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늘 (김종제)
아무래도 내가 미늘이었나 보다 손톱 위의 갈라진 살껍질이나 나무결이 가시처럼 얇게 터져 일어선 것 거스러미라고 불리는 것 낚시 끝의 작은 갈고리에 붙어 있어 물고기가 미끼를 먹으려고 입질을 해대다 덥썩 한 번 물어 목 안쪽으로 넘기기만 하면 날카롭게 휘어진 무기에 아가미가 걸려 제 세상에서도 빠져나오지 못하는 지느러미까지 흔들며 발버둥치다 속으로 속으로 울게 만드는 내가 세상에게 미늘이었나 보다 내 입속에도 내 마음속에도 미늘이 들어 있었나 보다 너에게 했던 그 수 많은 말과 너에게 주었던 단 하나의 마음이 너의 폐부를 찌르는 미늘이었나 보다 되꼬부라진 나의 덫에 치여 빠져 나갈 수 없는 상처를 입혔다고 여태 소리치는 걸 보니 아직도 내가 너에게 박혀있나봐 더 이상 너에게 미늘이 되고 싶지 않아 너의 몸에 깊이 박힌 나를 빼낸다 나의 끝을 잘 다듬어 붉은 피 흘리는 너의 상처를 꿰매고 싶다 너를 옭아매서 찌르는 창이나 살촉 같은 미늘이 아니라 아픈 너를 치료하는 수술바늘이 되고 싶은 것이다 미늘 (김종제) Lacrimas Profundere - Morning... Gre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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