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당/성지 순례

공세리 성지순례/대전교구 2006.6.17

나베가 2006. 6. 19. 13:34

 

 

 

 

 

 

다가 육지로 깊숙이 들어온 아산만에 인접한 충남 아산군 인주면 공세리 성당은 일찍이 조선조 때 아산·서산·한산을 비롯해 멀리 청주·문의·옥천·회인 등 40개 고을의 조세(租稅)를 쌓아 두던 공세(貢稅)창고가 있던 곳이다. 이 창고 건물은 1523년(중종 18년)에 개설됐다가 고종 때 폐지됨으로써 80간짜리 건물이 헐리고 그 자리에 1897년 구(舊)본당 및 사제관 건물이 들어섰다.
공세리 본당의 오늘이 있기까지 초대 주임을 지냈던 드비즈 신부의 열정적인 사목 활동이 그 바탕을 이루었다. 드비즈 신부는 2대 기낭 신부가 1년 만에 전임하면서 초대에 이어 다시 3대 주임으로 부임해 1930년까지 34년간 공세리 본당의 기반을 굳건히 하고 발전의 터를 닦았다. 그 크고 화려함으로 건축 당시 아산 지방의 명물로 멀리서까지 많은 구경꾼을 불러왔던 현재의 성당 건물은 그 자신이 직접 설계하고, 중국인 건축 기술자들을 불러 지휘 감독하면서 지은 1922년도의 성당이다.
길에서 성당으로 올라가는 길은 마치 순교의 현장으로 우리를 인도해 주는 안내자처럼 길게 뻗어 있다. 한걸음 한걸음을 피땀이 범벅이 된 순교자의 발걸음을 묵상하면서 올라가면 한켠으로는 성당이 자리하고 다른 한켠으로는 순교자들의 묘소가 있는 갈림길이 나선다. 박의서(사바스), 박원서(마르코) 그리고 박익서(본명 미상) 3형제가 나란히 잠들어 있는 순교자 묘 옆으로는 죽음으로 신앙을 증거한 이들 형제의 잠자리를 말없이 지켜보는 성모상이 건립돼 있다.

 

 

 

 

그리 멀지 않은 옛날, 우리의 신앙 선조들 중에는 전국 곳곳에 이름도 채 남겨 놓지 못한 채 오직 천주를 모신다는 한 가지 이유만으로 초개같이 목숨을 던진 무명의 순교자들이 많다. 이곳에 안장돼 있는 박씨 3형제는 겨우 그 이름과 구전으로 전해지는 몇 가지 행적이 있지만 어떻게 살다가 죽어 갔는지 그리 상세하게 전해 내려오지는 않고 있다. 다만 분명한 것은 다른 많은 순교자들과 마찬가지로 죽음 앞에서도 의연한 신앙을 지니고 있었다는 사실뿐이다.
성당 옆으로는 한적한 오솔길도 마련돼 있는데 이 길에는 예수의 수난을 묵상할 수 있는 14처가 마련돼 있다. 십자가를 지고 피땀을 흘리신 예수와 같이 우리 선조들도 자신의 무거운 십자가를 지고 시대가 가져온 험한 박해의 시기를 겪었던 것이다. 건축 당시의 모습을 잘 보존해 온 성당 옆에는 오래 된 고목이 한 그루 있다. 그 연륜을 알 수 없는 고목은 공세리 본당의 긴 역사를 그저 무심한 듯 말없이 증언해주고 있다. [출처 : 주평국, 하늘에서 땅 끝까지 - 향내나는 그분들의 발자국을 따라서, 가톨릭출판사, 1996]

 

 

