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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깜짝 여행-안면도...밤낚시,해변,구름과 함께한 드라이브...2010.7.24~25

나베가 2010. 7. 28. 12:27

토요일...

집에 있다면 100% '소파'라는 섬에서 반쯤 드러누어 TV와 씨름하고 있을 터...

여늬 쏟아지던 빗줄기도 잠시 소강상태고 ...문득 창밖을 내다보다가...청명한 하늘을 보고는....

 "우리 어디라도 갈까??"

그러고는 단 10분만에 준비완료....차에 몸을 싣고 행선지를 정한다.

 

사실 준비랄것도 없다.

울 남편이 좋아하는 낚시도구와 세면도구는 항상 차에 실려있고, 나야  갈아입을 옷가지와 CD만 한가득 챙기면 되니까....ㅎㅎ

 

어디로??

'안면도??'  "거기도 좋고..."

'강화도??'  "거기가 가긴 더 쉽지~ 아무래도 차가 덜 막히겠지??"

그러자~

"근데 안면도 가면 해안가를 주~욱 ~ 돌아보는 재미가 있을텐데...."

"에잇~뭐얏~~"

강화도로 가려고 했던 차선을 얼른 바꾼다.

 

자유로로 들어서자 예상했던대로 도로는 주차장을 방불케했다.

"뭐얏~ 벌써 이렇게 막혀?"

"그럼~애들 방학했잖아~ 완전 바캉스시즌. 천천히 가자~ 난 그냥 차에 타고 음악만 듣고 있어도 좋다 뭐~"

 

사실 난 도로가 막히는것에 그리 스트레스를 받지않는다.

차가 막히지 않으면 스피드광인 울 남편....죽어라고 밟는 통에 제대로 대화도 나눌 수 없는데, 차가 막히면 음악듣기도 더 좋고, 이런 저런 얘기도 여유자작 즐길 수 있으니까....ㅎㅎ

하긴 운전하지 않는 자의 괴변일지도.....ㅋㅋ 

 

외곽 순환도로로 들어서 항상 체증을 유발하는 부천,중동지구를 벗어나니 의외로 또 차가 없다.

"이상하네~ 차가 왜 이렇게 없지? 역시 여름 휴가는 동해안 인가부다~다들 동해안으로 갔나봐~

 아니다~ 다들 해외로 나갔나?? 올해 경기가 좋아져서 한동안 뜸했던 해외 여행이 붐을 이루어 비행기표 구하기도 힘들다던데..??"

 

"빈부차만 심해진 거지~"

 

"차암~ 그런데 진짜 경기가 좋아졌어? 경기가 좋아졌으면 회사에서 보너스도 팍 팍 주고 그래야하는거 아닌 

  감??"

 

이런 얘긴 여행을 떠나면서 할 얘기는 아니다. ㅎㅎ 난 화제를 얼른 돌렸다.

"우와~ 서해대교닷~ 단순한데도 항상 지날때 마다 멋지단 말야~ 사진을 찍어줘야징~"

 

 

 

 

 

 

이후 우리 시야에 펼쳐진 하늘의 풍광은 그야말로 느닷없이 여름휴가로 지급받은  특별 보너스였다.

저녁즈음 서해안 고속도로를 달리자면 떨어지는 일몰이 여유로운 도로 풍경과 맞아떨어지며 환상적인 드라이브코스를 제공한다.

도로가 높아서 마을은 저만치 아래로 보이고 하늘만이 시야에 펼쳐져 마치 하늘 길을 향해 달려가는 것 같기도 하고....진한 코발트 빛과 함께 붉게 물들어 가는 해안 풍경은 그야말로 매혹적이다.

오늘은 며칠 동안 쏟아졌던 장마 비로 인해서 하늘이 선사하는 그 풍경이 그 어느때 보다도 환상적이었다

 

 

 

 

 

 

 

 

 

 

 

 

 

 

 

 

 

 

 

 

 

 

 

 

 

 

 

 

 

 

 

 

 

 

 

 

 

탄성을 잠시도 멈출 수 없이 질러대며 연신 셔터를 눌러대다 보니 어느새 태안반도 표지판이 눈앞에 나타났다.  

 

 

 

 

 

 

 

 

 

TV와 씨름하다 느즈감치 출발했기에 안면도에 도착했을 때는 벌써 어둠이 섬을 장악한 뒤였다.

