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성가곡

그레고리안 성가 음악

나베가 2008. 3. 24. 15:53
                                                                                

CHANT GREGORIEN

그레고리안 성가 음악

Gloria XI[대영광송 11번 미사곡]

Agnus Dei XI[하느님의 어린양(11번 미사곡)] 

 

그레고리안 찬트를 들을 때에 우리가 받는 느낌은 다른 고전음악을 들을 때와는 확실히 다르다. 선율은 아무런 반주나 화성 없이 불분명한 가사로 이어지다 어느 순간 갑자기 끝난다. 기묘하게 흐르는 선율의 굴곡과 완전히 감정이 배제된 남자들의 양감 없는 목소리, 오래된 성당을 연상시키는 종교적인 분위기, 이런 인상들이 합쳐져 듣는 이에게 절로 신비로운 느낌을 갖게 하지만 천 오백년 전의 유럽에서는 오늘날의 민요가락처럼 친숙하게 불리워지던 선율이 바로 이 그레고리안 찬트였다.

그레고리안 찬트는 라틴어 가사를 무반주로 남성이 부르는 가톨릭교회의 미사음악으로서 교황 그레고리우스 1세(A. D 590-604 재위)에 의해 정리되었다. 그레고리안 찬트란 명칭은 그를 기리는 이름이다. 7세기 초에 그때까지 유럽지역에 구전되던 음악들을 모아 채보한 것이므로 (이 시기의 체보기법은 물론 오늘날의 오선기법과는 다르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음악인 셈이다.

그레고리안 찬트를 알기 위해서는 우선 가톨릭교회의 미사 형식을 알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그레고리안 찬트 자체가 곧 미사의 텍스트이기 때문이다. 가톨릭교회의 미사는 우리가 오늘날 흔히 보는 개신교회의 예배처럼 설교(말)가 중심이 되는 것이 아니라 선율이 있는 가락 중심으로 진행된다. 일요일에 성당에 가 보면 사제의 강론을 제외한 미사의 거의 모든 부분이 회중(또는 성가대가 대신한다)과 독창자의 노래로 이루어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엄밀히 말하면 노래라기보다는 가락이 있는 낭송에 가까운데 이 형태가 바로 그레고리안 찬트와 거의 유사하다고 생각하면 된다.

가톨릭의 의식형태는 성무일과(Office)와 미사(Missa),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성무일과는 수도원에서 하루에 정해진 8번의 시간에 정해진 순서로 기도하는 것으로 마틴스(Matins, 해뜨기 전), 라우드스(Lauds, 해뜰 때), 프리메(Prime, 오전 6시), 떼르체(Terce, 오전 9시), 섹스트(Sext, 정오), 논네스(Nones, 오후 3시)베스퍼스(Vespers, 해질 때), 콤프리네(Compline, 잠자기 전)가 그것이다. 이러한 정해진 성무일과에 의해 수도사들은 보통 오전 3시경 일어나고 콤프리네를 끝낸 뒤 오후 7시 전후해서 잠자리에 들었다. 성무일과들의 기본적인 틀은 시편을 낭송하고 회중이 찬미가를 노래하며, 그날의 과제로 주어진 성경구절을 낭송하는 것이다. 모두 기본적인 음률을 가진 가락의 형태로 불리워지는데 회중이 두 패로 나뉘어 한구절식 번갈아 노래하는 안티폰, 독창자와 회중이 교창하는 레스폰소리아, 합창의 세 가지 형태가 섞여 있다. 성무 일과중 마틴스, 라우드스, 베스퍼스 등이 가장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데 이중 베스퍼스에는 미사음악 중 유일하게 다성음악으로 불리워진 마니피카트(Magnificat)부분이 포함된다. 교회력의 절기에 따라 각각 다른 이 성무일과는 모두 2,160여가지가 그레고리안 찬트로 안티포날이라는 책에 채집되어 있고 물론 지금도 전 세계 가톨릭 수도원에서 그대로 불리고 있다.

미사는 가톨릭교회의 기본적인 제사로 그 형식은 성무일과보다 늦게 발달하였다. “Missa"란 이름은 미사가 끝날 때 사제가 하는 ”가시오, 집회가 끝났소(Ite, missa est)"라는 라틴어에서 유래한다.