내포 지방 신앙의 못자리

공세리 천주교회는 1895년 파리 외방 선교회 드비즈(에밀리오) 신부가 당시 동네 한 가운데 신자집을 임시로 사용하여 복음을 전파하며 시작되었다. 그 후 1897년 창고 건물(현 사제관)을 헐고 구 성당과 구 사제관을 임시로 지었다.
현재의 성당이 위치한 8000여 평의 부지는 예로부터 공세  곡창지(貢稅 穀倉地)로 유명한 곳이다. 조선조 성종 9년(1476년) 세곡 해운창을 설치 운영하다가 중종 18년(1524년) 80칸의 창고를 지어 충청도, 경상도, 전라도 일원으로부터 거둬들인 세곡을 집결한 후 조운선으로 서해 물결을 따라 한양으로 운반했다고 역사는 기록하고 있다.
이같이 전라도, 경상도, 충청도에서 세금을 거두어 임시 보관했던 자리가 400년이 지난 1890년에 들어서면서 내포 지방에 상륙한 서양 선교사들에 의해 가톨릭 신앙 전교의 전진 기지로 바뀌게 되었다.
초대 본당 신부인 드비즈 신부는 1895년 5월 6일부터 1931년 7월 5일까지 본당 사목을 하였다. 현재의 성당을 자신이 직접 설계하고 지휘 감독하여 1922년 10월 8일 성당을 완공했다. 드비즈 신부는 지역 교육사업과 의료사업 등 많은 노력을 했고, 자신이 직접 조제한 한방의술을 활용 한약 조제로 지금은 고인이 된 유명한 이명래 요한 씨에게 고약의 비법을 전수시키기도 하였다.
또한 공세리 본당은 내포 지방 신앙의 못자리이다. 1897년 6월 공주 본당 분할, 1901년 안성 본당 분할, 1948년 온양온천동 본당 분할, 1976년 둔포 본당을 분할시켰다.
본당 구내에 삼위의 순교자를 모신 묘가 자리하고 있다. 1863년 조선 흥선대원군이 정권을 잡고, 1866년 병인박해 때 밀두리, 걸매포, 해암리 신자 28명이 수원, 서울, 공주 등으로 끌려가서 고문, 옥사, 교수 등으로 순교하였다. 그런데 박의서, 박익서, 박원서 삼형제의 시신을 신자 한 분이 찾아 본당에서 서남쪽으로 5km 떨어진 해암리 맹고개에 모셨다가, 그분이 돌아가실 때 남긴 유언에 따라 1988년 9월 20일 본당 구내로 모셔왔다. "명인치명사적" 제 11권에 기록되어 있기를 1867년 병인 풍파를 당해 삼형제 함께 잡혀 수원으로 올라가며 원서 말하기를 "내 평생 천주 공경을 실답게 하지 못하였더니 오늘 주께서 나를 부르셨노라" 하였다.
1995년 본당 설립 100주년 기념사업으로 본당 성역화 사업을 추진하였고, 2000년 성당과 구 사제관이 충청남도 지정 문화재 제 144호로 지정되었다. 2000년 10월 새 사제관, 수녀원, 피정의 집(예수마음 피정의 집으로 개칭), 성체조배실을 완공하고 주변 정비사업을 마무리하였다. [출처: 공세리 본당 제공]

 

 

[성지 순례기]

 

오늘 공세리 성지 수녀님께서 우리를 소개하던 우스개 말씀처럼 '막가파' 순례단으로 조직이 결성된 후 벌써 성지순례를 다니기 시작한 지가 꽤 되는거 같다.

지금의 속도로 달려간다고 해도 순식간에 우리나라 성지는 어느새 다 순례할 수 있을거 같다.

 

진작에 '블로그'란걸 알았더라면 이 뜻깊은 목적달성을 그대로 내 기억속에 남겨 놓을 수 있었으련만.....요즘 같아선 하루만 지나도 가물 가물해지다가 한달만 되면 머릿속이 하얀 백지가 되어버리니...그렇게 좋아라 하느님을 찬미하고 다녔건만, 전혀 옮길 수 있을거 같지 않다.

일찌감치 다닌 곳을 다시 정리해서 이곳에 옮기기는 포기하고, 앞으로라도 옮겨서 기억속에 남겨두고 싶은거다.

그것만으로도 요즘 벅차다.

