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글들.../일상(수필,일기,편지글,나들이)

편지/남편에게..

나베가 2006. 8. 22. 10:36
 

사랑한다는 말을 언제 했었는 지...

ME피정에서조차 쓰지 않았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 당신이 너무나 사랑스러워~

 

왠지 일부러 노력할까봐 오히려 그것이 시작도 하기 전부터 안스러움이 느껴져서

그렇게 원했던 바였음에도 불구하고

'노력하지마~' 라고 말해버렸는데...

 

전화벨소리에 깨어서 거실에 나와보니, 8시 30분이야.

기도시간 10분전이라 안방은 치울새도 없어 방문을 닫아놓고, 정신없이 거실과 부엌, 화장실을 치우고 시뻘건 눈으로 앉아 있으니,

'왜 눈이 그렇게 시뻘거냐고...어젯밤 잠을 안잤냐고 해.

2박3일 동안 당신과 70%는 농을 하고 편하게 지낸거 같은데도

이것 저것 나자신과 삶에 대해서 신경을 많이 썼었나봐.

^^*

피정에 대해서 이런 저런 피상적인 말들을 하다보니....

이상하리 만치 그 무언가가 자꾸 새록 새록 느껴오는거 있지.

마치 사이코 드라마를 통해서 그 깊이 내재되어 있는 것을 끄집어내듯이 말야.

 

아침에 출근길에 나를 흔들어 깨우던 느낌이 얼마만인 지...

한참전에 언니랑 통화도 길었지만, 졸업파티 기획서 만드느라고 밤샘끝에,  그날은 수요일이라 파티플래너 수업하며, 애들레슨하며, 밤에 하여튼 음악회였는 지...점심먹을 사이도 없이 꽉찬 일정땜에 새벽에 1시간이라도 안자면 죽을거 같아 밥도 안주고 안 일어났었는데....

 

하여튼 결혼 22년만에 그렇게 당신이 큰소리로 호통친 적은 처음이었어.

밤새 뭐하느라고 늦게 자고 밥도 안주냐고...

출근뒤 기도땜에 곧바로 일어났지마는....

화가 나기보다는 '내생전에 밥을 안줘서 난리침을 당했다는게 너무나 웃겨서 기도식구에게 얘길하면서 배꼽이 빠져나가도록 웃었었어.

왜냐하면 '살림=나' 잖어.

근데 오늘 그날일이 교차되면서 얼마나 또 우습던 지...

후후^^

 

"아침마다 현관 밖에까지 나가서 꼭 배웅을 해줘야지!"

애들에게까지 그렇게 소중하게 대해줄 것을 굳게 맘먹었는데....첫날부터 '꽝'되었어.

 

아침에 기도하고, 호수공원으로 운동갔었는데...

얼마나 단풍과 낙엽으로 수북해진 산책길이 멋있었는 지 ...

당신도 상상이 되지?

 

공원 귀퉁이에 나즈막한 산이 하나 있는데, 그곳에 올라 정경을 바라보니

또다른 호수공원이 느껴지는거야.

순간 사진을 찍고 싶다는 충동과 함께 우리의 삶을 생각했지.

모든게 그자리에 있지만 카메라 앵글을 어디에다 맞추느냐에 따라서 그림같은 작품이 나온다는걸....

앵글에 잡혀 들어오는 풍경도 풍경이지만, 그것을 가지고 빛을 어떻게 이용하고, 배율을 어떻게 잡고, 또 어느시간에 찍느냐에 따라서도 확연히 달라진다는 것을.

 

나는 요즘 '진리'에 대해서 많이 생각하곤 해.

진리는 모두 하나로 통하잖아.

 

****************

 

에고~~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되었네.

청소도 반짝이게 하고 나가려 했는데....

화장하고 나가기도 늦었다. 합창!

오늘 드레스 가봉하는 날인데...살이 더 쪄서 클랐네.

^^

오늘 밤

합창하고 오면 11시쯤 되겠지만...그래도 10/10 시간은 가져야겠지?

 

자기야~

힘들면 밖을 내다봐~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거저 주시는것이 얼마나 많은 지..

세상이 힘들고 어려운것보다는 그래도 아름다운것이 훨씬 많다는 것이 느껴질거야.

 

난 머리가 나빠서 잠시 슬픈기분을 느꼈었지만 금방 잊어먹어.

늘 아름다움이 날 지배하거든.

 

당신 사랑해!!

 

오늘아침 넘 고마웠고 행복했어.

작은녀석 아침마다 태워다 줘서 고맙고.

 

힘내!!

파이팅!!

 

2005. 11. 7. 월.

 

 

 

Angelika Kirchschlager, Mezzo Soprano
Collegium Vocale
Concerto Koln / Rene Jacobs, cond

'작은 글들... > 일상(수필,일기,편지글,나들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편지/중국에 사는 친구에게  (0) 2006.08.22
편지/남편에게  (0) 2006.08.22
편지/게으름/초등학교 동창에게  (0) 2006.08.22
편지/ 친구에게  (0) 2006.08.22
편지/친구에게  (0) 2006.08.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