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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남겨진 생이 3일밖에 없다면-

나베가 2006. 4. 27. 00:46

얼마전 여행이 하고 싶어 yes24를 통해 여행관련책을 포함해서 8권이나 샀다.

배를 쭈욱 깔고 딩굴딩굴 누워 배가 고플때까지 책을 보다가, 뭐좀 먹고, 또 졸리면 자고....

이 여름...

신선노름이 따로 없다는 생각이 잠깐씩 스쳤다.

그즈음 남편이 책을 한가득 가지고 와서는 빨리 읽으란다.

이젠 마음이 조금은 급해졌다.

읽을 책이 많아서 행복하긴 한데, 웬지 여유로움을 빼앗긴것 같은 느낌이다.

무엇이든 부족한듯 해야 좀더 깊이 음미를 할 수 있다는 깨달음이 왔다.

 

어쨋든 '이희수'의 '지중해 기행'을 읽다가 급한책부터 보기로 ...

제목에 호기심이 생겨서 집어들었다.

 

"나에게 남겨진 생이 3일밖에 없다면"

 

17명의 작가들에게 이 제목을 주고 모은 글을 펴낸것이다.

어쩌면 너무도 의미심장하고 또 한편으론 한없이 슬픈제목이기도 한데, 풀어쓰기나름으로 너무 웃기고 재밌어서 큰소리를 내고 웃게도 만들었고, 어느글은 너무도 아름다운 시어들때문에 차라리 죽음이 아름다웠던....

그러나 하나같이 죽음을 앞두고 한 일들은'자아를 찾아 떠나는 거'였다.

모든 끈을 놓아 버리고, 가장 원초적인 자아를 찾아서....

모든것에 너그럽고, 모든것에서 자유롭고, 모든이를 용서 하고, 가장 원초적인 것들...

그리움-그리운 사람, 그리운 곳을 찾고, 가족의 소중함을 깨우치기도 하고.....

 

우리는 이렇게 사흘만에 다 정리를 할 수도 있는 이렇게 단순한 인생을 그렇게도 어렵고 ,힘들게 살아가고 있는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처럼 갑자기 쓰러져서 가는 사람이 많은걸 보면서....

그렇담 단 한번도 정말 자기가 원하는 것을 해보지 못하고 갈수도 있다는 ...

죽는 그 순간까지도 훌훌 털어버리고 편안한 맘으로 떠나지 못할수도 있다는...

 

아니다.

설사 제명을 다하고 떠난다 해도 사흘앞의 자기생을 바라볼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이들도 살아있기때문에 이렇게 나름대로 정리를 하는 ...어쩜 이 모든것들이 단지 글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들인지도 모를일이다.

이미 매일 매일 살아온 삶의 연속일 뿐으로... 어찌할것인가.

훌훌 털어버리고, 이제껏 억척스럽게 잡았던 끈을 놓아버린다는게 그리 쉽지 않은 일일진데...

어짜피 세상 모든것들과 뒤엉켜진 ...나혼자만의 삶이 아니었기에 . ....

결국은 그냥 살던대로 모든것 다 끓어안은채 그렇게 가버리지 않을까..

자기 자신을 제대로 추스릴수도 없는 상태로 세상을 떠날텐데...

수시로 냉철하게 이 화두에 대해서 깊이 묵상해보고, 그렇게 생이 3일밖에 안남은 날처럼 살아 그 것이 내삶의 근간을 이루어야지.....

진정 죽음을 앞에 두고 자기가 늘 살아오던...경험한것 말고 무슨 더 의미있는 행동을 하게 될까?

이 화두를 생생하게 살아있는 우리들에게 던진 이유도 여기에 있을것이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내게 3일이 남았다면....

그리운 사람들을  만나고,여행을 하고싶다는...단순한 생각이 들었다.

 

남편에게 물었더니....

하긴 뭘하냐고...이대로 그냥 사는거지...한다.

어떻게 그러냐고...그랬는데, 책을 다 읽고 생각해보니 그렇다.