할일도 벅차고, 한편으론 마음도  벅차다^^*

 

어느새 경기도권은 다 순례한거 같아서 근래에는 충청권으로 내려왔는데, 의외로 성지가 많아서 정말 우리도 놀랬다.

더우기 다닥 다닥 붙어 있어서 한번에 두세곳은 들렀다 올 수 있어서 더욱 좋다.

 

이번 6월에는 원래는 '갈매못' 성지로 가려고 했었는데, 하루전날 공세리 성당으로 행선지가 바뀐것이었다.

늘상처럼 학원버스를 빌려서 7시에 출발을 하는데....이 몸이 사고를 친것이다.

 

잦은 음악회 공연에, 집안일, 합창연습(발표를 앞두고 근래엔 파트연습까지 겹쳐서...),월드컵경기까지 겹쳐서 정말 잠을 제대로 잔 날이 없을 정도였다.

급기야 전날에도 KBS정기 연주회를 다녀와 집에 12시가 넘어 도착해서 이것 저것 하다가 축구 쬐끔....보다보니, 잠자리에 든 시간 새벽 3시반...

알람을 5번이나 마추어 놓고, 애들에게도 부탁해놓고 잤지만...

에긍~~

순례단장이 기다리다  한 전화를 받고 깼으니..

 

7시 15분

5분만 기다리라고 해놓구선...무엇을 어떻게 해야할 지..

정말 화장실을 가야하나, 말아야 하나까지....

얼굴에 물만 부치고 달려나간 시간 7시 25분..

 

그렇게 까딱했으면 못갈뻔 했던 성지였는데 ...

너무나 아름다워서 ....성지에 가면 항상 기쁨과 행복함이 가득했지만, 그 어느때보다도 가슴이 벅차올랐다. 

 

 

 

 

 

 

 

먼저 성모동굴에서 묵상을 하고, 바로 옆으로 나있는 박씨 3형제 순교자 묘를 참배했다.

위로 올라가면서 성당 주변을 돌아보는데, 오래된 역사가 묻어있는 본당 건축물과 수백년은 되었음직한 거대한 나무들과 잘 가꾸어진 숲들이 너무나 이쁘고 아름다워서 탄성을 자아냈다.

우리는 사진을 찍으면서 다시 십자가의 길 기도를 하기위해 본당옆으로 내려갔다.

 

본당밑으로  빙 둘러싸고 십자가의 길 기도를 할 수 있게 순례길을 만들어 놓았다.

위로 아름다운 본당 첨탑과 건물을 보면서 울창한 나무 숲길을 걸으며 십자가의 길 기도를 하는데... 너무나 좋았다. 

 

언제나 일찍 출발을 하는 고로 우리는 먼저 성지 순례를 다 마친 뒤에 미사를 참례하고 식사를 한뒤에 잠시 쉬었다가 출발을 한다.

그렇게 하면 막히는 도로시간을 피할 수 있어서 아주 빨리 다녀올 수 있는거 같다.

 

우리말고도 수원교구 매곡성당(?)...(안양 비산성당 옆이라고 했던거 같다) 에서 120명이나 되는 신자들이 순례를 왔는데...사목회에서 온거 같았다.

그들과 우리8명이 미사를 집전했다.

본당 신부님-오남한 (루까) 신부님-의 강론이 시작되기전부터 본당 수녀님의 위트와 재치..박력이 넘치는 분위기로-아주 전국적으로 유명하신 수녀님이란다. 성서지도나 피정....등등으로- 

우리를 제압해 놓으셨지만....

신부님 또한 강론말씀은 우리를 감동으로 옴짝달싹 못하게 만들어 놓으셨다.

 

 

 

당신은 이 60세가 넘는 할머니, 할아버지들뿐인 본당식구들을 위해서 이 젊은 신부가  기꺼이 밤낮으로 쓰여져 ...그래서 다 쓰여지고 나면 버려지는 '건전지' 가 기꺼이 되주리라 맘먹으셨다고... 

그러시면서 그 본당 공동체 식구들의 삶을 말씀하시는데 정말 내 얄팍하고 계산적인 신앙이 너무나 낯부끄럽고 간지러웠던 순간이었다.