"팬션을 잡을까?? "

사실 우리나라에서 팬션이 가장 많다는 안면도에는 팬션이 500여개나 된다고 한다.

아닌게 아니라 해안가를 비롯 나즈막한 산 구릉에는 그림같이 아름답고 예쁜 팬션들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맘에 드는 팬션 찾아 드라이브(?)하는 재미도 나름 있다는....ㅎㅎ

 

고기와 조개류를 사다가 팬션에서 바베큐를 해먹을까 하다가 너무 늦어 일단 바다에 왔으니까 회를 한사라 먹기로 했다.

인상좋은 아저씨가 손짓하는 집으로 들어가 자리를 잡고 메뉴판을 펼쳐들곤 얼마 전 친구들과 일찌감치 동해안으로 휴가를 갔다온 아들녀석이 한 말이 생각나서 웃었다. 

 

"바다에 가면 회가 더 싸야하는것 아녜요??"

 

메뉴판에 적힌 횟값은 둘이 먹기에도 가장 싼게 7만원....

그러니 한창나이에 혼자서도 한마리는 넉히 먹을 청년들이 떼지어 횟집으로 들어가서 메뉴판을 보고 놀랐을것이 생각나서 웃음이 절로 나왔다.

우린 웃으면서 아들녀석이 한 말을 되집으며 회를  싱싱하고 싸게 먹기엔 좋은 뷔페에 가서 먹는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해물뷔페가 아니더라고 4~5만원정도 하는 뷔페에 가면 다른 맛있는 것은 물론 싱싱하고 맛있는 회를 종류별로 실컷 먹을 수 있는데.....ㅉㅉ

 

'그래도 회는 바다에 와서 먹어야 한다'고 결론지었다.

바다엔 회를 먹으러 오는 것이 아니라 바다를 가슴에 품으려 오는것이니까....ㅋㅋ

 

 

 

 

 

배가 고팠던 터라 스끼다시가 나오는 대로 족 족 집어먹은 터....이젠 배가 불러 정작 회를 못먹을까봐서 

이것 저것 못먹게끔 비켜놓고 있는데, 이게 왠.일.인.가!!

전복을 비롯한 온갖 어패류 횟감 10여종이  우리앞에 펼쳐지는 것이 아닌가~

'오옷~ 이게 다 뭐야욧!! 이걸 진작에 줘야지. 우린 벌써 배가 부르려고 하는뎁~ㅠㅠ'

ㅋㅋ

그래도 뜻하지 않은 어패류의 성찬에 우린 배가 부른 안타까움 보다는 기분이 더 좋아져서 또 신나게 먹었다.

 

 

 

 

 

 

드디어 싱싱한 횟감이 우리앞에 차려졌다.

아무리 배가 부르다고 해도 종류가 다르면 죽기살기 먹는다.

아니, 들어가는 곳이 다 다르다고 먹으면 또  배부른 지 모르고 다 들어간다. ㅋ~

 

 

 

 

 

바다에서의 프롤로그로 일단 회를 먹고....

도저히 매운탕은 먹을 수 없다고 하니 팬션에 가서 먹으라고 포장을 해 주신다.

팬션에서 밥을 해 먹을 생각이 전혀 없었지만 우린 느닷없는 절약정신이 발동,,,수퍼에 들러 햇반하고 라면....등을 사들고 지난 번에도 갔었던 '호숫가의 집' 팬션을 찾아갔다.

 

깜깜한 어둠속에  프러시안 블루빛으로 펼쳐진 호수의 정경은 그야말로 샹그릴라에 온것 같은 착각이 일 정도로 매혹적이었다. 

우린 그 순간 그 광경에 매료되어 팬션으로 들어가려던 계획을 포기했다.

남편은 당장 낚시를 펼쳤고, 나는 그냥 차에 머물러 음악을 들으며 남편과 차를 왔다 갔다 하기로 했다.

 

 

 

 

 

 

하늘에서는 별이 쏟아지고....낚시꾼들이 담가놓은 낚시대 찌의 불빛들이 너무나 매혹적이라 카메라에 담고싶었지만 카메라에 대한 지식 영점의 실력으론 잡을 수가 없었다.

안타까운 맘에 후뢰쉬라도 터뜨려 볼까...생각이 들정도...

