랄리구라스에 반해서 일행들도 저 만치 시야에서 놓쳐 버리고...
급한 맘에 달려가다가 스틱도 잠깐이었지만 잃어버리고....
정신줄을 아무리 잡으려 해도 랄리구라스의 유혹을 떨쳐 버릴 수는 없고....
차선책으로 궁리를 하다보니, 요령이 생겼다.
스틱을 하나 접고, 우산을 쓰기로 한것이다.
카메라를 목에 걸고 우비 단추를 풀어헤치고 그 사이로 카메라를 넣었다 뺏다하니, 카메라 렌즈에 비도 덜 맞을 뿐만아니라
훨씬 편하고 시간이 단축되어서 사진을 찍으면서 가도 일행들과 크게 뒤쳐지지 않을 수 있었다는 것....ㅎㅎ
이제 사진을 좀 더 쉽게 찍을 수 있는 요령도 터득했겠다 더욱 신바람이 난다.
어느 정도 올랐을까...
탁 트인 정경이다.
하늘도 보이고, 골 마다 피어오르는 운무 사이로 히말의 거대한 능선도 보인다.
이제는 머리위로 가득했던 랄리구라스가 저 만큼 아래로 시선을 두게 된것이다.
그러고 보니, 오늘 일정중에서 가장 높은 곳-반단티(3180m) 가 아닌가 싶다.
아!!
정말 풍광이 기가 막히군!!
탄성을 멈출 수가 없었다.
운무는 마술을 부리듯 정신없이 피어 오르고, 이리 저리 움직이며 시시때때로 다른 풍광을 보여 주었다.
그 운무가 움직일때 마다 그 사이로 랄리구라스의 향연이 펼쳐지는데,어찌나 매혹적인 지...
그 모습은 또 그 랄리구라스 밀림 속을 걸을때와는 전혀 다른 풍광과 느낌이었다.
운무와 어우러져 투명한 파스텔톤 색감이 되어버린 수채화...
그래~번짐이 매혹적인 수채화였어~
아!! 이 판타스틱한 장관앞에서 연신 터지는 탄성을 멈출수 있는 사람이 누가 있을까....
문득 신비스러움 마저 느껴졌다.
이제껏...아니, 어제부터 계속 랄리구라스 밀림을 걸어 올랐거늘, 어쩌면 이렇게 이 거대한 히말라야를 랄리구라스가 다 뒤덮을 수가 있을까.....싶은...
그래서 현실이 아닌 꿈같은 느낌....
히말라야를 완전히 뒤덮은 핑크빛 색감을 보니
오늘 일정내내 이 랄리구라스 군락지를 벗어나지 않을것 같은 느낌이다.
하지만 고도가 다시 내려가니, 그곳엔 어쩌면 이미 랄리구라스가 져 있을지도 몰라~
아!! 그러고 보니,지금 이 순간이 랄리구라스의 최고의 절경이잖아!
아주 천천히 걸어야지.
천천히 걸으면서 너희들을 다 카메라에 담아갈거야~
그리고 언제까지나 잊지않고 너희의 이 아름답고 매혹적인 모습을 기억할거야~
이 감동의 순간을 매 순간 순간 꺼내보며 잊지않을 거야~
잠깐 운무가 사알짝 거쳤다.
그 사이로 히말라야의 능선들이 굽이 굽이 보이는 것이 탄성을 연타석으로 날리게 한다.
아직 여기서는 8000m급 거대한 히말라야의 제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며칠동안 더 올라야 8000m의 하얀 설산이 보일까....
고개를 돌리니 이제껏 보지못했던 깍아지를 듯한 절벽이 보인다.
바위사이로 너털도사 처럼 터럭 풀이 빼곡하게 자라고 있는 모습이 이채롭다.
그리고 그 가파른 절벽 사이로도 랄리구라스가 자라고 있다니....
그런데 그 아래 나즈막한 능선 위는 벌거숭이 처럼 나무가 없네~
황금색 벌판이 주변 빼곡하게 들어찬 핑크색 랄리구라스와 어울려 또 다른 이색 풍광을 자아내고 있다.
그런데 다른데는 빽빽한데 왜 저 부분만 나무가 하나도 없을까...
혹시 산불이 났었던건 아닐까?? ㅠㅠ
이곳에는 아주 작은 가게가 있었다.
제를 올렸었는 지 타르초가 쳐진 제단도 있고....
근데 왜 사진이 없지?? ㅠㅠ
랄리구라스의 색감에 빠져서.....ㅎㅎ
한 바탕 풍광에 사로잡혀 사진을 찍고 가게로 가니, 그곳에 일행들이 모두 있었다.
벌써 한 참을 쉬었는 지, 이미 티를 다 마시고 마악 떠나려던 참이었다.
