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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남편에게

나베가 2006. 8. 22. 10:41
 

엔리오 모리꼬네 영화음악이 '요요마' 의 첼로 음색으로 집안 가득한

 오후 5시.

얼마나 그 음색이 깊고 그윽한 지....

너무나 차악 가라앉은....

그래서 왠지 조금은 어둡고 축축한 느낌마저 든다.

아니지, 아냐~

밖으로 향한 시선이 ...더없이 화려하고 아름답고 풍요로워 보이기까지 한다.

 

귀에 익숙한 음악이 가슴을 자극한다.

영화 미션에 나오는 "Gabriel"s Oboe" 다.

사라브라이트만의 음색으로 너무나 익숙한...

그 꿈꾸는 듯한 몽환적인 분위기와는 전혀 다른 느낌이다.

거실로 나가 다시 repeat 해놓고 볼륨도 높였다.

 

나이가 들수록 첼로음색이 좋아진다.

마치 바이올린의  음색이 철이 들어 농익은듯한...

치열한 삶의 경쟁속에서 한발 물러나와 한없이 평화롭고 여유로운..모든것을 감싸않은 듯한 그런느낌...

 

요요마가 한국에 온다.

여자들이 얼마나 그를 좋아하는 지...

벌써부터 티켓부스는 매진이다.

한국엔 몇번이나 왔는데, 나는 아직 그의 연주를 보지 못했다.

^^*

******************

 

아침에 성당에 갔다오는데, 바람에 이는 낙엽이 11월의 아름다움의 극치를 이루고 있었어.

얼마나 많은 낙엽이 쌓여있는 지...

길이란 길은 마치 다 오솔길이 되어있는 느낌을 주었어.

낙엽이 수북이 쌓여있는 길 가장자리로 걸어오고 있는데, 맞은편 길에서 노오란 은행나무잎이

꿈결처럼 쏟아져 내렸어.

너무 아름다워서 혼자였는데도 신음소리를 내었지.

그렇게도 청소 아저씨들이 낙엽을 쓸어대더니만...근래 요 며칠은 통 낙엽을 건들 지 않고 그대로

두어서 너무나 좋아.

하긴 바람이 사방으로 불어 낙엽을 이리 저리 휘몰고 다니는데...

도리가 없겠지.

 

잠시 삶을 생각하게 했어.

"다 떨구워 내니까 이토록 풍요롭구나!" 하고

 

언니가 보내준 김치가 왔는데, 얼마나 배추가 고소하고 맛있는 지...

맛이 들지도 않았는데도 너무나 맛있어서 무식하게 통째로 놓고 밤한공기 뚝딱 해치웠어.

다이어트에 새로운 적이 또 하나 생겼어.^^

 

오늘은 고양 어울림극장으로 현대무용을 보러 가.

릿다가 티켓이 생겼는데,,,여행을 가게되서 날 주고 간거야.

너구리랑 좋은 시간을 갖기로 했는데...

생각해 보니 당신이랑 갈걸 그랬나봐.

그 아름다움에 당신 '뿅' 갈텐데.....

 

저녁을 또 당신 혼자서 먹게 생겼네~

밤에 맥주나 한잔 시원하게 할까??

에긍 ~ 그러고 보니 당신 다리 주물러 주는것도 한번밖에 못했구려~

오늘밤 2배로 해줄께.

 

이제는 우리가 애들에게 얼마나 잘해주느냐가 아니라, 우리가 얼마나 잘사는가가 더 신경쓰이는 나이가 되었다는걸 엊그제 애들이 하는말 듣고 이제 알았어,

서로 사랑하고 다정한 모습으로 사는게 애들에게도 최고로 편안하게 해주는 거란걸.

 

소연엄마에게 멜 답장이 왔는데...

그집도 애들이 다 떠나고-워낙 중국이 크니까 멀리 유학간 느낌일거야.

세상에 소연이네 사는곳은 에어컨 켜고 산다는데?

심천!

교회일 열심히 하는데, 그곳에 '윤형주'가 와서 자기가 집에 초대해서 식사대접을 하려고 한대.

요즘 요리를 배우고 있대나~

하여튼 ...중극에 가서 너무나 잘된거 같아.

애들도 공부 잘해서 다 일류 대학에 다니고.

 

준비하고 너구리  오면 바로 나가야 되겠다.

가깝지만 1번 버스가 일산에서만 25분을 돌기 땜에 거의 50분 정도 걸려.

너무하지?

 

전화할께.

사랑해!

 

2005.11.11. 빼빼로 데이라는데...

 

 

영화 미션의 OST 가브리엘의 오보에 - 요요마 연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