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말라야 안나푸르나BC (2013.4)

39.밤부에서 시누와까지 하산....

나베가 2013. 8. 29. 00:30

 

 

예상 적중으로 대나무 숲을 돌자 마자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아~ 조금만 더 서둘렀으면 비를 만나지 않았을텐데....

그래봤자 하긴 바로 밤부 롯지가 나타나 비를 맞으며 걷기는 잠깐동안 이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이야~

반가운 얼굴이 환하게 우리를 맞는게 아닌가~

다름아닌 인도 처자들이었다.

오늘 시누와까지 간다고 아침 일찍 서둘러 내려가더니만 억수같이 쏟아지는 비를 만나서 더이상 내려갈 수가 없었단다.

 

아니???

억수같은 비라니....

우리는 여기 도착 직전에 비를 만났는데....

그렇다면 밤부는 일찍부터 비를 퍼부었다는 얘기...

그것도 트래커들이 하산을 포기할 정도로 억수같은 비가??

 

인도 처자들이 오를적에 '밤부'에서 머물었는데, 너무 습해서 정말 싫었다고 그렇게도 손사레를 쳤었는데....세상에 이것이 인연이 아니고 무얼까...

 

인연이란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 아니라 적어도 우연히 3번을 만나야 진정 인연이라고 얘기했었는데....

그럼 우리 이번이 2번째니까 앞으로 한번만 더 우연으로 만나면 진정한 인연인거지??

와우~~ 기대된다 기대돼~ ㅋㅋ

 

빨래줄에 벌써 빼곡히 널려있는 옷가지들을 보니, 이곳에 일찍부터 억수같이 비가 퍼부었었다는 것이 실감이 난다. 

 

 

저녁식사후, 따듯한 고다츠를 피워놓고 이 우연한 두번째 만남으로 풀어헤친 이야기 보따리는 시간의 흐름도 잊은 채 여며질 줄 몰랐다.

새로운 곳에서 만난 인연들의 이야기 보따리 처럼 흥미 진진한 것이 있을까....

더우기 이들은 우리와는 너무도  다른 특별한 삶을 살고 있는 이들이 아니었던가! 

하긴, 엄격히 말하면 세상 사람 모두는 다 각기 특별한 삶을 살고 있는 거지~

 

좀 특별한 여행을 선택하는 용기도 대단한건데, 이들은 삶의 터전을 통째로 머얼리 타국으로 옮겨와 사는 이들이 아닌가~

그것도 보통 많이들 하는 이민이 아니라, 전 세계 사람들이 한 정신 공동체 마을을 이루고 사는 ....

그들의 생각은 정말 뭔가 독특하고, 마치 속세를 떠난 사람들 같은 순수한 이미지를 풍겼다.

나이는 우리와 비슷했지만, 소녀같은 헤맑음이 있었다.

 

우리 모두는 서로의 삶의 이야기에 흥미진진해 했다.

더구나 인간 백과사전인 대장님의 이야기 보따리는 얼마나 광범위한가~

 

평소보다는 좀 오랜 시간 식당에 머물다가 잠자리에 들었다.

내리는 비로 더욱 축축하고 찬기로 가득한 밤부의 숙소...오늘밤도 아예 히말라야 패딩을 입고 자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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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사이에 내리던 비는 맑게 개었다.

아침 일찍 일어나 헤드랜턴을 쓴 채로 밖에 나와보니, 포옥 파묻혀 아무것도 안보일줄 알았는데, 하얀 설산이 숙소 뒷편으로 우뚝 솟아 보인다.

아!! 언제 보아도 가슴 뭉클하게 만드는 하얀 설산.....

 

숙소 앞편으로는 전망좋은 까페 처럼 근사한 공간이 있었다. 우린 쿡이 배달해준 모닝 티를 들고 그곳에서 새벽의 여유로움을 즐겼다.

기념 사진도 한 컷씩 찍고....ㅎㅎ

 

 

 

 

 

 

 

아침 식사후 여유있게 커피까지 한 잔 하고 오늘의 일정을 시작했다.

오늘은 시누와를 거쳐 올라올때 묵었던 촘롱에서 점심을 먹고, 히말라야 노천온천이 있는 지누단다까지 내려간다.

지누단다는 내가 작년에 처음으로 히말라야에 발을 들여밀었을때 묵었던 곳이다.

비교적 해발고도가 낮은 지역이라서 인 지, 그곳은 전력도 풍부해서 충전하는데 돈을 받는 다른 롯지들과는 비교도 안될 만큼 방에도 콘센트가 있을 정도였다.

여기를 생각하고 이번에도 헤어드라이기를 가져왔건만, 단 한번도 꺼내보지도 못했는데,  오늘은 사용할 수 있을것이다. ㅎㅎ

 

암튼, 히말라야에 와서 노천 온천을 할 생각을 하니, 출발부터 맘이 설레어 온다.

