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후기-클래식(2009년)

서울시향의 뉴 웨이브 시리즈 IV/11.29.일/예당

나베가 2009. 11. 29. 12:55

 

서울시립교향악단 정기연주회
서울시향의 뉴 웨이브 시리즈 IV

 

서울시향의 뉴 웨이브 시리즈 IV

 

세계 성악계를 이끌 차세대 검은 디바, 미샤 브뤼거고스먼

글 : 이창송 (음악칼럼니스트)/펌:월간 spo웹진

흑인들이 지닌 음악적 감수성은 백인이나 동양인들과는 남다른 데가 있음은 분명하다. 흑인들이 창조한 음악 예술들이 현대의 음악계에 끼친 영향 정도를 곰곰이 생각해보면, 과연 흑인음악 없이 ‘오늘날의 음악’이라는 것이 존재할 수 있었을까라는 의문마저 들 정도이다. 일단 서양의 대중음악은 흑인음악 없이는 존재할 수 없었을 것이다. 서양 대중음악의 원류를 따져 들어가면 그 뿌리에 흑인들의 블루스가 있기 때문이다. 록 음악이 백인들의 컨트리 웨스턴과 흑인들의 블루스를 뿌리로 하고는 있다지만, 절대적인 영향은 당연히 블루스로부터였다. 서양의 고전음악 역시 20세기에 접어든 이후에는 흑인 음악의 영향을 상당 부분 받았다. 바로 재즈라는 장르의 영향 때문이다. 대중음악에 끼친 영향도 크지만, 사실 재즈는 20세기 현대음악가들이 가장 즐겨‘차용’하던 음악 영역이었다. 특히 현존하는 현대 음악가들 사이에서 재즈는 더 일반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그러한 현상은 영미권의 젊은 현대음악가들에게 더 그렇다. 결국, 흑인 음악의 영향에서 자유로운 음악은 19세기까지의 서양 고전음악과 20세기 재즈에 영향받은 현대음악을 제외한 현대음악밖에는 없다.

흑인 성악가들, 특히 여자 성악가들에게는 분명 유럽을 중심으로 한 백인 성악가들과는 무언가 구별되는‘뛰어남’을 발견할 수 있다. 마치 그것을 어떤 걸 불러달라고 요구해도 흐트러짐 없이 최고의 노래를 들려줄 수 있을 것 같은‘동물적 음악 감각’이라고 표현한다면 지나친 칭찬일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그들이 불러주는 음악의 특별함은 분명히 유별난 데가 있었다. 노먼이나 헨드릭스, 그리고 배틀과 같은 선배 흑인 여류 성악가의 계보를 잇는, 오늘날 가장 주목받고 있는 흑인 여성 소프라노가 있으니, 그녀가 바로 미샤 브뤼거고스먼이다.