살아있는 성녀 3분 할머니...

한번도 신부님의 얼굴을 바라볼 수 없어서 신부님 보이는 시간을 피해서 새벽으로 밤으로 신부님 필요하신것을 방문앞에 놓고 가신다는 분...

이곳엔 뭐가 있었음 좋겠다~ 저것은 이러 이러 했으면 좋겠다...신부님께서 그렇게 맘만 먹었음에도 불구하고 다음에 보면 여지없이 그렇게 잘 가꾸어 놓으시고 계시다는 할머니.

구부정한 모습으로 손수 1년 365일을 제대를 닦으시고 청소하신다는 할머니.

 

또 어느 추운 겨울날 여름 하늘색 한복을 입고 미사에 나오셔서 신자들이 '치매'에 걸리셨다고 웅성거렸는데...신부님께 찾아오셔서 같이 기도를 하자고 하시드라고..

신부님도 참을 수 없어서 이유를 물으셨더니,

어젯밤꿈에 예수님을 뵈었다고...그래서 가장 예쁜옷을 입고 오늘 그분을 참례하려고 했더니,

당신이 가지신 옷중에서 예쁜옷이라곤 그 여름 한복밖에 없으셨다고...

이 시대에 신부님 잡숫다 남긴 밥을 먹으면 천국에 갈 수 있다고, 신부님 밥을 산처럼 퍼서 드린다음 남은 밥을 나누어 드신다는 할머니들....

 

'예'할것은 '예'하고 '아니오' 할것은 '아니오'라고 할수 있어야 한다고 하셨는데, 그 말씀도 70%밖엔 맞지 않는 말씀이라고 ... 이 분들은 '예''아니오' 조차도 따질 줄 모르는 분들이라고.

오직 그분을 향한 마음뿐이라고..

 

'사랑'은 '감동'에서 생기는 것이라고..

사람을 감동시키고, 예수님을 감동시키고....

 

 

 

 

 

 

 

한대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그분의 말씀 하나 하나가 가슴을 아프게 파고 들어왔다.

너무나 따지고 살아와서...

나는 누구에게 얼만큼 '에너지'가 되주었을까..

사랑하는 가족에게조차 정말 얼마 만큼 건전지가 되 주었을까...

예수님은 커녕 사람에게 조차도 과연 감동을 주긴 했었을까...

아무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행여나 들킬까 몰래 선을 베푼적이 있었는가...

 

포장하지 않고

이처럼 순수한 모습으로 살아갈 용기가 있었으면 좋겠다.

내가 있어야 할 자리를 제대로 찾았으면 좋겠다.

그런 맘의 여유와 눈을 가졌으면..

 

어느 순간에 목이 멜만큼 너무나 감동적인 말씀을 많이 들었는데...벌써 기억이 안난다.

마음에도 이처럼 순간밖에 머물러 있지 못하니, 내 삶의 모습은 어떠할까...

 

 

 

 

 

 

본당 식구들이 직접 가꾸고 만들었다는 상치쌈과 돼지 불고기, 미역줄기 볶음, 계란 장조림, 김치

신부님께서 직접 퍼주신 된장국 (평생 처음이다) 으로 맛있는 점심을 먹고, 밖으로 나와 준비해간

수박과 커피를 마시고는 또 다른 순례지로 향했다.

 

공세리 성지

너무나 아름다운 성지로...

잊지못할 오남한 신부님과 수녀님으로 ...

신부님 말씀 시작마다 붙었던 [어쩌면]..으로

나도 어쩌면  두고 두고 잊지 못할거 같다.

 

2006.6.19

'성당 > 성지 순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베론성지 2007.12.1  (0) 2007.12.02
성서 백주간 팀 /  (0) 2006.08.10
미리내 성지  (0) 2006.08.09
단내성지-성가족 성지/2005.6  (0) 2006.08.09
성거산 줄무덤 성지/2006.6.17  (0) 2006.06.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