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말라야 안나푸르나BC (2013.4)

22.밤부에서 만난 히말라야 사람들....2

나베가 2013. 8. 12. 00:30

 

 

 

 

 

 

아직도 간간히 랄리구라스는 보여주며 거친 히말라야에 예쁜 빛깔을 보태었다.

빛깔이 좀 더 진한 빨간색....

이것으로 부족했나??

갑자기 나타난 두 여인의 트래커가 빛깔을 화악 진하게 물들인다.

마치 랄리구라스의 빛깔로 물이라도 들인 양 예쁜 빛깔의 우비를 입고서....

 

 

 

오호~

이 재미난 다리들 좀 봐~

마치 볏짚단으로 엮어 만든 다리같아~

근데 이 아래 사진의 다리는 또??

강철로 돌을 꽁 꽁 싸매서 만든 다리야~

어찌 이리도 상반된 재료들을 가지고 다리를 만들었을까....ㅎㅎ

 

 

 

헐~

이제는 끝이난줄 알았던 랄리구라스의 거대한 나무가 또 줄을 잇는다.

얼마나 그 크기가 큰 지, 주변 길이 온통 떨어진 붉은 꽃잎으로 물이 들 정도다.

 

 

 

 

아~ 저 앙증맞게 걸려있는 휴지통 좀 봐~

세상에서 가장 깜찍한 휴지통이 아닐까....ㅎㅎ

 

 

끊임없이 이어진 ....비에 젖어 촉촉한 돌계단이 히말라야의 거대한 숲속에서 반짝이듯 멋스럽다.

나는 잠시 그곳에 서서 그 계단을 오르내리는 사람들을 카메라에 담았다. 

 

 

 

힘겹게 오르다가도 나와 눈이 마주치면 함박웃음으로 때로는 여린 미소로 눈인사를 보내던 이들....

잠깐 스치는 인연으로도 마음이 흡족해 지는 건....

아름다운 풍광때문일까....

히말라야의 정기를 받아서 일까....

이들의 순박한 미소때문일까....

 

 

 

 

 

 

와아~

저기 야채를 잔뜩 지고 오는 이좀 봐~

히말라야에서 처음 보는 풍광인걸~

 

 

 

내 앞을 표정없이 스쳐 지나더니, 갑자기 계단 끝에 서서 문득 뒤돌아 보며 나를 향해 잠시 선다.

뭐야~

히말의 깊은 계곡에 취해 삼매경에 빠진겨??

아니, 아니, 지금 포즈를 취해주고 있능겨??

아! 아무래도 좋아~ 멋져!!

 

 

 

 

나는 같은 곳에서도 이곳을 지나는 이들로 매 순간 경치가 바뀌는 그 재미에 빠져 한동안 이곳을 떠나지 못했다.

 

 

 

아~

정말 재밌군!!

이번엔 풀을 한 바구니 지고 가는 포터야~

아니, 풀이 아니라 대나무 잎이군!

저 잎을 뭐하러 저리 따서 지고 가는 거지??

어디다 쓰는거야~

 

카메라를 들이밀자, 이 아저씨 역시 잠시 멈춰서며 작은 미소로 나를 반겨준다.

아!!

저 만족스런 아저씨의 미소좀 봐~

살인 미소가 따로 없어~

 

 

 

 

아~

이 아저씨는 또.....

내게 보낸 환한 미소가 마치 천사의 미소같으네~

 

 

모디콜라 계곡에 자리잡고 있는 밤부는 유난히 습하고 또 대나무 숲이 많았다.

왠지 비가 내리면 대나무 잎이 바람결에 날리는 것이 괜한 으스스한 기분 마저 느끼게 했다고나 할까....

한 바탕 트래커들과 포터들이 지나고 난 뒤, 무슨 행사라도 치뤄내고 난 뒤 찾아든 고요처럼 정말 숲에는 아무도 찾아드는 이가 없었다.

홀로 우산을 쓰고 걷다가 바위에 앉아 잠시 쉬고 있자니, 문득 이 모든게 현실인가...하는 엉뚱한 생각이 문득 드는 것이었다.

 

정말 내가 지금 히말라야에 있는 것인가....

인적하나 없는 히말라야의 깊은 숲속에서  홀로 우산을 바치고 앉아 있다는게 실감이 나지 않는 것이었다.

신기하리 만큼 혼자 있다는 두려움 같은것도 생기지 않았다.

그저 텅 빈 마음으로...

어쩌면 존재감도 잊었을 지도 모르겠다.

 

순례자....

그래, 처음으로 '순례자'란 단어를 떠 올렸다.

해발 4130m의 안나푸르나BC를 오르고 있는 트래커란 느낌보다는 지금 이 순간 히말라야를 걷고 있는 순례자란 생각이 들었다.

'멋지군!'

그래, 난 이제부터 트래커가 아니라 순례자야.

히말라야의 순례자가 되었다고 생각하니, 이 순간 뭔가 수많은 상념을 떠 올려야 되는게 아닌가 생각들었다.

뭔가 마구 마구 떠올라 멋드러진 시 한 편이 술술 쏟아져 나와야 하는게 아닌가....그런...

그러나  정말 단 한 단어도 떠 오르지 않았다.

아니, 아예 아무 생각도 느낌도 없었다.

완전히 터엉 빈 상태....

그건 정말 신비로운 경험이었다.

묵상 기도를 할때 그렇게도 잡념없이 기도를 하려해도 온갖 잡념으로 머릿 속이 가득했던 것과는 너무나도 비교되는 일이었다.

 

얼마동안을 그렇게 홀로 텅 빈 상태로 앉아 있었는 지, 다시 일어나 걷기 시작했다.

한동안 지체했으므로 사진도 찍지 않고 발걸음을 재촉했다.

저 만치 롯지가 보인다.

오늘의 목적지 도반이다.

 

언니와 이풀은 벌써 도착해서 짐까지 다 풀어놓은 상태였다.

헐~ 오늘은 방이 없어서 모두 한 방에서 지내야 했다.

방이 작은데 침대를 3개를 넣어놔서 그야말로 가방을 어디다 놓고 풀어야 가장 동선이 좋을까...고민을 해야할 정도....

잠시 당황했지만, 이내 모든 문제는 순식간에 해결되었다.

우리는 히말라야의 순례자들인데, 무슨 문제가 있겠는가~

그저 모든게 분에 넘치고 넘칠 뿐이다.

 

오늘밤 이곳 도반에서도 저녁 식사후 따듯한 고다츠를 피워놓고 럼콕을 마시면서 저녁 시간을 즐겼다.

밤부가 얼마나 습했는 지, 처음으로 이풀이 거머리에게 물렸다.

사실 물린줄도 몰랐는데, 셔츠가 빨갛게 피로 물들어서 알았을 뿐이다.

피를 빨아먹은 거머리를 생각하니,잠깐 소름이 돋았다.

아직 우기가 시작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ㅠㅠ

그러니 히말라야에 우기가 시작되면 거머리가 비처럼 쏟아진다는 말이 거짓이 아닌것 같다.  

 

 

 

Danielle Licari - Adagio De Albinon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