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뉴질랜드(2009.1)

50.호주,뉴질랜드/마지막-시드니 야경투어...

나베가 2009. 1. 30. 07:11

 

공식적인 여행의 모든 일정은 끝났다.

그러나

나와 이수에겐 아직 시드니 야경 투어가 옵션으로 남아있다.

4인 1조로 투어가 결정되지마는 일행중 이 투어를 신청한 사람은 우리 둘외엔 아무도 없었다.

우리는 정해진 금액을 둘이서 다 내고 투어를 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고맙게도 미자 언니네가 우리랑 합류하기로 해서 얼마나 고맙고 신이 났는 지....

 잊지못할  우리만의 마지막 투어는 이렇게 시작되었다.

 

 

호텔에 잠깐들러 배터리도 좀 충전하고 외투를 걸치고 우린 로비로 내려갔다.

벌써 우리를 에스코트 해줄 승용차는 와 있었다.

버스 투어가 아닌 승용차 한대에 네명만이 타고  해안가를 달리는 기분은

 비단 그것이 밤이 아닐 지라도 전혀 느낌이 다르게 와 닿았다.

 

와아~~

정말 근사하다!!

해안가 도로를 달려 하버브리지에 도착하니 어느사이에  노을이 뉘엿 뉘엿 들고 있었다.

 

 

 

 낮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

피부에 와 닿는 느낌....

 

정신없이 카메라 셔터를 누르고 싶지만

우리들 디카는 모두 배터리가 간당 간당해서 함부로 막 찍어댈 수가 없었다.

이렇게 안타까울 수가.....

하지만 그 안타까움은 더 큰 아름다움으로 승화되 우리들 가슴속 깊이  새겨넣게 되었는 지도 모른다.

 

 

어두움은 빠른 속도로 다가왔고

그만큼 노을의 농도는 짙어져만 갔다.

 

 

 

 

주변에 하나 둘씩 번져지는 불빛들.....

그 빛이 야경으로 유명한 다른 나라들하고는 달리 휘황찬란 화려하진 않지만

그 소박함과 우아함이 나는 너무나 아름답게 느껴졌다.

 

 배터리를 아끼기 위해서 서로가 함부로 사진 찍지 말자고....그렇게 약속해놓고

살그머니 난간에 올라가 그 조약(?)을 깨뜨린건 나였다.

 

 

 

 

 아~~들켰다~

"배터리 없다면서요~~~~"

 

그러면서 노을의 농도가 극점까지 올라가길 기다린 가이드는 우리에게 줄서라고 손짓을 한다.

야경사진을 찍기위해 삼각대를 설치하고....

가이드에게 내민 카메라가 째끄마한 일반 디카인걸 보고는 실망한 눈치....

 

'요즘엔 다들****카메라들 쓰던데...'

 

 오페라 하우스가 정말 청초한 빛을 발하고 있다.

그 우아함이 정말 압권이다.

휘황찬란.....오페라 하우스 건물만 반짝 반짝 톡 튀어나오지 않아서 얼마나 다행인가!!

 

 

 

사진을 몇장 찍어주고는 우리에게 자유시간을 주었다.

우린 해변가를 거닐면서 시드니항의 아름다움에 푸욱 빠져들었다.

 

그리고

배터리를 아껴가면서 하버브리지 반대편에 서서 사진을 찍어 보려고 애썼다.

야경의 맛을 살리려 삼각 받침대 없이 후레쉬를 안터트리고 야경사진을 찍으려니

마치 수전증에 걸린 사람마냥 계속 흔들려 도저히 촛점이 맞질않아  카메라 작동이 멈추곤 하는 것이었다.

 

 

 우릴 멋지게 찍어 주려던 미자언니 남편은 너무 신경을 써 되려 더 흔들려서

온갖 폼을 다 잡고 기다리다 지친 우리들은 결국 배꼽을 쥐고 웃음보를 터뜨리는 것으로 사진찍기를 대신했다.

 

아~~

정말 기분좋음은 그 어떤것도 다 기분좋음으로 연관된다.

사진을 못찍고 있는데도 이렇게 재밌고 행복하다니....

 

 

배터리가 금방 나갈것만 같아서 서두르니 더 흔들리는 것만 같다. ㅎㅎ

 

 

 정면이 아닌 하버브리지 반대편에서 보이는 오페라 하우스의 느낌이 더욱 더 우아하다.

백색 타일이 빛을 발해서 그런것 같다.

 

 

약속시간에 다시 가이드와 합류...하버 브리지입구까지 승용차로 옮겨가서 우린 또 헤어졌다.

다리가 불편한 가이드는 차량으로 하버 브리지 반대편에서 우릴 기다리기로 하고

우린 하버브리지를 걸어서 건너기로 했다.

 

'와아~~저 멋진 다리를  건넌단 말이쥐~~~'

 

다리 위는 최소한의 조명만이 비쳐 그야말로 칠흙같이 까만 어둠....

그리고 적막과 고요가 우리를 엄습했다.

이렇게 유명한 곳이거늘...어쩌면 이렇게 사람이 없는걸까...

미자언니네가 함께 했으니 다행이지 그렇잖음 무서움에 감히 이 다리를 건널 수 없었을것만 같았다.

 

하긴...

우리는 그냥 다리 가장자리로 마치 인도처럼 따로 분리해 놓은곳을 걸은것이고

낮에는 따로 경비를 내면 다리 철골조의 아치를 따라서 걸을 수 있다고 한다.