미사는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하는 말씀의 전례와 그리스도 최후의 만찬을 재현하는 성찬의 전례, 두 분분으로 구성되며 의식의 중심은 빵과 포도주의 봉헌에 모든 신도들이 참여하는 데에 있다. 교회에서 미사를 행하는 방식은 두 가지이다. 하나는 사제가 낮은 목소리로 말하며 미사를 진행시키는 독송미사이고 다른 하나는 전체 미사의 진행에 선율이 붙는 장엄미사인데 이 선율의 원형이 그레고리안 찬트이다. 오랜 시간에 걸쳐 확립된 미사의 의식은 안티폰으로 부르는 입당송(Introit)으로 시작하여 참회의 말(Kyrie), 영광송(Gloria)으로 이어진다.

복음서 낭독이 끝나면 독창자와 회중이 레스폰소리아로 부르는 층계송(Gradual)과 알렐루야(Alleluia)가 뒤따르고 신앙고백인 사도신경(Credo)을 회중이 부른 후, 사제의 강론으로 말씀의 전례가 끝난다. 이어지는 성찬의 전례는 봉헌송(Offertory)으로 시작되어 기도 후에 회중의 거룩하시다(Sanctus)와 오시는 이의 축복(Benedictus)이 이어지고 사제가 빵과 포도주를 바치는 동안 주의 어린 양(Agnus Dei)이 불리워진다. 성찬식 후 코뮤니온(Communion), 사제의 기도가 끝나면 사제와 회중이 레스폰소리아로 부르는 Ite missa est로 모든 의식이 끝난다.


Introit[입당송(성목요일)]


Graduel[응송(성모축일)]


Alleluia[복음환호송 알렐루야]

성무일과와 마찬가지로 미사 역시 연중의 절기에 따라 그 가사가 달라진다. 달라지는 부분을 고유미사라고 하고 절기에 관계없이 하나의 가사로 통일되어 있는 부분을 통상미사라고 하는데 입당송, 층계송, 알레루야, 트락트(사순절, 강림절 기간중 알렐루야 대신 부른다), 오퍼토리, 코뮤니온 등이 고유미사이며 키리에, 글로리아, 크레도, 상투스, 베네딕툿, 아뉴스 데이가 통상미사의 부분이다. 오늘날에는 안티폰이나 레스폰소리아의 부분을 성가대가 부르는 경우가 많지만 옛날에는 회중이 성가대의 역할을 했으므로 종교와 일상이 분리되어 않은 상태였던 중세에 채보된 그레고리안 찬트는 그 당시의 민요와도 같은 성질을 띠고 있으리라 추측된다.


Kyrie[자비송(III)]


Kyrie XI[자비송 11번 미사곡]


Credo[사도신경]


Sanctus XI[거룩하시도다 11번미사곡]

전레의식의 순서가 확정되고 미사의 스케일이 커지면서 회중이 부르던 부분을 성가대가 대치하게 되고 14세기 이후 미사의 다성음악화가 진행되면서 작곡가들이 통상미사 부분을 작곡하여 작품화하는 경우가 늘어났다. 차츰 이러한 경향을 기능음악인 미사를 예술작품으로 변모시켰고 민중의 생활음악이던 그레고리안 찬트의 단순성은 사라지게 되었다. 실제로 바흐를 비롯하여 연주회용 미사를 작곡한 작곡가는 모차르트, 베토벤, 슈베르트, 리�, 베를리오즈, 현대의 스트라빈스키에 이르기까지 음악사에 남아있는 모든 작곡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그와는 상관없이 전 세계의 가톨릭교회에서는 매 주일마다 라틴어로 된 그레고리안 찬트가 불리워졌고 성무일과의 양식 역시 유럽 각지의 수도원에서 원형 그대로 보존되었다. 1962년의 바티칸 공의회에서 라틴어가 아닌 각국의 언어로 미사드리는 것을 허락할 때까지, 무려 천 오백여년의 긴 세월동안 그레고리안 찬트가 전 세계에서 불리워졌던 것이다. 미사가 각국의 고유언어로 바뀐 후에도 우리나라를 포함한 가톨릭교회의 모든 미사는 그레고리안 찬트의 선율을 원형으로 하고 있다. 참으로 장구한 역사 속에서 면면히 이어져 내려온 음악, 가장 오래된 음악인 동시에 가장 생명력이 긴 음악인 그레고리안 찬트에서 우리가 신비감을 느끼는 것은 차라리 당연한 귀결일 것이다.