 

 

 

 

 

 

 

그러고 보니, 오늘 일정은 꽤나 힘든 여정이다.

촘롱까지 가기위해 걸어 내려가고 올라가야 하는 계단이 3000여개...어쩌면 훨씬 더 많은 숫자일 수도 있다.

세다가 말았다고 했으니까.  하긴 내려가고 오르기도 힘든데 그걸 어떻게 세겠는가~

거기까지 센것도 놀랍지~ㅋㅋ

 

그뿐만이 아니다.

지누단다까지 가는 길도 만만찮은 계단이다.

 

 

 

하지만 뭐~

우리처럼 이렇게 계단 길 조차도 즐기며 걷는다면 뭐가 두려울까....

그저 모든게 감동일 뿐이지.

근데, 여긴 아직 촘롱 가는 길이 아닌걸~

아직 멀었어. 이제 밤부 출발인걸~

밤부에서 시누와 가는 길도 이렇게 계단길 이었어??

 

 

 

 

 

 

와우~

히말라야에서 화려한 문향의 몸배바지 패션이라니....

세상 편해보이는 걸~

멋져~ 멋져!!

 

저 트래커는 분명 인도여행을 하고 이곳에 온 여행자임에 틀림이 없는것 같아.

보통 히말라야만 찾아오는 이들의 패션은 저렇지 않거든~

저 인도 몸배바지...나도 있는데....

나도 다음엔 저 인도 몸배바지 입고 올거야~

ㅋㅋ

 

 

아!! 오늘도 햇살이 너무 이쁘네~

여전히 찬란해.

 

 

 

 

밤에는 그렇게 춥다가도 해만 뜨면 그 뜨거운 열기에 모든게 찬란하게 피어오르는 것만 같다.

 

 

거대한 랄리구라스 나무는 이젠 서서히 지려는 지, 길 전체를 떨구워 낸 꽃잎으로 물들여 놨다.

이 길을 걸으면서 예쁜 마음을 갖지 않을 수 없을 만큼 떨어진 꽃잎도 매혹적이었다.

지금 이 시기에 히말라야에 가면 머리에는 꽃을 이고, 발은 꽃을 즈려밟고 간다고....하셨던 대장님 말씀이 새록 새록 다시 떠 오르는 순간이다.

도대체 이 랄리구라스는 수령이 몇살이나 되었을까....

원래 잘 자라서 저렇듯 집채만하게 거대하게 자라는 걸까...

아님 생명력이 강해서 수백, 수천년을 자라서 저리 거대하게 자란것일까....

볼수록 놀랍기만 하다.

 

 

 

 

 

 

 

 

  

 

 

 

 

 

 

 

 

 

이제 시누와다.

뜨거운 햇살에 널어놓은 이부자리가 뽀송 뽀송 마르는것 같아 괜히 내가 기분이 상큼해진다.

 

 

 

 

 

 

아~ 이게 뭐지??

당나귀에 달아주는 장식물이구나~

새색시 처럼 예쁘게  머리를 올려준것 같은 장식물....

처음 히말라야에 와서 산을 오르고 있는 조랑말의 이 장식물을 보고 얼마나 귀엽고 신기했던 지....ㅎㅎ

 

 

 

 

 

 

 

 

 

 

 

 

 

 

 

 

 

 

 

 

 

 

 

 

 

 

 

 

 

 

 

 

 

 

 

 

 

 

 

 

 

 

 

 

 

 

 

 

 

 

 

히말라야엔 이런 형태의 휴식처가 아주 많다.

이곳은 트래커들도 쉬어가는 곳이지만 포터들이 쉬어 가는 자리다.

무거운 짐을 내려놨다 다시 지기가 수월하기 때문이다.

 

 

 

히말라야의 많은 곳이

이처럼 돌계단으로 되어있다.

정말 걷는 내내 감탄할 정도로

어마 어마하다.

지금 이곳은

보수작업이 한창인것 같다.

 

 

 

 

 

 

 

 

 

 

 

 

 

 

 

 

 

 

 

 

 

 

 

 

 

 

 

 

 

 

 

 

 

 

 

 

 

 

 

 

 

 

 

 

 

어렸을 적엔 아버지가 집에서 이처럼 대패질을 해가며 집안 일을 하셨었던 기억이 난다.

요즘엔 규격품으로 다 나와있지 않나??

집 수리 한 지가 하도 오래되고 아파트에 살다보니, 너무나 생소한 풍광이 되어 버렸다.

 

 

 

 

 

 

 

Richard Abel - Bach Gounod Prelude No 1, Do Maj.ave Mar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