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말라야 안나푸르나BC (2013.4)

38.데오랄리에서 히말라야,밤부까지 하산....

나베가 2013. 8. 28. 00:30

 

주변 풍광에 사로잡혀서 내려오다 보면, 여기가 어딘 지, 어디까지 내려왔는 지...사실 별 생각없이 걷게 된다.

오늘의 종착지만 확실히 알고는 그저 걷다가 롯지가 나오면 그제서야 어딘 지, 어디쯤 왔는 지...시간을 가늠해 보는 것이다.

그리고 나는 사진을 찍느라고, 그리고 풍광에 더 푸욱 빠져들고 싶어서 대장님 보다 조금 앞서서 걸었다.

그러다 보니, 앞선 일행들을 따라 그들이 롯지에서 쉬고 있으면 그곳에서 잠시 배낭을 풀었다.

정말 아무 생각없이 걷는....ㅎㅎ

 

오늘은 MBC에서 데오랄리를 거쳐 히말라야, 그리고 밤부까지 가서 묵는다.

눈부신 햇살을 받은 매혹적인 풍광에 취해 걷다보니, 반가운 얼굴들이 익숙한 롯지에서 기다리고 있다.

데오랄리다.

올라갈때 묵은 숙소라서 왠지 이곳이 오늘의 종착지 같은 느낌이 들었지만,

그러나 우린 간식만 먹고는 잠시 햇살아래 쉬다가 히말라야를 향해 다시 걸었다.

 

 

 

세상에~ 이 천진난만하게 웃는 채링좀 봐~

누가 이 사람을 40살 어른이라고 해.

 

어디서 부터 달고 왔는 지, 귀에는 예쁜 보라색 야생화를 꽂고, 얼굴에는 하얗게 썬 크림을 발랐다.

두건까지 쓰고....ㅎㅎ

정말 귀엽네~

 

 

 

고도가 내려가니, 다시 시야엔 랄리구라스가 사방에 잡힌다.

우거진 숲에는 떨어진 랄리구라스 꽃잎으로 가득하여 김소월의 심상으로 사뿐 사뿐 즈려 밟고 가야만 할듯 하다.

 

아!!

너무 이쁘다~

사뿐히 즈려밟고 가는 대신 좀 앉아서 시 한 편이라도 읊고 가야할 것만 같아~

 

 

 

에잇~ 그려~

배낭 풀고 잠깐 쉬었다 가는거여~~

이참에 꽃잎속에 좀 누워볼까....ㅋㅋ

 

 

여유자작 꽃잎속에 누워서 모델놀이도 하면서 쉬었다 가려했더니, 저만치 한 무더기 트래커들이 내려온다.

에공~사람들이 지나는 길목이라 이렇듯 누워 여유를 부리긴 쫌 그러네~ㅋㅋ

 

 

장엄한 하얀 설산과 거대한 바위산과 폭포에 정신이 팔려 그렇게도 매혹적이었던 랄리구라스를 까마득히 잊고 있다가

우리 눈을 핑크빛으로 다시 물들여준 랄리구라스에 취해 걷다보니, 금새 히말라야다.

이번에는 식당 아래까지 내려갈 필요도 없이 냉큼 지붕위로 올라탔다.

구들장 같은 지붕이 햇볕에 달구어져 얼마나 좋던 지....

한바탕 사진을 찍고는 경험자의 티를 팍팍 내며 태연히 지붕위에 누워있었다.

 

 

 

 

 

지붕위에서 내려와서도 주문한 점심 식사가 나오기까지 우린 한바탕 또 사진 작가 놀이를 했다.

당근 나머지들은 모델이다. ㅎㅎ

 

 

 

오늘 점심은 역시 올라갈때 너무나 맛있게 먹었던 피짜다.

그리고 네팔식 만두-모모....

오늘도 역시 아주 최소량만 먹으며 컨디션을 조절하고 있는 언니와 역시 소식하시는 대장님 덕분에

이풀과 나만 신바람이 났다. ㅋㅋ

 

 

 

 

 

 

눈부신 햇살은 여전하여 숲속 생물들을 마치 새로 태어나게 하는 듯 했다.

세상에~~

저렇게 예쁜 식물이 고사리였어~

 

 

아름드리 나무에 기생하여 살고 있는 식물들이 눈을 호사시키고,

종일토록 내리던 비는 이미  오래 전에 개었지만 이끼와 온갖 기생식물로 몸을 완전히 덮어버린 나무 기둥들은 여전히 히말라야를 밀림으로 만들고 있었다.

 

 

새순을 피워내고 있는 고사리는 너무 여린듯 하여 안스러워 지기까지 했다.

우리나라에도 고사리 많지않나??

그런데 난 히말라야에 와서 처음으로 보네~

혹시 다른 종자 아닌가??

 

 

 

 

 

 

 

이 길을 걸어 오를땐 아마 오후 늦어 무심코 걸어 올랐었나부다.

눈에 띄지 않아 무심히 걸은 이 길이 이토록 찬란한 초록빛이었다니....

전혀 다른 숲이야~

 

그러고 보면, 자연은 단 한 순간도 똑같은 적은 없는것 같아~

아까 그 고사리도 오를땐 눈에 안 띄었었잖아~

아마 오랜 시간이 지났으니까 그 사이 저토록 움을 틔운걸거야~

 

 

 

 

 

 

이렇듯 각양각색 모양을 한 다리를 건너는 일도 너무 즐겁다.

기계의 힘을 빌지 않고 사람 손으로 엮어서 만든 다리...

정말 정감이 있잖아~

건너다가 한번 쯤은 꼭 멈춰서야만 할것 같은 다리야~ㅎㅎ

 

 

공사현장을 또 만났다.

아니, 공사현장이라기 보다는 채석장인것 같다.

커다한 바윗돌을 채석을 해서, 그 자리에서 일일이 손질하는...

기계 하나 없는 채석장....완전히 사람의 손으로 한다.

 

원래 돌이 이처럼 납작하게 잘려지는 지, 이 돌로 히말라야의 그 모든길에 계단을 만드는것 같다.

물론 집도 짓고, 축대도 쌓고, 바닥도 깐다. 심지어 지붕도 이 돌로 얹은 곳이 많다.

엄청난 함량이다.

하긴 장엄한 히말라야의 규모를 생각한다면 이 정도의 돌이야 기별도 안 올것 같긴 하다.

 

 

그나 저나 주변의 숲이 온통 대나무인걸 보니, 여기가 밤부인것 같다.

왠지 저 숲만 빠져나가면 바로 우리의 오늘 숙소 '밤부'가 나올것만 같다.

 

 

헐!!

갑자기 주위가 어두워진것이 금방이라도 소나기가 퍼불것 같다.

서두르자!

 

 

 

 

Alain Morisod & Sweet People - Au Revoi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