흑인 문화를 잘 표현하는, 잘 나가는 흑인 성악가

브뤼거고스먼은 올해 32세의 캐나다 출신의 소프라노이다. 아마도 현재 활약하는 흑인 성악가 중 가장‘잘 나가는’가수일 것이다. 그는 DG라는 거대 음반사의 호위를 받는 아티스트이고, 영미권의 메이저 포디엄의 초청을 다 소화하지 못해 힘들어하는 인기 성악가이다. 그녀의 조상은 1780년경 캐나다의 프레데릭튼에 정착한 흑인들이었다. 그녀의 고향이 여전히 프레데릭튼인 것을 보면, 그녀의 흑인 조상이 대대로 그곳을 벗어나지 않고 살아왔다는 것을 알 수 있고, 그렇다면, 그녀는 자연스레 흑인 문화를 뼛속 깊이 체감하며 자라왔을 것이다. 여느 북미의 도시들에서와 달리 200년 전의 이주한 흑인들의 문화가 여전히 살아 숨 쉬는 지역에서 유년 시절을 보낸 그녀는, 고향에서 침례 교회의 성가대를 통해 노래를 본격적으로 부르기 시작했으며, 최초의 성악 수업은 그때부터 프레데릭튼에서 시작되었다. 성악적 재능이 남다름을 간파한 그녀의 부모는 그녀를 보다 큰 캐나다의 지역인 뉴 브런즈위크로 보내어 그 지역의 소프라노였던 웬디 닐슨에게 배우도록 했으며, 이후 토론토 대학으로 진학하여 본격적으로 성악 수업을 받기 시작했다. 대학 진학 후, 그녀에게 온 큰 기회는 바로 캐나다 작곡가 제임스 롤프의‘베아트리체 첸치’라는 현대 오페라의 주역, 베아트리체 역을 맡게 된 것이었다. 영국의 극작가 셸리의 동명 소설을 현대판으로 각색한 대본을 기반으로 제작된 오페라였는데, 이 작품에서 그녀는 악마적으로 친딸을 성폭행하는 아버지 프란시스 첸치를 살해하는 비극적 배역을 놀라운 연기력과 뛰어난 가창 능력으로 캐나다 언론으로부터 극찬을 받았다. 이후, 브뤼거고스먼의 음악적 커리어는 최고의 성악가들의 스무 살 시절 프로필에 견주어 전혀 손색없는 행보로 채색된다. 토론토 심포니와 몬트리올 심포니와 같은 캐나다의 메이저 오케스트라에 데뷔했으며, 신시내티오페라에서‘엘렉트라’,‘ 투란도트’의작품의 주역으로 호평을 받았다. 브뤼거고스먼이 캐나다와 미국을 뛰어넘어 유럽 무대에까지 음악적 영역을 넓힐 수 있었던 것은, 토론토 대학을 졸업하고, 독일의 뒤셀도르프에 있는 로베르트 슈만 음대로 이동하여 성악 수업을 계속한 덕분이었다. 그녀는 독일에서 공부하면서, 독일의 큰 무대에 설 기회를 얻었는데, 대표적인 것이 헬무트 릴링이 이끄는 국제 베토벤 음악제였다. 그녀는 독일에서 정통 고전, 낭만 레퍼토리를 집중적으로 공부했으며, 노먼이나 헨드릭스와 같이 순수한 고전음악 성악가로서의 커리어를 탄탄하게 다질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이러한 그녀의 노력은 최고의 연주자들과 함께할 수 있는 기회를 계속 만들 수 있었다. 특히 벨저-뫼스트가 이끄는 클리블랜드 오케스트라와 베토벤 교향곡 9번 연주의 소프라노 역을 맡으면서 본격적으로 DG의 아티스트로 활약을 시작할 수 있었고, 작년에는 쇤베르크와 사티의 캬바레 송 작품집, 'Surprise’를 발매하면서 그녀의 존재를 음악계에 크게 알렸다.

최근 빡빡한 일정 때문에 초청하기 쉽지 않은 브뤼거고스먼의 능력을 서울시향 무대에서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은 서울시향의 팬들, 더 나아가 국내 성악 팬들에게는 큰 행운이 아닌가 생각한다. 더군다나 그녀가 노래할 작품이 라벨의‘세헤라자드’라니, 겨울로 넘어가는 11월 말의 차가운 밤을 따뜻하게 수놓을 수 있는 깊고 그윽한 목소리를 더욱 기대하게 된다.
 

곡목해설 : 다채로운 음향, 그 벅찬 감동

글 : 황장원 (음악칼럼니스트)/펌:월간 spo웹진

아나톨리 리아도프(1855-1914) : 바바 야가, Op.56, 마법의 호수, Op.62, 키키모라, Op.63

아나톨리 콘스탄티노비치 리아도프는 1855년 페테르부르크의 저명한 음악가 집안에서 태어나 림스키-코르사코프를 사사한 후 작곡가, 지휘자, 교육자로 활약한 인물이다. 그는 글라주노프와 더불어‘러시아 국민악파’의 2세대를 대표하는 작곡가로서 간결하고 압축적인 형식을 선호하여 러시아 민요와 전설에 기초한 소품을 주로 썼다. 그림 그리기에도 능했던 리아도프는 음악적 묘사에서도 빼어난 솜씨를 발휘했다. 그의 후기 관현악 소품들은 그런 면을 잘 보여주는 러시아 낭만주의 관현악의 작은 보석들이다.

리아도프가 1906년에 작곡한 <바바 야가>는 러시아 민요에 나오는 마귀할멈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이 소재는 무소륵스키(전람회의 그림)나 차이콥스키(어린이 앨범)도 다룬 적이 있는데, 리아도프는 뜰에서 휘파람을 불어 절구와 절굿공이, 빗자루를 자유자재로 다루다가 신비스런 숲으로 사라지는 바바 야가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1909년 작품인 <마법의 호수>에는 리아도프 특유의 탐미적인 세밀화의 세계가 가장 매혹적으로 펼쳐져 있다. 전설 속의 어느 평화로운 호수. 그저 조용하기만 한 것처럼 보이지만, 부지불식간에 미묘한 변화를 일으키는 호수의 신비를, 그는 지극히 섬세한 필치로 환상적으로 그려 보인다. 여기에 고요한 호수의 정경이, 미묘하게 바스락거리는 풀잎의 속삭임이, 수면을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지나가는 산들바람의 운치가 있다. 1910년에 작곡된 <키키모라>는 슬라브의 민간설화에 나오는 사악한‘지하의 신’의 성장기를 다루고 있다. 전반부는 키키모라가 바위산에 사는 마법사에게 양육되는 모습이다. 흔들리는 수정 요람에 탄 키키모라와 그의 친구인 수다스러운 고양이, 지하세계의 음산한 분위기가 그려진다. 후반부는 성장한 키키모라의 거칠고 괴팍한 모습을 그리고 있다.