하지만 야경이 후뢰쉬를 터뜨리면 전혀 그 느낌이 나오지 않는다는 것쯤은 나도 알고, 또 낚시터에선 불빛을 터뜨리면 매너 빵점으로 비난의 대상이 되기때문에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한참을 넋을 잃고 그곳에 그대로 서 있었다.

사실....그대로가 가장 최선...최상의 행.복.이었다.

 

낮에는 결코 느낄 수 없은 밤이 주는 촉감과 동물적 근성이 최고점에 오른 청각....

인위적인 모든 것들은 어둠이 덮어버리고 신이 만든 형상의 이미지만이 있는 그 풍경과  아직 해를 만들지 않았을때의 푸르스름안 신비의 빛깔만이 존재하는....

 

얼마나 그러고 있었을까.....

따뜻한 커피 한잔이 너무나 그리웠다.

버너와 코펠 하나도 없는 당신은 진정한 낚시꾼이 되려면 아직 멀었다고....타박을 한 껏 하고는 잘 풀리지도 않는 커피를 찬물에 넣고는 대충 휘저어 한 잔 마시고 차에 들어갔다.

 

의자를 끝까지 재치고....

썬 루프를 열고....

자동차 LCD모니터 불을 옷으로 가리워 차안을 깜깜하게 해놓고.....

오페라 아리아를 듣는다.

그야말로 천상의 아리아들이 온몸에 퍼져들며 노곤 노곤....온몸을 녹아내렸다.

 

적어도 이 순간....

삶이 이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다.

몸에 깊숙이 베어들었던 모든 찌들음이 하나 둘 녹아 온 몸이 그야말로 순수한 신비체가 되어가는것만 같다.

 

 

 

<이 사진은 새벽...어둠이 마악 거치기 시작할때 찍은 사진....>

 

 

그렇게 밤은 순식간에 지나갔다.

다른 사람들의 소근거림도....

남편옆에 있던 사람이 텐트속에서 잠자며 내는 코곯음 소리도....

밤새 수초속에서 산란을 할려고 퍼덕이는 물고기들의 소리도...

어느것 하나 이 분위기에선 아름답고 매혹적이지 않는 것은 없었다.

단지 쬐끔 부족한것이 있었다면 제대로 손맛을 느낄 수 있었던 큰 붕어를 못잡았다는 것!!

그러나 수없이 많은 작은 물고기들이 물어 올려준 환상적인 찌올림은 밤새 볼 수 있었다는 것!!

 

 

 

 

 

 

몇개의 CD를 들었을까...

밖으로 나오니 어느 순간 또 잔뜩 가렸던 구름이 걷히면서 하늘엔 은하수 처럼 별빛이 쏟아져 내렸다.

어느별이 북두칠성인지....연신 찾아헤메다가 별을 찾아 길을 떠난 다른 사람들이 신비체로 느껴졌다.

도대체 아무리 봐도 모르겠구먼 어떻게 별을 따라 길을 찾는다는 거야~ㅠㅠ^^

 

남편이 이젠 바다로 가자는 말에 나는 펄쩍 뛰며 만류했다.

"아이고~~서방님~~낚시터에선 어둠이 걷힐때가 가장 환상인데 어딜 가염~  더 하세염!!" ㅋㅋ

나는 이 환상적 풍경을 감상하기 위해 남편의 자리 위 도로가에 내 공주마마 의자를 펼치고 앉았다.

 

 

 

<내 공주마마 의자/큰 물고기 한마리 못잡고 밤새 잔챙이들과 사투를 벌이며 밤을 꼴딱 샌 남편이 이젠 힘이 드는 지...내 의자를 강탈해 앉아있다. ㅋㅋ 나중엔 낚시도구를 걷고 남편의자를 나란히 놓고 앉아 새벽녘 동틈을 느꼈다.>

 

 

 

어둠이 걷히며 호수 한켠 빼곡히 피어있는 연꽃의 향연이 펼쳐졌다.

밤새 이 아름다움을 카메라에 담을 수 없어 안타까웠던 나는 연신 셔터를 눌러대느라 신이났다.

 

 

 

 

 

 

 

 

 

 

 

 

 

 

 

 

 

 

 

 

 

 

 

 

 

 

 

 

 

 

베르디의 <라 트라비아타> 중에서 비올레타의 아리아
'안녕, 지난날의 찬란한 추억이여'
Giuseppe Verdi (1813 - 1901) / '
from La traviata (Act III)
Royal Philharmonic Orchestra
Conducted by Aldo Cecca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