성지주일(Palm Sunday)은 성주간의 첫째날로 다채로운 미사의식이 성격을 달리하는 갖가지 무드 속에 거행된다. 먼저 예루살렘에 나타난 메시아 예수를 축하하는 미사이다. 분위기는 일반 대중적인 축제의 그것과 같고, 그리스도의 교리에서 텍스트가 유래된 성가 ‘호산나 필리오 다비드’와 ‘푸에리 헤브라에오톰’이 불려진다.

 이 성가들은 시편 118편과 24편 성가의 낭송 후렴구로 쓰인다. 첫째 곡은 부활절 성가의 뛰어난 본보기인데, 그리스도의 부활과 그가 천상의 도시에 도착함을 찬미한다. 두 번째 곡은 ‘영광의 왕’의 수행 행렬을 종결부에서 묘사한다. 이 행렬은 성가가 불려지는 동안 계속 찬미되며, 오를레앙의 주교인 테오들프(d. 821)가 한껏 부푼 서정을 싯구에 담은 “왕이신 주님을 찬미함”의 ‘글로리아 라우스’ 귀절에서도 찬미는 계속 이어진다.

행렬은 미사와 함께 끝난다. 이것은 우리를 그리스도의 수난으로 이끌며 성주간(Holy Week)의 시작을 의미한다. 영송(tractus) '데우스 레우스 메우스‘의 형식은 아주 고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것이다. 영창법은 ’인 대렉툼 in directum', 즉 반복이나 후렴 없는 시편의 낭송이지만, 그 완성되고 정교한 수준에 있어서 이것은 보다 후세에 만들어진 것이 분명하다. 작곡은 정해진 서식에 의해 매 싯구마다 단 하나의 중간 종지부(cadence)와 한 개의 마지막 종지부를 포함하는데, 이러한 종지법은 경우에 따라 두 세가지 방식으로 바뀌기도 한다. 독주곡이나 소규모 합창에는 풍부한 장식이 따른다.

여기서 네명의 가수가 한조가 되어 부르는 교창의 텍스트는 다양하다. 텍스트는 시편 22편의 반 정도에 해당되는데, 그 자체가 그리스도의 수난을 명확하게 알려준다. 첫 번째 곡 “나의 하느님이여, 나의 하느님이여, 어찌 저를 버리셨나이까?” 는 십자가 위의 그리스도의 말일 것이며, 열 번째 곡 “저들이 나의 겉옷을 나누며 속옷을 제비뽑나이다”는 네명의 에반젤리스트에 의해 낱낱이 열거되는 에피소드일 것이다.

층계송(graduale) '크리스투스 나투스 에스트 Christus Natus Est‘는 전통적으로 성 목요일(Maundy Thuraday)에 불리워지는 곡인데 근래엔 예배의식의 변화로 성지주일에 불리는 것으로 바뀌었다. 텍스트는 계속 이어지면서 바울의 필립보서에 대해 언급하기에 이른다. 5음계의 모든 층계송이 그렇듯이, 이것은 작곡자가 레퍼토리로부터 비교적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짧은 선율의 집합체이다. 그러나 생명이 없는 잡동사니가 아니라 프레이징에 층계송의 깊은 정서와 시에 담긴 황홀한 청정함이 정력적이고 완전하게 표현되고 있다. 성 바울의 서한의 전문 발췌는 ’사도서한 인토네이션‘으로 낭송된다. 여기서 사도서한은 그리스도 찬가의 가사를 그리스도의 신성(神性)과 인성(人性), 순종과 자유라는 수난의 중심 주제로 유도하게 된다.


