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말라야 안나푸르나BC (2013.4)

26.데오랄리(3230m)에서 마차푸차레BC(3700m)까지

나베가 2013. 8. 16. 14:28

 

 

 

 

 

이른 새벽에 다큐 작가 청년은 데오랄리를 떠났다.

커다란 배낭도 여기둔 채로 카메라만 들고 오늘 아예 마차푸차레BC뿐만 아니라 안나푸르나 BC까지 올랐다가 곧바로 하산하여 내려간다는 계획이다.

혈기 왕성한 젊은 청년이니 그리 무리한 일정도 아닌것 처럼 보인다.

우리는 그리 빠듯하게 히말라야를 걷고 싶지는 않다.

정해진 일정에서 최대한으로 천천히 이곳을 걷고 오래 머무르고 싶은 것이다.

 

언제 내가 이곳을 다시 오겠는가~

히말라야를 다시 찾는다고 해도 이곳이 아닌 다른 곳을 가겠지~

 

 

 

어제부터 연일 고산약을 먹었다.

그래서 그런 지 손끝이 찌릿 찌릿한게 느낌이 묘하다.

커피 믹스 봉지도 터지기 일보 직전으로 빵빵하게 부풀어 올라있고,

화장품 튜브도, 샴푸, 치약등이 들어있는 튜브도 모든게 빵빵하다.

그리하니 내 몸 구석 구석도 부풀어 오른 듯 붓기가 있다.

그래도 컨디션은 아주 좋다.

 

 

 

 

 

오늘 우리의 일정은 마차푸차레BC(3700m)까지만 오르는 짧은 일정이다.

3000미터 고지이상에서 하루 고도는 500m정도 올리는게 무리가 없다고 하신다.

데오랄리(3230m)에서 안나푸르나BC(4130m)까지 오르면 900m 를 올라야 하니, 아무래도 무리가 있다.

곧바로 내려오면 몰라도 그곳에서 하루를 묵게 되면 컨디션 난조를 보이는건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건지도 모른다.

우리는 다른 사람들 보다 일정이 길어서 마차푸차레BC에서도 안나푸르나BC에서도 여유 시간이 아주 많은 편이니

적어도 이순간 히말라야에서 이보다 더 부자는 없는듯 하다.

 

 

해발고도 3000m가 넘으니 계곡의 깊이가 더 깊어 보인다.

주변은 온통 하얀 설산이 보이고 바위 산도 우람하다.

 

 

 

 

 

 

 

 

 

 

 

 

 

 

 

우리가 걷고 있는 계곡 반대편 쪽으로도 사람들이 지나가고 있었다.

자세히 보니, 그곳은 눈이 잔뜩 쌓여있다.

폭포가 그곳으로 계속 흘러내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눈이 녹지않고 있다니....

그곳은 바로 눈사태 위험지구라 하셨다.

좀 가깝긴 하지만 위험해서 그쪽 길로는 안다닌다고...

이곳 지형에 익숙한 포터들만이 그 쪽 길로 가는것 같다.

 

한참을 고개를 들고 쳐다봐야 할정도로 높은 산 밑의 눈위를 개미 처럼 쬐끄맣게 보이는 포터들이 일렬로 줄 지어서 걸어가고 있는 모습이

왠지 비현실적인것 처럼 보이기도 했지만 환상적으로 멋지게 보이기도 했다.

 

 

 

 

 

돌이 많은 곳엔 언제나 정성드려 쌓아올린 돌탑이 있다.

누가 시킬것도 없이 형성된  돌탑쌓기....

소원을 비는것은 인간의 본능중 하나일 것이다.

더우기 이렇듯 세계 최고의 높이를 가지고 있는 영험한 설산앞에선 너무나 당연한 행위처럼 느껴진다.

어쩌면 누군가가 지금 이 순간 처럼 햇무리가 쫘악 뻗어내리고 있는 장엄한 모습앞에서 바짝 엎드려 기도하고

정성으로 돌탑을 쌓기 시작하지 않았을까......ㅎㅎ

 

 

 

 

 

잠시 멈춰서서 나도 돌탑을 쌓으며 간절한 기도를 했다.

히말라야에 까지 와서 기도를 할 수 있는 사람이 세상에서 얼마나 될까....

이것으로 늘상 가족을 떠나있는 미안함을 좀 덜어낼 수 있을까....

당근이라고??

히말라야의 정령에게 직접와서 기도를 하는데....

세상에 이보다 더 빡쎈 기도발이 있을 수 있냐고??

그런겨??

ㅋ~~

 

 

 

앞만 보고 가다가 문득 멈춰서서 뒤를 돌아다 보면

내가 걸어온 그 발자취가 대단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그 깊이가 훨씬 더 깊게 보여서 문득 감동이 턱까지 차오르곤 하였다.

 

 

 

 

 

Ernesto Cortazar [2001 Leaves in the Wind] - 01. Leaves in the Wi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