든 것이 단지 조롱하는 환상이기 때문이다. 마침내 어둠이 그를 불러내어 데려가고, 그의 할 일은 끝났다.
이 예리한 주석은 우리를 피날레 악장의 주제적 분석으로 이끈다.
스물 여덟 마디에 이르는 짧은 도입부는 스케르쪼에서 표현된 어지러운 기쁨과 사무치는 대조를 이룬다. 어떤 사중주의 어디에서도 이 사중주에서와 같이, 비올라가 감동적으로 연주하는 프레이즈에서 드러나는, 그토록 깊이 느껴지는 안식, 그토록 심오한 성찰은 표현된 적이 없다:
7악장 Allegro (C sharp minor) → 유일한 소나타 형식
이제 이 악장은 감미로운 우수의 분위기에 찬 악구로 끝나며, 제 1 바이올린의 레시타티브에 의해 7악장(Allegro breve, 다 단조)으로 이어진다.
4악장은 조금 더 세분해서 다음과 같이 분해할 수 있습니다.
주제: 두개의 8마디 phrase, 각각 두번씩 연주됨. 두번째는 동형반복 이 아니라 변주. 5번째 변주곡 제외하고는 double variation 패턴이 유지됨.
변주곡 1
변주곡 2 (Piu mosso): 1바이올린과 첼로가 대화…나중에 4악기 함께
변주곡 3 (Andante moderato e lusinghiero): 전반부는 나긋나긋한 느낌, 후반부는 강한 느낌
변주곡 4 (Adagio):전반부에 아르코와 피치카토의 효과적 교대
변주곡 5 (Allegretto)
변주곡 6 (Adagio, ma non troppo e semplice): 가장 정교함
카덴짜와 같은 경과부
코다심원한 경지를 보여주는 제12번부터 제16번에 이르는 베토벤의 후기 현악 4중주곡 다섯 곡 중에서 가장 인기가 높은 것은 제15번이다. 선율이 쉽게 귀에 와 닿고 서정적인 부분이 많으며 깊은 감동을 주기 때문이다. 이 곡은 제12번, 제13번과 함께 러시아의 귀족 갈리친 공작을 위 하여 작곡한 것으로 1825년의 작품이다. 곡은 모두 5악장인데 3악장 몰토 아다지오에는 '병에서 회복한 자가 하나님에게 감사하는 성스러운 노래'라고 적혀 있다.
이것은 2악장까지 완성한 후에 병으로 작업을 중단했던 베토벤이 그 병을 극복한 다음 3악장부터 새로운 기분으로 다시 착수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병에서 회복한 베토벤의 기쁨과 감사하는 마음이 절실하게 토로된 감동적인 음악이다. 인생을 깨달은 자기 내성적인 관조가 잘 표현된 이곡에 대하여 로망 롤랑 은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베토벤의 작품 중에서 그의 인간성이 가장 깊이 스며 있는 작품 이다."
12번 (Op.127) : 아주 아름다운 선율로 가득찬 낭만현악사중주의 걸작이라는 평가를 받는 곡이다. 하지만 다른 곡들의 위대함에 좀 눌리는 듯 하다.
13번 (Op.130) : 6악장짜리 곡인데 "사랑스런 사중주"로 불릴 만큼 전체적으로 예쁜 곡이다. 너무나도 매력적인 5악장 카바티나는 정말 소름이 끼치는 부분도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이 다음악장이 충격적이고도 이상한 "대푸가"였다는 것이다. 그러나 출판업자와의 피할 수 없는 마찰로 인하여, 좀 더 가벼운 악장으로 다시 쓰여졌으며 대푸가는 17번으로 독립했다. 그래서 CD를 사면 보통 13번과 대푸가가 함께 들어있다.
14번 (Op.131) : 총 7개의 악장이 모두 연결되어 있는 곡이다. 그 중 5악장 스케르쵸는 정말로 기발하며, 투병중이던 슈베르트가 이 곡을 듣고 병세가 더 악화될 정도였다고.
15번 (Op.132) : "병이 나은자가 신에게 드리는 감사의 노래"라는 긴 제목의 3악장은 길이도 길다(무려 20분). 이 곡을 이어폰을 꽂고 듣고 있으면 눈이 멍해지면서 허공을 응시하게 되고 눈썹이 찡긋해지면서 돌아온 날을 생각하게 된다. 또 마지막 악장은 원래 9번교향곡의 마지막 악장을 위해 작곡되었던 곡으로 그에 버금가는 감동이 있다.
16번 (Op.135) : 베토벤의 너무나도 심오(?)하며 해석불가능한 질문과 답변이 있다. "그래야만 하는가?", "그래야 한다." 바로 이 곡의 4악장이 이 유명한 문구가 적힌 멜로디로 시작한다. 베토벤 자신의 작품세계에 던지는 심오한 질문이었을까? 아니면 소문처럼 가정부에게 밀린 월급을 줄까 말까에 대한 결정이었을까?
바흐의 음악적 깊이와 버금가는 음악...
한 인간의 삶의 우주적 승화...
피아니스트 디누 리파티도 아주 좋아했던 음악이라고 하더군요. 백혈병으로 죽어가는 임종의 순간에도 듣고 있었다고 들었습니다. 만약 무인도에 혼자 내버려졌을 때도 이 곡이 같이 있어준다면 그리 외롭지는 않을 것같습니다.
이 곡을 작곡하면서 이런 글을 베토벤이 악보 위에다 써 넣었다고 하더군요. 잘 아시겠지만 굳이 해석을 하면,
Muss es sein? (그래야만 하는가?)
Es muss sein. (그래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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