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교적 평탄했던 길이 조금은 험준해졌다.
심한 너덜길에 수북이 쌓인 눈과 폭포에서 떨어진 계곡 물을 건너야 했다.
설산이 녹아서 흐르는 물은 폭포가 되어 바위 산의 골을 타고 끊임없이 흘러내렸다.
운무에 반쯤 휩쌓여 있는 그 모습은 아련한 미지의 세계로 인도하며 더욱 환상적인 풍광으로 느끼게 해주었다.
걸어오던 내내 보여주었던 하얀 설산도 이제는 구름에 휩쌓여 제 모습을 완전히 감추었다.
어디에서 몰려왔는지 설산을 휘감은 운무가.....
아무래도 또 비가 올 모양이다.
히말라야의 4월말 날씨는 오전부터 점심때까지는 강렬한 빛으로 태양열을 내 뿜지만 오후 3~4시가 되면 여지없이 한바탕 소나기를 뿌렸다.
다행스럽게 큰 소나기가 오기 전에 오늘의 목적지 '데올랄리'에 도착을 했다.
한국인 32명이 온 모 여행사 팀은 우리 숙소 아래에 묵나보다.
수많은 포터들의 짐때문에도 단박에 알 수 있다.
히말라야에서 저렇게 많은 인원이 한 팀을 이뤄서 오는 사람은 한국인이 유일한것 같다.
그러니 가는 롯지마다 한국어가 씌여있는 수많은 깃발들때문에 여기가 한국 어느곳인 양 순간 착각을 일으킬 정도다.
점심때 히말라야 롯지에서 만난 전직 다큐작가였다가 그만두고 1년 반 동안 세계 여행을 하고 있는 청년과 인도 오로빌 마을의 두 여인도
우리 숙소로 옮겨왔다.
당연히 젖갈과 김치, 찌개등 우리의 맛있는 반찬도 나누어서 먹고, 고다츠를 쬐며 대장님이 손수 만들어 주시는 럼콕을 마시면서 즐거운 저녁 시간을 가졌다.
그런데 이 두 여인의 대장님 말씀을 경청하는 모습이 완전히 공부 잘하는 모범생 처럼 커다란 두 눈을 반짝이는게 정말 반짝 반짝 빛이 났다.
"역시 정신 공동체를 이루며 사는 사람들은 평범한 우리와는 다르군~"
정말 그렇게 느껴졌다.
얼마나 순수한 지....
그리고 많은 책을 읽어 대화의 폭도 얼마나 깊고 넓은 지....
그들은 인간 백과사전인 대장님의 최고로 모범생인 제자가 되었다.
그리고 더욱 놀라운 것은 그 다큐작가인 잘생긴 청년과 우리 팀의 언니 딸과 아는 사이였다는 것....
수퍼 모델이자 배우인 언니 딸과 같은 작품을 찍었다는 것이다.
세상에 히말라야에 와서 아는 사람을 만나다니....인연이란 참으로 묘한 것이다.
암튼, 내년 봄까지는 세계 여행이 안 끝나니, 이번 로왈링 여정엔 함께 하지 못해도 2014년 가을에 떠날 '마나슬루 무스탕' 여정엔
같이 합류하겠다는 청년...
결국 우린 히말라야 대 종주- 롱트래킹 동지를 만드는데 성공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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