하긴 내가 이곳에 머문 시간만도 상당할 터였다. ㅎㅎ
나도 뒤늦게 받은 따듯한 레몬 티를 한 잔 마시고는 먼저 출발한 일행들을 따라 대장님과 출발했다.
반단티 (3180m) 를 기점으로 우리가 오늘 묵을 타다빠니(2630m)까지는 내리막 길이다.
사실 내게 있어 오르막이든 내리막이든 큰 의미는 없었다.
이미 나는 이곳 랄리구라스 군락에 완전히 혼이 빠져서 내 존재가 없었으니까...
그러니 힘이 드는 지,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 지, 배가 고픈 지....아무것도 느낄 수가 없었다.
그저 내 영혼만이 붕붕 떠나니며 히말라야 구석 구석을 만끽하고 있었으니까...
내리막 길로 들어서니, 제법 쌓인 눈이 보인다.
아까 내린 눈이 녹지 않고 있는 것인 지...
어제부터 내린 눈이 쌓여있는 것인 지....
암튼 짙은 초록 사이를 완전히 메운 핑크빛 랄리구라스 꽃을 보면 완전 여름처럼 느껴지는데..
바닥을 보면 하얀 눈이 쌓여있으니...여간 신기해 보이는것이 아니다.
내리막으로 들어서니, 아래로 펼쳐진 랄리구라스의 굵직 굵직한 등걸과 그 사이 구불 구불 나 있는 오솔 길이 얼마나 또 운치가 있는 지...
나는 쉬이 걸어내려 가지 못하고 그곳에 서서 또 카메라를 꺼내 들었다.
잠깐 멈춰 선것 같은데, 어느 사이 대장님은 또 저만치 가신다.
"와아~~ 한 편의 영화 장면인걸~"
카메라 렌즈를 확인 할 틈도 없이 셔터를 눌렀다..
나중에 확인하니, 모든 사진이 뿌옇게 나왔다. ㅠㅠ
수시로 멈춰서서 렌즈에 낀 하얀 김서림을 닦아냈어도 어느새 그리도 또 김이 서리는 지...
필터 안까지 김서림이 들어가 사진이 뿌옇게 나왔다.
하긴 뭐...이 빗길 풍광이 그야말로 제대로 나온 느낌이 들어서 쨍 하고 나온 사진보다 더 좋다.ㅎㅎ
이곳은 랄리구라스 색깔이 아주 붉은색이네~
송이도 좀 작고...
랄리구라스도 종류가 많나보다.
하얀 꽃을 피우는 것도 보았다. 많진 않았지만...
그래도 제일 많은 핑크 빛 랄리구라스가 제일 이쁘다.ㅎ~
한 무리의 포터들이 반대로 올라오고 있다.
나무 등걸 사이로 파아란 비닐을 우비 삼아 짐을 씌우고 오르는 이들이 그대로 한 폭의 수채화 같다.
너무 맘에 든다.
만약 비가 오지 않았다면 이렇게 분위기 있는 멋진 작품을 얻을 수 없었겠지?
오직 히말라야에서만 얻을 수 있는 풍광이다.
하얀 눈 위에 떨어진 빨간 꽃잎들이 문득 정열의 여인 '카르멘'을 생각케 한다.
저쪽 운무속에서 머리에 빨간 꽃을 꽂고 화려한 집시 옷을 입고 플랑멩코라도 추면서 나올것 같아~ ㅋㅋ
히말라야 밀림속에서 문득 떠오른 뚱딴지 같은 생각을 깬건 한 무리의 트래커들이었다.
그려~ 이 깊은 밀림속에서 뭔 카르멘이여~
역시 히말라야에선 추위에 떨며 힘듦에 지쳐보이며 오르는 트래커들이 주인공이지~
하늘을 찌를 듯 솟아오른 거대한 나무 등걸 사이로 보이는 트래커들과 이들을 앞서 간 포터들은 또 나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정신없이 카메라를 꺼내들고 연속 셔터를 눌러재꼈다.
맘에 든다.
와아~
이곳은 또 랄리구라스가 바닥에까지 닿을 듯 흐드러져 있네~
언제 떨구워 낸 잎인 지, 바닥엔 카페트 처럼 낙엽이 깔려 있고 그 위에 마치 누군가가 일부러 꽃을 따서 놓은 양 똑 똑 간격을 두고 랄리구라스 꽃이 놓여있어~
이제까지와는 또 다른 풍광이다.
나도 저 위에 꽃 처럼 누워볼까....??
저 흐드러진 나무 등걸 위를 타고 한 번 올라가볼까....?? ㅋㅋ
아!! 이 짖궂은 장난끼에 합세해줄 사람이 없네~
카메라 맨이 필요해~~ㅠㅠ
헐~
대장님 또 기다리신다. ㅋ~
헛된 장난끼 발동치 말고 빨리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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