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느낌...

미늘 (김종제) -시와 음악

나베가 2007. 6. 30. 14:21
미늘 (김종제)

 
아무래도 내가 미늘이었나 보다
손톱 위의 갈라진 살껍질이나
나무결이
가시처럼 얇게 터져 일어선 것
거스러미라고 불리는 것
낚시 끝의 작은 갈고리에 붙어 있어
물고기가
미끼를 먹으려고 입질을 해대다
덥썩 한 번 물어
목 안쪽으로 넘기기만 하면
날카롭게 휘어진 무기에
아가미가 걸려
제 세상에서도 빠져나오지 못하는
지느러미까지 흔들며 발버둥치다
속으로 속으로 울게 만드는
내가 세상에게 미늘이었나 보다
내 입속에도 내 마음속에도
미늘이 들어 있었나 보다
너에게 했던 그 수 많은 말과
너에게 주었던 단 하나의 마음이
너의 폐부를 찌르는 미늘이었나 보다
되꼬부라진 나의 덫에 치여
빠져 나갈 수 없는 상처를 입혔다고
여태 소리치는 걸 보니
아직도 내가 너에게 박혀있나봐
더 이상 너에게 미늘이 되고 싶지 않아
너의 몸에 깊이 박힌 나를 빼낸다
나의 끝을 잘 다듬어
붉은 피 흘리는 너의 상처를 꿰매고 싶다
너를 옭아매서 찌르는 창이나 살촉 같은
미늘이 아니라
아픈 너를 치료하는
수술바늘이 되고 싶은 것이다
미늘 (김종제)
Lacrimas Profundere - Morning... Gr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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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소개 : 음악감상과 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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