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는 날...
그것도 히말라야의 깊은 산중에서 수제비라니...이 단순한 것을 가지고 우리는 행복감에 흥분했다.
디저트로 과일에 커피까지 하고서 우린 다시 트래커 본연의 길로 들어섰다.
빗줄기는 점 점 더 세어졌다.
우기가 아니니, 오후가 되면 어쩌면 그칠 지도 모를거라는 한 줄기 기대감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다.
대장님께 듣자하니, 아까 내려가던 많은 트래커들중 상당수가 ABC등정을 포기하고 하산 하는 중이라고 하신다.
"왜요? "
"비가 너무 많이 오니까, 아무것도 안보이고 정상에는 비대신 눈이 오니까 눈사태등 위험하니까 그렇지~
글쎄~ 이 곳도 이상 기후인가봐~
지금 이렇게 비가 올때가 아닌데 말이야~"
헐!!
대장님도 이 예기치 않은 이상기후에 걱정이 되신 모양이다. 우리야 아무것도 모르니 그저 대장님만 믿고 비가 오든 눈이 오든 그 분위기에 휩쌓여서 흥분하고 있지만, 대장님이야 최고의 히말라야를 보여주고자 고심해서 정한 날에 오신건데....잠시 두려움과 우울함이 감싸고 들어왔다.
하지만 그런 걱정도 잠시....
이젠 제법 히말라야의 깊은 심중으로 들어섰는 지, 이끼가 가득한 밀림이다.
하늘 한 점 보이지 않는 그야말로 우리가 걷는 길 말고는 운무와 초록뿐인....
와아~~
그냥 해가 쨍쨍 찔 때 걸어도 판타스틱할 풍광에 비까지 오니 그 밀림의 깊이가 얼마나 강렬한 지....
우린 쉬이 걸어 갈 수가 없었다.
그저 발자욱을 뗄 때마다 탄성을 질러댔다.
적어도 수백 수 천년은 족히 되었을 법한 거대한 나무 등걸엔 나무 기둥이라고 할 수 없을 만큼 이끼로 완전히 뒤덮여 있었고,수 천년의 세월을 견뎌내느라 휘어질대로 휘어지고 꼬여져 있었다.
아!! 과연 지금 내가 걷고 있는 이곳이 아마존의 밀림이 아니고 히말라야가 맞단 말인가~
하얀 설산만이 머릿 속 가득했던 히말라야에 밀림이라니...
어디서 들려오는 지 세차게 떨어지는 물소리가 밀림의 깊이를 더해주고 있다. 아마 저 빽빽한 나무 사이에 깊은 계곡이 있어 아마 폭포 처럼 물이 흘러내리고 있는 것 같았다.
그것이 궁금하여 난 우뢰와 같은 물소리의 근원을 찾느라 빼곡한 나무 사이를 들여다 보았다. 역시나 우리가 걷고 있는 길 바로 아래는 하염없이 깊은 계곡이었다. 비 구름에 휩쌓여 어디서 부터 떨어지는 지도 모를 거대한 폭포가 떨어져 내려 그 계곡을 무섭도록 흘러 내려가고 있었다.
적어도 지금 이 순간은 해발 4130m의 하얀 설산을 향해 오르고 있는 것이 아니라 끝이 없을것 같은 밀림 트래킹을 하고 있는 것만 같았다.
나는 비가 쏟아짐에도 불구하고 그저 걸어갈 수만은 없었다.
수없이 카메라를 꺼내들었다.
렌즈에는 또다시 하얗게 김이 서렸다.
히말라야의 밀림을 걷는 트래커들은 그 자체로 또 다른 아름다운 풍광을 만들어 냈다.
그들이 입고 있는 옷이 무엇이든, 비닐 거죽을 둘러 썼어도 그 자체로 아름다움을 자아냈다.
나는 그 풍광에 사로잡혀 또 다시 집어 넣었던 카메라를 꺼내들곤 했다.
빨간 자켓에 빨간 비니....그리고 초록색 우산을 쓰고 걸으시는 우리의 대장님은 그 중에서도 가장 멋진 피사체였다.
비가 잠시 소강상태로 잦아 들었다.
이대로 그칠건가?
아~ 이젠 제발 그래주었으면 좋겠다.
어??
내리막이네~
오늘은 고도 2700m 까지 무려 1300m를 계속 올라야 하는데....
까마득한 내리막이라니....
저 계곡 끝까지 내려갔다가 다시 바로 올라치는것 같네~
아~ 그나 저나 언니는 잘 가고 있는걸까....
아까보니 무척 힘들어 하시는 것 같던데... 앞으로 어떻게 견뎌내실 지...
풍광에 사로잡혀 존재감을 잊다가도 문득 떠오르면 걱정이 되었다.
이곳 롯지에서 잠시 쉬어갈 줄 알았더니, 쿡-채링과 앞서 간 일행이 보이지 않는다.
아무래도 오늘 일정이 길어서 서둘러서 가고 있는 것만 같다.
나도 좀 서둘러야 할것 같다.
와아~ 근사하다!
하늘을 가득 메우고 있는 운무가 나무 깊숙한 곳까지 파고 들어가는 듯한 운치있는 풍광...
그 아래로 대나무로 엮어 만든 독특한 지붕하며
빗물에 젖어 반짝이는 구둘장 길...제단 처럼 쌓은 구들장 둑까지...
이 매혹적인 풍광을 그냥 또 지나칠 수 없어서 마음과는 달리 사진을 찍고자 또 설 수밖에 없었다.
그러고 보니, 한 참 앞선 줄 알았던 일행들이 바로 코앞에 있었다.
아마 이곳에서 잠시 쉬었다 가는 모양이다.
나는 앞서 가는 친구를 불러 세웠다.
오늘 비도 오고해서 아예 카메라를 꺼내지도 않은 친구를 위해 사진 몇 컷을 찍어주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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