매우 비싸지만...

 

 

 

다리위를 걸으며 난간 사이로 내려다 본 시드니항의 아름다움은

밑에서 보는 것과는 또 다른 아름다움이 가슴을 벅차게 했다.

특히 오페라 하우스는 기인 다리를 건너는 동안 매 순간 다른 형태, 다른 색깔,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정말 매혹적이었는데....

카메라로 잡히질 않는다.

 

 

반대편에서 우리를 기다리던 가이드와의 만남이 이렇게 반가울 수가....ㅎㅎㅎ

차량으로 우린 또다른 아름다운 조망권을 찾아왔다.

언뜻 같은 장소같지만...이 곳은 아까와는 반대쪽, 다리를 건넌곳이다.

역시 삼각받침대를 쓰고 찍으니 사진이 단번에 잘 찍힌다.

ㅋㅋㅋ

 

 

 

 영상물이나 사진으로 찍혀나온 그 자리....

시드니 오페라하우스의 조망권이 그만이다.

 

에잇~

줌으로 당겨서 오페라 하우스 건축물만 하나 찍어달랠걸~

 

그저 이 밤에 우리들만이 나와서 아름다운 항구를 가슴에 담고 있다는 흥분에  다른것은 생각할

여력조차 없었던 거 같다.

폼잡고 사진 찍으며 웃고 또 웃고...매순간 행복에 겨웠을 뿐...

 

 

 

깜깜한 어둠속에 아스라이 빛을 받고 우뚝 솟아 있는 야자수가 근사하다.

그냥 갈 수 없지~

 

"아저씨...저 야자수를 배경으로 하나 찍어주세염~"

 

 

이제 야경투어도 마지막 코스.....

근사한 까페에 가서 맥주 한잔 하는것이다.

 

"분위기 있는 곳으로 데려다 주세염~~"

 

 

가이드가 처음 우릴 안내하려던 곳은 문을 일찍 닫아 버려서 전면이 유리로 시드니 항이 훤히 내다보이는 넓직한 Bar로 갔다.

늦은 시간이라 그런 지,,,,여름철 주말인걸 생각하면 정말 Bar에도 사람이 없이 조용했다.

 

나는 카프치노를 ....

다른 사람들은 가장 비싸다는 맥주를 마셨다.

단체 여행으로 와서 옵션투어를 하고 있다는 생각은 저만치 날아가 버리고

너무나 다정다감한.... 마치 한 가족이 주말나들이를 나온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가이드는 이곳으로 17살때 이민을 왔다고 한다.

그리고는 이곳을 단 한번도 떠나 본적이 없다고 하니...허걱!!

 

나이는 30대 후반이었나??

암튼, 결혼한 지는 얼마 안되고...

한국말이 약간 어눌한감이 있었지만,  그의 모습에서 베어나오는 순수함과 소박함,성실함이...

방금 전에 만난 낯선 이방인이란  벽을 허물어 버린 지 벌써.... 

 

우린 그렇게 작은 속내들을 터내며 시드니항에서의 밤을 보냈다.

 

 

 어쩌면 우리들 모두 같은 맘이었는 지 모른다.

시간은 흘러 정해진 투어시간을 저만큼 지나고 있었으므로....

글쎄....

내일 아침 일찍 한국행 비행기를 타지 않는다면...흐르는 시간을 그대로 멈춰놓고 더 앉아있지 않았을까???

 

 

 정말 아쉬운 발걸음을 내 딛고 있다. (Bar에서 나오는 중..)

 

와우~~ 정말이지 이젠 떠난다.

아니, 집으로 돌아가는 거지~

왜 이렇게 아쉬울까....

아무리 여행일자가 길어도 딱 하루.....딱 하루가 부족한 건....

이놈의 방랑벽 때문일까....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 그동안 밀린 일까지....나를 기다리고 있는것이 그리운 가족말고도 너무나 많은것이 있기에...ㅠㅠ

 

 

이곳 저곳에서 우리의 시드니 가이드 붙잡고 사진 찍느라 난리다.

 

"사람들이 제가 무슨 유명인사인 줄 알겠어요~ㅋㅋㅋ"

 

"유명 스포츠 인사잖아요~ 한때 3년간이나 세계 검도 선수권 대회 챔피온을 거머쥐었던 우승자!!"

 

정말 멋지고 매력이 철 철 넘쳐나던 끼많은 가이드였다.

아니...38살 나이에 이제사 6개월된 어린 아들을 두고 행복에 겨워

처음 만나던 그 순간부터 입이 귀에 걸려있던 행복맨이었기에

그의 그런 모습만으로도 우리를 행복에 전염시켰던 남자!!

 

오승철 가이드

 

늘상 바깥경치와 음악에 심취해 가이드 말은 잘 안듣는 불량관광객인 나를...

시드니에서 머무는 3일내내 그의 말에 귀기울이며 함박웃음을 짓게 만들었던...

 

기억조차 없는 수많은 가이드들 중...어쩌면 가장 기억에 오래 남을 사람인 지도 모르겠다.

 

 

 시드니에서의 마지막 촬영!!

이별이....

 

아니, 여행에서와는 또다른 모습으로의 만남이 어쩌면 기다리고 있을 지도 모르는 일이다.

아니,  삶에서 최고로 행복했던 가장 예쁘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멈춰진 채...

  그렇게 내 삶의 끝자락까지 만나게 될것이다.



 

 
Secret Garden의 Adagio- Swan / 신영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