모리스 라벨(1875-1937) : 세헤라자드

라벨의 유일한‘관현악 가곡’인 <세헤라자드>는 동경, 탐닉, 갈망으로 짜인 태피스트리와도 같다. 그 대상은 동방의 이국적인 나라들, 은밀한 연인, 매력적인 이방인이고, 그 배경에는‘오리엔탈리즘’이 자리하고 있다. 19세기 말과 20세기 초 파리에서는 만국박람회를 계기로 동양에 대한 관심이 크게 고조되었고, 드뷔시나 라벨 같은 작곡가들도 그 영향권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라벨은 1898년에 ‘천일야화(아라비안 나이트)’에 기초한 오페라를 작곡하려 했었으나 서곡만을 완성했을 따름이었다. 그리고 1903년, ‘트리스탄 클링조르’라는 필명의 시인이자 화가 레옹 르클레르(Leon Leclere)의 몽환적인 시를 접한 라벨은 그 중 세 편에 음악을 붙여 5년 전의 아쉬움을 달랬다. 주지하다시피 ‘세헤라자드’는 ‘천일야화’ 속의 화자이다.

첫 곡은 가수가 동경에 가득 찬 음성으로‘아시아(Asie)’를 세 번 부르며 시작된다. 그 동경의 시선이 향하는 곳은 세헤라자데의 이야기에 나오는 경이로운 고대의 나라, 그 나라의 여왕은 수수께끼로 가득한 숲 속에서 공상의 꿈에 잠겨 있다. 계속되는 가사에서는‘나는 원한다(Je voudrais)’로 시작되는 문구가 자주 등장한다. 그녀는 범선을 타고 금빛 하늘을 가르며 여행을 떠나고 싶고, 바다의 노래를 들으며 꽃의 섬을 방문하고 싶어 한다. 그녀 상상의 나래는 다마스쿠스를 지나 페르시아로, 인도와 중국으로 그녀의 갈망을 이끈다. 그 과정에서 그 나라들을 특징짓는 갖가지 이미지들이 언급되고…. 급기야 그녀의 갈망은 사랑 혹은 증오로 인한 죽음을 보고 싶다는 외침에서 절정에 다다른다. 이제 그녀는 현실로 돌아와 신드바드처럼 차를 한 잔 마시며 지난 모험을 추억한다.

나머지 두 곡은 첫 번째 곡의 절반 미만의 길이를 지닌 짧은 곡들이다. 두 번째 곡‘마술피리’는 남편이 잠든 사이 창밖 어딘가에서 연인이 부는 피리 소리에 귀 기울이는 어느 여인의 은밀한 욕망을 토로한다. 그 피리에서 흘러 나온 음들은 마치 신비로운 입맞춤처럼 그녀의 뺨에 가 닿는다. 세 번째 곡 ‘무정한 사람’은 아름다운 외모를 가진 젊은 이방인에게 매혹된 어느 여인의 탄식이다. ‘들어와요! (Entre!)’ 그녀는 그와 와인을 마시며 오붓한 시간을 보내고 싶어 부르지만, 그는 야릇한 몸짓만 남긴 채 그녀의 문턱에서 멀어져갈 따름이다. <연주 시간 : 약 17분>