3일밖에 안남았는데...무슨 하고싶은 것을 하겠는가!

그리운 사람...만나고 싶어도 만나지지도 않을뿐더러, 설사 만난다 해도 그 오랜 시간동안의  틈을 무엇으로 메워 소통을 이룰 수 있겠는가...

아니, 오랜동안 잊었던 나를 찾을 수 있을까??

그래서 나 자신도 모르게 쌓였던 평생의 서글픔들을  한순간에 조금이라도 녹여 버릴수 있을까 ...

부질없다고 느껴졌다.

 

매일을 열심히 살고, 그리고 죽을때는 지금의 삶의 모습 그대로 ...자기가 이제껏 살아온만큼..그거나마 정리하고 그렇게 가게 될것이다.  

 

"세상의 덧없음을, 혹은 공의  매혹을 얼마쯤은 알고 있었겠지요. 그래서 나는 지금 이 순간을 사랑하고, 지금 이 순간을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이 되었을 터입니다. 우리가 산다는 것은 언제나 지금 이순간을 사는것이지요. 지금 이 순간 밖에 내 삶은 없습니다. 그러므로 잘 산다는 것은 지금 이  순간 속의 빛과 그늘, 땅과 나무들의 냄새, 그 안에 함께 있는 사람들을 충만하게 끌어안는 것입니다. 지금 이 순간을 '꽉' 끌어안지 않는다면 어떤 삶도 제대로 사는 것이 아닌 것입니다."   -장석주 : 집.196P -

 

"어쩌면 따뜻한 봄날 흙속에 묻혀 글 한줄 읽는 것이야말로 가장 황홀한 경계일 수도 있는 것이다. 해서 나는 내 글 보따리를 챙겨 한줄 한줄 읽고, 한권 한권 책을 챙긴다..........새로운 사람들과만나 얘기하고 삶의 진정성이 무엇인가에 대해 갑론을박하게 해주었던 소통로였다.해서 글이란 , 무용지물인거 같으면서도 꽃밭보다 아름다고 광활한 사막보다 넓은 것이다. 해서 글이란, 하늘일 수 있고 땅일 수 있는것이다."

 

"그렇다. 사흘 중의 이틀을 나는 추억 속으로 여행하는 일로 보낸다. 산을 오르는것도, 내 글을 읽는 것도 하나의 여행이다. 아니, 살아 있는 시간 동안의 모든  행위가 여행이다. 맞다. 여행이 모든 삶의 근간을 이룬다는 말은 온당하다. 내 글을 읽는 행위 역시 하나의 여행이다. 내 글속에 내가 있고, 내가 가고 싶었던 정신의 착륙지가 거기에 있다............내 글이 있어 오늘 나는 행복했다."

-임동헌 : 산. 소설. 골프채널 140P , 141P -

 

" '나'란 '나 아닌' 것들로만 이루어져 있어서, '나 아닌' 것들의 변화에 따라 '나'란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하는 '무정체의 정체'라..."       

           -구효서: 오늘은 오늘 아닌 것들로만 이루어져 있다. 18p -

 

"꼭 사랑한다고 해서 함께 길을 가야 하는 법은 없다. 그토록 사랑해도 애정은 슬픈 것이다. 조금씩 닳고 변한다는 것이. 흰 속내의를 오래도록 입어 정겹지만 조금씩 낡아 서글퍼지듯이....

인생의 많은 만남들이 얽히고 설켜 거대하고 단단한 실타래처럼 지구를 이루고 있는 것이리라. 때론 감당하기 힘든 피로감을 느끼며 울고 웃고 사랑하며 우리는 지구를 굴려 가고 있다.

별 탈 없이 하루가 지나가주면 고마운 거다. 서로가 잘되길 기원해주는 마음이 이심전심으로 가 닿으면 즐거운 거다. " -신현림: 금지선 앞에서 멈춰서다. 68p , 69p -

 

정우영시인의 '울음을 찾아가는 숲속' 

문장마다  기막힌 시어로  너무나 아름다운 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