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제목으로 '처음'이란 말을 써넣고 보니, 꼭 무슨 '창세기'시작하는것 같네.
내가 써넣고두 웃기는것 같아. 후후후..
저~엉말 너무 오랫만이지? 이렇게 네게 편지 쓰는것.
갑자기 까마득한 고등학교 시절. 제삿날이 떠오르네.
우와~ 그땐 정말 우리 밤새면서 얘기하곤 했는데...
정말 그러고 보니, 우리 무슨 연애한것 만큼 사연이 많네.
음악을 그림 그리는것 이상으로 좋아하고 , 거의 눈 뜨면 오디오 버튼 누르고 하루를 시작해.
특히 성악하는 친구덕에 성악을 좋아하게 되었는데 ...그때마다 너가 생각나.
왠지 알아?
넌 까마득해서 생각조차 안날꺼야.
어느날엔가 너가
"마리아 칼라스의 노래를 보내며..."
이렇게 편지를 시작하며 보낸적이 있었거든.
그때 아마 내가 그 노래를 느낄 수 있었나부지? 늘 생각나는거 보면...
그뿐아냐. 너가 '에피타프'를 들으면 눈물이 난다고 했어.
그리고 모든 장르의 음악을 다 좋아한다고....
정말 너무나 감상적인 너였는데....
아마 내가 그때 지금만큼 음악을 좋아했다면 우린 아마 음악얘기로 밤을 지샜을 것만 같아. ㅎㅎㅎ
지금도 음악을 좋아하겠지?
후후...
그러고 보니 내 첫사랑과의 추억보다 너하고의 추억이 훨씬 많은것 같다.
언젠가 서울와서 '대공원'이었나? 하여튼 같이 간적이 있었는데,그때 너의 그 박식함에 내가 얼마나 탄복, 감동...을 했었는 지 넌 모를걸?
사촌이 아니었음 아마 반했을 거야. 히히히...
거기다 '타워링' 영화의 그 짜릿한 순간의 아찔함 얘기까지...
와~~
근데 나 왜 이렇게 사춘기 소녀처럼 기억을 잘 하고 있는거니?
감동 감동....(크크~큭~~)
으~윽~
천둥, 번개소리 장난 아니네.
엄청나게 쏟아지는 빗소리까지....
남편이 잠만 자고 있지 않다면...
재즈를 크게 틀어놓고...
커피한잔 들고 창가에 서서
불빛에 뿌옇게 비춰지는 잿빛 초록을...빗줄기를...내안으로 들여올 수 있을텐데...
아깝지만~~너와의 추억을 더듬는걸로 대신하지뭐.
나 비오는거 되게 좋아하거든.
내리치는 힘참이 좋아.
그리고..물기를 뚝뚝 떨어뜨리며 파들거리는 이파리들이, 그 깨끗함이 너무나 순수해 보여서...
그리고 또 선명하게 드러내는 그 온갖 초록색깔들을 볼 수 있어서...
음~ 또 드라이브를 할때, 모든 지저분한것들은 흰 구름에 다 가려지고 초록들만이 있어 너무 신선해. 마치 신선이 된듯한 기분이 들게 하잖아.
더더욱 그때 차안에 깔리는 음악은 죽이잖아.
바위틈을 휘돌아 쏟아지듯 흐르는 계곡물은 또 어떻고...
정신 차리라고? ㅋㅋㅋ
아~~
여행하고 싶다.
사실 요즘 여행관련 서적을 잔뜩 사다놓고 읽고 있어.
상상력이 풍부해서 일까? 그 풍경들이 느껴지는것 같아.
사실 이태리를 못갔다와서 가고 싶었는데, 로키산맥줄기를 따라 멕시코까지 여행하고 싶어졌어.
내가 본 책때문에...
그이가 멕시코에 1년 나갔다왔는데,,,, 가보지도 못하고...바보야, 난~~
너가 유럽 출장때라고 했는지..
하여튼 박물관의 그림들을 뛰어다니면서 다 봤다고 하던말도 생각난다. 정말 대단한거 같아. 너~
이것 저것 까마득한 어렸을 적 한말들도 조각 조각 떠오르네. 후후...
가기전 그 저수지에선 주로 내말만 한거 같아. 후후...
그래서 인 지 오히려 생각이 더 안나는거 같아.
오늘은 처음(?)이니깐 이만큼만 쓸까봐.
어느날 정말 문득 너가 외로울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어 ...
어쩜 삶이란게 외로움 그 자체일 수도 있지만, 그래서 우린 모두 외로움을 느낄수 밖에 없는
그런 나이가 되었는 지도 모르지만... 특히 넌 너무나 멀리 있어서....
아니~ 어쩌면 새로운 삶에 도전하느라 외로울 틈도 없을 수도 있겠다.
시간 나면 소식 전해.
안 녕!!
2003.8.
PS: 앞으로 편지든 일기든 자주 쓰려 해.
노후대책으로....어때? 근사하지 않아? 나중에 말야, 나이들어서 음악들으며 옛날 의 삶 을 돌이켜 볼 수 있다는거 ....그때의 그대로의 느낌까지도,후후...
한참 일할나이에 한심한 꿈결같은 소리 한다구?
오옷? 아냐. 더 멋지고 예쁜삶을 살려고 노력할거 아니겠어? 응?
다시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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