세르게이 프로코피예프(1891-1953): 교향곡 제7번 c#단조 Op.131

<교향곡 제7번>은 프로코피예프의 가장 낭만적인 교향곡이라 할 만하다. 그가 남긴 7개의 교향곡 중에서 유명한 것은 제1번‘고전 교향곡’과 제5번이지만, 이 곡은 그것들 이상으로 친숙해지기 쉽고 감동적이다. 여기에는 사람의 마음을 부드럽게 끌어당기는 친밀한 정감이 담겨 있고, 듣는 이로 하여금 그리운 과거를 회한에 젖은 눈망울로 추억하게 하는 애틋함이 있다. 작곡가는 이것이 자신의 마지막 교향곡이 되리란 사실을 예감했던 것일까? 프로코피예프는 이 곡을 ‘청춘 교향곡’이라고 부르고, “이 곡은 우리 청년의 미래에 대한 기쁨이라는 사상에서 태어난 것이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하지만, 곡을 들어보면 그의 시선은 미래보다는 과거를 향하고 있었던 듯하다. 전곡은 고전적인 4악장 제로 구성되어 있고, 전편에 걸쳐 회상 조의 온화하고 서정적인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간결한 소나타 형식에 의한 제1악장은 도입부 없이 시작되어 곧바로 단조의 제1주제가 바이올린으로 연주된다. 잠시 후에는 제2주제가 비올라, 첼로, 호른, 목관 악기들의 합주로 제시되어 바이올린으로 옮겨 가는데, 부드럽게 상승하는 이 선율은 싱그럽고 감미로운 동경을 가득 머금고 있다. 이어서 오보에와 플루트가 새소리 같은 동기를 연주하는데, 이것은 마치 인생의 봄을 일깨우는 신호처럼 들린다. 제2악장은 왈츠풍의 리듬 위에서 진행된다. 무곡 악장을 미뉴에트나 스케르초가 아닌 왈츠로 장식한 점은 차이콥스키를 연상시키는데, 프로코피예프는 여기서 특유의 경묘한 리듬감을 바탕으로 약음기를 끼운 금관 악기, 다양한 타악기들, 피아노까지 활용하여 다채로운 색채의 향연을 연출한다. 순간순간 반짝이며 스쳐 지나가는 듯한 ‘청춘 찬가’라고 할까. 제3악장은 비교적 짧은 간주곡 풍의 느린 악장이다. 단순한 3부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그 주제선율의 윤곽과 파곳의 사용은 베토벤의 느린 악장을 떠올리게 한다. 론도풍의 제4악장에서는 프로코피예프의 젊은 날의 음악을 방불케 하는 변화무쌍하고 재기 넘치는 흐름이 활달하게 펼쳐진다. 그러다가 클라이맥스에 도달하면 제1악장의 제2주제가 한껏 부풀어 오른 모습으로 다시금 모습을 드러낸다. 그 벅찬 감흥과 은밀한 회한…. 프로코피예프는 이 곡을 완성한 이듬해 - 스탈린과 같은 날에 - 유명을 달리했다. <연주시간: 약32분>
 

브뤼거고스먼 노래하고, 모를로 지휘하고


 

 

팬 사인회에서....

노래할 때도  표현력이 남다르고 무대매너에서도 애교가 철철 넘치더니만....

싸인회장에서 팬들과 함께 얘기하고 사진찍어줄때의 애교란....

오웃~~

 

 

 

 

 

 

 

 

 

 

 

프로코피예프 교향곡 5번,7번

 

므스티슬라프 로스트로포비치 & 프랑스 국립 관현악단

 

랴도프[Lyadov, Anatoly Konstantinovich 1855∼1914]

그는 러시아 작곡가로 페테르부르크 출생.
황실 오페라단 지휘자의 아들로 태어나 1870년 음악원에 들어가서 림스키코르사코프에게 작곡을 배웠다. 1876년 학업을 게을리한다는 이유로
퇴학당했다가 1878년 다시 입학했고, 후일 이 음악원과 황실 예배당에서 여러 직책을 맡게 되었다.
1897년부터 줄곧 황실 지리학회가 수집한 민요의 편곡에 몰두했다. 1900년까지 주로 피아노곡들을 작곡하다가 관현악곡으로 전향해서 성공적인
〈키키모라 Kikimora>〈마법에 걸린 호수 The Enchanted Lake〉를 작곡했는데, 이 두 곡은 환상적 내용의 미완성 오페라의 초고에 바탕을 둔 것이었다.

 

리아도프는 페테르부르크 태생인 러시아 작곡가로 1878년 지리학협회의 위촉으로 발라키레프 등과 함께 러시아 각지의 민요 채집에 나섰다. 그 소산으로서 130 곡이나 되는 러시아 민요 편집을 완성했다. 이 사업이 그의 여러가지 작품의 밑거름이 되어 그의 음악에는 러시아 음악의 독특하고 아름다운 가락과 러시아 무용의 특유한 리듬이 교묘하게 깃들어 그의 작품의 특징을 형성하고 있다.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교향시 [바바 야가] Op.56, 교향시 [마의 호수] Op.62, 교향시 [키키모라] Op.63, 8개의 러시아 민요 Op.68 등이 있다.

그는 러시아 국민악파에 속하며 그 중에서도 아름다운 존재라 하겠다. 또한 환상이 풍부하고 악상이 뛰어난 음악가이기도 했으나 교향곡이라든가 오페라 같은 대규모의 작품에는 끝내 손을 대려고 하지 않았다. 그에게는 또한 피아노곡의 작품도 많이 있으나 그러한 곡도 러시아의 토속적인 아름다움이 넘치는 소품인데 기교적인 면에서는 매우 어려운 것이 많다. 아무튼 그의 작품은 어느 것이나 우아한 감정이 감도는 아름다운 음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