Christus Natus Est

이것은 더 나아가 통렬한 외침 “오 내 아버지여 만일 내가 마시지 않고는 이 잔이 내게서 지나갈 수 없거든 아버지의 원대로 되기를 원하나이다.” 로 이끈다.

우울한 응창(responsum) ‘키르쿰데데툰트’는 성지주일의 조과(matins)로 불려진다. 이보다 앞서 이사야의 일부가 고대의 인토네이션으로 낭송된다. 이 ‘고통 받는 종의 말들’은 일반적으로 미사에서 낭송되는데, 낭송을 일종의 묵상의 성가로 만들며 응창에 필수적이다.

‘트리둠 사크룸’에서 성지주일까지의 4일간은 사순절(Lent)의 마지막 며칠간이기도 한데, 성주간의 모순점들, 즉 정의로우나 고난에 천한 인간의 고독함, 신성한 사랑에의 믿음이 마지막으로 합쳐진다. 층계송 ‘액수르게 도미네’는 성주간의 월요일에 불리는데, 적들의 응징을 청하는 시편의 구절에 음악적인 호소력이 특별한, 강력한 신에의 간구이다. 성주간의 화요일에 불리는 봉헌송(offertorium) ‘쿠스토디 메’는 훨씬 더 고요하고 확신에 찬 곡이지만, “오 하느님 사악한 사람으로부터 저를 데려가소서”라는 구절엔 활기가 있다. 수요일의 영성체송 ‘포틈 메움’은 단3도 (D-F) 음정의 완강한 전개 속에 우리를 강한 비탄의 감정에 사로잡히게 하는데, 비통한 B음에 이어 높은A음에 이르면 “그러나, 오 하느님, 당신은 영원할 것입니다.”라는 거의 도전적인 탄원을 듣게 된다.

성 목요일부터 우리는 겨우 수난의 초기로 접어드는데, ‘트리투임 사크둠’의 시작과 함께 최후의 만찬이 그려진다. 몇 시간 전에 불려진 조과도 텍스트의 특성상 여기 포함된다. 인간의 고통과 치욕(‘엑세 미디무스 에움’)과 유다의 배반(‘아미쿠스 메우스’)를 내용으로 하는 두개의 응창은, 단순한 인토네이션으로 된 예레미아의 비탄을 주조로 한다.

입담송(introit) '노스 아우벰‘은 성 바울의 텍스트를 기초로 중대한 국면이 닥치리라는 선언이다. (“우리에게 구원과 생명과 부활을 주시고, 우리를 구원하고 자유롭게 하신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찬미하세”).

멜로디는 풍부하고 엄숙하지만 결코 무겁지는 않다. 이어지는 노래는 ‘글로리아’다. 이 곡은 사순절 초와 부활의 밤사이에 단 한번 불린다. 암브로시안 인토네이션에는 상당히 변화도긴 했어도 고대 라틴 교회 의식의 그레고리안 찬트의 자취가 나아 있다. 특히 주지할 점은 음절의 반복과 프레이즈를 끝맺는 종지부 사이의 대립이다.

성 요한복음에서의 세족시에 관한 그리스도 수난의 대화체 낭송 부분은 옛 인토네이션에 의한다. “예수께서 이 세상을 떠나 아버지에게로 가야할 시간이 왔음을 알았을 때”의 감정이 아주 엄숙한 톤으로 불려진다. 성가 ‘도미누스 이네수스, 포스트쿠암 세나비트’는 성 목요일의 영성체송으로 불려졌었다. 지금은 ‘만다툼 노비움 도 비비스’와 마찬가지로 세족식에 따르는 성가의 하나로 쓰인다. 다음은 최후의 만찬과 성찬식의 제정이다.

이것은 엄숙한 가스펠 인토네이션으로 낭송되는 성 누가복음이다.

마지막 두 곡은 그레고리안 찬트 중 가장 잘 알려진 곡이다. ‘판게 린구아’는 수난일에 성찬식 빵이 놓이는 임시제단으로 향하는 행렬에 따르는 곡이며, ‘우비 까리타스’는 “사랑이 있는 곳, 그 곳에 신이 있네” 라는 곡이다.

 

<출처 :사랑의 향기마을 원문보기 글쓴이 : 마리릿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